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인사’로 내려온 구본홍 <와이티엔>(YTN) 사장이 9월 1일 단행한 인사발령을 두고 YTN 노조는 ‘낙하산 사장’의 인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비상 총회를 열어 파업에 돌입할 태세입니다. 또한 사원 인사를 받은 노조원들이 기존 소속부서에서 근무를 계속하는, 한국 언론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YTN의 간판 프로그램중 하나인 '돌발영상'이 불방될 위기에 처했다고 합니다. 구본흥 사장이 1일 징계성 사원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저께까지 YTN에서 돌발영상을 진행하고 있던 임장혁 '돌발영상팀' 팀장을 뉴스팀 사회 1부로 발령을 냈기 때문입니다. YTN 노조원의 말에 따르면, 임팀장은 그동안 '낙하산 인사'에 대해 강력히 반대했던 사람 가운데 한 명이었다고 합니다. 그런 구사장이 임 팀장을 징계대상으로 삼으면서, 돌발영상까지 폐지하려는 수순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옵니다.
이처럼 YTN 상황이 급박해지고 있는 가운데, 공정방송이라는 소명의식으로 똘똘 뭉친 ‘정의의 기자들’도 많습니다. 아래에는 이번 YTN사태에서 언론인의 정의와 양심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YTN 기자 세 분의 글을 소개합니다. 먼저 9월 2일 오후 임장혁 돌발영상 팀장이 ‘돌발영상을 어떻게 해야겠냐’는 제목으로 사내게시판에 직접 띄운 글을 소개합니다. 이어 국제부 신웅진기자(베스트셀러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의 저자입니다)의 글을 소개합니다. 그리고 최근까지 서울시청에 출입하다 현재 뉴스제작팀에 근무하는 김수진 기자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에 띄운 ‘저희 YTN은 40일 넘게 싸우고 있습니다'라는 글을 소개합니다. 김기자의 글은 8월28일에 쓴 것이지만, 그동안 YTN사태의 진행과정을 잘 정리하고 있어 그동안 사정을 잘 모르시는 분들은 김기자의 글부터 읽는 것도 좋겠습니다.
YTN 돌발영상팀장의 글-'돌발영상을 어떻게 해야 합니까"
1. 오늘 아침 상황
4년 가까이 해오던 대로 오늘 오전 방송분을 편집하고 런다운(*구체적인 방송 내용 시나리오에 해당한다고 하네요. 좀더 잘 아시는 분은 댓글에 좀 달아주시면 좋겠습니다-퍼나른이의 주)과 자막 작성을 위해 뉴시스(*통신사 이름이 아니라 YTN사내의 프로그램 제작 시스템이라고 합니다-퍼나른이의 주)를 열었습니다. 그제서야 제가 어제 저녁 돌발영상팀에서 사회1부로 발령났다는 사실이 새삼 실감이 됐습니다. 저녁에 인사 내고 바로 다음날 아침 런다운 작성권을 없애버린 사측의 순발력에 감탄할 따름이었습니다. 촉박한 방송시간에 맞추기 위해 부랴부랴 후배의 아이디를 빌려 자막을 쓰고 녹화를 해야 했던 제 신세에 개탄할 따름이었습니다.
2.지금까지의 돌발영상
돌발영상은 현재 저를 포함한 3명의 기자가 하루 1꼭지씩을 맡아 3꼭지를 제작해 광고를 붙여 10분 내외의 일일 프로그램으로 방송하고 있습니다. 물론 소재가 없거나 1명이 휴가 등으로 결원될 경우 2꼭지씩 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가, 혹은 시청자들이 머리 속에 넣고 있는 ‘돌발영상’의 개념은 아직까지는 3꼭지 프로그램이 아닌, 5년여 전 출범한 3분짜리 단일 돌발영상입니다. 이 3분짜리 돌발영상은 거의 전적으로 제가 맡아서 해 왔고, ‘오늘 문득’이나 ‘돌발사전’ 등 다른 두 꼭지는 함께 있는 후배 기자들이 제작했습니다.
제가 도맡아 제작한 돌발영상은 2003년 노종면 선배가 시작해 2005년 가을 제가 넘겨받아 지금까지 이어져 온 만큼, 단 한차례만 제작자가 바뀐 셈입니다. 당시 인수인계 과정은 넉달이 조금 넘었습니다. 그리고 당시 인사는 돌발영상 제작의 연속성과 효율성을 위해 인사권자와 돌발영상팀의 충분한 사전 조율을 거쳤고, 이후에도 후배기자들의 인사나 AD,작가들의 신규채용 등도 한달 정도의 여유를 두고 돌발영상팀의 의견을 반영해 이뤄져 왔습니다.
3. 지금의 돌발영상
그런데 이번 회사의 한 축이 사장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람에 의해 이뤄진 갑작스런 인사는 아무런 인수인계 과정없이 하루아침에 이뤄졌고 제 자리에 오도록 발령난 다른 기자는 돌발영상에 대해 누구에게서도, 어떤 말도 들은 적이 없는 상황이며, 저는 런다운 작성권 마저 빼앗겼습니다. 그리고 인사를 거부할 경우(이대로 계속 돌발영상을 만들 경우) 징계할 것이라는 경고만 있을 뿐입니다.
현 상태라면 아무리 훌륭하고 뛰어난 기자가 제 자리에 대신 오더라도, 그 기자의 능력과는 전혀 상관없이 최소한 한 달 이상은 불방사태가 뻔합니다. 이런 사정을 뻔히 아는 몇몇 간부들이 불방 사태를 감수하고라도 구씨를 안착시키기위해 인사를 강행한 무책임함에 참으로 개탄합니다.
“오늘 누구와 식사를 했는데, 돌발영상 얘기 밖에 안 하더라”“모 인사가 돌발영상 팬이라더라”“돌발영상은 YTN 간판이다”라는 말로 격려를 하시던 간부 선배들의 말씀이 불과 두세달 전입니다. 그런 분들이 구씨 한 명을 위해 돌발영상 불방을 결정한 것입니다.
물론 돌발영상은 한동안 문을 내려도 문제없을 만큼 YTN 내에서 별 것 아닌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시청자와 타 언론사에서는 돌발영상을 애청하거나 주목하고 있습니다.
주주총회장에 가려고 집단으로 연차휴가 내서 하루 불방시킨 놈이 무슨 자격으로 불방사태 운운하냐고 비난하실 간부들도 계실 겁니다. 당시 일에 대해서는 신중치 못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면서, 한편으로는 프로그램 제작권이 침해받는 지금의 사태를 어느정도 예견한 나름대로의 투쟁이었다고 변명, 또는 해명하고 싶습니다.
4. 앞으로의 돌발영상
저는 이번 인사의 물리적 결과가 될 수 있는 ‘불방사태’ 보다는 그 ‘의도성’에 더 주목합니다. 앞서 말한대로 인사에 개입한 간부들은 돌발영상 불방사태를 뻔히 예견했을 겁니다. 그런 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돌발영상을 인사대상에 넣지는 않았을 겁니다.
구본홍씨의 지시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합니다. ‘돌발영상 불방을 감수하고라도’가 아닌, ‘이제 돌발영상을 하지 말라’는 의도가 분명해 보입니다. 몇 달의 인수인계가 필요한 자리를 기습 교체하고, 몇 시간도 안돼 런다운 작성권을 빼앗고, 인사에 따르지 않으면 징계하겠다는 것은 ‘돌발영상을 없애겠다’는 것입니다. YTN에 굴러온 돌을 통한 정권 차원의 돌발영상 폐지 수순이라고 해석합니다.
5. 더 먼 미래의 돌발영상을 위해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불방시켰던 보도국장을 거세게 비난하며 돌발팀에 밥 사줍시다라고 외치셨던 한 심의위원님과, 주주총회 참석을 위해 연차를 내고 돌발영상을 하루 불방시킨 일에 대해 엄한 채찍질을 가하셨던 많은 부장급 선배들께 묻습니다.
-돌발영상이 당장 펑크가 나는 마당에, 저는 구씨의 인사지침에 따라 사회1부로 조용히 가 있어야 하는게 맞습니까?
구본홍씨를 받더라도 공정방송 약속만 확고히 받아내면 되지 않냐고 말씀하시는 선후배들께 묻습니다.
-부팀장 인사는 실국 자율에 맡긴다고 한 다음날 부팀장 인사를 단행하고, YTN 조직의 안정과 건강성을 위한다면서 정치, 경제 등 주요 취재부서를 겨냥한 보복성 인사를 단행하고, 돌발영상과 별의별 뉴스 등의 특화코너를 키우겠다면서 돌발영상 불방을 강요하는 구씨의 지금 행태는 이미 공정방송을 크게 침해되고 있는 것 아닙니까? 이런 인사에게 받은 약속이 언제까지나 지켜질 것이라 믿어야 합니까?
정권과 싸우자는 얘기냐며 노조의 비현실적인 투쟁이 회사를 망치고 있다고 걱정하시는 사우들께 묻습니다.
-정권과 구씨에게 항복한 뒤, 지금과 같은 줄세우기로 길들여지며, 지금과 같은 구씨의 어떠한 인사횡포와 전횡에도 아무말 못하고, 그저 시키는 일만 적당히, 옆에서 아무리 부당한 일이 일어나도 조용히, '내 일 처럼' 적극적으로 해왔던 뉴스를 이제는 ‘사고없이, 찍히지 않게’ 조심조심 소극적으로...이런 조직이 정권과 싸우는 상황보다 훨씬 나은 걸까요?
돌발영상의 방송을 유지시켜야 할 사측은 ‘인사 거부에 따른 징계’를 내세워 돌발영상 불방을 강요하는 반면, 낙하산 반대 투쟁을 위해 제작거부를 수단으로 삼을 수도 있는 저는 ‘징계를 감수하고’ 방송을 해야 하는 기가 막힌 상황입니다.
사측과 선배들의 지시에 의거한다면, 오늘 방송된 돌발영상 프로그램은 회사의 지시를 어기고 제작한 사규위반 방송이 되며 저의 사규위반 방송을 위해 부조작업을 하신 스탭들과 사규위반 방송을 송출한 주조정실은 본의아니게 사규위반에 동참하신 셈입니다.
청와대에서 내려보낸 대선특보 출신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이런 상황을 개탄만 하고 있지는 않겠습니다. 이미 돌발영상팀 3명 전원이 징계 심의 대상자 명단에 포함되고, 저를 포함한 두 명이 고소장에도 이름이 오른 마당입니다. 저는 지금까지보다 더욱 더 적극적으로 싸울 것입니다.
국제부 신웅진 기자의 글-<나도 처벌하시오 !>
6명 고소, 그리고 76명 징계 심의.
나름 전략적으로 선택한 명단이겠지요. 딱 그 숫자만큼만 회사에 항명한 것이라 믿고 싶겠죠.그들만 처벌하면 항복할 것으로 생각했나요? 물론 심의 과정에서 숫자는 더 줄겠죠.
제 이름이 명단에 빠진 것에 대해서는 일단 감사합니다. 그래도 저를 예쁘게 봐주신 거니까요. 하지만 그런 혜택(?) 사양하겠습니다. 같은 편이 아니니 저도 잡아가세요. 명석한 분들께서 혹시 실수로 빠뜨린 것은 아니겠죠? 나름대로 채증을 하셨다면 잘 살펴보세요.
저 역시 많은 노조원들과 더불어 주주총회를 저지하려 했고 사장실을 점거한 채 구호도 외쳤으니 말이죠. 공정방송을 위해 싸우는 노조원들은 훨씬 많답니다. 명단에서 빠지면 회사편이 될 거라는 착각은 말아주세요.
부당한 인사가 난 뒤 소집된 비상총회에 100명가량이 모였다고요. 그 숫자가 적어 보였나요? 그 숫자가 전부로 보였나요? 그 뒤에 어린 더 크고 많은 분노를 보지 못했나요?
저 자신은 개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지만 밖에서나마 내내 치를 떨어야 했습니다. 현상과 본질을 동시에 꿰뚫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던 선배들은 다 어디 갔나요? 그나마 보이는 것도 믿고 싶지 않았던 거겠죠.
저 자신 그동안 노조게시판에 눈도장만 찍고 그저 조용히 노조의 지침만 따랐습니다. 하지만 더는 침묵하지 않겠습니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나머지 조합원 동지들도 이대로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
부팀장 선배들에게 한 번 더 호소합니다. 옳은 것을 위해 이제는 제발 행동해 주세요. 달갑지는 않겠지만 누구에게나 퇴직의 순간은 옵니다. 지난날을 돌이켜 후회할 일을 남기지 말아야죠.
언론인이란 무엇보다 명예를 먹고사는 사람들 아닙니까? 감히 조언합니다. 제가 입사했던 94년,,, 대한민국 언론의 새로운 역사를 쓰겠다며 수송동 사옥으로 모여들었던 선배들은 정말 큰 사람들이었죠. 제가 잘못 본 거였나요? 그렇게 믿고 싶지 않습니다.
MB 특보출신 구본홍씨를 위해 그동안의 자존심과 신념을 버릴 건가요? 저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뉴스제작팀 김수진 기자의 글-저희 YTN은 40일 넘게 싸우고 있습니다
저는 YTN에서 일하고 있는 6년차 기자입니다. 저희 회사 노조가 날치기 주총에서 사장으로 선임된 구본홍 출근 저지에 나선지가 벌써 40일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여러가지 우여곡절이 있었고 꽤 질기게 버텼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정권이 급해졌는지 참 치졸한 방식으로 협박을 해옵니다. 울화통이 터져서 이 밤중에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YTN은 그동안 목숨처럼 지켜온 365일 24시간 생방송 뉴스를 멈출지도 모릅니다. 수습 기자때 귀가 따갑도록 듣던 말이 '보도는 신속 정확 공정해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성이라고요.
공정성을 잃으면 기사는 가치를 잃게 됩니다. 언론은 선출된 권력은 아니지만 국민을 대변해 취재하는 것이고 언제나 그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그렇게 배웠고 잘 지키려고 노력했습니다. (혹시 그렇지 못한 사례가 있었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공정방송을 하지 못한 경우가 있었더라도 늘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희 와이티엔 사원들은 '공정방송' 그 한가지를 지키기 위해 40일이 넘도록 싸우고 있습니다. 직원이라고 해봐야 몇 백명밖에 안되는 작은 회산데 임명 받고도 이렇게 오래 출근도 못하게 될 줄은 구씨도 몰랐을 겁니다.
이제 저희 투쟁도 기로에 서있습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KBS도 이제 정리됐는데 너네도 이제 곧 상황 끝나겠구나. 어차피 주총에서도 통과돼 절차적으로 하자가 없는 사장인데
구본홍을 그냥 받아들이고 공정방송 하겠다는 약속을 받으면 되는 것 아니냐." 그러나 구본홍씨가 절대 정권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공정방송에도 관심이 없다는 증거가 지난 40여일간의 투쟁 과정에서 점차 드러나더군요.
구씨는 태생적으로 이명박 대선캠프 언론특보라는 한계를 지니고있는 사람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하고자 하는 신문과 방송의 겸영 그 최전선에 설 사람입니다. 신문 시장 여건이 나빠지면서 방송으로 진출하려고 하는 보수지에 방송을 먹이로 던져주려 하는 게 이명박 정부의 목표입니다.
물론 보수지는 보수신문으로서의 역할이 있겠죠. 같은 언론인으로서 보수신문의 존재를 인정합니다. 그러나 와이티엔이 보수신문에 먹힌다면 더이상 와이티엔은 와이티엔이 아닙니다. 방송은 그나마 지키고 있던 최소한의 중립성마저도 완전히 잃게 됩니다.
사장이 되면 절대로 보도에 관여하지 않고 경영만 하겠다던 구씨는 최근에 보도국의 독립성을 완전히 짓밟는 인사를 했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부팀장을 싸그리 바꾸는 인사를 낸것이죠. 원래 언론사에서는 보통 보도국장이 부팀장 인사를 합니다. 와이티엔은 현재 보도국장이 공석인데, 그 와중에 바뀐 지 4개월밖에 안 된 부팀장을 모두 바꾼 것이죠.회사 사정도 모르는 구씨가 인사들을 알리 없습니다. 구씨 쪽에 줄을 선 몇몇 간부들 말만 듣고
엉터리 인사를 했습니다. 앞으로 보도국장을 뽑아야 하는데, 완전 허수아비 예스맨으로 만들겠다는 얘깁니다.저희 사원들은 인정할 수 없는 구씨가 낸 인사를 받아들이지 않고 부장의 업무 지시를 모두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냥 부장을 무시하고 알아서 일하고 있죠. 이제 곧 사원 인사를 한다고 합니다. 사실 사원 인사 역시 우리가 거부할 것이기 때문에 이를 빌미로 징계를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징계를 하면 저희를 와해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며칠 전에는 회사에 출근을 못하게 해서 월급 결재를 못했으니 월급을 못 받아도 원망하지 말라는 황당한 소리를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출근 저지 투쟁은 40일이 넘었지만 지난 달에도 구씨가 회사에 못 들어왔어도 월급은 꼬박꼬박 잘 나왔습니다. '월급 장난'에 화가난 노조원들이 더 똘똘 뭉치자 이번에는 공중파 수준으로 월급을 올려주겠다고 당근을 내밀더군요. 저희도 생활인인데 가끔 그런 말에 솔깃할 때도 있죠. 그러나 돈만을 바란다면 그냥 샐러리맨을 했지 왜 기자가 됐겠습니까. 구본홍이 그만한 돈을 벌어올 인물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저희가 원하는 건 오직 공정한 보도를 위한 환경 뿐입니다.
구본홍씨는 자기 권력욕에 눈이 벌개서 이런 온갖 치사한 방법을 써서라도 자리에 앉고 싶은 생각 뿐이지 공정방송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당연히 정권의 입김에 맞서서 외압을 막아줄 리 없을 거라고 예상됩니다.
만약 회사가 사원 인사를 내고 이걸 빌미로 징계절차에 들어가면 와이티엔 노조도 파업 수순을 밟을 겁니다. 93년에 회사가 세워진 이후로 저희는 단 한 차례도 파업을 한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외환 위기때 육개월동안이나 월급을 못 받았어도 바보처럼 참으면서 버틴 선배들이 살린 게 와이티엔입니다.
와이티엔 노조는 외환위기때 사실상 사측이 경영을 포기했을 때 생겨나 '경영하는 노조'의 성격이 강합니다. 그동안 임단협 등에서 임금 인상등을 이유로 파업하거나 파업을 조건으로 건 적 조차 없습니다.
지난 15년동안 일년 365일 중 단 하루도, 아니 일분 일초도 생방송을 멈춘 적 없는 그런 저희가, 매일 출근 저지한다고 새벽부터 회사에 모여 집회하면서도 생방송을 멈추지 않기 위해 기술 스텝들은 돌아가면서 집회에 나오고, 기자들은 집회하는 틈틈이 출입처 나가고 기사쓰고, 일하면서 투쟁하면서 그렇게 목숨처럼 지켜온 24시간 뉴스를 멈출지도 모릅니다.
파업을 하면 사측은 임단협 사안이 아니니 불법 파업으로 규정하고 노조원들을 사법 처리하겠다는 수순을 밟겠죠. 공정방송하겠다는 기자들을 감옥에 쳐넣어서라도 자기네 입맛에 맞는 언론사를 만들겠다는게 이 정부의 본색입니다.
써놓고 보니 그동안 내가 얼마나 공정한 보도를 하려고 노력했는지 다시 한 번 반성하게 됩니다만, 혹시라도 이 글을 본 회원 여러분들이 공감해 주시고 와이티엔을 응원해 주신다면 큰 힘이 날 것 같습니다.
(사족: 잠시 저희 회사의 소유 구조 설명을 위해 덧붙이자면 오늘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까지 갑자기 뜬금없이 와이티엔 주식 매각을 언급했더군요. 사실 차관이 우리 회사 얘기를 언급하는 것부터가 웃기죠. 신차관은 YTN 사장에 대해서 와이티엔은 주식회사니까 이사회에 물어보라고 했었는데 자기 말을 뒤집고 또 말을 꺼낸겁니다. YTN 대주주는 한전 KDN, KT&G, 우리은행, 한국마사회, 미래에셋 등이고 이들 주식이 50% 이상을 차지합니다. 대부분이 공기업이니 간접적으로 공기업 성격이 있지만 주인은 없는 게 YTN이고 그래서 그나마 그동안 공정방송을 지키려는 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신 차관은 정부가 YTN 보유 주식을 모두 매각할 것이며 이미 일부를 시장에서 팔았다고 말했습니다. 공기업 협박해서 저희 회사를 민영화 시켜버리겠다는 협박인 거죠. 급하긴 급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