이 대통령은 2월 5일 보건복지종합상담센터인 129콜센터에서 비상경제대책 현장점검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어려운 사람들은 정말 죽고 싶은 심정일 것”이라며 “제일 중요한 게 신빈곤층에 대한 지원과 일자리 창출”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현실에 맞지 않는 복지법 체계는 고치고, 도와줘야 할 신빈곤층을 적극 찾으라”는 주문까지 했다고 한다. 이어 이 대통령은 집에 헌 봉고차가 있다는 이유로 기초수급대상자에서 제외된 빈곤층 모녀와 직접 전화 상담하는 ‘쇼’까지 연출했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듣고 '신빈곤층'을 한 번 찾아나서 보았다.


사례1:
2월 9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문봉동.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만한 농로를 따라 가니 컨테이너 한 채가 덩그러니 자리잡고 있다. 컨테이너 옆에는 녹슨 자전거 한 대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컨테이너 안에 들어서니 양모씨(60)가 전기장판 위에서 한 눈에도 낡아빠진 홑이불 두 겹을 덮고 있다가 엉거주춤 일어섰다. 컨테이너를 개조한 단칸방에 발을 디디자 얼음처럼 차가운 냉기가 전해져 왔다. 싱크대 위에는 냄비와 그릇 몇 개가 놓여 있었고, 이가 맞지 앉는 싱크대 아래 수납문에는 음식 기름때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역시 이가 맞지 않는 수납장들이 방 한 켠에 놓여 있었으나, 내용물은 거의 없어 보였다. 창문쪽에는 야전용 군복 외투가 걸려 있었다. 양씨의 유일한 겨울 외출복이라고 했다. 방 안에서 유일하게 온기가 느껴지는 공간인 전기 장판뿐이었다.

                     <사진: 양씨가 사는 컨테이너 박스 전경> 

                   

양씨는 매월 단 한 푼의 수입도 없다. 백내장으로 한 쪽 눈은 거의 실명 상태에 가깝다. 그나마 몇 달 전 일산종합사회복지관을 통해 후원 받은 60만원으로 왼쪽 눈을 수술해 볼 수는 있게 됐지만, 다른 쪽 눈은 백내장을 너무 오래 알아 수술해봐야 시력을 회복하기 어렵다고 해 수술을 하지도 못했다. 양씨를 부양해줄 수 있는 가족도 없다. 사정이 이렇지만 양씨는 현재 기초생활보호대상자도 차상위계층도, 기초노령연금대상자도 아닌 완벽한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그도 한 때는 꽤 떵떵거리고 살던 지역 유지였다. 상당한 부농이었던 그는 한때 고양시체육회장과 새마을지도자, 어용소방대장을 지내기도 했다. 하지만 20여 년간 함께 살아오던 처가 도박에 빠지면서 운명이 바뀌기 시작했다. 5년 전 갑자기 빚쟁이들이 들이닥쳐 양씨의 전 재산을 차압했다. 처와 헤어진 뒤 빚쟁이들을 피해 집을 나와 전국의 막노동판을 전전하던 그가 다시 고양시로 돌아온 것은 2년 전. 당시 백내장으로 눈이 안 보이기 시작해 더 이상 막노동으로 생계를 꾸리기가 막막해 비빌 언덕이라도 있는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이후 그는 일을 할 수 없어 친구들이 간간히 건네주는 용돈이나 약값 외에는 아무런 수입이 없었지만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과거 빚쟁이들에게 차압 당해 찾을 길이 없는 양씨 명의의 승용차 두 대에 대한 세금 및 과태료 체납액이 500여 만원을 넘지만 도저히 갚을 여력이 되지 않았기 때문. 체납액을 갚을 수 없어 자신 명의의 승용차 두 대를 말소할 수 없어 기초생활수급대상자가 될 수 없었다. 그는 백내장뿐만 아니라 당뇨병과 고혈압까지 앓고 있어 병원과 약국 신세를 질 일이 많지만, 같은 이유로 건강보험 공제 혜택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구청공무원에게 사정을 이야기해 현장 실사를 나오기도 했지만, 정해진 규정 때문에 결국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이 돌아올 뿐이었다.

 

정부로부터 최소한의 복지혜택도 누리지 못하는 그는 일산종합사회복지관을 통해 간간이 전달되는 쌀과 라면 등 생필품과 간간이 들리는 친구들의 도움으로 근근이 연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건설업을 하던 친구의 도움으로 마련한 컨테이너에서도 이제 더 이상 생활하기 어렵게 됐다. 원래 컨테이너가 자리잡은 땅은 이종사촌 소유였으나, 이종사촌이 지난 9월 다른 사람에게 땅을 넘긴 뒤에는 계속 땅주인으로부터 그곳에서 나가달라는 독촉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는 잠자리에 누울 때마다 이대로 잠들어 죽고 싶다는 생각을 매일 한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양씨가 살고 있는 컨테이너를 나오면서 이번 겨울은 그에게 아마 가장 추운 겨울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례2: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경우는 양씨뿐만 아니다. 일산동구 사리현동의 한 빌라형 아파트에 사는 김모씨(55). 그는 83년에 교통사고를 당해 지체장애인이 된 뒤로는 일을 할 수 없어 근로소득은 전무하다. 그래도 지난해까지는 기초생활보호 대상자여서 구청에서 30여 만원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기초생활보호 대상자에서 탈락되면서 그마저도 끊겨버렸다. 2000년 무렵에 친지들의 도움으로 마련한 9평짜리 집의 시세가 오르면서 수급권자 자격에서 탈락된 것. 그나마 인근 교회에서 매월 10만원 정도의 후원금을 받고 있고 장애인수당 7만원도 받고 있어 그나마 최소한의 생계를 꾸릴 수 있는 셈이다. 한 장애인지원단체로부터는 가끔씩 교통 편의를 제공받고 있다.

 

김씨는 하반신을 쓸 수가 없어 변을 본 뒤에도 혼자서 처리를 하기가 어렵다. 그러다 보니 변이 묻은 채로 그대로 있거나, 변이 묻은 옷을 오랫동안 세탁하지 못해 집안에는 늘 오물 냄새가 코를 찌른다. 김씨 아파트를 방문한 날에는 인근 교회의 봉사자들이 나와 집안 청소를 한 뒤인데도 불쾌한 냄새가 진동했다. 그는 얼마 전부터 큰 마음을 먹고 월 이용료 4만원을 내고 가까운 동사무소를 통해 생활도우미를 부르고 있지만, 부담이 작지 않다. 김씨는 아파트 시세가 올랐다고는 하지만 이 집을 떠나 다른 곳에 갈 수도 없으니 팔 수도 없다생활도우미 비용만이라도 지원받을 수 있다면 좀더 인간답게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례3:
권모 할머니(81)의 경우는 지난해 말 차상위 계층에서 탈락된 경우다. 차상위 계층으로 일정 금액까지 무료로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의료보호 2종 혜택을 받았던 권씨는 내년부터 이 같은 혜택을 볼 수 없게 된다.

             <사진2: 권할머니가 살고 있는 집 전경>




1남 3녀의 자녀를 두고 있지만, 권할머니는 무너져가는 토담집에서 홀로 살고 있다. 실직 상태인 아들을 비롯해 자녀들의 생활이 모두 어려워 식비 정도만 도움을 받을 뿐 다른 생활비 도움은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기초노령연금으로 매월 8만원, 기초 경증장애수당으로 2만원을 받고, 구청에서 쌀을 지원받는 것 외에 한 복지기관의 주선으로 연결된 후원자로부터 분기별로 20만원을 받는 것으로 그나마 근근이 생활하고 있었다.

 

권할머니는 한국전쟁 당시 포탄 파편이 몸에 7군데나 박혀 거동이 불편해 지체장애 4급 판정을 받았다. 여기에 노인성 만성질환까지 앓고 있어 자주 병원 신세를 져야 하지만 이번에 차상위 계층에서 탈락되면서 그 동안 받아오던 의료보호 2종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직계 가족과 그 배우자의 수입도 차상위 계층 판정 기준으로 작용하는데, 얼마 전 둘째 사위가 승진하면서 연봉이 오른 때문이다. 사위의 승진으로 권할머니 생활이 사실상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규정 때문에 그는 그나마 누리던 혜택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라고 해서 제대로 사회복지 혜택을 입고 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황모 할머니(66)의 경우를 살펴보자. 황할머니는 기초노령연금을 포함해 한 달에 39만원을 정부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하지만 단칸방 월세 10만원과 전기료와 수도료, 전화요금 등 각종 공과금 8만~10만원을 매월 내고 나면 남는 돈은 매월 20만원 남짓. 하지만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황씨는 병원비와 약값, 교통비, 식비 등을 지출하고 나면 늘 돈은 부족하다. 겨울이지만 연탄도 마음 놓고 못 때고, 이불도 변변치 않아 냉기를 가까스로 면할 정도로만 지낸다. 세탁기는 아예 살 엄두도 못내 엄동설한에도 찬물 빨래를 해야 한다.


위에서 본 것처럼 국내 복지제도는 아직 빈약하고 허술하기 짝이 없는 수준이다. 그나마 국민기초생활보호제도나 기초노령연금 등 복지제도가 외환위기 이후 도입되거나 확충된 것이 이 정도 수준이다. 현행 복지제도는 어떻게 보면 지원대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련된 듯한 느낌마저 줄 정도로 엄격한 기준과 융통성 없는 행정 체계 때문에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빈곤층이 적지 않다. 이러다 보니 위에서 본 것처럼 많은 복지지원 대상자들이 사회복지기관이나 종교기관, 자선단체, 복지관련단체 등 민간부문의 후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 같은 민간 부문의 도움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민간 부문 복지지원사업을 주도하는 사회복지기관의 사정 또한 열악하기 짝이 없다. 현재 고양시 관내에는 시로부터 운영예산을 지원받는 사회복지기관이 5군데 있지만, 실제 관내 복지수요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5개 사회복지관 가운데 일산종합사회복지관이 담당하는 기초생활보호대상자나 독거노인, 장애인 등은 모두 180여 케이스에 이른다. 그나마 올해 9월부터 일산동구 고봉동과 풍산동을 담당하는 거점센터를 따로 열어 40 케이스 정도가 늘어난 것이 이 정도다.

 

180여 케이스를 담당하는 인력은 거점센터 직원까지 포함해 모두 5명에 불과하다. 이렇게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복지지원이 필요한 가정을 추가로 찾아내 지원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로 9월 일산복지관 거점센터가 사업을 시작하면서 해당 동사무소 등으로부터 잠재적 지원대상자 명단으로 건네 받은 케이스는 모두 250여건에 이른다. 하지만 거점센터 직원 2명이 40여 케이스를 상담해 지원하고 나니 지원 대상자를 추가로 확대하는 것은 엄두를 내기 힘들다. 거점센터 직원 김모씨는“200여건의 케이스들은 아예 상담도 진행해보지 못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한지 파악도 못하고 있다”며 “고양시 전체로 볼 때도 5개 사회복지기관이 커버하고 있지 못한 빈곤층 대상자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거점센터 직원이 내년 초부터 한 명 증원될 예정이지만, 이번에는 당초 고양시가 편성했던 거점센터 지원예산 1억 원이 7,000만 원으로 줄었다. 시의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는 이유로 3,000만원 삭감된 것이다. 2,000만원 전후 수준인 담당 직원 세 명의 연봉을 제외하면 달랑 1,000만원이 남을 뿐이다. 결국 거점센터 입장에서는 민간의 독지가나 관련 자선단체의 후원을 요청해 필요한 복지지원 대상자와 연결해주는 일에 기대를 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래 <도표>에서 OECD 주요국의 저소득층과 장애인, 노인, 환자 등 취약 및 소외 계층에 대한 정부지원을 나타내는 사회지출(Social Expenditure) 추이를 살펴보자.


 미국과 일본은 GDP대비 사회지출 비중이 15%를 넘고 있으며 OECD국가 전체의 평균 사회지출 비중도 20%를 상회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외환위기 직후에 급증하는 복지 수요에 대응하여 보건복지 예산의 비중을 한 단계 올렸다고는 하지만 2005년 현재 6.9%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OECD국 평균의 1/3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복지에 관한 한 OECD국가로 불리기에 민망한 수준인 것이다.

 

일본은 버블 붕괴 이후 극심한 장기 경기침체를 겪으면서도 사회지출 비중을 전체 예산의 11.2%에서 18.6%로 빠르게 늘려왔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이는 일본 사회의 급속한 고령화와 비정규직 증가 등으로 인한 복지수요 급증에 따른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장기불황이라는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일본 정부와 정치권이 사회지출 예산을 적극적으로 늘려왔다. 일본의 예를 보더라도 한국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복지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외환위기 이후 최대 경제위기를 맞이하는 상황에서 현 정부는 말과는 달리 올해 보건복지 예산 편성에 극히 소극적이었다. 경기불황에 따른 실업자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급증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뿐만 아니라 미래 고령화 사회를 대비한 투자적 개념의 복지 인프라라는 개념 자체가 아예 없었다. 이처럼 복지 인프라에 관한 개념 자체가 없다 보니 복지 인프라 구축을 위한 예산배정이나 투자도 있을 리가 없다. 복지 인프라에 대한 개념이 없는 이유는 중장기 국가발전 목표를 747과 같은 양정 성장에만 집착할 뿐 삶의 질적 향상과 같은 질적 개념의 중장기 국가발전 전략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경제 위기 때문에 저소득층과 취약 계층의 복지 수요가 몇 배로 늘어나는 현실을 외면하고 현 정부는 실질적으로는 올해 물가 인상분 수준에도 못 미치는 복지 예산을 증액했다. 그래서 이 대통령의 발언과는 정반대로 현실에서는 복지 혜택이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4대강 강바닥을 파헤치고 관련한 부수 사업에 4년간 18조원을 투입하는 등 예산을 물 쓰듯 낭비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곧 죽어도 서민을 위한 경기 부양을 명분으로 내세운다. 정부의 그 같은 건설경기 부양책은 과거 일본의 부동산 버블 붕괴기에 실패했던 정책으로 결국 자금난에 빠진 건설사들을 먹여살리기 위한 것임을 모르지 않는다. 차라리 그런 목적이라고 솔직하게 고백이라도 하면 위선적이라는 생각은 안 들 것이다. 그런데 당장 숨 넘어가는 진짜 저소득층과 취약 계층의 지원 예산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삭감하면서, 서민을 위한다며 대규모 건설토목 사업을 벌이니 정부가 말하는 서민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부동산 거품기에 국민들의 부동산 투기 심리를 잔뜩 부추겨 고분양가로 폭리를 취하고 이제는 ‘삽질 경제학’에 심취한 ‘건설족 정부’에 엉겨붙어 심각한 도덕적 해이 양상을 보이는 건설업체들이 서민이란 말인가?

위에서 본 것처럼 현장을 둘러보면 이명박 대통령이 말하는 '신빈곤층'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다만 사회적 보호와 지원을 받아야 할 빈곤층이지만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있거나, 그나마 받던 복지 지원마저 끊어질 상황에 처한 빈곤층만 있을 뿐이었다. 한마디로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신빈곤층'은 자신이 적극적으로 새로운 빈곤층을 발굴해 지원한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만들어낸 여론조작용 표현일 뿐이다. 더구나 이 대통령의 말하는 '신빈곤층'이라는 레토릭은 마치 원래 빈곤층은 충분한 사회복지 혜택을 보고 있는 것처럼 인식되도록 만든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는 전혀 동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정말 빈곤층의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면 '신빈곤층'이라는 말을 꺼내는 것조차 부끄러워 해야 마땅하다. '신빈곤층' 챙기기 전에 원래 있는 빈곤층들에 대한 복지지원이나 깎지 말고 제대로 챙기라는 말씀이다. 하긴 사회문제에 대한 체계적인 인식이 결여돼 있고, 주변에서 그럴듯한 신조어 하나 갖고 오면 생색내기 식으로 일을 추진하는 게 몸에 밴 이명박에게 그런 걸 바라는 게 사치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쇼라고 해도 정도가 좀 지나치다. 더구나 건설토목사업에 퍼붓는 돈 때문에 복지예산이 줄어 힘겨운 겨울을 나고 있는 서민들을 대상으로 쇼를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갑자기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 가서 상인에게 목도리를 걸어주는 장면을 연출하고, ‘신빈곤층에 대한 지원을 늘리라’며 어린애와 통화하는 쇼는 보기가 정말 역겹다. 그런 대중용 이벤트로 열악한 사회복지 현실을 외면하는 자신의 태도를 포장하니 역겹다는 것이다. 아무리 쇼라는 것을 알고봐도 속내가 너무 뻔히 드러나 보이면 가증스럽다 못해 비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2. 10. 11:40

 

최근 상당수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들과 건설업계는 꺼져가는 부동산 투기심리를 “1인 가구 증가로 향후 주택 수요는 계속 늘 수밖에 없다”는 주장으로 되살리려 하고 있다. 또 매출액의 상당 부분을 부동산 분양 광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당수 언론들도 이 같은 논리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이 같은 논리는 수년 전부터 한 광고기획사가 만들고 언론이 확대재생산한 ‘골드미스/골드미스터’라는 용어와 겹쳐져 정확한 현실 인식을 방해하고 있다.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들과 상당수 언론들의 ‘1인 가구 증가→주택수요 증가→ 분양주택 공급 필요’라는 도식은 늘어나는 1인 가구들이 대부분 주택을 살 수 있는 충분한 구매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즉 이들은 1인 가구가 대부분 상당한 소득과 구매력을 가지고 자기 개성을 추구하는 골드미스 또는 골드 미스터라는 것이다.

 

하지만 통계청이 발표한 1인 가구 추계치는 대단히 왜곡되어 있으며 부풀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1인 가구 급증은 집값 폭등과 청년실업 증가, 소득 부족으로 인한 결혼 지연,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독거 노인 가구의 증가 등 한국사회의 심각한 경제사회적 문제들을 반영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왜 그런지를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아래 <도표>에서 1인 가구는 전국적으로 2000년 222만여 가구에서 2005년 317만여 가구로 43%나 급증했다. 전국 1인 가구 연령별 증감 현황을 보면 30대와 45-54세, 75세 이후 연령대에서 특히 많이 급증했음을 알 수 있다. 75세 이후 고령층은 배우자와 사별한 독거노인 가구수가 급증한 때문이지만 비중은 크지 않다. 30-34세는 주로 결혼하지 못한 노총각/노처녀 그룹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45-49세는 주로 배우자와 이혼해 홀로 살고 있는 경우다. 이처럼 1인 가구의 증가는 젊은층의 만혼(晩婚) 현상과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독거 노인 가구의 증가, 이혼의 증가 등 최근 악화하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사회문제들을 고스란히 응축해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도표1>1인가구 현황; 통계청자료로부터 KSERI 작성

                                       

혼인 상태별로 1인 가구를 파악해 보면 2000년-2005년 기간 동안 이혼이 70% 가량 급증하고, 미혼 1인 가구도 49% 늘어났다. 배우자가 있는 경우나 배우자와 사별한 경우도 각각 38%, 28%씩 증가했다. 하지만 비중 면에서는 미혼 1인 가구가 47만 가구가 늘어나 전체 1인 가구 증가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즉 취업을 하지 못하거나 경제적 능력 부족으로 결혼을 제때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1인 가구의 경제력은 어떨까? 2005년 현재 전국 1인 가구 가운데 취업자 비율은 54%로 전체 15세 이상 인구의 취업자 비중 60.3%보다 상당히 낮다. 연령대별로 보면 40대 이후부터 취업 비중이 빠른 속도로 줄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연령대가 높아짐에 따라 전국 평균보다 훨씬 더 가파르게 취업 비중이 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 1인 가구의 평균 소득을 보면 경제력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아래 <도표2>에서 보는 것처럼 2008년 현재 1인 가구의 월 평균 소득은 131만원으로 2인 이상 가구의 월 평균 소득 327만원의 약 40% 정도에 불과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시정연)이 서울시에 거주하는 1인 가구의 월 평균소득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서울시내 1인 가구 가운데 월 100만원 미만 소득자가 45%, 100~200만원 소득자가 31%로 전체의 76%를 차지하고 있다. 1인 가구의 약 4분의 3이 월 소득 200만원 이하 저소득층인 것이다. 반면 ‘골드미스/미스터’라고 부를 수 있을 계층을 넓게 잡아 월 소득 300만원 이상이라고 할 때 해당 1인 가구는 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마디로 ‘골드 미스/미스터’는 재벌계 광고회사와 기성 언론이 상대적으로 소수의 사례를 부풀려 만들어낸 환상일 뿐 현실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도표2> 가구원수별 소득; 통계청자료로부터 KSERI작성


또 1인 거주 주택의 평형 구성비를 보면 19평 이하 소형 주택에 거주하는 비중이 86%로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서울의 경우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약 69%로 19평 이하 거주자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처럼 1인 가구의 급증 현상은 집값 폭등과 청년실업 증가, 소득 부족으로 인한 결혼 지연,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독거 노인 가구의 증가, 외환위기 이후 경제적 불안정 등으로 인한 이혼 증가 등 한국의 심각한 사회경제적 문제점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언론들이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 밑바닥 서민들의 경제적 고통과 충격이 1인 가구 증가라는 흐름과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들 1인 가구들의 대부분은 사회적 보호 또는 지원이 필요한 가구들이라고 할 수 있다. 상당수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들이나 언론 보도처럼 이들 1인 가구 대부분이 현재 계획돼 있는 중대형 위주 수도권 주택공급 물량의 유효수요층으로 보는 것은 상당한 무리가 있다.

 

따라서 주택정책적 측면에서는 이들 1인 가구들을 위한 저렴하고 질 좋으면서 독신자가 생활하기 편리한 공공임대/전세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할 필요가 있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독거 노인들이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는 ‘실버형 주택’ 모델을 개발해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역세권 등에 대규모로 공급할 필요가 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2. 7. 10:38

어제 MBC 뉴스데스크를 보는 도중 이명박 대통령의 신빈곤층발언을 보고 까무러치는 줄 알았다. M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2 5일 보건복지종합상담센터인 129콜센터에서 비상경제대책 현장점검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어려운 사람들은 정말 죽고 싶은 심정일 것이라며 제일 중요한 게 신빈곤층에 대한 지원과 일자리 창출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현실에 맞지 않는 복지법 체계는 고치고, 도와줘야 할 신빈곤층을 적극 찾으라는 주문까지 했다고 한다. 이어 이 대통령은 집에 헌 봉고차가 있다는 이유로 기초수급대상자에서 제외된 빈곤층 모녀와 직접 전화 상담하는 까지 연출했다.

 왜 이 대통령의 행위를 라고 표현하느냐 하면 바로 앞에 나온 MBC 보도내용과 지난해 말 정부가 통과시킨 정부 예산안 내용 때문에 그렇다. 이 대통령의 신빈곤층 발언에 앞선 MBC 보도 내용에 따르면 정부가 최근 차상위 계층 21만명에 대한 의료급여를 오는 4월부터 중단하기로 결정했고, 기초생활 수급자 숫자도 지난해보다 1만명 줄였다. 정부가 겉으로 말하는 사회 안전망 강화와는 완전히 정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뒤이은 보도에서는 대학생 63만명이 이용하고 있는 정부 보증 학자금 대출 금리는 연 7.3%로 전 학기보다 0.5%포인트 떨어지는데 그쳤다고 한다. 학자금 대출금리 기준이 되는 5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1.7% 포인트나 떨어졌지만, 시중은행들이 가산금리를 2배 이상 높여 사실상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돈놀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실태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날 하루의 뉴스에서만 이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지만, 이런 기막힌 일들은 지금 계속 벌어지고 있다. 특히 필자는 처가 사회복지사 일을 하고 있기에 기막힌 국내 사회복지의 현실에 대해서 꽤 잘 알고 있다. 처가 돌보는 사회복지 대상자 가운데는 단 돈 몇 만원이 아쉬운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그런데도 당초 처가 맡고 있는 경기도 고양시의 한 복지기관 거점센터 예산은 당초 1억원에서 7000만원으로 깎였다. 시의원 한 사람이 성과가 없어 예산을 줄 수 없다고 했다고 한다. 거점센터가 지난해 10월에 시작했으니 예산 심의 시기인 12월에 성과가 있으면 얼마나 있겠는가? 예산 7000만원으로 박하디 박한 사회복지사 세 사람 연봉(평균 2000만원) 6000만원을 지급하면 달랑 1000만원이 남는다. 그것으로 1년 내내 그 거점센터가 돌보는 지원 대상자 240여 케이스를 위한 프로그램을 가동하라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그렇다고 사회복지사들이 손을 놓는 것은 아니다. 지자체 예산이 없으니 잠재적인 민간 후원자들을 찾아다니며 후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이 부르틀 지경이다. 그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정말 가슴이 미어질 정도다.


 
그렇다고 정부가 돈이 없는 것이 아니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지난해 12 12일과 13 2009년도 예산안과 감세법안 등 예산 부수 법안을 강행 처리했다. 정부는 당시 4대강 정비사업 예산 등 지난해보다 26%나 증액된 SOC사업 예산을 확보하는 한편 이미 기존에 발표한 대로 종합부동산세 대폭 완화와 소득세법, 법인세, 상속세 완화 등을 통해 상류층에게 집중적으로 혜택이 돌아가는 감세안을 관철시켰다.

이처럼 강행 처리된 올해 예산안에 대해 당시 정부 여당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경기를 살리기 위한 방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기획재정부는 홈페이지에 띄운 해설자료를 통해 올해 예산안은 1) 사회안전망 구축 등 경제 위기 관리 2) 뉴딜, 구조조정, 인력 양성으로 미래 대비 3) 신기술과 녹색산업 투자로 경제 재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회안전망 구축 등 경제 위기 관리를 올해 예산안 편성의 가장 큰 방향으로 내세운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정말 이 같은 목표를 정말 실현할 수 있을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확정된 올해 예산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이미 지금 현실에서 벌어지는 사태를 예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래 <도표1>을 참고로 올해 예산내역을 간단히 살펴보자.

우선, 지난해보다 26% 늘어난 24.7조원 규모의 SOC사업이 눈에 띈다. 이 같은 SOC사업 예산을 편성한 것과 관련하여 현 정부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경기침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희태 대표는 지난해 12 15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례 회동에서 전 국토가 거대한 공사장처럼 느껴지게 하고, 전국 곳곳에서 건설의 망치 소리가 들리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정부는 올초 녹색뉴딜이라는 각종 건설경기 부양책을 또 한 번 내놓았다. ‘녹색이라고 포장했지만, 4대강 사업과 중소 댐 건설 등 도대체 왜 하는지 공감대가 전혀 형성되지 않은 건설토목 사업이 대부분이었다. 한 마디로 고급 스테이크로 포장한 저질 소시지였다.

 

<도표1> 2009년도 정부예산안 내역



() 기획재정부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그렇지 않아도 한국은 이미 전 국토가 거대한 공사장처럼 느껴질 정도로 불필요한 건설토목사업이 남발되고 있는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아래 <도표2>에서 1970년대 이후 건설산업의 부가가치가 전체 부가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한국은 80년대 말부터 시작된 200만호 주택건설 사업시기에 건설산업의 부가가치 비중이 크게 늘어나 11~12%대를 유지하다가 외환위기를 계기로 비중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90년대 말 IMF사태 직후 8%대까지 낮아졌다가 2000년대 부동산 투기가 본격화되면서 9%대로 상승하여 최근까지 지속되고 있다.




() OECD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에 비해 미국의 경우에는 90년대 초에 4% 수준에서 부동산 투기 붐에
편승하여 5%대로 증가하였으나 이 정도 수준에서 서브프라임론 사태와 같은 부동산 투기버블이 발생한 것이다. 부가가치 비중으로 볼 때 한국 경제는 미국보다 두 배 가량 더 건설업에 의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도 80년대 말 부동산 버블이 정점에 달했던 1990년에 9.7%를 기록한 후 버블 붕괴와 장기불황으로 계속 줄어들어 2005년에는 6.1%까지 감소했다.



건설업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은 한국경제의 중장기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개발경제 시대에 비해 건설토목사업의 경기부양 효과와 일자리창출 효과는 매우 낮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SOC예산을 줄이기는커녕 대폭 늘린 것이다. 그 가운데는 대운하 추진을 위한 걸치기 예산으로 의심받는 4대강 하천정비 예산 17,000억 원과 소위 형님예산으로 비판 받는 포항지역 건설예산 4,370억 원도 포함돼 있다. 특히 4대강 하천정비 사업에는 향후 4년간 모두 14조원의 예산을 쏟아 붓겠다는 정부의 발표도 나왔다. 홍수 대비 물길 정비라는 내용 외에는 구체적인 사업 추진의 근거도 없이 14조원이라는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붓겠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건설업체들이 가장 많은 이윤을 남기고, 정치인들이 과시용 지역 예산으로 가장 선호하는 도로 예산은 모두 94,942억 원이나 편성됐다. 국토해양부는 당초 지난 10월 도로예산으로 79,540억 원을 편성했다. 이곳 저곳 공사를 벌리기 보다는 완공위주의 집중투자를 통해 예산 효율성을 높인다고 이같이 편성했었다. 그런데 11월 수정예산안에서는 경기침체를 내세워 선도사업이라며 10월보다 18.6%가 늘어난 모두 93,966억 원을 편성했고, 이마저도 국회에서 더 증액돼 통과된 것이다. 더구나 이번에 예산에 반영된 음성~충주고속도로, 충주~제천고속도로, 동해~삼척고속도로, 상주~영덕고속도로 등은 2007년 국가기간교통망계획에서 모두 경제성이 낮다고 평가된 사업이었다.



이처럼 상당수가 불요불급한 예산인 토목건설사업에 국가 자원이 과다 배분되면 그만큼 사회적으로 절실히 필요하거나 향후 국가발전 면에서 전략적인 투자가 필요한 곳에는 자원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저소득층과 취약계층 등에 대한 지원이 주가 되는 보건복지 예산이다. 정부와 여당은 줄기차게 경기침체 시에 가장 타격을 많이 받는다며 대규모 지원을 할 것처럼 떠들어 댔으나 2009년도 보건복지 예산은 전년대비 10.4% 증가에 그쳐 전체 예산 증가율 10.6%보다 낮게 나타났다.


보건복지 예산은 74.7조원으로 전체 예산의 25.9%를 차지하여 겉으로는 매우 크게 보인다. 하지만 2005년부터 정부 세출예산에 포함된 국민연금(7.7조원)과 건강보험(31.6조원) 급여액이 약 39.3조원 가량을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순수한 보건복지 예산 비중은 35.4조원 안팎으로 줄어들어 전체 예산의 12.3%에 불과하다. 더구나 전체 보건복지 예산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사회보장연금 지출 증가율이 2005-2007년 증가율 수준인 14~17% 수준을 유지한다면 순수한 보건복지 예산 증가율은 대략 5~7% 정도 증가하는데 그칠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경기불황으로 복지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사회안전망 확충이 시급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할 수밖에 없으며 취약한 복지 인프라 등을 고려할 때 매우 우려되는 수준이었다.


아래 <도표 3>에서 OECD 주요국의 저소득층과 장애인, 노인, 환자 등 취약 및 소외 계층에 대한 정부지원을 나타내는 사회지출(Social Expenditure) 추이를 살펴보자.


미국과 일본은 GDP대비 사회지출 비중이 15%를 넘고 있으며 OECD국가 전체의 평균 사회지출 비중도 20%를 상회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외환위기 직후에 급증하는 복지 수요에 대응하여 보건복지 예산의 비중을 한 단계 올렸다고는 하지만 2005년 현재 6.9%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OECD국 평균의 1/3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복지에 관한 한 OECD국가로 불리기에 민망한 수준인 것이다.

<도표3> OECD 사회지출 비중 및 한국의 기초생활보장 지급 실적


(
)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일본은 버블 붕괴 이후 극심한 장기 경기침체를 겪으면서도 사회지출 비중을 전체 예산의 11.2%에서 18.6%로 빠르게 늘려왔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이는 일본 사회의 급속한 고령화와 비정규직 증가 등으로 인한 복지수요 급증에 따른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장기불황이라는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일본 정부와 정치권이 사회지출 예산을 적극적으로 늘려왔다. 일본의 예를 보더라도 한국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복지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외환위기 이후 최대 경제위기를 맞이하는 상황에서 현 정부는 말과는 달리 보건복지 예산 편성에 극히 소극적이었다. 정부는 수정예산안에서 야당과 시민단체 등의 요구로 실업급여 및 기초생활 수급자 지원 확대, 저소득층 학자금 지원 등에 1조원, 청년실업 대책에 3,000억 원을 추가로 배정했다. 그러나 이 정도 증액으로는 경기불황에 따른 실업자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급증을 감당할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미래 고령화 사회를 대비한 투자적 개념의 복지 인프라라는 개념 자체가 아예 없었다. 이처럼 복지 인프라에 관한 개념 자체가 없다 보니 복지 인프라 구축을 위한 예산배정이나 투자도 있을 리가 없다. 복지 인프라에 대한 개념이 없는 이유는 중장기 국가발전 목표를 747과 같은 양정 성장에만 집착할 뿐 삶의 질적 향상과 같은 질적 개념의 중장기 국가발전 전략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경제 위기 때문에 저소득층과 취약 계층의 복지 수요가 몇 배로 늘어나는 현실을 외면하고 물가 인상분 수준에도 못 미치는 복지 예산을 편성해놓았으니 MBC 뉴스 보도에서 보는 것처럼 현실에서는 복지 혜택이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4대강 강바닥을 파헤치고 관련한 부수 사업에 4년간 18조원을 투입하는 등 예산을 물 쓰듯 낭비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곧 죽어도 서민을 위한 경기 부양을 명분으로 내세운다. 정부의 그 같은 건설경기 부양책은 과거 일본의 부동산 버블 붕괴기에 실패했던 정책으로 결국 자금난에 빠진 건설사들을 먹여살리기 위한 것임을 모르지 않는다. 차라리 그런 목적이라고 솔직하게 고백이라도 하면 위선적이라는 생각은 안 들 것이다. 그런데 당장 숨 넘어가는 진짜 저소득층과 취약 계층의 지원 예산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삭감하면서, 서민을 위한다며 대규모 건설토목 사업을 벌이니 정부가 말하는 서민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부동산 거품기에 국민들의 부동산 투기 심리를 잔뜩 부추겨 고분양가로 폭리를 취하고 이제는 삽질 경제학에 심취한 건설족 정부에 엉겨붙어 심각한 도덕적 해이 양상을 보이는 건설업체들이 서민이란 말인가?

 


현재의 경제 위기 상황에서 굳이 경기 부양을 해야 한다면 경제적으로 고통받는 저소득층과 취약계층 지원과 같은 현실의 절실한 문제에 대응하거나 미래를 전략적으로 대비하는데 사용해야 한다. 세계 각국이 경기 부양책을 내놓은 방향과 내용이 대부분 이런 것이다. 과거 부동산 버블 붕괴기에 지금 한국 정부와 같은 대규모 건설토목사업을 잇따라 편성했다가 일본 경제를 장기 침체로 몰고가면서 정부 부채만 잔뜩 키웠던 일본의 경기 부양책조차 건설토목사업은 눈 씻고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다. 이름부터 생활대책으로 서민층 보호 위주로 돼 있다. 그런데 현재의 한국 정부는 광역경제권 선도포르젝트녹색뉴딜이니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건설경기부양이니 온갖 명목으로 시대착오적인 7,80년대식 건설토목사업에 예산을 탕진하면서 추운 겨울을 나고 있는 서민들에 대한 실질적 지원은 오히려 줄이고 있다. 한 마디로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안 하고 있으니 거의 범죄적 수준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러면서도 이명박은 갑자기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 가서 상인에게 목도리를 걸어주는 장면을 연출하고, ‘신빈곤층에 대한 지원을 늘리라고 하니 쑈도 이런 생쑈도 없다. 쑈도 속과 겉이 다르고, 속내가 뻔히 드러나 보이면 가증스럽다 못해 비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원래 신빈곤층은 없었고, 정부가 전혀 그동안 나몰라라 하며 돌보지 않은 빈곤층만 있을 뿐이다. 설사 이명박이 이름붙이 신빈곤층이 있다고 한들, 한쪽에서는 빈곤층에 대한 지원을 깎으면서 새로 신빈곤층을 찾아내 지원을 하는 것은 코미디가 아닌가? 어차피 현재 상황에 대한 체계적 인식이 결여돼 있고, 따라서 전혀 상황 파악과 장악을 할 수 없는 이명박에게 대단한 것을 바라지 않는다. 제발 코웃음이 나오게 하는 생쑈만이라도 집어치우고 지하 벙커에 숨어서 대중의 눈 앞에서 어른거리지만 않기를 바랄 뿐이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2. 6. 08:50




 저희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
http://cafe.daum.net/kseriforum)에 '똘아씨'님이 올린 글입니다. 좀더 많은 분들께서 읽어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옮겨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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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세계경기의 하락은 캐나다 서민 경제에도 주름살을 만들었고 경제침체에 따른 석유 소비량의 감소는 캐나다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져와 특히 오일산업에 의존하는 캐나다 중부지역의 경제도 그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의 경제 위기는 어느 나라도 피해갈수 없는 세계적인 추세라 각 나라마다 그 강도가 다르고 경제와 사회구조의 건실성 여부에 체감온도는 물론 그 영향과 해법이 다를 것이다.

 

필자가 사는 캐나다 중부지역 중소도시에서 느끼는 경기 체감은 아직은 견딜만 하다는 것이다. 물론 캐나다내에서도 지역적 특성과 산업구조에 따라 체감온도가 다를수 밖에 없고 어떤 직업에 종사하는냐에 따라 개인적 편차가 심하기 때문에 단정하기는 어렵겠지만 극한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라는 단서가 붙기는 하지만

 

주로 서민들을 고객으로 하는 편의점과 주유소를 운영하는 필자가 가장 관심있게 살피는 것은 서민들의 구매력 즉 소비여력이다고가품이나 당장 필요하지 않은 상품들에 대한 소비감소는 어쩔수 없더라도 저소득층에게 생필품의 구매력은 생존을 좌우할수 있다.  그 끈 즉 구매력이 무너지면 사회전체가 붕괴할수도 있으며 회복하기에는 많은 댓가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캐나다 경제의 체질중 하나이기도한 불황기에 적응능력은 다른 나라에 비해 탁월하고 경험도 많이 축적되어 있다. 이는 캐나다 경제의 특징중 하나인 계절적 요인에 의해 불황기에 잘 적응되어있다는 뜻이다.

 

호황기에도 겨울철에는 경제활동이 제한적일수 밖에 없기 때문에 오일산업이나 건설 설비 업종에서는 그런한 것을 염두에 두고 투자계획을 세운다. 그래서 많은 노동자들이 겨울철에는 Lay off 상태에서 그 동안 모아둔 돈이나 실업보험으로 생활을 유지하고 다음해 봄이면 다시 일터로 나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작년 하반기에 시작된 경기하락은 묘하게 이 계절적 요인과 맞아 떨어졌고 그래서 아직은 버틸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것이 대비하듯 캐나다 서민은 주수입원을 상실한 즉 직업이 없는 기간에 익숙하다는 뜻이다.

 

캐나다에서 서민 경제의 구매력을 유지하는 원동력 즉 가계 수입구조를 살펴보면 먼저 연금에 의해 노후생활을 이어가는 노년층에서는 별로 달라질 것이 없다. 매월 일정액의 노후연금은 기초생활비 이외에는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 구매력은 주로 생필품을 구입하는데 사용된다.

 

실업보험도 마찬가지이다. 이 실업보험은 최장 10개월 까지 지급되는데 작년 하반기를 기준하면 올 여름까지가 한계일 것이다. 가을 추수기에 농산물 수확으로 도움은 되겠지만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지역경제는 물론 서민생활에 심각한 위기가 닥치게 될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원주민(인디언)에게 지급되는 지원금도 만만치 않다.  달달이 몇차례에 걸쳐 지급되는데 그날은 각종 매장은 북적거림을 넘어 싺쓸이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또한 저소득층에게 지급되는 사회보장형 지원금 역시 그 액수는 미미하지만 중요한 수입원일 것이다.  18세 이하 자녀에게 주는 GST 환급금 속칭 우유값이라고도 하는데 소득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그리고 저소득 층에 지급되는 지원금(소득신고를 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환급금)도 그 액수가 많지만 대부분 생필품 구매에 활용될 것이다.

 

이러한 많지 않은 돈들이 모여 서민경제를 이끌어가는 힘이 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수 없는 사실로서 사회보장제도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다. 물론 그러한 것을 운영할수 있는 재정 즉 세금의 많고 적음이 불만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조세부담율의 상승과 사회보장제도의 정착 여부는 선진국의 잣대가 되는 것 또한 사실이기도 하다.

 

앞을 예측할수 없는 현실은 많은 사람들을 불안하게 한다. 금년 경제 전망도 엇갈리는데 희망 섞인 전망은 올 하반기에는 회복될거라는 말도 있고 불경기가 몇년 이어질거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캐나다 중부지역에서는 국제 석유가가 그 기준이 되고 있다. 일반인은 물론 오일관련 업체에서는 민감하게 작용하는데 작년초에는 휘발류값이 1.40(루니화)까지 오른다는 예측을 했었고 작년 여름에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60불 이하로 내려간다는 전망도 했었다. 그 수치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그 흐름은 정확히 파악하고 준비를 해왔고 부동산가격의 가파른 상승에는 은행융자 비율을 낮추어 위험에 대비해왔다.

 

금년에는 조심스런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정유회사에서 올 6월까지 새로운 투자계획이 없을것이며 상반기에 석유소비량의 증가와 함께 국제 유가가 상승하여 하절기에는 국제 유가는 배럴당 65불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아마 그 정도 되어야 신규투자를 할수 있다는 뜻이지만 그 보다는 석유소비량이 기존 시설 용량을 넘어설 때 신규 설비투자를 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어 그때에 가서야 새로운 일거리와 노동시장이 활성화 할 것으로 보인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2010년을 기대해야 하는데 끔찍한 일이 아닐수 없다.

 

캐나다 정부에서도 미국의 경제 부양정책에 버금가는 각종 경기 부양책이 나올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바라고 싶은 것은 어떤 정책이 나오던 경기 부양책이 서민들의 소비력을 향상시키는데 있었으면 한다

 

1억원의 경기 부양효과가 있다고 할때 한 사람에게 집중되면 2천만원 정도가 소비되어 생산 활동으로 돌아오지만 100명에게 혜택이 돌아가면 모두 시장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그래서 불경기에 경기 부양정책은 서민 경제 즉 소비력의 확대에 중점을 두어야 하고 그 과실이 서민속으로 흘러가야 소비의 확대 즉 경제 활성화의 불씨가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기업의 이익이 증가하면 재투자 여력과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겠지만 소비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환상에 불과하다.

 

일견 환율이 올라가면 수출이 증가하여 한국에는 호재일 수 있지만 소비가 뒤따르지 않은 국제 경제 현실은 수출을 둔화 시킬수 밖에 없고 기름값등 원자재 가격 상승은 국내경제에 짐으로 작용하고 있으니 서민은 불황과 고물가의 이중고에 허덕일수 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한인들이 느끼는 경기체감도 다뭇 다르다. 한국에서의 송금에 의지하는 유학생이나 초기 이민자들에게는 환율과 한국경제의 침체가 고통을 증가시키고 있을 것이다.

 

캐나다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한인들중에 취업을 해야하는 경우는 고용불안이 문제이고 또한 한인들을 상태로 하는 비지니스는 큰 영향을 받을수 밖에 없지만 현지인을 대상으로 하는 편의점이나 그로서리 스토아등 생필품을 취급하는 곳은 그나마 다행이다. 고가품을 취급하는 곳보다는 저가의 생필품을 파는 곳은 그 영향이 적기 때문이다.  어디서나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그만큼 up and  down이 적은 안정적인 사업이라고 할수도 있다. 고객이 현지 주민이고 그 수요가 한정적인 것이 흠이되어 큰 돈은 못만진다고 하지만 여간해서 망했다는 말은 듣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필자도 올해는 허리띠를 졸라맬 생각이다. 이는 연간 개인소득을 줄인다는 의미 보다는 회사에 적립되는 이익금이 적어진다는 것을 의미이고 적자가 날수도 있다.

 

매출이나 이익이 지난해 보다 적어진다고 직원을 줄일 계획은 없으며 최근에 승인난 필리핀 노동자의 채용계획도 그대로 진행시킬 생각이다. 그리고 이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는 순간을 대비한 노후장비 교체등 투자도 늦추지 않을 생각이다.

 

언젠가 알수는 없지만 경기가 좋아지면 특별히 의도하지 않아도 예상밖의 큰 수익이 생길거라는 희망과 그 준비는 지금 해야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더 많은 토론과 정보 공유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 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2. 5. 10:19

최근 정부의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 등 각종 투기 조장책에 힘입어 서울 강남 재건축 등 일부 지역에서 호가가 상승했다. 물론 거래량은 거의 동반되지 않았습니다. 아마 이번 호가 상승도 곧 ‘진압’될 것입니다. 그리고 정부의 투기 조장책은 거의 소진됐으므로 조금 더 지나면 본격적인 또 한 차례의 폭락 시기가 올 것으로 보입니다. 많은 엉터리 언론과 정부와 재벌의 눈치를 보는 각종 관변, 재벌계 연구소의 엉터리 전망과는 달리 올 한 해 한국 경제는 매우 깊은 침체의 늪에 빠질 공산이 커졌습니다. 여기에서 자세히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이 또한 거대한 부동산 버블 붕괴의 압력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이처럼 전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번 강남 재건축 단지의 집값이 호가 위주로 반등했기 때문입니다. 거래량이 거의 동반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거래량이 아주 없을 때보다야 조금 더 늘었겠지만, 언론 보도를 보면 많아봐야 한 달 내내 강남 3구를 통털어 100~200건 정도 더 늘었을 것입니다. (1월 서울 주택 거래량이 나오지 않아 지금으로서는 알 길이 없네요.) 지금같은 상황에서 매수세는 결코 따라붙지 않습니다. 매수세가 따라붙지 않는 경우 집값은 다시 일정 시점이 지나면 내리막길을 걷게 돼 있습니다. 정부의 부동산 거품 부양 위한 개발호재 발표-->호가 위주의 반등-->일부 매수자의 입질 이후 거래 단절-->부채를 잔뜩 진 잠재적 매도자의 금융 부담 증가-->낮아진 급매물 재출회-->가격 재급락과 거래 부진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렇게 정부의 부동산 투기 조장책이 모두 소진되면 엄청난 폭락세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한국의 경제 사정은 신문에 보도되는 겉핥기 보도 이상으로 심각합니다. 신문에 나타난 사실만 보더라도 단적으로 지난해 4/4분기 GDP성장률이 전기 대비 -5.6%이고, 1월 주요 수출품목의 수출이 반토막났다는 게 명확한 증거입니다. (이미 우리 연구소가 몇 달 전부터 경고했던 내용입니다만) 그런데도 상대적으로 집값 거품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적게 빠졌습니다. 현 정부의 강력한 집값 거품 부양책 때문입니다. 한 번 생각해보십시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제난을 겪고 있는데, 집값만 홀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얼마나 코미디인지. 하지만 이런 코미디같은 상황은 현재 국내외의 시장 압력을 볼 때 결코 오래 지속할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도 앞서 말한 가격 폭락이 언제든 현실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필자는 올초부터는 가능하면 집값의 향방에 대해 가급적 말하지 않을 생각이었습니다. 이미 부동산 폭락세는 현실이 됐고, 압도적인 현실 앞에서 필자가 이러쿵저러쿵 얘기해봐야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제오늘 필자는 짧게나마 이 문제를 언급하기로 마음을 바꿨습니다. 최근 강남 집값의 호가 ‘반짝 상승세’(물론 거래량이 없어 이미 호가도 내림세로 다시 돌아설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를 근거로 쏟아져나오는 엉터리 주장들에 현혹돼 또 다시 선의의 피해자들이 양산될 수 있겠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한국 경제가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는 엉터리 전문가들이 쏟아내는 엉터리 주장들에 많은 분들이 현혹되지 말기를 바랍니다.

 

현 상황에 대해서는 더 이상 자세히 말하지 않겠습니다. 현재 상황은 필자가 지난 9월 말에 펴낸 책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에서 이미 충분히 예상했던 바입니다. 현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또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그때 쓴 관련 내용들을 요약인용하는 것으로 필자가 지금 상황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처럼 전망하는 많은 구체적 근거들은 제 책과 이 블로그의 다른 글들에서 줄기차게 얘기했으므로 생략하고자 합니다. 새 글을 쓰면 좋은데, 요즘 일에 많이 쫓기다 보니 사정상 어렵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하건대, 이같은 전망을 말씀드리기 전에 매우 많은 글들에서 구체적 근거를 말씀드렸습니다. 이런 글들을 읽어보지 않고 이 글만 읽어보고 '근거가 없다'고 비판하는 댓글은 사양하겠습니다. 이 글은 최근 부동산 상황에 대한 많은 분들의 궁금증에 답하기 위해 짧게 쓴 글이기 때문에 예전에 쓴 근거들을 다시 반복할 여유가 없습니다. 사실 이 글도 개인적으로 쓰기 싫지만 하도 제 의견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아 쓰는 것일 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제가 소위 '부동산 전문가'로 규정되기를 원하지도 않습니다. 현재 부동산 문제는 한국 경제 전체와 가계 경제 생활에 가장 핵심적인 문제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제대로 된 정보를 주는 기관이나 사람이 너무 적어 제가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하고 책까지 낸 것일 뿐입니다. 책을 더 이상 팔 생각도 없습니다. 저로서는 이런 글 쓰면 공격받는 댓글 많이 달리는 것 압니다. 저도 사람인데 기분 좋을 리 있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기꾼 정부와 엉터리 전문가들에게 낚여 선의의 피해를 보는 분들이 생길까봐 걱정돼 쓰는 것일뿐입니다. 참고로, 인신공격성 글이나 저질 댓글들은 삭제하겠습니다. 많은 독자분들의 이해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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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글1>

“2007년 이후 일어나는 거래 부진 현상은 기본적으로 부동산 버블이 끝물에 이르렀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상당한 기간 동안 집값은 높은 상태로 유지되는 반면, 거래량은 급속히 주는 이른바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다. 집값이 높은 고물가 현상과 거래 부진이라는 경기 침체 현상이 부동산 시장에서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이렇게 부른다. 이 현상은 부동산 버블의 고점에서 매수자와 매도자간 집값에 대한 기대 차이 때문에 일어난다. 잠재적 매수자들은 집값이 너무 높아져 더 오를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는 반면 잠재적 매도자들은 아직 집값이 더 오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잠재적 매수자와 매도자간 치열한 힘겨루기를 하는 기간이다. 이 기간은 투자수익률이 급감하는 단계이므로 잠재적 매도자들은 오래 버티기 힘들다. 특히 빚을 많이 진 사람들이수록 버티는 힘은 약할 수밖에 없다.

 

집값이 정체된 상태에서 거래가 부진한 기간이 길어지면 ‘경제 체력’이 약한 사람들부터 하나 둘씩 집값을 낮춰 내놓기 시작한다. 매월 이자 부담만으로 몇 백 만원이 눈앞에서 깨지는 상황에서는 집값을 낮춰서라도 파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의 매물이 늘면 집값은 더 떨어진다. 다른 사람의 매물보다 싸거나 비슷해야 집을 팔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수자들은 급할 게 없으므로 거래는 여전히 잘 일어나지 않는다. 결국 집값은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되고 거품의 붕괴가 일어난다. 요약하자면 투자수익율 저하--->매수자와 매도자의 힘겨루기--->급매물의 증가--->집값 하락--->추가 집값 하락--->본격적인 거품 붕괴의 단계로 진행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2008년 상반기 이후 국내 부동산시장은 전형적인 버블 붕괴 초기의 증상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아래 표에서 보는 것처럼 과거의 일본이나 지금의 미국에서도 이런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기간을 거친 뒤 버블이 붕괴했다.
 

 

일부에서는 부동산 규제 완화 움직임이 본격화하면 집값이 한 번 정도 더 뛰지 않겠느냐고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기간은 그 기대가 충족되지 않음을 확인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아래 미국의 집값 그래프를 보라.

  




2004년 중반기를 정점으로 해서 2006년 초반까지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기간에도 소폭이지만 두 차례의 조정과 반등이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반등기에 거래량 증가는 동반되지 않는다. 호가 위주의 집값 반등이었던 셈이다. 집값 거품이 극에 이른 것을 알게 되고 추가 대출조차 어렵게 되자 매수자들이 더 이상 거래에 가담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 같은 반등 시도가 과거와 같은 대세 상승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집값 거품 붕괴는 시작된다. 아래 도표처럼.


 



국내의 경우라고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세금 부담을 줄이고 건축규제를 풀어주면 주택 보유자가 좀 더 버틸 여력은 줄 것이다. 미미하지만 짧은 기간 동안 소폭의 반등이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호가 위주로 반짝 상승하는 것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국면에서 매수세가 따라붙지 않는다면 결과는 뻔하다. 매도자까지 포함해 전 시장 참여자가 더 이상 집값 상승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집값은 급락하기 시작한다.”(책 본문 118-122쪽 요약)

  

<인용글2>

“왜 더 늦기 전에 부동산에서 탈출해야 하는지를, 주택 소유자에게 최상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설명해보자. 지금 부동산시장과 국내외 경제상황만 본다면 집값은 지금 바로 빠져야 정상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의 필사적인 노력으로 집값이 여기서 한 차례 정도 더 뛴다고 가정해보자. 하지만 집값이 뛴다고 해봐야 지금 상황에서 얼마나 더 뛰겠는가? 앞에서도 보았지만, 미국의 경우에도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기간의 반등은 매우 미미하고 거래가 동반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이상은 집값 상승 여력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기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값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고, 집을 살래야 살 실탄도 바닥났기 때문이다. 결국 오른다 해도 5% 이상 오르기 어렵다. 신체에 비유하자면 눈에서 머리 꼭대기로 오르는 정도다. 앞서 언급했지만, 10% 이상 오르지 않으면 투자 메리트가 거의 없다. 사실상 손해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더 이상 투자수단으로서 주택을 사거나 보유할 이유가 없다. 그렇게 해서 매물이 쏟아지면 그 시점에서 다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때가 되면 도저히 회복할 수가 없다. 아무리 ‘강부자 정권’이라고 해도 더 이상 집값 부양을 위해 쓸 수 있는 수단이 없다. 주택 소유자들의 심리도 회복할 수 없다. 이때 팔려고 하면 팔리지도 않는다. 5% 올랐다 해도 거래는 거의 동반되지 않고 호가 위주로 올랐을 것이다. 떨어질 때 한동안은 받아줄 매수자가 없을 것이다. 어쩌면 혹시 집값이 한 번 더 소폭 오른다면 그때가 주택 소유자들로서는 집을 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겠다. 모순처럼 들리겠지만, 동시에 잠재적 매수자들에게 이 말도 해야 하겠다. 만약 그런 때가 오면 절대 집을 사지 마라. 상투를 잡는 것이기 때문이다.”(책 165-166쪽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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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9. 2. 3. 09:14

 

제 고향은 대구의 위성도시격인 경산시에서도 시골인 남산면입니다. 경산포도 주산지로 유명한 동네인데요. 고향에 내려갈 때마다 쇠락해가는 고향 마을의 소식들을 듣게 됩니다. 고향 마을에는 이제 허리가 구부정한 노인 어른들이 대부분이고요. 청장년들과 어린 아이들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가끔 보이는 청장년층은 대부분 도회지로 나갔다가 해고되거나 자영업 등을 하다 실패해 다시 고향마을로 돌아온 경우입니다. 부모님들이 짓던 농사를 물려받거나 거들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치밀한 구상과 열정으로 벤처기업농을 해보겠다는 사람들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제 고향 친구들이나 선후배들 가운데도 그런 이들이 많습니다. 도회지에서 변변찮은 일들을 하며 사기를 당하거나 노름에 빠져 이혼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대체로 학력이 낮은 편이라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경제적 어려움에 빠져 이혼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이혼한 뒤 아이들은 시골의 부모님께 맡기는 경우도 많은 모양입니다. 가뜩이나 연로한데다 농사일에 바쁜 시골 부모님들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도 썩 좋은 환경은 아닌 것 같습니다.

 

왜곡된 한국 사회경제의 구조가 만들어낸 실업과 이혼 등의 문제를 농촌 시골마을의 연로한 부모님들이 온몸으로 떠안고 있는 형국입니다. 또한 골병이 들대로 든 한국경제가 시골마을까지 얼마나 황폐화시키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이대로 가면 우리의 농촌은 점점 쇠락하고, 내부적으로 재생산이 되지 않는 상황까지 가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우리 농촌을 사실상 포기하고 있으니 더더욱 걱정입니다.

 

미국 유학 동안 미국이나 캐나다 등지의 포도밭과 포도주 양조장(winery) 등을 돌아보면서 참 부러웠던 적이 있습니다. 그네들은 포도밭에서 우리처럼 포도를 생산해 팔기보다는 양조장에서 포도주를 생산해 파는 것이 주수익원이었습니다. 또한 양조장에서 직접 생산한 포도주와 어울리는 음식들을 중심으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곳도 많았습니다. 포도밭에도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주위 환경과 어울리게 조경까지 해가면서 관광지처럼 꾸며 놓은 곳도 있었고요. 그런 포도밭을 내려다보며 향긋한 포도주를 음미하던 시간은 얼마나 여유롭고 낭만적인지요. 저희 가족들 외에도 곳곳에서 모여든 관광객들로 가는 양조장마다 늘 붐비더군요. 각 지방 정부들은 그런 양조장들을 묶어 ‘양조장 투어(winery tour)' 루트까지 만들고 교통편까지 제공하면서 관광상품화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것들이 얼마나 근사해보이든지 언젠가 나이가 들면 고향에서 ‘한국형 와이너리’를 한 번 운영해보고 싶다는 욕심까지 들 정도였습니다.

 

왜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할까요? 왜 농업은 1차 산업이라는 고정관념에 빠져 양조산업과 같은 2차 산업이나 관광상품 자원으로서 3차 산업과 연계해 발전시킬 생각을 못할까요? 왜 FTA체결한다면서 농민들에게 농업보조금을 풀어 포도나 복숭아 등 수익용 작물을 캐내게 해 사실상 우리 농업이 하루빨리 고사되기만을 바랄까요? 우리 농촌을 덴마크나 프랑스 등의 선진 농업국가로 만들 기회는 정말 없는 걸까요? 지금처럼 ‘1년 뼈빠지게 일해 번 돈을 다음해 농비로 도로 써야 하는 농업’이 아니라 정말 품위 있게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벤처농기업과 관광자원으로 농촌을 탈바꿈시킨다면 우리 젊은이들도 얼마든지 뛰어들 수 있을 텐데요.

 

그렇게 하지 않으니 농촌의 젊은이들이 도회지로 꾸역꾸역 밀려들고 일자리가 없어 방황하다 다시 폐인이 돼 낙향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에게 매우 매력적이면서도 ‘낭만적인’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데도 그러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도시 인구만 계속 늘어 치솟는 부동산 값에 일조를 하는 사태까지 벌어집니다. 그런데 이런 농업의 선진화 방향으로는 투자하지 않고, 농촌을 발전시킨다는 핑계로 시골마을 골목까지 시꺼먼 아스팔트를 깔아 건설업체 좋은 일만 시키고 있으니 한심할 뿐입니다.(실제로 이번에 가보니 마을 골목까지 시커먼 아스팔트가 깔려 있어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 전에 있던 멀쩡한 시멘트 포장도로를 뜯어내고, 다시 아스팔트를 까는데 들어간 돈도 돈이지만, 소담스러운 시골 마을의 분위기를 확 깨트리는 그 미적 무감각이라니요!) 

 

제 고향마을에서 보는 것처럼 지금의 한국 경제는 선진경제로 나아가기는커녕 70,80년대 개발연대의 패러다임에 묶여 있습니다. 막대한 정부 예산과 국민들의 돈을 엉뚱한 곳에 탕진하면서 제대로 된 선진경제로 도약할 기회들을 흘려보내고 있습니다. 정부와 정치권의 거듭된 무능과 정책실패가 우리 부모님과 자식 세대를 포함해 모든 이들의 삶을 피폐하게 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제와 사회는 이제 더 이상 견디기 힘든 극한까지 와 있습니다. 우리가 하루 빨리 공정한 경쟁규칙을 확립하고 사장된 자원이 최대한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활력 있는 경제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연구소는 제대로 된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건설하기 위해 많은 뜻 있는 분들과 합심협력해나갈 것입니다. 한국 경제가 더 이상 나락으로 빠지기 전에 제 궤도에 올려놓지 못한다면 앞으로 이 땅에서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죄를 짓는 것이 되니까요.  

 

 

더 많은 토론과 정보 공유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 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2. 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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