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부 자영업자 대책, 두손이 정반대로 움직이는 꼴”
그는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미디어다음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한국경제가 '기술집약적 경제구조로 급변한 상황에서 재정확대책은 효과가 없다'거나 '부동산 거품을 빼지 않으면 한국 경제가 장기 침체로 빠져들 수 있다'고 경고하는 등 최근의 경기 악화를 사전 경고했었다.
또 올초에는 판교신도시를 첫 사례로 삼아 지속적으로 영구 임대주택 단지를 개발하면 집값을 안정시키고 중장기적으로 소비 여력을 만들어내 저출산 및 고령화 추세에 따른 복지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해 공영 영구임대단지 개발론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바 있다. 이 같은 주장은 최근 민주노동당과 한나라당 일부에서도 수용할 정도로 영향력을 미치기도 했다.그는 5월초부터 시작한 MBC 라디오의 '손에 잡히는 경제(손경제)'를 진행한 뒤부터 밀린 '본업'을 처리하느라 잇따르는 언론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고 있지만 미디어다음과의 인터뷰에는 흔쾌히 응했다.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잠재성장률 등 최근 한국 경제 상황 등에 대한 구체적 진단을 토대로 금리정책과 자영업자 문제에 집중했다. 두 시간여 동안 이뤄진 이날 인터뷰도 예전 인터뷰처럼 일문일답식이라기보다는 사실상 '강의식'으로 진행됐고 구체적인 근거와 날카로운 분석에 근거한 그의 논지 또한 여전히 거침이 없었다.미디어다음은 그와의 인터뷰 내용을 자영업자 문제와 금리정책을 주제로 두 차례에 나눠 소개한다. 먼저 자영업자 문제와 관련해 김소장은 자영업자 문제는 단순히 개별 자영업자 단위로 다룰 게 아니라 상가 단위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는 1)부동산 정책 측면에서 상가 단위별로 특색을 갖출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개발하며, 2)문화산업, 관광산업적 관점에서 외국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도록 주상형, 상공형, 체험형 등으로 상가별로 특색 있게 개발해야 하고 3)이 같은 체계적 개발이 가능하도록 정부와 정치권의 법적, 제도적 정비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그는 자영업자 문제가 지금처럼 심각해진 데 대해 "한국경제가 구조적으로 변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올바로 인식하지 못한 정부, 정치권, 나아가서는 유권자들의 인식의 오류와 전문성 부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색깔론 등 구태를 되풀이하면서 정작 국민들의 삶의 문제를 해결할 구체적 정책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정치권과 무능과 도덕적 해이로 구시대적인 정책을 생산하는 정부부처를 강하게 비판했다.한편, 그는 '손경제' 진행 이후 "건강상의 문제가 심각하다"며 손경제 진행을 조기에 끝내고 싶어하는 뜻을 내비쳤다. 다음은 그와의 인터뷰 내용.
-MBC 라디오의 '손에 잡히는 경제' 프로그램 진행을 맡은 지도 한 달여가 지났다. 프로그램을 맡기 전부터 연구소 운영 등의 문제로 여러 차례 프로그램 진행을 고사했던 것으로 아는데 실제로 해보니 어떤가.
이제 방송을 한 달여 정도 했는데 자영업자 문제나 증권집단소송제 문제 등 이전에 잘 안 다루던 진지한 주제들을 다루면 정부나 관련 기관에서 반응이 즉각 오는 것 같다. 방송 매체가 직접 감정을 전달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시간의 제약을 크게 받는 방송의 근본적인 한계나 기존 방송의 제작 관행이나 시스템 등 때문에 부담을 많이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사측은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려고 많이 애쓰는 것 같다.
하지만 지금 건강상의 문제가 심각하다. 방송 시간은 25분이지만 실제로 들어가는 시간은 6시간이 넘어 오전 시간을 다 써야 한다. 그러니 다른 일들이 밀려 연구소 운영을 하기가 벅차다. 그러다 보니 체력적으로 버티질 못하겠다. 건강이 위협 받을 정도다.
솔직히 문화방송 측에는 미안하지만 조기에 그만두고 싶다. 이 같은 뜻도 전달했는데 문화방송측은 그래도 당분간은 계속 해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건강상 한계 상황에 와있다. 빠른 시일 내에 방송을 그만두고 본업인 연구소 일에 전념하고 싶다.
자영업자 대책은 세 가지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다뤄야 한다. 먼저, 부동산 정책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 부동산 정책에 주택정책만 있는 게 아니다. 상가정책도 부동산 정책의 양대 축이 돼야 한다. 상가 문제를 빼놓고는 자영업자 문제를 얘기할 수 없다. 상가들이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점과는 1대1로는 경쟁을 할 수 없다.
시장 시스템 안에서 공생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데 자영업자 개인에 초첨을 맞춰서는 해결이 안 된다. 상가 단위로 정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해결이 안 된다. 이탈리아나 일본이나 프랑스 등 외국에서는 상가 단위로 가게들의 스타일이나 디자인 등이 통일적으로 정비해 경쟁력을 갖게 한다. 대형 할인점은 만물상처럼 구색을 갖추면서도 저가로 경쟁력을 높이고, 백화점은 고가이면서도 문화적인 프로그램으로 채운다.
상점은 그 중간 지점에서 백화점이나 할인점이 할 수 없는 특색을 가져야 하는데 그게 문화 이벤트다. 따라서 상가 정책은, 상가를 어떻게 조성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정책과제이다. 이는 향후 10년, 20년을 내다보고 단계적으로 해나가야 한다.
둘째로, 상가 정책을 하드웨어적인 차원뿐만 아니라 관광산업, 문화산업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으면 상가 고유의 차별화된 영역을 구축할 수 없다. 백화점이나 할인점 등이 내수 고객을 타깃으로 한다면 상가는 외국관광객을 유치해야 한다.
외국에 나가면 우리도 그 지역의 상가 등에서 많이 쓰지 않느냐.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관광객들이 백화점에 가서 예전 같은 고가 소비를 하지 않는다. 외국 관광객 일인당 지출액이 2000년 1280달러에서 지난해에는 980달러 정도로 줄었는데 그 정도 쓰는 사람들이 백화점 가서 물건 하나 제대로 사겠느냐.
유럽이나 일본, 미국에서처럼 외국 관광객이 돈 쓸 데가 우리나라에 거의 없기 때문이다. 서울에 와도 돼지갈비나 불고기나 먹고 남대문시장 등에서 싸구려옷이나 한 두 벌 사가지 그 외에는 쓸 곳이 없다. 상가의 경쟁력을 키우려면 상가를 관광산업이나 문화산업화해야 한다. 입국하는 외국 관광객 수가 2000년 500만명에서 더 이상 안 늘고 있다.
내국인의 해외 관광 소비는 계속 늘고 있는데 외국 관광객이 들어와 이를 상쇄하게 해야 한다. 외국인들이 들어와서 쓰게 만들려면 상가 단위로 개발해 관광산업화, 문화 산업화해서 상가별로 특색을 갖춰야 한다.
우리는 상가를 개발한다고 하면 주상복합으로 생각해 건물을 지어서 분양하는 식으로 끝내버린다. 그런 식으로는 전국 어디를 가도 똑같은 상가가 된다. 어떤 경우는 주상복합, 어떤 경우는 상공복합으로 개발하고 또 다른 경우는 체험형 상가로 개발해야 한다.
예를 들어, 도심 한가운데일 경우 1층은 상가, 2층 이상은 주거용으로 개발하고, 전문화된 상가 경우에는 1층은 의류상가, 2,3층은 관광객이 주문할 경우 바로 맞춰줄 수 있는 상공형 상가가 돼야 한다. 좀 외곽으로 가면 지역의 문화적 특색을 즐길 수 있게 체험형 상가로 개발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문화예술의 도시라는 광주의 경우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산수화, 수묵화 등을 그릴 수 있는 체험을 하게 해주어야 한다. 또 주상이나 상공형은 상가를 만들 때 이벤트홀이나 중앙광장을 만들거나 비나 눈이 올 때를 대비해서 아케이드를 만들어 가수 등 연예인들이 공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상가를 그렇게 만들어야 서비스의 파이도 커진다. 지금은 그런 경쟁력이 없으니 관광 문화산업 진흥이라고 떠들었는데 한 게 뭐냐. 딱 하나 한 게 게임산업이다. 상가 문제를 소홀히 생각할 게 아니라 이게 우리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돌파구이기도 하다.
한국 경제의 성장구조가 바뀌어서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과거 자본 집약적 형태의 성장 단계에서는 생산직 중심의 고용이 이루어졌지만 지금은 기술중심의 고용만 이뤄지고 있어 고용의 미스매치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경제성장의 패러다임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종래 인력을 기술직으로 훈련시켜 고용하든지, 그렇지 않으면 결국은 비정규직으로 가든지, 자영업으로 독립하든지 하도록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현 상태로는 자영업으로 가는 출구가 꽉 막혀버린 것이다.
세번째는 법적 제도적 측면에서 다룰 필요가 있다. 상가가 차별화 된 특징을 갖고 있으려면 동일지역이라도 다양한 특성을 가진 상가가 돼야 한다. 현재는 상가 점포들이 모두 사유재산이라는 이유로 저마다 들쭉날쭉 지어놨다.
하지만 상가 단위로 체계적으로 개발하려면 불가피하게 사유재산을 제약할 경우들이 생겨난다. 외국, 특히 유럽의 경우에는 강력한 법적 제약을 가한다. 이탈리아나 프랑스는 사유재산이라고 해도 자기 점포에 마음대로 손을 못 대게 한다. 간판 같은 것을 통일적으로 정비하게 한다.
우리는 법으로 해도 안 되는데 유럽에서는 상가번영회 같은 것을 조직해서 자발적으로 하도록 한다. 어느 정도 법적 틀에 맞는 안을 갖고 오는 상가는 대폭 지원해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예를 들어, 가족들이 쇼핑할 때 다 차로 가는데 상가가 집객(集客) 능력을 가지려면 주차장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도심에서 주차장을 갖는 것도 어렵고 주차타워를 세우는 것도 꼴불견이다. 그럴 때는 상가 개별 단위가 아니라 도심지에 대규모 공영 주차장을 개발하고 퇴근 이후에는 상가 주차장으로 연계시켜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런 대책들을 단기적이고 단발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10년, 20년 후 지역경제발전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현해갈 것인지 비전과 철학을 갖고 단계별로 목표를 설정하고 연차별로 가야 한다. 1차 9년, 2차 9년 이런 식으로 단계별로 차근차근 진행하는 계획이 수립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 같은 법적, 제도적 정비를 하려면 사유재산의 제약이 불가피한데 이는 정치권의 합의 없이는 절대 불가능하다. 우리는 정책의 기획이나 입법이 기형적으로 돼 있다. 원래 정책입법은 여야 정치권이 합의를 통해 추진해나가야 한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정치권은 놀고 있다가 정부 부처들이 눈치 봐서 적당하게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언론이 떠들면 부동산 개발업자 이익 챙겨주고 정치권 줄 대서 승진하는 식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행정 부처가 만든 안을 정치권에 가져오면 상급 기관이 평가하는 식으로 '왜 이런 식으로 해왔어' 대충 호통치다가 그대로 통과시켜 버린다. 이런 상태로는 안 된다.
비정규직 800만, 자영업자 500만명 등 1300만명의 유권자들도 문제다. 왜 이런 정치인들을 뽑아서 국회로 보냈느냐. 유권자들도 대오 각성하지 않으면 이 나라의 장래가 없다. 자영업자 문제는 바꿔 말하면 서비스 활성화 방안이다.
넌센스를 하나 말하면 김대중 정부 때 외환위기 터진 이후인 99년경 실업자가 많이 생기니, 실업을 해소한답시고 서비스업 창업을 적극 지원하는 소상공인 지원사업을 벌였다. 은행융자 등을 통해 이 사업에 2조원이 넘게 지원됐다.
그런데 그때 정책을 만들고 나서 잘 되고 있는지, 성과를 내고 있는지는 한 번도 제대로 점검하지 않았다. 후속 대책들을 만들어 추가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에는 내던지고 한 편에서는 부동산으로 경기를 띄운 것이다. 자영업자들이 그때 다 넘어진 것이다.
한 쪽에서는 자영업자를 세금으로 지원해주고 다른 한 편으로는 부동산으로 경기 부양한다고 부동산 팍 튕겨서 자영업자들이 임대부담 때문에 망하게 했다. 양손이 완전히 정반대로 움직였던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지금 와서는 자영업자들이 대책 없이 늘어나 문제다라고 엉뚱한 탓을 하는데 지금 실업자나 퇴직자가 뭐 해먹고 살 거냐.
자영업 말고는 대책이 없다. 서비스업 경쟁력 강화 방안이라고 해서 3월에 각 부처별로 종합대책안을 내놓는다고 했는데 어느 부처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자영업자 문제는 앞서 언급한 세 가지 대책이 따로 따로 가는 게 아니라 종합적이고 상호 연관돼야 한다. 이것은 범 정부차원뿐만 아니라 정치권까지 포함해 공동의 과제이다. 이런 식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자영업자 문제를 해결하고 서비스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의 자영업자, 서비스업의 문제 등에 관한 정책 실패나 과오가 빈발되는 것은 참여정부만의 문제라고만 할 수 없다. 한국경제가 구조적으로 변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올바로 인식하지 못한 정부, 정치권, 나아가서는 유권자들의 인식의 오류와 전문성 부족 때문이다.
경제성장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는데 여전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새 패러다임 양식에 걸맞은 경제 행동 양식, 정치 행동양식, 정부의 역량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해 생기는 혼란이다.
우선 유권자는 과거 정치 패러다임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일차적으로 17대 총선을 통해 세대교체라는 변화된 행동 양식이 어느 정도는 나타났지만 부족하다. 지금보다 더 과감해져야 한다.
지금의 정치세력으로서는 한국 경제와 유권자들의 장래를 기대할 수 없다. 여전히 구시대적인 패러다임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다. 소위 대권 후보자들뿐만 아니라 국회의원들 역시 과거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서 정말 한국경제와 사회를 책임지고 이끌 전문적 역량을 가진 새로운 리더, 새로운 세대를 선택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일차적인 책임은 유권자들에게 있다.
두 번째로, 정치권의 경우에 여야를 막론하고 자영업자, 비정규직 문제 등 모든 절체절명의 문제로 많은 국민들이 고통받고 힘들어 하는데 과연 이 문제에 대해 어느 누가 정면으로 달라붙어 고민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하나. 없다.
여당은 여당대로 무슨 노선 투쟁이니 뭐니 하고, 야당은 야당대로 대안을 낸다든지, 나름대로 차별화된 정책을 내는 것이 아니라 여당의 실수만을 바라고 있다. 굿만 보고 떡만 먹겠다는 심산이다. 그런 야당이 왜 필요하냐. 심지어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색깔론과 같은 20, 30년 전의 저차원적 구태를 되풀이하고 있느냐.
지금 정치 구도에서는 정책적 역량의 측면에서 여야를 비교 평가할 수 있는 거리가 전혀 없다. 서로 욕질하고 싸우고 인신공격하는 것이 전부이지. 그런 것이 정치인양 과거의 구태를 계속 하고 있다.
다음으로 정부가 문제다. 이미 우리 경제 성장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는데도 도덕적 해이나 무능력 때문에 바뀐 패러다임에 맞지 않는 구시대 정책을 쓰고 있다. 여전히 부동산을 통해 경기부양을 해야 한다는 둥 엉뚱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과거 중후장대 경제에서는 경기부양 등 재정정책이 맞았다. 기업들이 대형 설비를 갖추면 고용이 팍 늘어났다. 하지만 지금은 기술 집약적 경제 단계에 이미 와 있다. 대부분이 첨단산업 쪽이다. 기술 개발 투자가 관건이 되는 경제가 돼버렸다. 이 상태에서 투자 예산을 두 배를 늘려준들 연구인력이 한정돼 있는데 연구성과가 나오겠나.
또 설사 설비투자를 하려고 해도 기업이 기술개발을 해서 성공을 해야 설비투자가 일어난다. 기술개발 투자를 해서 성공하기까지 몇 년이 걸릴 지도 모른다. 투자해서 성공할 확률도 잘해야 2,3%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상태에서는 재정확대책을 한다고 한들 경기 부양의 효과가 없다. 30년대 대공황 시기에 탄생한 케인지안 방식의 재정확대책을 쓴다는 것은 넌센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