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가 뱁새 집에 들어가 자기 알을 낳습니다. 뻐꾸기 새끼는 뱁새 새끼보다 2,3일 먼저 태어나는데 자기가 태어나면 뱁새 알들을 갖다 버립니다. 그리고는 자기가 새끼 행세를 한다. 지금 우리 사회가 꼭 그렇습니다. 내부고발한 양심적인 사람들은 조직에서 따돌림 당하고 쿠데타 한 사람들이 계속 행세하고 하는 게 다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이 정상적 게임을 하지 않고 지금도 '차떼기' 같은 것만 보고 사니 총체적 부패가 만연됐습니다."
90년 재벌의 비업무용 부동산 보유 실태 조사가 감사원 상부의 압력으로 중단된 사실을 폭로해 '공익제보자'의 원조격으로 평가 받는 이문옥 전 감사원 감사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감사원과 재벌의 비리를 알린 그의 행위에 대해 당시 감사원은 "공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했다"며 검찰에 고소했다. 그는 이후 6년여의 끈질긴 법정 투쟁 끝에 무죄 판결을 받고 96년 감사원에 복직한 뒤 99년 정년 퇴임했다. 그는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 이후 당의 부패추방운동본부장을 맡았고 2002년에는 민주노동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기도 했다.
미디어다음은 공익을 위해 내부고발을 감행한 공익제보자들의 실태를 지적하고 이들에 대한 사회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기획의 하나로 지난 달 말 서울 강남의 한 커피숍에서 이문옥 전 감사관을 인터뷰했다. 그는 건강 상의 이유로 최근 민노당 활동을 중단한 상태지만 12일 발족한 '공익제보자 모임'의 대표직은 고사하지 않았다. 공익제보자들에게 힘이 되는 일이라면 조그만 힘이라도 보태겠다는 생각에서다.기자가 양심선언을 한 뒤 겪은 고초에 대해 묻자 그는 "너무 힘들었다"고 한 마디로 정리했다. 그는 "아이들이 삐딱하게 나갈까봐 걱정이었고, 모든 동료 공무원과 친척들이 연락을 끊을 정도로 주변과 사회의 냉대도 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는 내부고발을 하면 무조건 '배신자'였고 정부와 맞서면 '죽일 놈'이 됐다"며 "그만큼 우리 사회가 법을 보복적으로 집행해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그는 이어 최근의 수능부정 사건 등을 예로 들며 "사람들이 정상적 게임을 하지 않고 지금도 '차떼기' 같은 것만 보고 사니 우리 사회가 총체적 부패에 물들어 있다"며 "부패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처럼 부정이 만연하다 보니 사람들이 웬만한 부정은 부정으로도 안 보고, 자기에게 이익이 되면 부정으로도 안 본다"고 개탄했다.이 전 감사관은 "우리 사회의 내부고발자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진 게 없다"며 "부패행위를 처벌하는 법을 만들어놓고도 정부가 홍보를 안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패방지법의 대상 범위를 넓혀 공직사회뿐만 아니라 기업의 부패 행위도 뿌리뽑아야 하며 그러기 위해 민간기업의 내부고발자들도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우 같은 대기업의
분식회계를 방치하면 결국 국민들만 피해를 보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부패방지법을 보완하고 철저히 적용해 부패를 저지르면 신세 망친다는 생각을 갖도록 해야 한다"며 "부정부패 행위자들도 절대 사면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전두환, 노태우 두 사람이 받은 돈이 1조원에 가깝고 그 돈의 대부분을 안 토해냈는데도 사면하면 사회 기강이 어떻게 되느냐"는 것.그는 "농사꾼이었던 아버지가 부정부패로 당하고 산 게 너무나 안타까워 지금도 부정부패와는 타협할 수 없다"며 "그래서 그런지 아직도 어디를 가도 외롭다"고 심경의 한 자락을 내비쳤다.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내부고발 이후 너무 힘들었다"
"당시 정부와 맞서면 '죽일 놈' 됐다"
"나를 고소한 편에 섰던 사람이 지금 부방위 가 있어"
-내부 고발을 한 이후로 심한 고초를 겪은 것으로 아는데 내부고발했던 사실을 후회 안 하나. 후회는 안 하는데… (잠시 생각하는 듯 하다가가) 너무 힘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당시 아들이 중학교 3학년, 딸 애가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그 애들이 삐딱하게 나갈까 봐 걱정이었다. 나중에 좀 지나고 보니 아들이 말수가 없어졌다. 사회의 냉대도 심했다. 딸이 대학에 들어갔을 때 당시
공무원 연금을 반액이라도 받았는데 연금 수급자에게 등록금을 면제해줘야 하는데 파면됐다고 안 해줬다. 아내는 계속 울고 다녔다. 완전히 사회적으로 '왕따'당했다. 지금 내부고발하는 사람들은 '배신자' 말은 안 들을 것 아니냐. 그때는 무조건 배신자였다. 정부와 맞서면 '죽일 놈' 됐다. 동료 공무원도, 친척도 전화를 안 했다. 피해를 본다고 생각한 거다. 우리 사회가 법을 보복적으로 집행해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당시에 감사원에서 이 전 감사관을 검찰에 고소하고 탄압하는 편에 서면서 '잘 나갔던 분들'은 지금 어떻게 됐나. 그런 분들 가운데
부패방지위원회까지 가 있다. 당시 고위직 간부는 아니었지만, 과거에 완전히 감사원을 대변하는 사람들이었다. 아예 팀을 만들어서 내 보고서를 반박하기 위한, 내가 비밀을 누설한 것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을 하기도 했다. 또 내게 벌을 주기 위해 검찰에 자료를 제공하기도 했다. 심지어 재판정에 와서 메모를 전달하기도 했다.
지금도 나라가 많이 걱정된다. 부패하면 나라가 망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부패 풍조에 고등학생까지 물 들어버렸다.
-이 전 감사관이 양심선언하던 때와 달리 사회가 많이 민주화됐다. 거기에 발맞춰 최근 감사원도 상당히 변화한 것처럼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거기(감사원)가 변하려면 기관장이 변해야 한다. 내가 듣기로도 옛날처럼 상사가 함부로 아랫사람 일을 막지는 못한다고 하더라. 이 정부가 김선일씨 피살사건이 발생했을 때 감사원에 조사를 맡기면 안 되는 것을 뻔히 아는데도 그렇게 했다. 감사원이 수사권이 없으니 무슨 제대로 된 조사를 하겠나. 진실을 밝히기보다 엉뚱하게 진실을 덮을 기회만 주게 된다.
김대중 정부 때 현대가 북한에 많이 퍼준 사실을 감사원이 조사한 것은 권한 밖의 일이므로 검찰에 이첩했어야 하는데 대통령한테 바로 보고하고 통치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런 점에서 아직 멀었다.
감사원은 영국에서 처음 생길 때부터 의회 밑에 회계검사원을 두고 정부를 견제하게 한 것이다. 그러므로 감사원은 행정부가 아니라 입법부쪽에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처럼 입법부도 썩으면 독립기구로 있어야 한다. 친목단체도 감사는 집행부가 임명 안 하지 않나.
이승만 대통령이 한 손에 모든 걸 쥐려고 감사원을 정부기구로 둔 것 아니냐. 창피한 제도다. 노무현씨가 뭔가 할 것 같더니 흐지부지되고 있다. 국회로 간다면 감사원의 두 가지 본질적 기능인 회계검사권과 직무감찰권을 둘 다 갖고 가야 한다. 하나만 갖게 하는 것은 안 된다. 감사원이 독립기관으로 존립할 수 없다면 대통령 밑보다는 차라리 국회 밑이 낫다.
-많은 학자들이 이 전 감사관과 같은 주장을 하지만 정작 감사원부터 국회로 가는 것을 꺼린다고 한다. 왜 그런가. 감사원을 국회 밑으로 보내는 게 차선책은 된다. 헌법 규정 때문에 감사원 이전이 쉽지 않다면 헌법을 고쳐서라도 빨리 보내야 한다. 그런데 감사원은 왜 안 가려고 하나. 감사원 직원들이 대통령 밑에 있어야 출세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감사원 나온 뒤 한전이나 부방위 등 여러 정부기관이나 공공기업의 감사직으로 가려면 행정부에 속해 있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감사원은 입법부로 가는 것을 반대한다. 그리고 대통령 아래 있는 것이 다른 정부기관을 감사할 때도 편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람들 정상적 게임 안해...총체적 부패 만연"
"정부, 부패방지법 만들고 홍보도 안해"
"기업 봐주기 부실회계 큰 문제"
-우리 사회의 부패 정도를 어느 정도로 보나. 개선되고 있는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나아진 것인지 도대체 모르겠다. 학생들이 대학 수능시험 부정까지 저지르는 세상이니…학생들 수능부정 사건을 보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 뻐꾸기가 뱁새 집에 들어가 자기 알을 낳는다. 뻐꾸기 새끼는 2,3일 먼저 태어나는데 태어나면 나머지 알들을 갖다 버린다. 그리고는 자기가 새끼 행세를 한다. 그것과 마찬가지다. 쿠데타 해서 자리잡은 사람들도 마찬가지고. 사람들이 정상적 게임을 하지 않고 지금도 '차떼기'같은 것만 보고 사니 총체적 부패가 만연됐다. 건설회사들은 비자금 만들려니 하청 계약서를 제대로 만드나. 모두 이중계약서 만들지 않나. 그걸로 정치자금 갖다 주는 것이고. 이런 것들이 노무현씨 같은 분은 누구에게 돈 안 받아먹고 대통령 됐으니 하려면 제대로 할 수 있을 텐데 왜 안 하는지 모르겠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아지는 것 아니냐. 세상이 웬만한 부정은 부정으로도 안 본다. 또 자기에게 이익이 되면 부정으로도 안 본다. 군검찰 인사비리도 조사를 못하게 하지 않나. 그게 지금 우리 나라다. 지금까지 대통령 중에 안 썩은 대통령이 없었다고 본다. 특히 문민정부나 국민의 정부 측근들은 기회만 오면 '나도 좀 먹어야 하지 않느냐' 하는 생각때문인지 제도도 안 바꿨다. 한나라당의 안기부예산 전용 문제 같은 게 나오면 그런 문제가 다시 안 나오도록 안기부법을 고쳐야 하고, 예산회계특례법을 바꾸면 된다. 그런데 국가 예산이 그 곳에 얼마나 가 있는지를 모른다면 무능도 그런 무능이 없다. 게다가 그런 문제가 있어도 고치려 하지도 않으려는 것 같다.
-이 전 감사관은 사실상 국내 '내부고발자'의 원조로 평가 받고 있다. 내부고발자들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이 달라졌나. 크게 안 달라진 것 같다. 부패방지법이 만들어졌지만 별 차이가 없다. 법을 만들어놓고도 홍보를 안 한다. 공무원이 죄를 저지르면 안 해야 하겠다, 잘못을 저지르면 처벌 받는다는 인식을 갖게 해야 하는데 부방위가 홍보비 8억원을 예산으로 신청하면 국회에서 다 자른다. 교육부도 학생들에게 이런 내용을 교육해야 하는데 제대로 안 한다. 이런 것들이 제대로 안 되니 계속 부정부패가 잇따른다. 선진국에서는 부정부패 문제를 어릴 때부터 철저히 교육하고 있다.
부패방지법의 대상 범위를 많이 넓혀야 한다. 부패는 공직사회에만 있는 게 아니라 기업이 더 심할지도 모른다. 대우의 분식회계가 22조에 이르러 결국 누가 다 피해를 봤나. 국민들이 다 손해 본다. 민간기업의 내부고발자들도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부패방지법을 보완하고 철저히 적용해 부패를 저지르면 신세 망친다는 생각을 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부정부패 행위자들은 절대 사면하면 안 된다. 전두환, 노태우 두 사람이 받은 돈이 조에 가까운데 돈도 안 토해냈는데 김대중 정부 때 사면했다. 그렇게 하면 뭐가 되나.
말이 옆으로 새지만 기업회계가 큰 문제다. 기업이 자기들 감춰줄 사람을 찾겠나, 아니면 감사를 정직하게 할 사람을 찾겠나. 결국 평소 연줄이 닿아 적당히 봐줄 회계법인을 찾는다.
금융감독원 같은 데서 회계관행이 제대로 정착될 때까지는 기업의 담당 회계기관을 아예 지명을 해버려야 한다. 삼성 회계하는 사람은 삼성을 안 놓으려고 온갖 로비를 다 한다. 그런 사람들이 제대로 밝히겠나, 덮어주지. 지금은 부실회계한 게 나중에 들통 나도 회계법인이 법인만 없애면 그 법인 사람들이 다른 데 가서 다 장사할 수 있도록 해놨다.
"부정부패로 능력 인정 못 받으니 외국 나가 안 돌아온다" "부패는 반드시 멸망을 가져온다" "부정부패로 새는 돈이면 사회보장제도 얼마든지 갖출 수 있어"
-우리 나라가 왜 부패문제에서 별 다른 진전이 없는 건가. 주위에 자기 사람을 확보하려니 그런 것 아닌가. 가까운 사람들끼리 서로 봐주다가 사업자가'내 정성입니다' 하면 큰 돈 받고 사업권 줘버리고 또 그렇게 해야 사업이라도 따니까 부패가 생긴다. 그러니 지위가 높아질수록 돈 많이 번다고 생각하고 학교를 좋은 데 가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당한 사람들은 죽어가는 거다. 그래서 이 나라가 망한다는 거다.
'딸각발이' 이희승 선생은 '부정은 반드시 부패하고 부패는 반드시 멸망을 가져온다'고 했다. 그 말이 맞을까 봐 걱정된다. 화성씨랜드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사람이 이민을 떠나가지 않았나. 좋은 사람들이 다 떠나가면 나라 망할까 봐 걱정된다. 외국 나가 열심히 공부한 사람들은 돌아올 생각을 안 한다. 능력껏 보상 받아야 돌아올 생각이 나는데 안 그러니 현지에서 주저앉아버린다.
-이 전 감사관이 전국공무원노조의 활동을 지원한 걸로 알고 있다. 부정적 반응이 많은 일반 여론과는 다른 것 같은데 이유가 뭔가. 내가 부정부패를 폭로하고 감옥에 가보니 나와 동조해주는 사람들이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급 공무원들이 단결해 있으면 부패가 일어나겠나. 언론에서 파업으로 인한 업무차질 등을 중심에 두고 몰아가니 여론이 안 좋아졌다. 우리 국민들이 끊이지 않는 부정부패 때문에 공무원들에 대한 인식이 안 좋은데 전공노는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없애자는 거다. 그런데 일반 국민들은 그런 것 다 안 가리고 '공무원 니네들은 다 도둑놈 아니냐'고 한다. 하지만 잘 생각해야 한다. 큰 도둑들은 윗사람들이다. 전공노는 반드시 만들어져야 한다. 선진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전공노는 어렵지만 반드시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조직이다. 우리 사회를 바르게 만들 곳은 공직사회이고 그러면 민간기업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 하위직 공무원들이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어서는 아무 힘도 없다. 지금 지자체에서 새로 선출된 시장, 군수, 도지사들이 다 돈 쓰고 되지 않나. 그런 사람들 가운데
본전 생각 안 하는 사람 어디 있나. 그걸 내부 업무를 잘 아는 공무원이 아니면 어떻게 밝히겠나. 이 사회의 부패를 막기 위해서라도 나는 전공노를 지지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기 분수만 지키고 살면 부정부패는 안 일어난다. 자기 그릇만큼만 일을 해야 한다. 모자라면 역량을 키워서 일을 해야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리 차지하는 것은 안 된다. 상식이 통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보장제도가 제대로 돼야 한다. 부정부패로 새는 돈 복지로 돌리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네 살짜리가 굶어죽고 가정 형편 때문에 초등학교 못 갈 사람이 몇 십 만명이라고 하는데 기 막힌 노릇이다. 그런 것부터 고쳐가면 좋겠다. 우리 나라는 사회복지 하면 한 쪽에서 '공산당'이니 '빨갱이'니 하는데 사회복지는 기본이다. 미국도 노인복지가 잘 돼 있고 어린애를 놓으면 국가가 의료비를 다 부담한다. 유럽에서는 능력 있으면 대학도 그냥 다 보내준다. 사람들이 기초생활은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너무 비참하다. 안타깝다. 복지분야에 신경 좀 써야 한다. 그런 게 안 되면 범죄도 더 많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