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집값이 뜀박질하면서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이 다시 기로에 섰다. 대다수 다른 지역의 부동산시장이 비교적 안정되고 있으나, 유독 서울 집값만 가파르게 상승했다. 특히 7월 이후 가파른 상승세다. 최근 상황은 ‘투기억제책을 쓸수록 집값은 더 튀어오른다’는 이른바 ‘노무현정부 학습효과’라는 잘못된 믿음을 각인시킬 수 있어서 더 걱정이다.
하지만 잘못된 믿음과는 달리 노무현정부 때도 투기억제책 때문이 아니라 정책 일관성이 흔들리거나 당시 서울시와 정책 엇박자를 내면서 집값이 뛰었을 뿐이다. 이번에도 양상은 비슷하다. 우선 지방선거 직후 나온 종부세 개편안이 너무 약했다. 그러다 보니 부동산정책의 고삐가 느슨해지겠구나 하는, 정책 변경에 대한 기대감을 시장에 만들어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용산-여의도 통개발과 같은 박원순시장의 섣부른 개발 구상이 나와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 노무현정부 당시 서울시가 뉴타운개발 방안으로 서울 부동산시장을 자극한 것과 비슷한 엇박자를 결과적으로 만들어버린 셈이다.
어쨌거나 일은 이미 벌어졌다. 안타깝게도 정권 초기에 집값을 잠재우는 것은 쉬우나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생기기 시작하면 정책효과는 크게 줄어든다. 노무현정부가 초기에 집값을 잡았으나, 부양책 기조로 전환하면서 집값 상승을 허용한 2005년 이후에는 집값을 제어하지 못했던 것이 이를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최근 서울 집값 상승을 허용한 것은 매우 뼈아픈 대목이며, 문재인정부가 비상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노무현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부동산시장 안정이 문재인정부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그럼 기로에 선 문재인정부가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정책 일관성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전달한 계기가 된 종부세 개편안을 다시 강화해야 한다. 내친 김에 재산세까지 포함한 보유세 전반을 강화하기를 바란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밝힌 것처럼 다주택자나 초고가주택에 한정하는 수준으로는 크게 부족하다. 이와 함께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이 계속 밝히고 있는 것처럼 주택과 토지의 공시가격을 시세에 근접하게 현실화해야 한다. 이는 공정과세라는 측면에서도 피할 수 없는 과제다.
또한 정책 일관성 측면에서 엇박자를 내고 있는 임대주택 등록제를 상당폭 수정할 필요가 있다. 이 제도는 발표 당시부터 다주택자들이 각종 세부담을 줄이면서 시장에 매물 출회를 줄이는 효과를 낼 것으로 우려됐다. 그리고 실제로 현실로 나타났다. 다행히 김현미장관이 제도 수정을 언급했는데 투기적 다주택자가 각종 혜택을 찾아 숨는 구멍이 되지 않도록 크게 손봐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그동안 미뤄놓았던 개혁과제들까지 추진해 문재인정부의 강한 의지를 추가로 보일 필요가 있다. 시대착오적인 선분양제를 후분양제로 전면 전환할 로드맵을 제시하고,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등의 제도를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지지층의 신뢰가 확고해지고, 웬만한 저항에도 문재인정부가 머뭇거리지 않겠구나 하는 시그널을 시장에 전할 수 있다.
정부가 ‘핀셋규제’ 식으로 대책을 내놓는 방식도 재검토해야 한다. 이 같은 접근은 시장이 과열된 곳만 정조준한다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규제 수준이 다른 허점을 이용해 차익을 노리는 현상인 ‘규제 아비트라지’를 부추긴다. 투기세력들이 규제 수준이 허술한 지역으로 치고빠지면서 계속 시장을 교란시키는 것이다. 주택시장을 실수요시장으로 개편하는 것이 목표라면 청약규제나 재개발 재건축 규제, 주택대출 규제가 지역별로 크게 달라야 할 이유가 없다. 특정 지역의 집값이 오르고 나면 뒤늦게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는 식으로는 두더쥐잡기 게임처럼 뒷북을 칠 공산이 커진다. 투기적 수요를 허용치 않는 보편적 규제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공급부족론’에 휘둘리지 말았으면 한다는 것이다. 지금 서울 집값은 공급이 부족한 때문에 뛰는 것이 아니다. 투기적 가수요가 들끓어 상대적으로 공급이 부족한 것처럼 보이는 착시현상일 뿐이다. 더구나 실제 주택 공급이 크게 부족했던 90년대 이후로는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해서 집값이 안정된 적이 없었고, 오히려 뛴 적이 더 많았다. 노무현정부 때 판교신도시 개발과 최경환 전 부총리 시절 분양시장과 재건축 규제 완화를 통한 공급 확대정책이 대표적 사례다. 투기적 가수요 때문에 집값이 뛰는 상황에서 섣불리 공급을 확대하면 투기세력에게 먹잇감을 제공해 개발지 주변의 집값 상승을 더 부추길 뿐이다. 최근 국토부가 수도권 추가 공급을 발표하고, 이해찬 대표도 공급 확대를 강하게 주문했는데 ‘공급 부족론’에 휘둘리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 공급 확대 방안이 새로운 투기를 자극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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