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는 흰 것을 검다고 한다-부시의 8가지 거짓말






"부시는 흰 것을 검다 하고 실패를 성공이라고 한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의 명 칼럼니스트 폴 크루거먼(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가 조지 부시 대통령 후보가 미국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이처럼 비판했다.

그는 12일 '사전에 사실을 점검한다'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일자리, 실업률, 재정적자, 감세정책 등 8가지 주제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주장이 거짓이나 사실왜곡이라며 조목조목 비판했다. 크루거먼 교수는 그동안 부시 행정부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높여왔으나 이처럼 강한 톤으로 부시 대통령을 공격한 것은 이례적이어서 막바지 대선국면에서 상당한 논란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그는 13일 열리는 경제를 주제로 한 3차 TV토론을 하루 앞두고 쓴 이 칼럼에서 부시 대통령이 일자리 창출과 관련한 주장에 대해 "중간시험에서 F를 맞은 뒤 그 과목을 통과하는데 최소한 C가 필요한 데도 D를 맞고서 우쭐대는 격"이라고 꼬집었다.그는 또 부시 대통령이 국방 이외 분야의 재량지출을 매년 1%밖에 늘리지 않았다고 주장한 데 대해 "실제 증가율은 물가상승분을 제외해도 8%"라며 "부시 대통령은 예산 문제와 관련해 자신이 계속 어겨온 약속과 실제를 혼동하는 모양"이라고 비꼬았다.크루거먼 교수는 두 대선 후보를 비교하면서 "케리는 부정확한 표현을 쓴다고 비판받을 수는 있지만 그의 주장의 핵심은 정확하다"며 "반면 부시의 주장은 근본적으로 부정직하다. 그는 검은 것을 희다고 하고 실패를 성공이라고 강변하고 있다"고 있다고 비판했다.그는 또 두 후보의 주장에 대해 비슷한 분량의 지면을 할애하는 언론의 행태에 대해서도 "부시 대통령의 거짓말을 폭로하고 케리 후보의 어휘 선택을 해부하는데 똑같은 시간을 쓰며 안주하는 기자들은 그들의 독자들을 현혹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그의 칼럼 번역과 원문. 사전에 사실을 점검한다

갈수록 절망적으로 보이는 부시 대통령이 내일 (3차 TV토론에서) 무슨 말을 할 지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당신이 듣게 될 8개의 거짓말이나 사실왜곡과 그 각각에 대한 진실을 따져보자.

일자리=부시 대통령은 2003년 여름부터 창출된 170만개의 일자리를 거론하며 지금 경제가 튼튼하며 더 튼튼해질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것은 마치 당신이 어떤 과목의 중간시험에서 F를 맞은 뒤 그 과목을 통과하는데 최소한 C가 필요한 데도 D를 맞고서 우쭐대는 격이다.

부시 대통령은 허버트 후버 대통령(1929~1933년 재직한 미국 제 31대 대통령) 이래 재임기간 중 정규직 일자리가 감소한 첫 번째 대통령이다. 미국 경제가 단지 인구 성장에 발 맞추기 위해서만 매년 약 160만개의 일자리가 추가로 필요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더 나쁜 상황이다. 지난 해의 일자리 증가는 일자리가 감소한 것보다는 더 좋은 소식이긴 하지만 이 같은 필요기준을 맞추지 못한다. 더구나 필요한 일자리 수와 실제 가용할 수 있는 일자리 수 사이의 엄청난 간극을 좁히는 데도 거의 기여하지 못한다.

실업=부시 대통령은 지난 해 6월부터 실업률이 감소한 것을 자랑스러워한다. 하지만 취업자 비율은 전혀 증가 하지 않았다. 실업률이 감소한 것은 단지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 중 일부가 구직을 포기해 실업 통계에 잡히지 않았기 때문일 뿐이다. 일하고 있거나 적극적으로 구직하고 있는 인구를 나타내는 노동 참가율이 부시 행정부 들어 급감했기 때문이다. 만약 노동참가율이 (부시 대통령이 집권하기 전인) 2001년 1월 수준을 유지했다면 공식 실업율은 7.4%가 됐을 것이다.

재정적자=부시 대통령은 경기 후퇴와 9.11테러가 기록적인 재정 적자를 초래했다고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의회예산처(CBO) 추정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의 감세조치 때문에 2004년 재정적자의 3분의 2가량이 발생했다.

감세=부시 대통령은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존 케리 상원 의원이 '중산층을 위한' 감세조치에 반대했다고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CBO의 수치는 부시 대통령이 실시한 감세 혜택의 대부분이 상위 10%에, 3분의 1 이상이 평균 수입이 100만달러 이상인 상위 1%에 돌아갔다는 점을 보여준다.

케리의 세금정책=부시 대통령은 또 케리 후보가 많은 중소기업들에 대한 세금을 올리려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사실은 매우 미미한 수의 중소기업들이 영향을 받게 된다. 게다가 케리 후보가 지난 주 적절히 지적했듯이 부시 행정부의 중소기업 사주에 대한 정의는 매우 넓어서 목재 회사에 지분을 갖고 있는 부시 대통령까지 포함한다.

재정 책임=부시 대통령은 케리 후보가 2조달러의 새로운 정부 지출을 제안하고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것은 당파적 시각으로 본 수자로 중립적 추정치보다는 훨씬 높다. 반면 워싱턴포스트지가 공화당 전당대회 후 지적했듯이 부시행정부가 제시한 수치를 보면 부시 대통령의 정책과제들을 실행하는 데 드는 비용은 케리 후보측 안을 훨씬 능가하는 3조달러 이상이 들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금요일 국방 이외 분야의 재량지출을 매년 1%밖에 늘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실제 증가율은 물가상승분을 제외해도 8%에 이른다. 부시 대통령은 예산 문제와 관련해 계속 어겨온 약속과 실제를 혼동하는 모양이다.

건강보험=부시 대통령은 케리 후보가 각 개인들의 의료 결정권을 빼앗고 싶어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케리의 안은 메디케이드(메디케어와 함께 미국의 양대 건강관련 보험제도)를 확대해 어린이들이 건강보험 혜택을 누리게 하는 것이다. 케리의 안은 모든 이들이 재앙과도 같은 의료 비용부담을 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며 만성 질환자에게는 특별한 도움이 될 것이다. 따라서 케리의 안은 환자의 결정권을 제한하는 것과는 무관하다.

부시 대통령의 거짓말과 왜곡만을 부각함으로써 케리 후보는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 있다고 말하는 거냐고? 그렇다.

케리후보는 때때로 트집쟁이들이 불평할 만한 꺼리들을 제공하는 단축 어법을 사용한다. 그는 160만이 실직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수치는 민간부문의 실직자 수로 정부부문의 고용 증가로 부분적으로 상쇄된다. 하지만 고용 상황이 끔찍한 건 사실이다. 그는 또 이라크 전쟁 비용을 2000억달러로 언급한다. 실제 지출은 지금까지 1200억달러다. 하지만 전쟁 비용으로 최소 800억달러가 더 들어갈 거라는 걸 의심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중요한 점은 케리는 기껏해야 부정확한 표현을 쓴다고 비판받을 수 있지만 그의 주장의 핵심은 정확하다.

반면 부시의 주장은 근본적으로 부정직하다. 그는 검은 것을 희다고 하고 실패를 성공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거짓말을 폭로하고 케리 후보의 어휘 선택을 해부하는데 똑같은 시간을 쓰며 안주하는 기자들은 그들의 독자들을 현혹하는 것이다.

Checking the Facts, in Advance

t's not hard to predict what President Bush, who sounds increasingly desperate, will say tomorrow. Here are eight lies or distortions you'll hear, and the truth about each:

Jobs Mr. Bush will talk about the 1.7 million jobs created since the summer of 2003, and will say that the economy is "strong and getting stronger." That's like boasting about getting a D on your final exam, when you flunked the midterm and needed at least a C to pass the course.

Mr. Bush is the first president since Herbert Hoover to preside over a decline in payroll employment. That's worse than it sounds because the economy needs around 1.6 million new jobs each year just to keep up with population growth. The past year's job gains, while better news than earlier job losses, barely met this requirement, and they did little to close the huge gap between the number of jobs the country needs and the number actually available.

Unemployment Mr. Bush will boast about the decline in the unemployment rate from its June 2003 peak. But the employed fraction of the population didn't rise at all; unemployment declined only because some of those without jobs stopped actively looking for work, and therefore dropped out of the unemployment statistics. The labor force participation rate - the fraction of the population either working or actively looking for work - has fallen sharply under Mr. Bush; if it had stayed at its January 2001 level, the official unemployment rate would be 7.4 percent.

The deficit Mr. Bush will claim that the recession and 9/11 caused record budget deficits. Congressional Budget Office estimates show that tax cuts caused about two-thirds of the 2004 deficit.

The tax cuts Mr. Bush will claim that Senator John Kerry opposed "middle class" tax cuts. But budget office numbers show that most of Mr. Bush's tax cuts went to the best-off 10 percent of families, and more than a third went to the top 1 percent, whose average income is more than $1 million.

The Kerry tax plan Mr. Bush will claim, once again, that Mr. Kerry plans to raise taxes on many small businesses. In fact, only a tiny percentage would be affected. Moreover, as Mr. Kerry correctly pointed out last week, the administration's definition of a small-business owner is so broad that in 2001 it included Mr. Bush, who does indeed have a stake in a timber company - a business he's so little involved with that he apparently forgot about it.

Fiscal responsibility Mr. Bush will claim that Mr. Kerry proposes $2 trillion in new spending. That's a partisan number and is much higher than independent estimates. Meanwhile, as The Washington Post pointed out after the Republican convention, the administration's own numbers show that the cost of the agenda Mr. Bush laid out "is likely to be well in excess of $3 trillion" and "far eclipses that of the Kerry plan."

Spending On Friday, Mr. Bush claimed that he had increased nondefense discretionary spending by only 1 percent per year. The actual number is 8 percent, even after adjusting for inflation. Mr. Bush seems to have confused his budget promises - which he keeps on breaking - with reality.

Health care Mr. Bush will claim that Mr. Kerry wants to take medical decisions away from individuals. The Kerry plan would expand Medicaid (which works like Medicare), ensuring that children, in particular, have health insurance. It would protect everyone against catastrophic medical expenses, a particular help to the chronically ill. It would do nothing to restrict patients' choices.

By singling out Mr. Bush's lies and misrepresentations, am I saying that Mr. Kerry isn't equally at fault? Yes.

Mr. Kerry sometimes uses verbal shorthand that offers nitpickers things to complain about. He talks of 1.6 million lost jobs; that's the private-sector loss, partly offset by increased government employment. But the job record is indeed awful. He talks of the $200 billion cost of the Iraq war; actual spending is only $120 billion so far. But nobody doubts that the war will cost at least another $80 billion. The point is that Mr. Kerry can, at most, be accused of using loose language; the thrust of his statements is correct.

Mr. Bush's statements, on the other hand, are fundamentally dishonest. He is insisting that black is white, and that failure is success. Journalists who play it safe by spending equal time exposing his lies and parsing Mr. Kerry's choice of words are betraying their readers.

미디어다음 / 선대인기자
by 선대인 2008. 9. 4. 17:14

이명박 시장, 청계천 공사를 말하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9일 공사 현장에서 나온 문화재 복원 문제로 논란을 빚고 있는 청계천 복원 공사와 관련, "(서울시의 청계천 공사 방향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말에 현혹돼서 정책이 수정되거나 뒤로 물러나면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고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문화재 복원 논란에 대해 "문화재로 비중 있는 것은 수표교와 광교뿐 나머지는 아무 것도 없다"며 "땅에 파묻혀 있는 (구조물) 기초 돌 덩어리가 어떤 모양으로, 어떤 형태로 있었는지 조사해서 기록을 해 놔야 하지만 돌 자체가 문화재로서 가치 있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시장은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문제와 관련, "평당 2000만원을 돌파했는데 이 정도면 뉴욕이나 런던, 동경 중심부 아파트 값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너무 높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민간 건설업체들에 아파트 분양 원가를 공개하라는 것은 무리"라면서 "정부 산하 토지공사가 공급하는 택지 원가에서 이윤을 남기지 않는다면 아파트 분양가를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터뷰는 9일 서울시장 접견실에서 50분가량 이뤄졌다. 다음은 이 시장과의 일문일답 요약. "수표교와 광교 외엔 문화재적 가치 없어"





-청계천 복원공사를 둘러싸고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데.

공사를 홍수 전에 못하면 큰 피해를 입는다. 올해 두 번의 홍수가 있을 것이다. 홍수가 아니라도 우기에 접어들면 한 달 반 동안은 공사를 못한다. 서울시내 모든 물이 청계천에 모인다. 범람 직전까지 간다. 공사를 거기 맞춰 하지 않으면 문제가 된다. 문화재 때문에 이야기들이 많은데 각기 전문 분야가 있는 것 아니냐. 상지대 교수들과 문화연대 등 시민단체 쪽 사람들은 역사와 사회학을 전공했는데도 문화재와 관련해 이야기를 한다. 그건 문화재 위원들이 개진할 문제다. 그 다음에 수리(水理) 문제다. 처음 청계천 교량 지을 땐 600년 전 인구 30만이 살던 때다. 당시 하수물은 제 자리에서 다 빠졌다. 이제는 서울시 전체가 콘크리트로 덮여 물이 스며들지 않고 모두 청계천으로 흘러 든다. 옛날 개천에 쓰던 교량을 여기에 그대로 쓸 수 없다. 시공자인 우리가 마음대로 하는 게 아니라 문화재 전문위원들과 상의를 해서 결정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비중 있는 문화재들이 지금 계속 나오고 있지 않나.

문화재로 비중 있는 것은 수표교와 광교뿐이다. 나머지는 아무것도 없다. (구조물) 기초 돌 덩어리가 땅에 파묻혀 있을 뿐이다. 그 돌이 어떤 모양으로, 어떤 형태로 있었는지 조사해서 기록을 해 놔야 하지만 돌 자체가 문화재로서 가치 있는 것은 아니다.

-계속 문화재들이 발굴될 가능성이 많다고 하는 게 청계천복원시민위원회(시민위) 관계자들 이야기인데.

이미 다 나왔다. 나올 만한 것은 다 기록에 나와 있다. 나머지 지역에 대해 지표조사도 해보고 다른 것도 해봤다. 깊이 더 파보니 나오는 게 화투짝, 고무짝 이런 거지.

-시민위에서는 수리적으로는 지난해에도 별 문제 없었는데 홍수에 대비한다는 이유로 공사를 강행하는 것은 서울시가 정해놓은 일정에 맞춰 가려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무책임한 이야기다. 2002년 청계천 덮여 있을 때 종로 일대가 범람했었다. 지금은 공사중이므로 범람이 되면 피해가 매우 커진다. 문화재고 뭐고 위치가 다 바뀐다. NGO 계신 분들도 90% 이상 다 이해한다 (그런데 왜 반대 의견이 나오나) 그러니까 일부라는 거지. 문화재라고 하는데 그것들이 깨지는 것도 아니고 돌 덩이일 뿐이다. 조각품도 아니다. 원석 그대로 묻어놓은 것이다. 석축할 때 쌓든지 조경할 때 쓰든지 문화재위원회의 결정에 따르겠다. 문화재 나오면 박물관에 갖다 놓지 그 자리에 두고 원상 복구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문화재위원회 결정이 나오면 다 따르는 건가.

당연하지. 지금도 문화재위원회 결정에 따라 한다. 시민위에서 자꾸 따지고, 과격하게 나오니 저쪽(문화재위)은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일방적으로 할 게 없고 할 수도 없다.

-문화재위원회는 개발과 복원이 논란 될 때 복원쪽의 손을 들어준 경우가 많았는데.

복원 할 수가 없는데 어떻게 복원하나. (구조물) 기초의 큰 돌, 원석이 나오는데 그 자체가 무슨 문화재 가치가 있나. 보지 않으면 모른다. 문화재 위원들은 오래 (이 일을) 취급해봐 잘 아는데 그 분들 결정을 따른다.

-당초 시장이 시민위 쪽 얘기를 많이 듣겠다고 했는데, 시민위 쪽에서는 시장이 잘 경청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내가 시민위원회 위원장인데 듣고 안 듣고 할 게 없다. 시민위 목적은 시민들에게 홍보하고 계획이 만들어진 것을 심의하는 것이다. 우리와 합의하는 게 아니라 심의하는 거다. 깊은 기술적 문제로 들어가면 시장하고 얘기할 게 없다. 나도 전문가가 아닌데 터치하는 게 없다. 내가 지시할 건 문화재 전문위원들 말을 따르라 하는 것 밖에 없다. "대안없이 비판해서는 안돼"





-처음에 청계천 사업 비전을 내놓을 때 대표적 친환경사업이라고 제시했다. 얼마전 환경연합 운동가들을 만난 적이 있는데 그 분들이 청계천 사업이 자연하천을 살리는 방향이 아니라 건설사업 하듯 개발 쪽으로 가는 것 같다고 하더라.

더 깊은 이야기는 하면 안 되고…(잠시 뜸을 들이다) 실무적으로 감정적 대립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시민위 관계자들과 사업 맡게 된 분들간의 갈등 말이냐고 묻자 손사래를 치며) 거기까지 말할 필요는 없고. 어쨌든 모든 공사가 끝나면 조경도 해야지. (가능하면 자연 생태를 살리는 방향으로 가야하지 않느냐?) 그게 조경 아니냐. 세느강을 얘기하는데 세느강은 친환경적이지 않다. 콘크리트로 박스를 만들어 그 위에 물을 흘린 거니까. 그 사람들이 요즘 같으면 우리처럼 했을 것이다. 우리가 더 친환경적이다. 콘크리트에 물을 흘리는 게 아니라, 흙 위로 물이 흐르고 그 바깥에 다시 홍수를 대비해 차수벽을 대는 것이다. 물은 자연상태로 흙 위로 흐르는 거다.

-자연의 물줄기를 뽑아오는 것이 아니고 지하철 공사장에서 나온 물을 끌어온다고 하던데.

지금 청계천 물이 일년에 열흘도 안 흐르는 것을 어떻게 끌어오나. (기자를 쳐다보며) 이렇게 전체를 모르고 일부의 이야기를 들으면 이렇게 복잡한 질문을 하는 거다. 기술적인 전문분야에서 시장이 간섭하면 실수할 수 있다. 조경을 위한 공사가 어디 있나. 어떤 사람의 견해도 있을 수 있다. 100%를 다 맞출 수 없다. (시민의) 8,90%가 동의하면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 (8,90%가 동의한다는 말인가) 그것도 넘지. (오히려 미디어다음 네티즌 폴에서는 대다수가 반대를 했는데)네티즌들이 전문가가 아니니까 서울시가 환경 무시하고 한다고 하면 그렇게 생각하지. 그 사람들은 잘 모르니 신문에 난 것만 보고 그렇게 한다. 이번 공사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다 그런 글들을 보내고 있는 것일 것이고. 그런 말에 현혹돼서 정책이 수정되거나 뒤로 물러나면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 그래서 민주주의가 있는 거다. 전문가들이 한다면 그대로 가는 거다. 이 정부도 부산고속철을 당초 계획대로 그대로 가면서 우물쭈물하다가 15조를 날렸다. 새만금사업도 결국 그대로 가면서 중간에 좌초해서 2조가 더 들어가게 생겼다. 청계천이 덮여서 썩은 물 흐를 때는 가만 있다가 이제 와서 이렇게 말들이 많나. 이제 뚜껑 열어놓으면 어디든지 가서 확인할 수 있다. (청계천을) 덮을 때 문제 삼지 않던 사람들이 열 때 왜 이렇게 말이 많나 하는 거지. 광통교 위(상판)가 하나도 없다. 기둥만 있다. 과거 복개공사 때 상판을 걷어버려 이제 찾을 수도 없다. 그 위에 그대로 콘크리트칠을 했어. 그럴 때 학자들이 뭐 했나. 수표교 장충동 옮길 때는 가만 있다가 이제 기초 파낼 때 말이 많으냐는 거지.

-그 때야 '개발독재 시대'여서 그랬던 것 아닌가.

개발독재 시대라도 기록은 해놔야지. 어디 버릴 때 한쪽에 보관해달라고 해야지 군부정권이 무서워서 그 말을 못했겠나. 나는 그걸 보고 학자들을 굉장히 증오하는 것이다. 그걸 어디 보관을 해 놔야지.

-청계천 문제는 이 질문으로 정리하자. 시장님이 임기 안에 끝내 치적으로 내세우려고 너무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많던데.

세상에 별 사람 다 있으니 별 이야기 다하는 거지. 일 잘하는 사람에게는 서두른다고 비난하고. 그런 말하는 사람들 치고 책임감 있는 사람들 아무도 없다. 아무 대안 없이 비판하고 다니는 사람들 때문에 나라가 안 된다. 내가 (청계천 공사) 하다가 다른 사람에게 미뤄버렸다고 하자. 그러면 더 많은 사람들이 무책임하다고 할 것이다. 우리가 턴키 입찰을 받아서 업자들이 낸 공기다. 기술자들이 볼 때 이건 그렇게 어려운 공사 아니다. 우리가 제시한 것보다 3개월 당겨서 낸 것이다. 지금 3공구째는 거의 다 끝나 할 일이 없다. 내가 빨리 할 수 있는 것을 늦췄으면 시민들이 뭐라고 하겠나. 지금 (청계천) 상인들 조용한 이유가 뭐냐. 하루라도 빨리 해주는 걸 기대하고 있는데 이걸 늦춰봐라 어떻게 되나. 내가 정치할 사람이면 (청계천 공사를) 시작도 안 했지. 가만 있으면 본전인데. 나는 그렇게 살아오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지도 않을 거다. "대선? 내 임기 끝나면 할 말은 하지"





-정치 이야기 나온 김에 여쭤보겠다. 유력한 대선주자중 한 분으로 거론되는데 어떤 생각인가. 그 전에 전당대회에 대표 후보로는 안 나가는 건가.

전당대회에는 절대 안 나간다. 시민들과 약속한 게 있는데. (당에서) 추대한다고 해도 추대 받아 갈 수도 없고, 어쨌든 절대 안 나간다.

정치 하는 사람들이 '대통령 관심 전혀 없다' 하면 가식적인 얘기지. (대통령) 5년 임기에 이제 1년이 지났는데 예전에 이렇게 얘기한 적이 없다. 서울시장 임기 반이 다 돼 가지만 아직 누가 (다음) 시장한다는 얘기가 없다. 대통령이 실정하고 있으니 사람들이 빨리 시간이 흘렀으면 좋겠다 기대감은 있겠지만, 그래서 누가 일찍 누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거기에 편승해서 정치적 행위를 하거나 정치적 발언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본다. 나는 여태까지 대통령에게 한번도 정치적 공세를 안 했다. 사실 따지자면 시도지사도 노 대통령이 하는 것처럼 '한나라당 됐으면 좋겠다'고 나가서 말할 수 있지. 그런데 그렇게 안하고 일에 열중하고 있다.

-시장 임기가 끝나면 말할 수 있다는 얘기인가.

임기 다 끝나면 할 말은 하지. 내 임기가 끝나고 대통령 임기가 일년 남았으면 내가 하고 싶지 않아도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오지. 그런데 이제 일년 지났잖아. 그 동안 국민 의식이 매우 빠르게 바뀐다. 그 동안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죽 지나면서 방향이 많이 바뀌었다. 세 명(의 국정운영 방향이) 거의 같은 방향이었다. 이런 방향으로 가느냐, 다른 방향으로 바뀌느냐는 아무도 모른다. (빙그레 웃고 나서) 모든 매스컴이 끝에는 이걸 모두 물어보더라. 왜 그렇게 빨리들 물어보는 거냐. 노 대통령이 잘못하니까 그런 거 아닌가. (그런 것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한나라당 사태도 맞물려 있지 않겠나) 한나라당 사태는 총선 앞두고 있는 현상이다. 한나라당은 더 많은 고통을 받아야 한다. 받을 만큼 받고 있는 것 같다. 고통을 받음으로써 (당내에서) 새로 태어나는 거라고 본다.

-한나라당 일부에서 나오는 건전보수, 개혁보수 얘기를 지지하는 편인가.

건전한 야당이 있어야 한다. 특히 노무현 정권에서는 건전한 야당이 있어야 국정이 올바로 가고 국가가 발전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하는 사람이 독주하면 위험하지. 그러니까 건전한 야당이 나와야 하지, 시원찮은 야당 나오면 안 된다. 한나라당이 건전한 야당으로 구실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 문제, 교육부장관과 신임 교육감과 발 맞추겠다"





-잠시 옆길로 샜는데 다른 질문을 드리겠다. 시장께서 자립형 사립고나 특목고에 의지를 갖고 계신데 유인종 교육감하고는 그 부분에서 잘 안 맞는 것 같다.

결이 다르지. 그 사람은 전교조 발상인데, 교육의 수혜자는 시민 아니냐. 시민의 요구가 뭔가를 살펴야 한다. 지금은 개방된 사회 아닌가. 옛날에는 대학 졸업 안 한 사람이 유학 가는 거 생각 못 했잖아. 그런데 요즘에는 초등학교, 중학교부터 유학을 간다고 한다. 30년 전 제도를 가지고 그대로 가면 되나. 당연히 교육도 바뀌어야지.

-결국 교육청과 발을 맞추야 바꿀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서울시교육청과 조화롭게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이다.

(안병영) 교육부장관의 견해가 나와 거의 비슷한 것 같다. 교육부총리가 그런 생각 갖고 있으면 상관이 없다.

-어쨌든 교육청과 협조할 부분이 많을 텐데 교육청과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을 건가.

재량권을 교육청이 갖고 있으니까. 서울시가 서울시민 세금 받아서 2조를 대주면 시민의 요구를 경청해야지. 그러면 교육에 더 뭘 원하는 거냐. 정부 내에서도 생각이 똑 같다. 한 사람만(유인종 교육감을 지칭) 그러는 거지. 한 사람도 요즘 많이 변했더라. (자주 보시느냐) 자주 만나고 가깝게 지낸다. (웃으며) 다들 싸우는 줄 아는 모양인데. ('코드'가 달라 보이는데) 코드가 다른 것하고 사람 알고 지내는 것 하고 다르지. 친구간에 코드가 다 맞나. 이제 이 분이 물러나니까 이 분하고 얘기해서 결론을 낼 수는 없는 상황이지.

-그럼 차기 교육감과 특목고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건가.

차기 교육감도 그렇고, 교육부총리도 그러니까 교육문제는 잘 해결될 거라고 본다.
-교육학박사 한 분이 서울시내의 공교육 인프라에서 지역간 차이가 많이 난다고 하더라. 은평구에는 공립고등학교가 하나도 없고, 성동구에는 달랑 2개만 있다고 하더라. 그런 문제들부터 풀어야 하는 것 아니냐.

성동구는 달랑 2개가 아니라, 여자고등학교만 2개가 있다. 그런 것도 시정해달라는 것이지. 그런 것을 공교육이 시정을 못하면 사교육이라도 들어가야 한다는 거지. 자립형 사립고나 특목고라도 해서 수준 높게 만들 필요가 있다. 여기 있던 명문고를 쏙 뽑아서 강남에 옮겨갔을 때 빈 자리를 메워주지 않았던 것이다. 오히려 (강남 개발 당시 명문고를 이전하기보다) 강남에 새로운 학교를 설립했으면 좋았다. 지금 성동구 사는 사람들 다 타지 가서 공부한다. 실업고만 세개가 있다. 그런데 학생들이 그 학교에 안 간다. 이 걸 교육청이나 교육부가 조정을 해줘야 한다. 실업고를 줄이고 하나 정도는 일반고로 바꿔야지. 이런 것을 너무 안 해준다. (정부도) 늘 입시만 갖고 이야기를 했지 뭘 했느냐. "정부 조성 택지 비싸 아파트 분양가 너무 높아져"





-도시개발공사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했지만 이전 인터뷰 내용을 보니 민간 업체들 분양가까지 공개하는 것은 무리 아니냐고 하셨다. 하지만 시장께서 현대건설 사장 출신이고 타계한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국민당 후보 시절 아파트 반값으로 짓겠다고 공약했다. 그 때문에 일반 시민들은 건설업체들이 아파트에서 굉장히 많이 남기는 것으로 보고 있는데.

당시는 정부가 가격을 정해줬으니 이야기할 게 없다. 김대중 정권 때 가격을 풀어준 거다. 정주영 후보가 한 것은 대통령 되면 땅을 싸게 공급해주겠다는 거였다. 그건 가능했다. 서울시가 짓는 것은 99%가 임대아파트다. 예외가 마포 상암지구 1,2,3차다. 그 경우 분양하려고 하니 개인의 투기 요인이 되겠다 싶었다. 개인에게 이익을 주는 것보다는 분양가를 좀 낮게 해서 공익을 위해 쓰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서 (분양가 원가를) 공개해줬다. 우리는 한 두 경우밖에 없지만 민간기업은 다 공개하라면 무리다. 민간 업체들이 전략적으로 이익 내는 데가 있고 적자 내는 데가 있으니까. 하지만 지금 아파트 분양가가 너무 높다. 평당 2000만원을 돌파했다. 2000만원 넘으면 뉴욕이나 런던이나 동경 중심부 아파트 값보다 더 높은 가격이 된다.

-민간 건설업체들이 폭리를 취한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에 공감하는 것인가.

그건 뭐라 할 수 없다. 정부가 아파트 건설 기준을 조정해야 한다. 너무 아파트를 고급화한다. 인테리어 자재들이 100% 외제다. 부엌 가구니 뭐니 모두 독일제다. 여기에서 가격 원가 상승 요인 만들었다. 기본 자재를 사용해 중산층 아파트를 짓고 돈 있는 사람은 입주후 더 고급스럽게 집을 꾸미게 하면 된다. 그런데 일괄적으로 자꾸 고급스럽게 하면 국가적으로 도움이 안 된다. 무주택자에게 희망을 못 준다. 무주택자가 싼 값으로 들어가려면 어느 정도 기초만 해주면 들어가 살다가 꾸미면 되지 않느냐. 내장 고급화로 업체들이 경쟁하니 코스트 업(원가 상승)이 되지 않나. 그런 점에서는 견제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정부가 해줘야 한다. 서울시가 할 수 있는 건 전혀 없다. 평당 분양가를 2200만원으로 올리고 싶은 사람이 억제하도록 간접적 효과를 노려야지 직접적으로 대놓고 할 수는 없다. 정부의 주택지 공급계획도 바꾸어야 한다. 토지공사가 토지개발 다하는데 여기 민간업체들이 다시 이익을 붙여 파니 이중으로 가격이 뛴다. 토공은 원가로 택지를 제공해야 한다. 우리는 임대아파트 조금 적자 보면서 공급한다. 매월 5만원, 8만원 받으면서 적자 본다. 그런데 정부 산하 기관이 지난 해 1조 3000억원 이익 냈다는데 그건 잘못이지. 그렇게 정부가 시행하면 분양원가가 떨어지고 다른 분양가 내역도 다 드러난다.

by 선대인 2008. 9. 4. 17:06

 

기획재정부가 9월1일자로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재도약 세제’라는 제목으로 감세안을 발표했습니다. 감세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이미 신문과 방송 등 여러 매체들을 통해 이미 접했을 것으로 믿고 이번 감세안을 세 가지 문제를 중심으로 평가해보겠습니다.

 

1. 향후 중장기 조세구조 개혁 방안에 대하여

 

현재 한국의 재정상태는 결코 건전한 상태라고 할 수 없습니다. 외환위기 전 50조원이던 국가채무는 2007년 기준으로 300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또 국가채무 증가 속도도 해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습니다. 더구나 한국의 경우 연기금 등으로부터 차입한 사회보장기여금 비중이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와는 달리 연금 지급을 위한 재정지출 시기는 아직 도래되지 않았습니다. 지금 정부는 2013~2015년경부터 베이비붐 세대들이 본격적으로 은퇴하는 시기에 대비해 매우 신중한 재정 운용을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재정구조의 건전성을 미리 확보하지 못한다면 재정은 급속도로 악화될 수 있습니다. 실질 생산인구 감소 등에 따른 향후 세입세출 구조 변화에 대한 치밀한 준비 없이 마련한 막무가내식의 감세안은 무책임하고 위험하기 짝이 없습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시점을 불과 4~5년 남긴 시점에서 미국의 조지 부시 행정부가 막대한 감세안을 추진한 결과가 어땠습니까? 클린턴 행정부때 쌓은 흑자를 다 까먹고 막대한 재정 적자를 만들어 미국이 현재 겪고 있는 경제 위기의 단초를 제공한 전례를 세심하게 살펴봐야 합니다.


그런데 정부는 향후 부족해질 수 있는 세수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해 명확한 방침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원 투명화 및 세원 기반 확대 등에 따른 일시적인 세수 초과 등에 기대 ‘문제 없다’고 하지만, 이는 언제까지나 지속될 효과가 아닙니다. 일정한 단계에 접어들면 세원 투명화 및 세원 기반 확대는 한계에 이르게 됩니다. 또한 감세에 따른 경기 활성화로 세수 감소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다양한 실증 연구에 비춰볼 때 정부의 희망사항에 불과합니다. 반면 감세에 따른 세수 감소 효과는 향후 세율 조정이 없다면 계속 지속되게 됩니다. 한 번 내린 세율을 도로 올린다는 것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더구나 한국 경제는 국내외의 각종 구조적 문제로 향후 수년 내에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지출 수요가 크게 늘게 될 것입니다. 감세안 추진에 따라 세수는 줄고, 재정지출 수요는 크게 는다면 국가 재정의 건전성이 심각하게 위협받게 됩니다. 여기에다 은퇴 세대 증가로 인한 사회보장기여금 지출 수요 및 실질 생산인구 감소로 인한 경기 위축 효과까지 감안할 때 빠른 속도로 재정이 악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하지만 이번 정부의 감세안에는 불과 몇 년 안에 벌어질 상황에 대한 대비책조차 전혀 없습니다.


또한 급격히 변화한 한국 경제의 구조에 걸맞은 세입세출 구조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에 대한 비전도 전혀 없습니다. 한국은 1970년대 기본 조세체계를 구축한 뒤 근본적인 변화가 없이 땜질식 세목 변경으로 일관해왔습니다. 이 때문에 새로운 경제구조에 걸맞은 조세체계의 정비는 시급히 추진해야 할 필수 과제입니다. 재정부도 겉으로는 ‘선진조세체계’를 구축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겉으로 내세운 정책 목표에 전혀 부합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현재 조세체계는 개발경제 시절 노동 및 자본집약적 성장 시대에 구축된 것으로 2000년대 이후 자산 경제 비중이 급격히 커진 상황에 맞는 조세체계라고 할 수 없습니다. 과거 생산경제 활동의 비중이 클 때에는 법인세나 소득세 등 가계나 기업의 생산 활동에 대한 세금 비중이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생산경제 비중이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언제까지 그 같은 체계를 그대로 가져갈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법인세나 소득세를 깎을 수도 없습니다. 앞서 말한대로 지속적인 세원을 추가적으로 확보하지 않는다면, 심각한 재정 위기에 노출될 수 있고, 이는 극단적으로는 경제 전반의 침체와 사회보장 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경제상황에 걸맞은 새로운 세원을 확보해야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부동산 등 자산에 대한 과세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의 보유세는 선진국 수준으로 계속 높여갈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양도세의 경우에도 보유세제가 정착되기 전까지는 집값 상승으로 인한 우발이익을 환수한다는 측면에서 큰 틀은 좀 더 유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앞으로 자산임대소득이 크게 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그에 따른 과세를 강화해 생산경제의 세수 감소를 보완해야 할 것입니다. 현실적으로도, 근로소득에 대해 수백만, 수천만원의 세금을 부과하면서 불로소득이라고 할 수 있는 부동산 가격 상승이나 임대 소득에 대해 훨씬 적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사회 구성원들이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이런 세제로는 근로자들의 근로의욕을 꺾어 현 정부가 말하는 경기 활성화도 어렵게 됩니다. 따라서 정말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선진조세체계를 구축하려 한다면, 이 같은 세원 구조에 대한 조정이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정부 감세안은 생산소득에 대한 감세안은 있지만,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 방안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보유세의 실질적 부담을 낮추고, 양도세와 상속세 부담을 급격히 완화함으로써 투자자 또는 투기자들의 불로소득을 용인해주고 있습니다. 이는 결국 사회 전체적으로 근로의욕을 더욱 감퇴시킬 뿐입니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덧붙이자면, 종부세 등 보유세 강화도 이 같은 전체적인 조세체계의 개혁을 전제로 해서 추진했어야 합니다. 물론 일부 기득권 언론의 왜곡과 선동도 있었지만, 부동산 투기 대책의 성격만 부각되다보니 정책 추진 초기부터 논란을 부르고 불필요한 반발을 샀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점에서 노무현 정부의 조세정책도 단편적이고 근시안적으로 추진됐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 한국의 경우 국세에서 차지하는 간접세 비중이 높아 직접세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바꿔야 합니다. 국세청이 발간하는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05년 기준으로 한국의 직접세 대 간접세 비율은 46.8 대 53.2로 간접세 비중이 더 높습니다. 그나마도 2000년 40%선이던 직접세 비율을 많이 끌어올린 것입니다. 그런데 일본(62.4 대 37.6), 미국 (92.7대 7.3. *미국의 경우 판매세 등이 모두 주세로 잡히므로 연방정부의 국세 비율로만 보는 데는 한계가 있으나, 감세정책의 효과를 보는 측면에서는 큰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영국(59.1 대 48.9) 등 상당수 선진국들은 직접세 비중이 더 높습니다. 조세체계에서 간접세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으면 그만큼 세금의 역진성이 강화됩니다. 이건희 회장이든 노숙자든 같은 액수의 세금을 내는 비율이 그만큼 높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휘발유에 붙는 세금은 소비자들이 기름을 넣을 때마다 소득에 상관없이 똑같이 간접세 형태로 내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 감세안은 어떻습니까? 이번 감세안에 포함된 양도소득세, 종부세, 상속세, 소득세 등이 모두 직접세입니다. 간접세를 그대로 둔 채 직접세만 집중적으로 깎는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직접세 비중이 주는 만큼 간접세의 세수 비중이 더 높아질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세금의 역진성이 높아져 빈부격차가 커질 수 있습니다. 한국은 그렇지 않아도 세금을 통한 분배개선 효과가 5% 정도에 불과해 OECD국가 평균인 40%에 비해 현저히 낮습니다. 그런데 이를 개선하지는 못할망정 간접세 비중을 더 높이면 어떻게 될까요?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무조건 미국 조지 부시 행정부를 흉내내 감세를 통한 경기 활성화 효과가 큰 직접세를 집중적으로 감세하기로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직접세 비중이 낮기 때문에 경기 활성화 효과는 크게 떨어지는 반면, 분배개선 효과를 더욱 약화시킬 우려만 커집니다. (경기부양효과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더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이렇듯 이번 감세안은 큰 틀에서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위에서 본 것처럼 당장 몇 가지 조세개혁 과제의 측면에서 볼 때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2. 중저소득층을 위한 것이라는 거짓말에 대하여

 

이번 감세안이 대부분 부동산 부자와 고소득층 등 부유층에 혜택이 집중된다는 것은 이미 상당수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따라서 저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간략히 넘어가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지적하고자 합니다. 정부의 가증스럽고 파렴치한 거짓말에 관한 것입니다. 정부의 감세안 보도자료를 보면 이번 감세안의 기본 목표 및 방향을 ‘일자리 창출․신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저세율․정상과세체계 확립’으로 잡고, 주요 개편내용의 첫 번째 항목으로 ‘중․저소득층 민생안정 및 소비기반 확충 지원’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는 정말 너무나 뻔뻔스러운 거짓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먼저 소득세율 인하에 대해 한 번 살펴봅시다. 국세청의 2007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06년말 기준으로 연말 정산 대상 근로자 1259만명 가운데 하위 47.6%는 근로소득세 면세 대상입니다. 한마디로 현행 제도로도 하위 절반가량은 이미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안 내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다음으로 근로소득세를 내는 52.4%를 5개 분위로 쪼갤 때 최하위 분위는 평균 4.0만원, 차하위 분위는 평균 15.8만원을 냈습니다. 이들 2개 분위 계층에 대해 세율을 2% 인하한다고 해도 혜택은 불과 1, 2만원 안쪽입니다. 연말 정산 대상 근로자 1259만명 가운데 하위 70%가 아무런 혜택이 없거나 쥐꼬리만한 혜택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이들 70%가 거의 아무런 혜택을 받지 않는다면, 정부가 말하는 ‘중저소득층’은 어디에 있단 말입니까?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이 ‘서울 강남의 종부세 대상자는 대부분 중산층이다’라고 말한 식으로 상위 10% 안에 들어야 중저소득층이란 말입니까? 실제로 재정부는 과표 8800만원 이하 계층을 중저소득층으로 잡고, 이들에게 감세 혜택의 53%가 돌아간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과표 8800만원이라면 연간 급여가 약 1억2000만원에 해당합니다. 이들은 근로소득세 납부 기준으로 최상위 분위에 속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까지 포함해도 감세 혜택의 절반 가량밖에 안 돌아간다는 것입니다. 이 주장의 이면은 바로 이번 감세 혜택의 절반이 연간 급여 1억2000만원 이상 계층에 돌아간다는 얘기입니다. 한 마디로 이번 감세안은 최소한의 염치도 없는 부유층 감세안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흉내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부시 행정부가 추진한 감세안의 감세 효과가 어떻게 나타났는지를 살펴봐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의회예산처(CBO)의 2004년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20%가 감세혜택의 60%를 챙겼습니다. 또 최상위 1% 가구가 중간 소득계층보다 약 40배에 해당하는 혜택을 입었습니다.


이런 식의 현상이 한국이라고 안 나타날까요? 이미 그 효과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전례가 있습니다. 2004년 소득세율과 법인세율의 인하 효과에 대해 국회 예산정책처가 2005년 추정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말하는 중저소득계층이라고 할 수 있는 1~6분위 계층에서는 3885억원(6분위)에서 7799억원(1분위)의 후생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중고소득층인 7분위(788억원)부터 10분위(1조4454억원)까지는 후생이 증가했습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하위층의 후생이 줄지는 않았는데, 한국의 경우는 하위층의 후생을 희생해 상류층의 후생을 증진시킨 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모르지 않을 정부가 부유층이 주로 혜택 보는 사상 최대 감세안을 추진한 것을 수긍할 수 있겠습니까?


이처럼 이번 감세안은 말로는 중저소득층을 위한 감세라고 주장하지만, 철저하게 부자들을 위한 감세안입니다. 그런데 이들 부자들은 누구입니까? 바로 이번 감세안을 추진하는 이명박 정부의 ‘강부자내각’과 청와대 보좌진,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한 다수 정치인들, 그리고 이들의 강력한 지지층들입니다. 종부세, 양도세, 상속세 완화는 바로 이번 감세안을 주도한 1% 부자들의, 1%부자들에 의한, 1% 부자들을 위한 감세안입니다. 그런데도 이를 중저소득층을 위한 감세안이라고 포장하고 있으니 얼마나 비열하고 파렴치합니까?


부시 행정부의 감세정책에 강하게 비판했던 저명한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는 그의 저서 ‘대폭로(The Great Unraveling)’에서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레이건 행정부는 감세 정책에 대해 정직하기라도 했다. 공급주의 경제학에 따라 부유층 세금을 깎아주면 낙수효과에 따라 중저소득층도 혜택을 본다는 식의 이론(현실에서는 실현되지 않은)에 따라 부유층에게 혜택을 준다는 사실을 속이지 않았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는 모든 사실을 왜곡했다. 그는 감세가 중산층을 위한 것이고, 정부 재정 구조에도 부정적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기자들에게 거짓말하는 데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도 않았다.” 현 정부는 이런 면에서 미국의 부시 행정부보다 더 하면 더했지 결코 덜 하지 않다고 봅니다.

 

3. 경기 부양 및 일자리 창출 효과에 대해

 

글이 길어지니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짚겠습니다. 정부가 말하는 소위 경기 부양과 일자리 창출 효과입니다. 감세가 이뤄지면 노동자의 근로 유인과 기업의 투자 유인이 커진다는 것은 경제학 이론에 비춰보면 틀린 주장은 아닙니다. 그러면 무조건 감세를 하면 좋을까요? 감세를 하지 않는다고 하면 정부는 징수한 세금으로 재정지출을 할 수 있습니다. 정부 재정 지출을 통해 다른 경기부양책을 쓸 수도 있고, 사회복지정책의 형태로 저소득층에 직간접적인 소득 보조를 해줄 수도 있습니다. 이번처럼 21조원의 감세를 한다는 것은 21조원의 재정지출을 할 수 있었던 것을 포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물론 징세와 재정지출에 따른 행정 비용 등이 들어가니 같지는 않습니다만, 큰 틀에서 비슷하다고 봅시다) 그러면 이와 관련된 비용 대비 편익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21조원이라는 돈을 가지고 경기 부양과 일자리 창출에 가장 효과적인 정책을 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러 가지 가능한 정책 대안들 가운데 같은 비용으로 가장 많은 편익을 만들어내는 사업부터 우선적으로 재원을 배분해가는 게 원칙적으로 맞으니까요.


그러면 과연 감세정책은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먼저 미국 감세정책의 효과를 살펴봅시다. 이에 대해서는 재정부가 2005년 재경부 시절에 스스로 정리한 부시 행정부의 감세정책 효과를 소개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입니다. 당시 재정부 문건에 따르면, Economy.com 연구소의 연구 결과 감세에 따른 세입손실 $1당 0.74$의 수요증대 효과를발하는데 그쳤다고 합니다. 또 미국 경제정책연구소(EPI; Economic Policy Institute)가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3년 감세안이 통과된 이후 2004년8월까지 정부 예측 430만개의 38%에 불과한 16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고 합니다.


그래도 어쨌거나 수요증대 효과도 있고, 일자리도 창출됐으니 나쁘지 않네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앞서도 말했지만, 21조원을 들여서 같은 목적으로 재정지출을 했을 때와 비교해 더 효과가 있어야 한다는 게 전제가 돼야 합니다. 감세정책의 기회비용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럴 경우 과연 다른 재정지출에 비해 더 효과적인지는 매우 의문입니다. 시일이 좀 지나기는 했으나, 실제로 재정부 산하 조세연구원의 2001년 연구 결과는 한국의 경우 재정지출이 감세 정책보다 약 두 배 가량 더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정부의 재정지출을 통한 경기 부양책도 효과가 그리 크지 않고, 남발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미국의 경우 직접세 비중이 매우 커서 감세에 따른 경기 활성화 효과가 한국보다 더 큰데도 이렇습니다. 한국처럼 오히려 간접세 비율이 큰 나라에서 미국만큼의 경기 부양 효과라도 나타날까요? 어림도 없습니다.


그리고 앞에서 이번 감세안은 대부분 상류층에게 혜택이 집중적으로 돌아간다고 했습니다. 상류층에 감세 혜택이 돌아갈 경우 경기 부양 효과는 상당히 제한적입니다. 2007년 소득계층별 평균소비성향을 보면 최하위 소득계층인 1분위는 220.7%, 2분위는 112.7%인 반면, 상류층인 9분위는 69.2%, 10분위는 61.0%입니다. 저소득층은 돈이 없어서 못 쓰고 있을 뿐 돈이 생기면 생기는 족족 소비하지만, 고소득층은 1000만원이 생기면 그중에 600, 700만원 정도밖에 소비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기득권 언론에서 말하는 ‘돈 있는 사람이 돈을 써야 경제가 좋아진다’는 말은 경제적 양극화를 합리화하기 위한 궤변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같은 21조원으로 어느 쪽에 돈을 쓰는 게 경기 부양에 유리할까요? 당연히 저소득층에 돈을 쓰는 게 훨씬 유리합니다. 저소득층을 위한 감세와 바우처 제도를 실시하는 게 이번 감세안보다 훨씬 경기 부양에도 유리할 것입니다. 소비 승수효과를 통해 저소득층에 쓸 경우에는 100%씩 모두 지출해 연쇄적인 소비 효과가 일어나겠지만, 고소득층은 60~70%씩의 승수효과밖에 일어나지 않으니까요.


여론의 비판을 의식한 한나라당의 주장으로 한 해 연기됐지만, 법인세 인하를 통한 기업 투자 의욕 고취도 거의 효과가 없음이 입증됐습니다. 기획재정부는 법인세율 5%P 인하 시 0.6%P의 경제성장률 상승효과가 있고, 10조원 이상의 투자 증가로 18만명의 취업자가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장밋빛 분칠에 불과합니다. 정부가 2003년 기업들에 대해 임시투자 세액공제 조치를 취한 적이 있는데, 이후 기업들의 설비투자 총액은 거의 변화가 없이 70조원대 초반에 머물렀습니다. 실제로 2004년 법인세를 인하할 경우 기업들의 투자 의향에 대해 대한상공회의소가 회원 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도 같은 결론을 내리게 합니다. 당시 설문에 대해 내부 유보후 관망(60.0%)과 투자 계획 없음(27.8%) 응답이 88%에 이른 반면 당장 투자 확대하겠다는 응답은 1.0%, 투자 계획을 수립하겠다는 응답은 11.2%에 불과했습니다. 이처럼 법인세 인하를 통한 투자 활성화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거의 없습니다.


이미 상위 재벌기업들은 막대한 사내유보금을 갖고도 투자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지금처럼 국내외 거시경제 환경이 불안한 상황에서는 제대로 된 기업이라면 정권이 아무리 회유와 압박을 가해도 쉽사리 투자에 나서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법인세를 인하한다면 결국 재벌기업들의 세금 부담만 낮춰, 빈인빈 부익부 구조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구나 이 같은 무분별한 감세정책은 경기 활성화 효과는커녕 재정적자를 늘이고, 물가 상승 등 문제점만 더 키울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과도한 재정적자로 민간투자가 구축되고 금리가 오히려 상승한 결과 민간 투자가 계속 위축되는 악순환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경험적으로도 감세를 단행해 막대한 재정적자를 초래했던 레이건과 부시 행정부 때에 비해 증세를 통해 재정적자를 흑자로 반전한 클린턴 행정부의 경제 성적표가 훨씬 좋았던 점도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물론 한국의 경우 미국처럼 재정적자가 과도한 상황은 아니라고는 하나, 향후 경제 상황이 급격히 악화될 경우 재정적자가 급속히 확대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지금까지 본 것처럼 이번 정부의 감세안은 ‘중저소득층 민생안정’과 경기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허울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본질은 현재 집권세력인 ‘강부자 패거리’들 자신들과 핵심 지지층인 부유층을 위한 감세안에 가깝습니다.

 

4. 글을 맺으며

 

앞서 언급한 크루그먼 교수는 조지 부시 행정부를 기존 시스템의 정통성을 송두리째 부인하는 ‘급진적인 우파 혁명 세력’으로 규정하면서 “(이들이 내세우는) 정책안이 그들이 겉으로 내세운 목표에 부합한다고 가정하지 말라"고 충고합니다. 크루그먼은 “이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으며, 그 목표를 추진하기 위한 어떤 주장도 서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덧붙입니다. 뉴욕타임스 칼럼리스트로서 ‘부업(part-time) 저널리스트’인 자신이 생각하는 다섯 가지 ‘보도의 규칙(rules for reporting)’ 가운데 첫 번째 내용입니다. 그는 “이 같은 규칙은 뉴스를 제대로 이해하려는 어떤 진지한 시민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말합니다. 저는 이 같은 규칙은 현재 한국 상황에서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고 믿습니다.

by 선대인 2008. 9. 3. 01:15

“유학생이나 재미교포도 미국산 쇠고기 다 먹는다”.

쇠고기 수입 협상에 대한 최근 조중동의 사설과 칼럼을 읽다 보니 마치 서로 짜맞춘 듯 논리가 비슷했다. 그 가운데 판박이처럼 거의 똑같이 되풀이되는 내용이 있다. 수십만, 수백만명의 미국 유학생이나 재미교포도 탈 없이 쇠고기 잘 먹고 있는데, 왜 야단법석을 떠느냐는 것이다. 심지어 조선일보 박정훈 경제부장이 쓴 ‘경제초점’은 아예 제목부터 ‘11만 한국 유학생이 먹는 미국 쇠고기, 황당한 논리로 수입 반대’다. 일견 그럴 듯하게 들린다. 그런데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정말 황당하기 짝이 없는 주장이다. 


왜 그럴까? 내 경험에 비춰 얘기해보자. 나는 2005년 8월부터 2007년 7월말까지 정확히 2년을 미국에서 보냈다. 미국 동부의 한 대학에서 공공정책 석사 과정을 했다. 그 당시 쇠고기 많이 먹었다. 원산지를 따지고 먹은 적은 없지만 상당수가 미국산이었을 것이다. 소고기 햄버거도 먹고, 고국을 그리워하며 한국 식당에서 갈비도 뜯었다. 가끔은 “미국인들이 소뼈를 안 먹어서 그런지 여기는 소뼈가 너무 싸다”고 즐거워하며 아내가 해준 곰탕과 사골국까지 먹어댔다. 그때 사실 아무 생각 없이 먹었다. 한국에서 소고기 사먹 듯이 먹었다는 말이다.


대학원 동기 중에 일본 농무성에서 온 공무원이 한 명 있었다. 공공정책 대학원이다 보니 세계 각국의 공무원들이 꽤 있었다. 어느 날 그와 얘기를 나누다 그 친구가 미국산 소고기를 안 먹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농무성에서 쇠고기 수입 협상의 실무를 담당했었는데, 미국 소고기의 관리 및 유통 실태 등을 알게 된 뒤로는 미국산 소고기를 먹는 게 불안하다고 했다. “너무 위험성을 과대평가하는 게 아니냐”고 내가 물었다.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미국 소고기의 관리 및 유통, 검사 실태 등을 알면 절대 100% 안전하다고 할 수 없어. 아주 작은 확률이라 해도 만약 발병하면 광우병은 치사율이 100%야.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미국산 쇠고기를 꼭 먹어야 할 이유는 없지”라는 게 그의 답변이었다. 하지만 그의 말을 들은 뒤에도 나는 쇠고기에 대한 유혹을 끊지 못했다. 느끼한 현지 음식들에 물렸을 때 가끔 생각나는 갈비의 맛은 ‘고향의 맛’ 그 자체였기에.


그러다 어제 아침 인터넷에서 PD수첩을 봤다. 충격적이었다. 미국에서 먹었던 소고기를 도로 다 게워내고 싶었다. 더구나 당시 원기 보양해준다며 ‘위험 부위’중 하나인 뼈로 곰탕까지 끓여준 아내가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사실 아내야 무슨 죄가 있겠는가) 그리고 그 대학원 동기의 말이 새삼 기억 속에서 되살아났다. 나도 지금 알게 된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쇠고기를 그렇게 즐기지는 않았을 텐데. 아내가 아무리 정성들여 끓였더라도 최소한 설렁탕이나 곰탕은 안 먹었을 것이다.


그렇다. 조중동 주장대로 재미 교포나 유학생들 다들 미국산 쇠고기 먹는다. 그리고 자사 특파원들도 다 먹을 것이다. 단 자기들이 어떤 상태의 고기를 먹는지 잘 모르면서 말이다. 내 생각에는 조중동의 특파원들도 PD수첩을 봤다면 아마 예전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먹지는 못할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최소한 곰탕이나 설렁탕 먹을 때는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들도 사람이니 말이다.


영어에 ‘informed decision'이라는 표현이 있다. 어떤 사회적 사안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가진 상태에서 내리는 결정을 뜻한다. 제대로 된 민주국가에서는 모든 이가 알만한 상식선의 문제가 아니라 복잡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라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한 상태에서 시민의 의사를 물어야 한다.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민의 의사를 묻는 것은 여론조작이나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논란이 됐던 상속세 폐지 또는 완화 방안에 대해 국민의 70% 가량이 찬성했다는 게 대표적 사례다. 상속재산이 5억원 미만이면 일괄공제를 통해 한 푼도 안 낸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상태였다. 실제 MBC 시사매거진 2580의 조사결과 상속재산 부과 기준을 알고 있는 시민은 30%도 되지 않았다. 그 프로그램에서는 실제로 자신이 상속세 부과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시민이 즉석에서 입장을 바꾸는 경우도 나왔다. 짐작컨대 많은 시민들이 “어쨌든 세금 줄여준다는 데 좋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찬성했을 것이다. 그들이 상속세의 실태에 대해 충분히 정보를 가진 상태였다면 같은 결과가 나왔을까.


조중동이 재미 교포나 유학생들을 갖다 붙인 것도 이런 식으로 여론을 호도하는 경우다. 많은 재미교포나 유학생들이 충분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현지에서 먹고 있다. 그들이 일본 농무성 공무원이었던 내 동기가 가진 정보를 갖고 있었다면 지금처럼 마냥 푸근한 마음으로 갈비를 뜯고 곰탕을 먹지는 못할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재미교포나 유학생들 대다수의 행태를 자신들 주장의 논거로 삼는 것은 억지에 불과하다. 이는 전문 의사의 소견 대신 일반 대중 10명의 의견을 물어 어떤 환자에 대한 진단을 내리는 것과 같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조중동이 괘씸한 것은 이런 엉터리 논거를 쓰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들이 기본적인 언론의 책무조차 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갈수록 복잡다단해지는 현대 사회에서 시민들이 ‘informed decision'을 내릴 수 있게 하는 것은 정부와 언론의 책무요 기능이다. 중요한 정책 이슈에 대해 전문가의 견해와 일반 국민들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고, 사후에도 최대한 투명하게 국민에게 설명할 책임이 정부에 있다. 그런데 이번 쇠고기 협상 과정에서 정부는 이를 철저히 무시했다. 더구나 이를 비판해야 할 조중동은 오히려 정부 입장을 옹호하기에 바빴다. 이번 협상이 가져올 파급효과나 부작용에 대한 심층적 분석 또한 없었음은 물론이다. 민주사회에서 복잡한 이슈들에 대해 정확하고 공정하게 정보를 정리해 왜곡 없이 전달하는 것이 공기(公器)로서 언론의 기능이다. 생업에 종사하며 바쁜 개개인이 모든 사회적 이슈들에 대해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너무나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쇠고기 협상 과정 전후에서 조중동이 보여준 역할은 대단히 실망스럽다. 


개인적으로는 PD수첩 내용 가운데 일부 과장된 대목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개연성은 높다 해도 인간 광우병으로 확정되지 않은 한 미국 여성의 사례를 사실상 광우병 환자로 기정사실화한 대목이다. 하지만 PD수첩이 전한 내용들은 대부분 시민들이 ‘informed decision'을 내리는 데 매우 필요한 정보들이었다. 미국 내 광우병 의심 소의 관리 및 도살 처분 과정이 매우 허술하다는 것, 광우병 소를 가려내기 위해 전수 조사가 아닌 샘플 조사를 한다는 것, 미국에서 사료로 쓰는 것도 금지된 월령 30개월 이상의 소고기도 우리 식탁에 오르게 됐다는 것, 한국인이 즐겨 먹는 ’위험 부위‘들까지 수입된다는 것, 인간광우병에 대해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으로부터 100% 안전하지 않다는 것, 광우병 발병까지 보통 10년 이상의 잠복기를 거친다는 것, 한국인들이 광우병에 취약한 유전자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 이명박 정부가 전임 정부의 입장을 뒤집고 전문가와 일반 여론 수렴 없이 졸속으로 협상을 체결했다는 것 등등은 모두 시민들이 알아야 할 중요한 정보였다.


중앙일보 사설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 “과학계와 의학계의 주류 학자들은 에이즈나 독감처럼 인류의 대재앙이 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비현실적인 가정을 바탕으로 충격과 공포를 부추기면 곤란하다. 언필칭 ‘공영방송’이라면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 균형 잡힌 보도를 해야 한다고 본다. 이러니 방송이 욕을 먹는다.” 같은 방송프로그램을 본 게 맞다면 PD수첩은 “광우병이 인류의 대재앙이 될 것”이라고 한 적은 없다. 비현실적인 가정을 바탕으로 충격과 공포를 부추긴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방송 내용의 핵심은 대부분 사실일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마지막 두 문장은 조중동에게 되돌려주고 싶다. 언필칭 ‘정론지’라면 국민들이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정부만 감싸고도니 조중동이 욕을 먹는다. 반면 언론의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PD수첩은 국민들의 격려와 찬사를 받는다.




사족 1. 과학적 논거들을 바탕으로 토론할 내용조차 ‘반미 좌파’라는 딱지를 붙여 이념논쟁으로 끌고 가는 유치하고도 악랄한 조중동의 저의는 거론하고 싶지도 않다. 그러면 그럴수록 스스로가 시대착오적인 이념세력이라는 것을 드러낼 뿐이다.


사족 2. 조중동의 다른 주장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의견이 있지만, 여기서는 좀 더 전문성을 가진 다른 분들의 활약을 기대한다.


사족 3. ‘수입 개방하면 서민들이 싼 값에 쇠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원론을 모든 문제점에 대한 면죄부처럼 사용하는 것도 가소롭다. 국민의 생명과 안위를 지키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 앞서는 정부의 역할이다. 국민들이 싼 값에 쇠고기를 먹을 수만 있다면 그들의 생명과 건강은 뒷전으로 내팽개쳐도 된다는 말인가. 그렇게 소비자 후생을 생각한다면, 사실상의 독과점 보장으로 국민들에게 가장 큰 부담을 안기는 건설, 자동차, 석유화학 산업 등은 왜 FTA협상 때마다 개방 안 하려고 안달인가. 국민들이 기껏해야 쇠고기에 1, 2만원 더 지불하는 것은 안타까워하면서 국산 자동차를 미국에서보다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더 지불해야 하는 사정은 왜 나 몰라라 하는가. ‘무조건 국내 농업 보호는 안 된다’면서 왜 재벌 주도 산업들에 대한 정부의 과보호에는 왜 호된 질책을 보내지 않는가. 백번을 양보해 소비자 후생 증대 효과 때문에 쇠고기 수입 개방에 찬성한다 하더라도 협상 과정 전후의 절차적 문제는 짚을 필요도 없는 것인가. 조중동의 편향성과 이중성이 역겨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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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추가. 글을 올린 뒤 달린 댓글들 가운데 많은 분들이 공통으로 지적해주신 내용이 있네요. 대표적으로 ‘1310’님은 미국에서는 20개월 미만의 소만 먹게 돼 있고, 유통기한까지 정확하게 표기하게 돼 있으며, 광우병 위험부위는 판매되지 않는다고 하셨고요. ‘유학생’님도 “미국에선 20개월 미만의 소고기를 유통시키는데다 대부분은 호주산이다”라고 하셨습니다. 반면 또 다른 ‘유학생’이라는 분은 “미국은 자국산 쇠고기가 소비의 90%이상을 차지한다”며 “게다가 수입 쇠고기 중에서도 호주산이 1위가 아니고 전체 수입량의 1/6도 안 된다”고 하시는군요. 이 부분은 나중에 내용을 자세히 아시는 분들께서 좀더 구체적인 자료들을 통해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위에서 썼다 시피 미국에 있는 동안 별 생각 없이 쇠고기를 먹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자신 없는 부분은 언급 안 한 것인데, 여러 분들의 댓글 내용이 제 글의 부족한 부분을 많이 채워줍니다. 좋은 댓글 감사드립니다.



이 글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 http://cafe.daum.net/kseriforum)의 '언론개혁'란에도 떠있습니다. 더 깊이 있는 토론을 원하시는 분은 포럼에 들러주세요. 

by 선대인 2008. 5. 2.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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