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26월세 대책에서 월세에 과세하는 방안을 내놓았다가 이후 기득권 언론과 부동산업계 등의 반발에 밀려 사실상 대폭 후퇴하는 조치를 내놨다. 처음 월세 과세방안을 정부가 내놨을 때 나는 모처럼 현 정부 정책 가운데 적극적으로 찬성한 바 있다. 집주인들이 세입자에게 세금 부담을 전가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일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몇 년 동안 도시형생활주택이나 연립주택, 오피스텔 등의 공급 초과로 월세율이 꾸준히 떨어지고 있어 강남 일부 지역 등을 제외하고는 크게 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고 봤다. 그러니 월세 가진 집주인들과 부동산업계가 그토록 반발한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월세 과세를 도입하기에도 적절한 시기로 보았다.
그리고 근본을 생각해야 한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 근로소득세는... 일정한 소득 이상의 월급쟁이들이 모두 낸다. 그것도 빠져나갈 틈도 없이 원천징수당한다. 그런데 불로소득에 가까운 임대소득을 내는 집주인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집주인이 상대적으로 더 고소득자이거나 자산가인데도 그렇다. 지금까지 등록해서 세금을 내는 극히 일부의 임대사업자들의 경우에도 명목 세율과 상관 없이 각종 비과세 감면 혜택으로 실제 내는 실효세율은 2.48%로 OECD국가들 가운데 네 번째로 낮다. 한 번 생각해 보시라. 이게 조세 형평성 측면에서 맞는 이야기인가.
지난해 세법 개편으로 '유리알지갑'만 세금 부담 는다고, 최근 연말정산 환급금이 줄어 화가 난다고 하는 분들은 월세 과세에 적극 찬성해야 한다. 응당 걷어야 할 이런 임대소득 등에 대한 과세가 이뤄져 다른 세수가 늘지 않으면, 월급생활자 세금과 국민 모두가 내는 부가가치세 등만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지금도 재벌과 주식 큰손들, 부동산 부자들은 합법적인 틀에서든 탈법적이든 막대한 세금을 피하고 있다. 그 결과 한국의 소득 양극화는 극심해지고 있는데, OECD국가들 가운데 조세재정에 의한 소득 불평등 완화 효과가 압도적 꼴찌다. 언제까지 이런 현실을 두고 볼 것인가.
더구나 월세 과세는 정부가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다주택자들의 세금 부담을 늘려 집값 거품을 빼는 효과가 있다. 집값 거품이 빠지면 집값을 기준점으로 삼는 전세와 월세 임대료도 떨어지게 돼 있다. 대다수 서민가계에는 실보다 득이 훨씬 많은 조치다.
그래서 어제 정부가 다시 '3.5보완조치' 통해 각종 월세 과세조치에 대해 대폭 후퇴하는 조치를 내놓은 것이 안타깝다. 이 나라에서는 서민들은 수십 년 떠들어도 안 먹히지만, 기득권세력이 떠들면 단 며칠 만에도 보완대책을 내놓는 나라라는 걸 다시 한 번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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