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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상당수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들과 건설업계는 꺼져가는 부동산 투기심리를 “1인 가구 증가로 향후 주택 수요는 계속 늘 수밖에 없다”는 주장으로 되살리려 하고 있다. 또 매출액의 상당 부분을 부동산 분양 광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당수 언론들도 이 같은 논리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이 같은 논리는 수년 전부터 한 광고기획사가 만들고 언론이 확대재생산한 ‘골드미스/골드미스터’라는 용어와 겹쳐져 정확한 현실 인식을 방해하고 있다.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들과 상당수 언론들의 ‘1인 가구 증가→주택수요 증가→ 분양주택 공급 필요’라는 도식은 늘어나는 1인 가구들이 대부분 주택을 살 수 있는 충분한 구매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즉 이들은 1인 가구가 대부분 상당한 소득과 구매력을 가지고 자기 개성을 추구하는 골드미스 또는 골드 미스터라는 것이다.
하지만 통계청이 발표한 1인 가구 추계치는 대단히 왜곡되어 있으며 부풀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1인 가구 급증은 집값 폭등과 청년실업 증가, 소득 부족으로 인한 결혼 지연,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독거 노인 가구의 증가 등 한국사회의 심각한 경제사회적 문제들을 반영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왜 그런지를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아래 <도표>에서 1인 가구는 전국적으로 2000년 222만여 가구에서 2005년 317만여 가구로 43%나 급증했다. 전국 1인 가구 연령별 증감 현황을 보면 30대와 45-54세, 75세 이후 연령대에서 특히 많이 급증했음을 알 수 있다. 75세 이후 고령층은 배우자와 사별한 독거노인 가구수가 급증한 때문이지만 비중은 크지 않다. 30-34세는 주로 결혼하지 못한 노총각/노처녀 그룹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45-49세는 주로 배우자와 이혼해 홀로 살고 있는 경우다. 이처럼 1인 가구의 증가는 젊은층의 만혼(晩婚) 현상과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독거 노인 가구의 증가, 이혼의 증가 등 최근 악화하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사회문제들을 고스란히 응축해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도표1>1인가구 현황; 통계청자료로부터 KSERI 작성
혼인 상태별로 1인 가구를 파악해 보면 2000년-2005년 기간 동안 이혼이 70% 가량 급증하고, 미혼 1인 가구도 49% 늘어났다. 배우자가 있는 경우나 배우자와 사별한 경우도 각각 38%, 28%씩 증가했다. 하지만 비중 면에서는 미혼 1인 가구가 47만 가구가 늘어나 전체 1인 가구 증가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즉 취업을 하지 못하거나 경제적 능력 부족으로 결혼을 제때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1인 가구의 경제력은 어떨까? 2005년 현재 전국 1인 가구 가운데 취업자 비율은 54%로 전체 15세 이상 인구의 취업자 비중 60.3%보다 상당히 낮다. 연령대별로 보면 40대 이후부터 취업 비중이 빠른 속도로 줄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연령대가 높아짐에 따라 전국 평균보다 훨씬 더 가파르게 취업 비중이 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 1인 가구의 평균 소득을 보면 경제력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아래 <도표2>에서 보는 것처럼 2008년 현재 1인 가구의 월 평균 소득은 131만원으로 2인 이상 가구의 월 평균 소득 327만원의 약 40% 정도에 불과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시정연)이 서울시에 거주하는 1인 가구의 월 평균소득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서울시내 1인 가구 가운데 월 100만원 미만 소득자가 45%, 100~200만원 소득자가 31%로 전체의 76%를 차지하고 있다. 1인 가구의 약 4분의 3이 월 소득 200만원 이하 저소득층인 것이다. 반면 ‘골드미스/미스터’라고 부를 수 있을 계층을 넓게 잡아 월 소득 300만원 이상이라고 할 때 해당 1인 가구는 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마디로 ‘골드 미스/미스터’는 재벌계 광고회사와 기성 언론이 상대적으로 소수의 사례를 부풀려 만들어낸 환상일 뿐 현실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도표2> 가구원수별 소득; 통계청자료로부터 KSERI작성
또 1인 거주 주택의 평형 구성비를 보면 19평 이하 소형 주택에 거주하는 비중이 86%로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서울의 경우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약 69%로 19평 이하 거주자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처럼 1인 가구의 급증 현상은 집값 폭등과 청년실업 증가, 소득 부족으로 인한 결혼 지연,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독거 노인 가구의 증가, 외환위기 이후 경제적 불안정 등으로 인한 이혼 증가 등 한국의 심각한 사회경제적 문제점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언론들이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 밑바닥 서민들의 경제적 고통과 충격이 1인 가구 증가라는 흐름과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들 1인 가구들의 대부분은 사회적 보호 또는 지원이 필요한 가구들이라고 할 수 있다. 상당수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들이나 언론 보도처럼 이들 1인 가구 대부분이 현재 계획돼 있는 중대형 위주 수도권 주택공급 물량의 유효수요층으로 보는 것은 상당한 무리가 있다.
따라서 주택정책적 측면에서는 이들 1인 가구들을 위한 저렴하고 질 좋으면서 독신자가 생활하기 편리한 공공임대/전세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할 필요가 있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독거 노인들이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는 ‘실버형 주택’ 모델을 개발해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역세권 등에 대규모로 공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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