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부터 2007년 여름까지 2년간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공공정책을 공부했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30대 중반의 나이에 가족들과 함께 ‘늦깎이 유학’에 나섰으니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하지만 참 많은 것을 보고 배웠던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한편 고민이 많았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한국에 돌아갈지, 돌아가면 어떤 삶을 살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이른바 ‘세속적 성공의 경로’에 마음의 곁눈질도 많이 했던 시기입니다.  


하지만 케네디스쿨에 공부하러 왔던 초심을 늘 생각했습니다. 어떤 식이든 한국사회의 바람직한 변화를 만드는데 기여하는 일을 하겠다는 생각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버틴 2년이 훌쩍 지나가 어느덧 졸업식이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창조적 자본주의(creative capitalism)'라는 화두를 던진 바로 그 졸업식 축사를 현장에서 들을 수 있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연설을 들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나는 이 말을 하기까지 30년을 기다려 왔습니다. 아빠, 내가 항상 말했죠. 꼭 돌아와서 (하버드대) 졸업장을 받을 거라고”라는 농담으로 그는 축사를 시작했지만 이어지는 그의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그는 “나는 큰 후회 한 가지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내가 하버드를 중퇴할 때 엄청난 세상의 불평등(inequity)에 대해 거의 자각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수백만의 사람들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건강과 부, 기회의 가공할만한 격차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것을 알게 되는데 수십 년이 걸렸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는 가난한 나라에서 소아마비, 말라리아, 홍역, 폐렴, 황열병과 같은 이미 치료제가 개발된 병으로 수백만의 아이들이 죽어가는 현실에 충격을 받았다며 “그 아이들이 그렇게 허무하게 죽어간 이유는 단지 그들의 엄마 아빠가 시장에서 아무런 힘도 없었기 때문”이라고 현실을 개탄했습니다. 그는 “우리가 좀 더 창의적인 자본주의를 발전시킨다면 가난한 이들을 위해 시장의 힘이 좀 더 잘 작동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역설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물었습니다. “하버드 가족 여러분, 여기 졸업식장에 있는 이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지적으로 뛰어난 인재들의 집합체입니다. 그런데...무엇 때문에 와 있습니까?” 그 순간 심장이 날카로운 뭔가에 찔리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는 “많은 혜택을 받은 사람은 많은 기대도 받는다”며 “우리가 받은 재능과 특전, 기회를 생각할 때 세상이 우리에게 아무리 요구하더라도 지나침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가 올라갔습니다. “활동가가 되십시오. 커다란 불평등과 맞서십시오. 그것은 여러분들 삶에서 가장 훌륭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그는 이렇게 축사를 끝맺었습니다. “나는 30년 후 당신이 직업적 성취뿐만 아니라 세상의 가장 깊은 불평등과 어떻게 맞서 싸웠는지를 돌아보면서 스스로의 삶을 평가하기를 바랍니다.”


빌 게이츠의 연설은 이후 제 마음 깊숙이 박혀 있습니다. 제가 힘들거나 마음이 흔들릴 때, 제가 인생의 먼 길을 제대로 가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 항상 이 연설문을 꺼내 읽어봅니다.

어젯밤에도 저는 이 글을 꺼내 읽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오세훈 시장을 생각했습니다. 그도 최근에 불평등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민주당 등 야권의 의무급식 지원에 대해 오시장은 ‘무차별적 복지’ ‘부자급식’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가난한 서민들에게 지원해야 할 돈으로 부자들에게까지 지원해야 하니 실제로는 ‘불평등’을 키우는 정책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며칠 전에는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하더니, 급기야 어제는 이처럼 무차별적인 복지를 시행하면 소득세와 법인세를 30%까지 더 걷어야 할 것이라고 일반 시민들을 겁주기도 했습니다. 정말 그의 수사만 보면 의무급식 지원에서 생겨나는 불평등에 대한 그의 우려가 매우 큰 모양입니다.


하지만 그의 걱정이 제게는 잘 와 닿지 않습니다. 제가 어제 ‘손석희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일반적으로 포퓰리즘이라고 하면 국가 전체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데, 대중영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행태를 말합니다. 그런데 700억원으로 우리 아이들 골고루 밥 좀 잘 먹이자는 정책이 뭐 그렇게 큰 문제가 되는 정책인지 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의무급식 지원의 정책적 효과를 생각해보면 당장 우리 아이들의 위화감과 정서적 상처도 줄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제 트위터에는 지방에서 교사로 계신 분이 아이들의 3분의 1만 급식지원을 받는데, 일부 부모들이 아이가 낙인 찍힐까봐 급식지원 신청을 하지 않는다고 소식을 전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친환경 식단으로 우리 아이들 건강을 지켜서 장기적으로 각종 성인병 예방해서 미래의 의료비용, 즉 복지비용 지출을 줄일 수 있습니다. 건강이 나빠진 뒤 치료하는 비용보다 우리 아이들을 처음부터 건강하게 키우는 것이 길게 보면 의료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임은 더 말할 나위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의무급식을 잘 운용하면 오시장이 걱정하는 과도한 복지 지출이 추후 발생할 소지를 오히려 현저히 줄일 수 있습니다. 미국 정치권이 거의 여야 만장일치로 사상최악의 재정상황 속에서도 점심 급식 확대 지원안을 통과시킨 것도 바로 그런 취지 때문입니다.


물론, 당장 의무급식을 일률적으로 실시하자면 부담되는 지자체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런 지역들도 서울시보다는 급식 지원을 지금 더 많이 하고 있습니다. 연간 20조원이 넘는 재정을 쓰는 서울시 정도는 700억원 정도의 의무급식 지원비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오시장께서는 이걸 복지 망국병으로 가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 것처럼 말씀하고 계십니다.


지금 국내에서는 다수 국민들이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을 비롯해 토건, 부동산 부양책에 수백조원씩 공공부문에서 끌어 쓰고 있습니다. 주로 부유층이 혜택 받는 감세정책에 88조원을 쓰고 있습니다. 이게 다 미래 우리 아이들한테 쓰일 소중한 돈을 빚으로 끌어당겨 쓰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돈들의 혜택은 대부분 부유층과 대기업, 부동산 부자, 그리고 2000년대 내내 부동산 거품을 일으켜 고분양가로 국민들을 허덕이게 했다가 경제위기를 초래한 건설업계와 저축은행 등에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실제로 2009년 이후 고소득층의  세 부담은 현저히 줄고 저소득층의 세 부담은 30~40% 이상 늘고 있습니다. 오시장이 진심으로 불평등에 대해 걱정하신다면 왜 의무급식 지원 예산보다 수백, 수천 배 더 거대한 불평등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는지 의문입니다. 


더구나 오시장이 700억원의 예산에서 온갖 무리한 과장과 억측을 더해 ‘망국병’으로 부풀리기 이전에 현 정부의 무리한 감세정책과 세계 최대 규모의 공공부채를 동원한 부양책으로 당장 국가 재정 기반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이미 빚더미에 올라 있습니다. 미래에 닥칠 재정 부담에 대해서는 온갖 상상력을 동원해 그렇게 앞서가는 걱정을 하시는 분이 당장 눈 앞에 벌어지는 ‘빚잔치’에는 침묵하는지도 의문입니다.


물론 복지라는 것이 무조건 돈을 많이 쓴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국민들의 세 부담이나 생산경제에 대한 위축효과 등을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추진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입니다. 저도 한국 경제의 경제나 재정 상황에 비춰 과도한 복지정책을 지지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사회복지지출이 OECD 평균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2008년 말 당시 사회복지사로 일하던 제 처와 함께 며칠간 경기도 고양시의 기초생활대상자들을 돌아본 적이 있습니다. 제 처 얘기를 듣고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한국의 열악한 복지 현실에 마음이 찢어지는 듯 했습니다. 생활도우미가 절실히 필요하지만 도움을 받지 못해 변도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장애인, 매일 끼니를 라면으로 때우고 전기요와 홑이불 몇 개에 의지해 겨울을 나던 60대 노인, 컨테이너 박스에서 노환에 시달리며 한 달 생활비 30만원으로 겨우 살아가던 독거노인, 차상위 계층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이 끊기면서 약값 부담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르던 할머니...


그런데 아내와 동료 사회복지사 한 명의 급료를 포함해 80여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복지사업에 배정된 1년 예산은 겨우 1억원. 제 처는 예산이 조금만 더 있어도 정말 많은 일을 할 수 있겠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런데 그 해 말 정부는 경제위기 극복과 서민경기 부양을 명목으로 각종 토건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조기 예산 집행에 나섰습니다. 당시 여당 소속 시장이 있던 고양시도 비슷하게 움직였습니다. 그러면서 제 처가 담당하던 거점센터에 지원하기로 했던 예산은 당초보다 3000만원 깎이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올해 서울시도 똑같은 식으로 복지예산을 편성했습니다. 우선, 서울시의 경우 기초생활수급자 등 생계급여지원 대상자가 2009년 21만720명에서 22만1852명으로 5.3% 가량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해당 예산은 2009년 5292억 원에서 2010년 4759억여 원으로 533억여 원 줄어들었습니다. 또 기초생활수급자 및 특례수급자 진료비 지원도 대상자가 2009년 22만330명에서 올해 22만9916명으로 4.4%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예산은 오히려 6439억여 원에서 6085억 원으로 354억여 원 줄어들었습니다.


또 2009년 414억여 원을 투입해 실시됐던 한시생계보호 사업을 종료한 영향 등으로 긴급복지지원 예산은 지난해 1076억여 원에서 264억 원으로 813억 원 가량 줄었습니다. 또 노인생활시설 운영 및 지원비는 99억 원, 저소득노인 급식지원 32억 원, 노인일자리 사업지원 249억 원, 노인종합복지관 운영비 지원 23억 원, 장애인취업 통합서비스 34억 원, 아동복지시설 운영비 182억 원, 소년소녀가정 및 저소득층 아동지원 25억 원, 부랑인·노숙인 보호 및 자활지원 83억여 원, 지역치매센터 운영 130억 원, 저소득층 희귀난치성 유전질환자 지원 20억 원, 저소득층 가사·간병서비스 바우처 지원비 36.6억 원, 식품의약품 안전성검사 예산 114.8억 원 등이 줄어들었습니다.


저소득층과 취약층을 위한 복지 서비스가 대폭 위축된 것입니다. 오시장께서는 지금은 ‘복지 망국병’을 말씀하시지만 지난 지방선거 기간중에는 4년 내내 복지에 미쳐 있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서울시는 또 2011년 예산안에서도 사상 최대 복지 예산 편성했다고 자랑하지만, 지금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급속한 고령화 추세에 따라 의무적 복지 지출만으로도 매년 사상 최대를 기록하기 마련입니다. 실제로 서울시의 구체적 예산 편성 내역을 보면 오시장은 복지에 미쳐 있었던 것이 아니라 너무나 차분하고 냉정했습니다.

 

교육지출은 또 어떻습니까? 세계경제포럼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의 재정지출은 GDP 대비 조사 대상 127개국 가운데 71등 수준입니다. 이 같은 현실은 서울시의 교육 지원 예산만 봐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올해 경우 서울시의 교육지원 예산은 260억원입니다. 서울시 예산액의 0.1%가 겨우 넘는 규모입니다. 그나마 올해 지방선거에서 의무급식 등이 이슈가 되니 3무학교 사업이나 교육 예산을 들고 나오면서 내년 예산에서 크게 늘린다는 게 1445억원입니다. 그런데 이래봤자 전체 서울시 예산의 1%도 안 되는 것입니다. 고무적이지만 오시장께서 스스로 재선 직후에 교육 관련 지원 예산을 1조원까지 늘리겠다고 하셨으니 그 약속을 좀 더 적극적으로 실천하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저는 의무급식 지원뿐만 아니라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3무학교 사업의 취지도 찬성합니다. 우리 아이들 학습 준비물 지원하고, 아이들 폭행을 막고 안전을 도모하고, 뒤쳐진 학습을 도와주겠다는데 크게 반대할 사람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마찬가지로 우리 아이들 좀 친환경적이고 건강에 좋은 균형 잡힌 식단을 제공해 건강하게 하면서 사회적 위화감도 줄이자는 의무급식 지원을 반대할 사람 또한 얼마나 많겠습니까. 의무급식이든 3무학교 사업이든 우리 아이들 모두에게 혜택 돌아가는 사업은 당분간은 좀 더 적극적으로 하자는 게 제 생각입니다.


대신 오시장께서 시야를 좀 넓혀서 불요불급한 개발, 토건사업 비중 좀 줄여야 합니다. 오시장께서 복지포퓰리즘을 말씀하시는데, 지금 국내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개발 포퓰리즘입니다. 차도 안 다니는 도로, 시민들이 사용도 못하는 각종 종합운동장, 이용객이 없는 지방공항들, 시민들 빚으로 지어지는 초호화 청사들이 무더기로 전국 각지에서 지어지고 있습니다. 이게 지금 여든 야든,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지금까지 계속 돼왔습니다. 여기에 매년 수십조원씩 예산이 낭비되고 있는데 이런 게 더 큰 문제입니다.


그리고 당장 서울시만 해도 문화니, 디자인이니 하는 포장을 했지만 사실상 하드웨어형 사업이 넘쳐납니다. 한강 르네상스에 5400억원, 서울 서남권 유권자들 표심 얻겠다고 오시장이 추진한 서남권 개발 프로젝트도 수천억원이 들어갑니다. 그 밖에 남산 르네상스, 한강 예술섬 사업 등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이 모든 게 개발형 사업들입니다. 물론 이 가운데 필요한 사업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너무 많고 과도합니다.



같은 공사를 발주해도 건설업체들에게 그냥 마구 퍼주는 사업들이 정말 많습니다. 재벌건설업체들이 가격 담합해서 공사비를 부풀리는 턴키사업들이 대표적입니다. 지하철 7호선, 9호선 건설 사업 등이 턴키사업으로 발주된 가운데 가격 담합이 이뤄져 공사비가 막대하게 낭비돼 지하철이 막대한 적자에 시달리는 것입니다. 가든파이브를 1조원에 할 수 있는 것을 1조3천억에 공사했고, 청계천도 3000억에 할 것을 약 4000억원을 투입했습니다. 이런 턴키사업들이 서울시 전체로 매년 1조원대 넘습니다. 그런데 입찰업체간 가격 경쟁만 유도하면 얼마든지 예산을 아낄 수 있습니다. 제가 서울시 재직할 때 건설업체간 담합을 분쇄해서 지하철 9호선 2단계 발주에서 약 1000억원을 아꼈습니다. 제가 이걸 오시장께 보고했기에 오시장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시 과거로 회귀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저는 최근 상당히 긴 인연을 가져왔던 오세훈 서울시장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저도 사람이라 상당히 긴 인연을 이어온 그를 비판하는 게 매우 괴롭습니다. 하지만 국가의 진로에 큰 영향을 주는 중책을 짊어진 사람이 올바른 길을 걷지 못할 때 그 사람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것은 지식인의 책무이자 시민의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대의를 위해 사사로운 인연을 접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빌 게이츠가 제게 준 가르침대로 커다란 불평등과 맞서기로 했습니다. 저는 오시장의 불평등 주장이야말로 오히려 이 사회의 거대한 기득권에 영합하는 발언이자 제가 맞서 싸워야 할 커다란 불평등의 일부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빌 게이츠도 불평등을 말하고, 오세훈 시장도 불평등을 말합니다. 하지만 빌 게이츠의 말에서 저는 진정성과 감동을 느끼는 데 반해 오시장의 발언에서는 탐욕과 정치적 계산만을 느낍니다. 빌 게이츠의 말은 제 가슴에 박혀 인생의 지침이 되고 있는데 반해 오시장의 발언은 한 때라도 그를 도왔던 데 대한 자괴감으로 제 가슴을 후벼파고 있습니다.


오세훈시장은 그동안 늘 시민의 입장에서 시정을 펴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시민의 입장을 버리고 권력에 굶주린 사람으로 변해가니 온갖 무리수를 남발하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오시장이 정치적 욕심을 버리고 시민의 입장으로 돌아가기를 충심으로 바랍니다. 그리고 “30년 후 당신이 세상의 가장 깊은 불평등과 어떻게 맞서 싸웠는지를 돌아보면서 스스로의 삶을 평가하기를 바란다”고 한 빌 게이츠의 말을 오시장도 새겨줄 것을 바랍니다. 저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제가 취했던 행동을 30년 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오시장도 그럴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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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12. 8. 12:46

오늘 손석희 시선집중에 출연해 최근 오시장의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발언으로 촉발된 의무급식 논란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아무래도 시간이 짧아 준비한 내용을 모두 말씀드리지 못했는데, 준비한 내용을 다듬어 소개해 드립니다. 참고해 보십시오.

 

 

1. 시의회의 무상급식 조례안 통과에 대해 오세훈 시장이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 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먼저 전제를 하고 싶은 게 있는데, 여야 정파적 입장 떠나 서울시 재정상황을 잘 아는 전문가적 입장에서 말씀드립니다.


우선, 포퓰리즘이라고 하면 국가 전체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데, 대중영합적으로 정책을 추진한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700억원으로 우리 아이들 골고루 밥 좀 잘 먹이자는 정책이 뭐 그렇게 큰 문제가 되는 정책인지 의문. 정책의 효과를 생각해보면 당장 아이들간의 위화감과 정서적 상처도 줄일 수 있고요. 친환경 식단으로 우리 아이들 건강을 지켜서 장기적으로 각종 성인병 예방해서 미래의 의료비용, 즉 복지비용 지출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충분히 합리성이 있는 정책입니다. 물론, 당장 의무급식을 일률적으로 실시하자면 부담되는 지자체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런 지역들도 서울시보다는 급식 지원을 지금 더 많이 하거든요. 어쨌든, 제가 볼 때 서울시 정도는 의무급식 지원비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오시장께서는 이걸 복지 망국병으로 가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 것처럼 말씀하시는데 너무 과도한 인식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다수 국민들이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을 비롯해 토건, 부동산 부양책에 수백조원씩 공공부문에서 끌어 쓰고. 부유층 주로 혜택 받는 감세정책에 88조를 쓰고 있습니다. 이게 다 미래 우리 아이들한테 쓰일 소중한 돈을 빚으로 끌어쓰고 있는 것이고 이게 당장 국가 전반의 재정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세훈 시장이 단 한 번도 이를 두고 심각하게 걱정하는 발언을 하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한테 겨우 그런 돈들의 수백, 수천분의 1에 불과한 돈을 쓴다고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하면 너무 균형감 없는 표현입니다. 그런 면에서 오시장이 이 문제를 정책적으로 따지기보다는 이념적 공방으로 몰고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물론 복지라는 것이 무조건 돈을 많이 쓴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국민들의 세 부담이나 생산경제에 대한 위축효과 등을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추진하는 것은 문제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사회복지지출이 OECD 평균의 3분의 1이고, 교육지출은 세계 127개국 가운데 71등 수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시장의 걱정은 앞서가도 너무 앞서가는 기우입니다.


그리고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정당이 공약을 내걸고 다수 유권자가 지지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책임정치의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그걸 포퓰리즘이라고 하면 그 정책을 지지하는 시민들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오히려 그렇게 표현하는 오시장이야말로 대의제 민주주의의 본질을 잘못 이해하시고 철저히 엘리트주의에 빠져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2. 흔히 복지 이야기가 나오면 선진국 사례를 많이 참고하고 있지 않나. 다른 나라들은 무상급식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궁금한데?



일단 서울시가 OECD 국가들 전수 조사를 해서 극소수의 복지국가만이 의무급식을 하고 있는 것처럼 표현한 것은 문제다. OECD 국가간 비교자료는 OECD Education at a glance라는 자료가 있는데, 여기에는 국가별로 급식 행태나 예산 지원 수준을 보여주는 자료는 없다.


서울시도 거론한대로 스웨덴, 핀란드 등 유럽 국가들 중 상당수가 고교까지 전면 의무급식을 하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잘 사는 복지국가니까 그렇다고 이야기하는데, 이 나라들이 이런 제도를 도입한 것은 2차 세계대전 직후다.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서도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국가의 기본 의무로 생각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지금 그 나라들이 지금 못 살고 있습니까. 복지 수준도 높고 경제도 우리보다 여러모로 앞선 나라들이거든요.


복지 수준에서 제일 떨어지는 게 미국입니다. 미국은 주별로 상황이 많이 다르지만 전반적으로는 전체 학생의 60%까지 급식 지원한다. 더구나 사상 최악의 경제난, 재정난을 겪는 가운데도 미국은 여야가 만장일치에 가까운 합의로 45억 달러 점심 급식 확대 지원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아이들의 질 높은 급식을 통해 굶주림과 비만을 줄이면 향후 의료비용 줄일 수 있다는 취지이거든요. 이렇게 재정상황이 어려운데도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보고 하는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라마다 제도 등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 하는 것을 참고로 하되, 그 나라 자체적으로 재정 투입 비용 대비 효과가 크다고 보면, 유권자 동의를 얻어 얼마든지 추진할 수 있는 것이다. 



3. 오시장은 ‘어려운 아이들에게 가야 할 교육, 복지예산을 부자에게 주는 불평등 무상급식이다’ 라고 주장했다. 서울시에서는 무상급식을 하게 될 경우 다른 복지예산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오시장께서 좀 통 크게 보셨으면 하는데요. 교육예산을 처음부터 너무 적게 잡아 놓고 그 예산 안에서 의무급식하면 다른 교육예산이나 복지예산이 줄어든다고 말한다. 그건 제가 볼 때 서울시 교육국장 입장이라면 그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제한된 교육 관련 예산 안에서 우선순위를 따져야 하거든요. 하지만 서울시장은 좀 더 큰 틀에서 재정을 제대로 배정하고 있는지 먼저 따져야 합니다. 처음부터 교육예산을 적게 잡아놓고, 의무급식 예산 배정하면 쓸 게 없다라는 식의 주장은 시민들이 납득하기 어렵죠.


서울시 예산을 대략 20조로 잡으면 그 중에 5조 정도는 시교육청이나 기초 지자체에 법적으로 지원하는 예산이다. 서울시가 자체 재량으로 쓸 수 있는 게 약 15조 정도 된다. 그 가운데 약 10조원 가량이 각종 토건사업 등 하드웨어 예산이고. 이게 사실 오세훈시장이 취임할 때 “전임 이명박시장이 하드웨어는 많이 채웠으니, 소프트웨어에 치중하겠다”고 하셨는데, 예산상으로는 거의 바뀐 게 없거든요. 나머지 5조가 남는데, 그 중에 복지예산이 명목상으로는 4조 정도 된다. 하지만 복지예산도 대부분 법에 따라 의무지출하는 것이다.


오히려 올해 경우에 서울시가 재량에 따라 쓸 수 있는 복지예산은 오히려 수천억원 줄었다. 기초생활수급자 진료비 지원, 노인생활시설 운영, 저소득노인 급식지원, 노인종합복지관 운영, 아동복지시설 운영비, 소년소녀가정, 저소득층 아동지원 수십, 수백억씩 감축. 오시장께서 임기 동안 복지에 미쳐 있었다고 하시는데, 예산상으로는 전혀 미쳐 계신 게 아니고 굉장히 냉정하셨다.


교육예산은 한참 더 심각해서 올해 경우 260억원. 서울시 예산액의 0.1% 겨우 넘는 예산. 그나마 올해 지방선거에서 의무급식 등이 이슈가 되니 3무학교 사업이나 교육 예산을 들고 나오면서 내년 예산에서 크게 늘린다는 게 1445억이다. 그런데 이래봤자 전체 서울시 예산의 1%도 안 되는 것이다. 고무적이지만 오시장께서 스스로 재선 직후에 교육 관련 지원 예산을 1조원까지 늘리겠다고 하셨으니 그 약속을 좀더 적극적으로 실천하시길.




4. 3무학교 사업에는 찬성하나.


취지에는 찬성한다. 우리 아이들 학습 준비물 지원하고, 아이들 폭행을 막고 안전을 도모하고, 학습 도와주겠다는데 반대할 사람 어디 있나. 마찬가지로 우리 아이들 좀 친환경적이고 건강에 좋은 균형 잡힌 식단을 제공해 건강하게 하면서 사회적 위화감도 줄이자는 것인데 그걸 반대할 사람이 또 얼마나 많나. 실제로 여론조사해보면 82%가 지지. 의무급식이든 3무학교 사업이든 우리 아이들 모두에게 혜택 돌아가는 사업은 당분간은 좀 더 적극적으로 하자. 대신 오시장께서 시야를 좀 넓혀서 불요불급한 개발, 토건사업 비중 좀 줄이자.


여러분들도 한 번 생각해보시라. 우리가 의무급식을 먼저 해야 할지, 3무학교 사업을 먼저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많이 엇갈릴 것. 하지만 이미 건설업체들에게 잔뜩 퍼주고 있고, 예산 낭비까지 심한 토건사업을 좀 더 할지, 낭비되는 예산을 절감해서 3무학교사업에 더해 의무급식까지 할지를 생각해보십시오. 많은 분들이 선택하시는 답은 정해져 있을 겁니다. 오시장께서는 서울시 교육국장이 아니고 서울시장이기 때문에 좀 더 전체적으로 서울시 재정을 크게 보고 의무급식까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5. 그렇다면 서울시의 재정운용중 예산을 절감해야 할 부분은 어디라고 생각하는가.


사실 오시장께서 복지포퓰리즘 말씀하시는데, 지금 국내에서 문제는 개발 포퓰리즘. 차도 안 다니는 도로, 시민들이 사용도 못하는 각종 종합운동장, 이용객이 없는 지방공항들, 시민들 빚으로 지어지는 초호화 청사들이 무더기로 전국 각지에서 지어지고 있다. 이게 지금 여든 야든,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지금까지 계속 돼왔다. 여기에 매년 수십조원씩 예산이 낭비되고 있는데 이런 게 더 문제다.


그리고 당장 서울시만 해도 문화니, 디자인이니 하는 포장을 했지만 사실상 하드웨어형 사업이 넘쳐난다. 한강 르네상스에 5400억원, 그 다음에 서울 서남권 유권자들 표심 얻겠다고 추진한 서남권 개발 프로젝트도 수천억. 그 밖에 남산 르네상스, 한강 예술섬 사업 등 이 모든 게 개발형 사업이다. 이 각각의 사업에는 이미 수천억씩 들어갔습니다. 물론 이 가운데 필요한 사업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너무 많고 과도하다. 이런 과정에서 지금 서울시 산하 개발공기업의 부채가 거의 20조원 가까이까지 늘어났다. 오시장께서 창의경제를 부르짖으시는데, 창의성을 발휘하는 주체는 사람입니다. 좀 더 창의경제에 부합하도록 사람에게 좀 많이 써야 하는데, 콘크리트에 퍼붓는 사업이 너무 많다. 이걸 좀 줄여야 합니다.


같은 공사를 발주해도 건설업체들에게 그냥 마구 퍼주는 사업들이 정말 많다. 재벌건설업체들이 가격 담합해서 공사비를 부풀리는 턴키사업들이 대표적이다. 지하철 7호선, 9호선 2단계 연장구간 이런 게 턴키로 해서 공사비 엄청 들어가서 지하철 적자에 시달리는 것이다. 가든파이브 1조에 할 수 있는 것 1조3천억에 했고, 청계천도 3000억에 할 것 4000억에 했다. 은평뉴타운 턴키사업으로 오시장 임기 초기에 고분양가 논란을 빚은 이유도 이런 공사비 때문이다. 이런 턴키사업들이 서울시 전체로 매년 1조원대 넘습니다. 그런데 이거 업체간 가격 경쟁만 유도하면 얼마든지 아낄 수 있다. 제가 서울시 재직할 때 건설업체간 담합 분쇄해서 지하철 9호선 2단계에서 1000억원 아꼈고, 제가 이걸 오시장께 보고했기에 오시장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뒤로 과거로 회귀했죠. 이런데서 좀 더 적극적으로 줄이면 얼마든지 더 교육예산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런데 오시장께서 너무 속 좁게 보시는 것 같다. 제발 큰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면 좀 더 통 크게 보시길 바란다.


 

 

선대인 트위터 http://twitter.com/kennedian3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경제구조를 만들기 위한 더 깊이 있는 토론과 정보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 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12. 7. 08:38

 

 

어제 제가 트위터상에서 트윗한 글들이 불러온 파장에 사실 얼떨떨합니다. 트위터에서는 어느 정도 화제가 될 거라 생각했지만, 여러 언론에서 기사화되고 포털까지 걸리게 될 줄은 생각 못했습니다. 하지만 어제 트윗 내용이 시민들이 알아야 할 내용이라 생각하기에 후회는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걱정은 저희 연구소입니다. 저희 연구소는 '정직한 지식의 생산기관'을 자임하는 경제전문 연구소입니다. 오시장에 대한 제 트윗 내용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관한 것이어서 혹시 저희 연구소가 정치적으로 오해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http://bit.ly/hR44lu 혹시 못 읽어보신 분들은 오마이뉴스에 제가 기고한 글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트위터에 올린 글은 아무래도 제 뜻을 충분히 전하기 어려운데, 서울시 재정상태와 의무급식 지원 문제에 대한 제 의견을 정리했습니다

 

제가 어제 오시장에 대한 적나라한 트윗을 하게 된 계기는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그의 발언 때문이었습니다. 서울시 재정 배분에 관한 문제를 이념적 공방으로 몰고가려는 의도가 읽혔기 때문입니다.

 

정말 우리가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을 운운할 정도 수준이기나 한 건가? OECD 국가간 공공사회복지지출(public social expenditure)라는 지표를 보면 한국은 OECD 평균의 3분의 1 수준. OECD 최하수준입니다.

 

반면 전산업의 부가가치 총액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습니다. 우리가 70~80년대 개발연대에 사는 것도 아닌데, 여전히 토건산업의 비중이 매우 과다한, 즉 토건에 너무 많은 자원을 배분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부를만한 수준의 과도한 복지정책을 시행한 적이 없습니다. 물론, 구체적인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에서 선심성 의도로 잘못 만들어진 일부 복지정책이 있을 수 있습니다만, 전체적인 복지수준은 여전히 매우 열악합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포퓰리즘은 복지 포퓰리즘이 아니라 개발 포퓰리즘, 토건 포퓰리즘입니다. 한 해 정부와 지방정부의 공식 SOC 예산은 50조원 전후 수준이지만, 실제 토건 예산은 훨씬 많습니다. 문화, 복지, 교육, 환경 예산으로 포장돼 있을 뿐이어서 사람들이 잘 모를 뿐입니다.

 

예를 들어 국내 도서관과 체육시설, 문예회관, 종합운동장, 각종 복지시설 등은 명목상으로는 문화체육, 교육, 복지, 예산이지만 이들 사업에는 막대하게 부풀려진 시설건립비가 투입됩니다. 하지만 정작 이들 시설을 운영과 프로그램 운영비는 쥐꼬리만하죠.

 

올해 서울시 사업중에도 원지동 추모공원(335억원), 남산공원 재정비(316억원), 한강예술섬 조성(243억원) 사업, 서남권 문화체육컴플렉스 건립(206억원),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파크 건립(701억원), 글로벌클러스터 빌딩 건립(106억원) 등이 모두 그런 사업들입니다.

 

이처럼 실제 토건사업 예산은 훨씬 많습니다. 2010년 서울시 예산에서도 절반 정도 이릅니다. 더구나 예산 부족을 떠들면서도 경제 위기에 대응한다면서 2010년 경우 토건사업예산은 늘리고, 의무적 지출 아닌 재량적 복지 예산은 뭉터기로 깎았습니다.

 

올해 서울시 사업 가운데 기초생활수급자 및 특례수급자 진료비 지원, 긴급복지지원 예산, 노인생활시설 운영, 저소득노인 급식지원, 노인일자리 사업, 노인종합복지관 운영, 장애인취업 통합서비스, 아동복지시설 운영비, 소년소녀가정 및 저소득층 아동지원 등 수십, 수백억씩 감축했습니다.

 

이런 복지예산들 줄여 서민경기 부양한다면서 건설업체들 퍼주는 각종 토건사업 늘렸습니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4대강사업 등 각종 토건사업을 벌이며 하고 있는 작태와도 같습니다. 2006 20조원이던 공공사업 발주액이 2009년에는 50조로 증가했습니다.

 

기존 복지예산도 깎고 건설업체들 퍼주는 예산을 마구 편성하고서 '복지 포퓰리즘'이라니 기가 차지 않습니까. 지난해까지 사회복지사를 했던 아내가 있어서 잘 압니다만, 지금도 단돈 몇 만원이 아쉬운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넘쳐납니다

 

생활도우미가 절실히 필요하지만 도움을 받지 못해 변도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장애인, 매일 끼니를 라면으로 때우고 전기요와 홑이불 몇 개에 의지해 겨울을 나는 60대 노인, 컨테이너 박스에서 노환에 시달리며 한달 생활비 30만원으로 사는 독거노인 등등

 

이처럼 한국의 열악한 복지 현실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집니다. 반면 우리 연구소가 있는 고양시는 지금도 가동률 50%에 불과한 킨텍스 옆에 제 2전시장을 짓는다며 3500억원을 씁니다. 고양시 1년 전체 사회복지예산의 1.5배에 이르는 돈입니다. 킨텍스 제 2전시장은 턴키로 발주됐는데,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그냥 먹는 돈만 1000억원 가까이 됩니다.

 

중앙정부를 생각하면 더 기가 막힙니다. 2009년 이후 2년도 안돼 정부 공기업을 통털어 증가한 공공부채가 520조원에 이릅니다. 한 해 GDP총액의 절반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부채. 공공부채가 이만큼 늘었는지 아마 정부도 집계를 못하고 있을 것입니다. 과거 10년 동안 증가한 공공부채보다 더 많은 부채가 한꺼번에 늘어버렸습니다.

 

이 막대한 부채가 국민들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기보다는 온갖 토건 부동산 부양책 등에 탕진되고 있는 것입니다. 서민경기를 부양한다면서 실제로는 온갖 엉터리 막개발 정책에 탕진하고 정작 우리의 힘든 이웃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도 못합니다.

 

이것이 2010년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그런데 복지포퓰리즘이라고요? 오히려 개발포퓰리즘입니다. 전국 각지에 쓰지도 않는 유령 지방공항이 넘쳐나고, 늘 예상 통행량보다 턱없이 적은 도로들이 계속 건설되고, 뉴타운사업이 남발되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서울시도 사례를 들어볼까요? 오시장도 취약한 자신의 당내 입지 보완한다며 2008년 개발 마인드로 무장한 한나라당 당협위원장을 정무조정실장으로 끌어들였죠. 그 뒤 나온 것이 '서남권 개발 프로젝트'. 상대적으로 개발 낙후된 서울 서남권 주민들을 겨냥한 선심성 개발정책이었죠

 

오시장 스스로가 서남권 개발프로젝트 추진계획 보고자리에서 서남권 지역 주민들에게 '엄청난 정치적 선물인데, (뉴타운과 같은) 기존 사업과 많이 달라 잘 모를 수 있으니 홍보 잘 하라"고 했죠. 이런 수천억짜리 선심성 정책이야말로 개발 포퓰리즘의 전형 아닌가요? 자신의 개발 포퓰리즘은 포퓰리즘이 아니고 시민들 절대 다수가 찬성하는, 우리 아이들 골고루 밥 좀 먹이자는 게 복지 포퓰리즘인가요?

 

이처럼 온갖 개발 포퓰리즘으로 국민들의 소중한 혈세를 외환위기 이후 세 배 이상 비대해진 건설업계에 퍼주며 예산을 탕진하고 기존 복지예산도 깎고 있으면서 무슨 '복지 포퓰리즘'입니까. 현실인식에서 최소한의 균형감각도 상실한 망발이 아닐 수 없죠.

 

결국 오시장이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한 것은 의무급식에 대한 지지가 높자 자신의 3무학교 사업으로 물타기하는 한편 이념적 공방으로 몰고가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순위에 대한 생각 다른 것까지는 좋은데, 이념공방으로 몰고가는 것은 정말 치졸한 수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떤 정책에 대해 재정 배분이 적절한지에 대해 논의하고 그것이 합의가 안돼 정해진 정치적 결정 규칙에 따라 결정됐다면, 일정한 수준에서 수용하는 게 우리가 현재 채택하고 있는 민주주의 아닌가요? 그런데 수세에 몰린 정치적 입지 만회하고, 한나라당 지지층 결집을 위해 이념 공방으로 몰고가는 것이 '한때 개혁파' 오세훈의 선택인가요?

 

사실 터무니없는 재정 남발에 대해 말씀드렸지만 과세형평성 문제도 정말 심각합니다. 우선, 국내 자산경제 규모는 약 7500조원 규모로 GDP로 대표되는 생산경제 1064조원의 7배 규모. 그런데 자산경제에 걷는 세금은 전체 조세수입의 17.8% 불과합니다.

 

땀 흘려 일하는 생산경제 영역에 주식, 부동산 등 자산경제 영역보다 단위당 서른 배 이상 과중한 세금을 매기면서 무슨 '공정사회' 운운이란 말인가요? 또한 특검 조사에서만 45000억원의 비자금을 밝혀내고도 상속세 한 푼 안내는 이건희씨를 비롯해 한화, CJ, C&우방, 태광그룹 등이 수백, 수천억원대 비자금 관리하면서 탈세하는 동안 국세청과 금융감독원과 검찰들은 도대체 뭘 했단 말입니까? 유럽 재정위기 진원인 PIIGS 국가들보다 더 큰 지하경제가 존재하는 나라가 '공정사회' '공정과세'가 가능하겠습니까?

 

부자감세는 어떤까요? 현 정부가 실시한 감세정책 규모는 OECD 3위 규모로 경제위기 진원지도 아닌 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 87조원). 부유층과 불로소득에 제대로 과세도 안하고, 탈세를 처벌도 안하면서 엄청난 감세를 해주는 나라입니다.

 

감세할 만한 처지나 되나요? 실효 법인세율은 OECD 하위권으로 30% 후반대인 경제대국 미국, 일본의 절반 이하 수준. 그런데 맨날 홍콩, 싱가폴 등 외자를 유치해야 먹고 사는 일부 도시형 국가 비교하면서 국내 법인세율 높다고 감세 땡깡 부리죠

 

결국 돈과 권력 가진 사람들이 제대로 세금도 안 내면서도 각종 토건사업과 감세, 고환율 지지 등으로 엄청나게 배 불리는 형국입니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무임승차 문제가 심각하다고 했지만, 진짜 이 사회의 파렴치한 무임승차자들은 바로 이들입니다. 비유하자면, 동창회비를 제대로 내지도 않는 사람들이 동창회 회장, 총무를 맡아 자신들 좋은 일에 흥청망청 동창회비를 쓰는 격입니다. 국내에 복지 포퓰리즘이 있다면 '재벌 복지 포퓰리즘'일 뿐 남미형 포퓰리즘은 큰 틀에서 없습니다.

 

하지만 향후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각종 복지수요가 급증하게 됩니다. 어디에선가 재원을 마련해야 합니다. 하지만 가뜩이나 급속한 고령화로 경제위축 효과가 커지고, 글로벌 경쟁압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생산경제에 계속 과세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일부 진보세력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사회복지세를 신설하면, 가뜩이나 세원이 드러난 생산경제 종사자들의 세금 부담이 더 커집니다.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결국 자산경제에 제대로 과세하고 탈세를 막고 세원을 투명하게 드러내야 합니다. 탈세 막고 자산경제에 대한 공정과세 구조만 확립해도 50조원 추가 확보 가능합니다. 또 각종 불요불급한 토건사업 등을 줄이고 각종 잘못된 정책과 제도를 개혁하면 매년 50조원 이상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그 재원으로 일반 가계의 세부담 늘리지 않으면서도 얼마든지 삶의질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 밥 먹이는 일쯤은 껌값 쓰듯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시 좀더  정리된 글로 올리겠습니다. 다만, 막대한 세금을 엉뚱한 곳에 탕진하면서 아이들 밥 먹이는 돈 700억 아깝다고 '복지 포퓰리즘' 운운하는 사람은 서울시장 자격 없습니다. 그런 사람, 그런 정치세력은 시민들의 힘으로 용서하지 말아야 합니다. 모두 좋은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선대인 트위터 http://twitter.com/kennedian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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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12. 4. 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