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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1.20 2010년대 집값의 장기 하락을 예고하는 통계청 발표 97
- 2009.01.20 기소된 정몽준의 뉴타운 논리 다시 뜯어보니 36
20일 통계청이 ‘향후 10년간 사회변화 요인분석 및 시사점’이라는 통계자료를 발표했다. 급속한 고령화로 요약되는 향후 10년간 인구구조의 변화가 한국 사회의 각 부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한 보도자료라고 할 수 있다. 아직 통계청 홈페이지에 발표내용이 올라오지 않아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향후 주택시장에 미칠 영향이 눈에 띈다. 이에 관해서는 필자가 지난해 9월 출간한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라는 책에서 이미 설명한 바 있다. 이날 통계청 발표 내용은 필자가 책에서 자료로 삼았던 것을 정부 기관이 최신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재확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주택을 집중적으로 구입하는 35살에서 54살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는 것은 2011년부터. 또 노동생산성이 높은 30~40대 인구가 이미 2006년부터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15세에서 64세로 분류되는 생산가능 인구도 2016년부터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도 우려되고 있다.
이 같은 인구 구조 변화가 주택시장에 가져올 영향은 분명하다. 지금까지 부동산 시장을 뒤흔들었던 베이비 붐 세대가 주택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면서 주택수요를 크게 위축시키게 되는 것이다. 이에 더해 한국 사회의 고령화 속도는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르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보통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 이상인 나라)에서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 이상인 나라)로 가는데 보통 80년 이상이 걸린다. 하지만 한국은 고령사회에 진입한 2001년 이후 불과 26년만에 초고령사회로 이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된 일본이 36년 걸렸던 것에 비해서도 10년이나 빠른 속도다.
더구나 78년 이후 출생한 지금의 20대들은 절대 숫자에서뿐만 아니라 주택 구매력 측면에서도 앞선 베이비 붐 세대들의 빈자리를 결코 채우지 못한다. 이들은 외환위기 이후 ‘고용 없는 성장’시대에 상당수가 비정규직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세대다. 동시에 2000년 이후 발생한 부동산 거품에서 철저히 불이익을 받게 된 세대다. 이들의 대부분은 베이비 붐 세대에 비해 경제력이 취약하다. 이들이 기성 세대가 빠져나간 주택 시장을 채워줄 수 있을까?
그런데 문제는 향후 막대한 물량의 주택이 공급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주택 시장에서는 미분양 물량 급증과 입주율 저조 등 공급 과잉임을 나타내는 징후들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향후 수도권에서 추가 공급될 주택 물량은 어마어마하다. 이 또한 필자가 책에서 이미 언급한 바 있지만, 최근 2008~2015년까지 수도권의 택지개발사업과 정비사업(뉴타운/재개발/재건축 포함)에서 공급될 주택 물량만을 한 번 집계해보았다. 집계결과 2015년까지 모두 159만 1000호가 준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서울 35만 3000호, 인천 19만5000천호, 경기 104만4000호이다. 이는 현재 정비예정구역으로 고시된 곳은 포함하지 않았고, 지자체 재량으로 하는 지구단위 계획에 의한 공동주택개발도 포함하지 않은 수치다. 사실 수도권 기초 지자체 가운데 이런 개발 계획 없는 곳이 거의 없지만 파악하기 어려워 포함하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에 민간 부지에 자체 개발하는 사업을 최소로 잡아 2015년까지 약 40만호가 공급된다고 치자. 그러면 2015년까지 수도권에서 공급되는 물량은 총 200만호이다. 소위 말하는 1인 가구의 증가 등을 고려해 한 가구당 평균 가족 수를 3명만 잡아도 600만명이 필요하다. 2015년까지 수도권에서 600만명의 인구가 생겨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자연 출생에 의해서는 불가능함이 통계청 자료를 통해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매년 수도권으로 순유입되는 인구도 몇 년 전부터 10만명 이하로 줄었기 때문에 이를 통해서도 수도권의 공급 물량을 받아줄 인구는 없다. 1인가구의 증가들을 많이 거론하는데, 현재 늘어나는 1인 가구의 상당 부분은 집값이 너무 올라 결혼하지 못하는 미혼남녀가 증가한 탓이 크다. 집값이 떨어지면 이들 중 상당수는 가족을 이룰 사람들이다. 트렌드의 변화에 따라 1, 2인 가구용주택 공급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마치 주택시장의 거대한 수급구조 추이를 뒤집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주택시장은 수급 구조에 따라서만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투기수요와 정부 정책 등에도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위에서 본 2015년까지 나타날 주택시장의 수급상의 괴리가 너무나 확연해서 다른 여러 요인들을 압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판에 중앙 정부는 지난해 9.19대책에서 뉴타운을 추가 지정하고, 갑작스레 그린벨트까지 풀어가며 연간 50만호를 꾸준히 공급하겠다고 했다. 정말 집값을 떨어뜨리기보다는 당장 자금난에 시달리는 건설업체들에게 돈을 퍼줄 심산이었겠지만, 자신들이 퍼질러놓은 사업의 결과까지 무시하며 무지막지한 정책을 펼치는데는 기가 질린다.
결국 현 정권의 정책 방향은 단기적으로는 부동산 거품을 더 키워 거품 붕괴를 막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 같지만, 국내외 거시경제 흐름을 생각하면 이는 불가능에 가깝다. 오히려 현 정권의 정책은 2010년대 이후 이미 꺼져 있는 주택시장에 계속 찬물을 끼얹는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 잠실 재건축 물량들이나 경기 남부축의 주택 공급이 인근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처럼 말이다. 이렇게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무모한 정책을 내놓는 정부가 한심하게 느껴진다. 다만 매우 무식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집값은 확실히 떨어질 것 같으니 반겨야 할까? 한 편의 블랙코미디를 보는 듯 씁쓸할 뿐이다.
마지막으로, 최근 현 정부의 투기 선동 정책 등으로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호가가 반등하는 흐름에 현혹돼 섣불리 뛰어들지 말기를 바란다. 고점 대비 집값이 많이 폭락했다고 해도 여전히 집값은 한국 경제와 가계의 평균적 경제 체력에 비해 너무 놓은 상태다. 위에서 설명한 수급구조가 보여주는 것은 2010년대 이후 집값은 지금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강부자 정권’의 투기선동책에 불안해하기보다는 느긋하게 기다리면서 어떻게 하면 부동산 거품을 빼고 모든 이들이 저렴하면서도 양질의 주거를 확보할 방안을 고민하는 게 더 낫다.
더 많은 토론과 정보 공유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 주십시오.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지난해 4.9총선 과정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동작·사당 지역을 4차 뉴타운으로 만들자는 데 흔쾌히 동의했다"고 허위사실을 퍼뜨린 불구속 기소됐다고 한다. 정의원에 대한 불구속 기소를 계기로 정의원이 당시 뉴타운과 관련해 내뱉었던 엉터리 논리들이 새삼스레 기억에 떠올랐다. 정 최고위원은 총선 직전 오 시장을 만난 자리에서 "건강한 수요가 있다면 공급을 해 주는 것이 시장논리"라고 했다고 한다. 이후 총선이 끝난 뒤 오시장이 ‘당분간 뉴타운 추가지정을 하지 않겠다’고 해 ‘뉴타운 공약(空約)’ 논란이 거세게 일자 정의원은 “집값이든, 물건값이든 오르면 해결 방법은 공급을 늘리는 것이다. 뉴타운을 안 한다면 직무유기”라고 오시장을 압박하기도 했다.
정 의원의 이 같은 논리는 한 마디로 유치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문제는 정의원의 인식 수준이 상당수 정치인들(상당수의 저질 언론인들과 경제학자들까지 포함해)의 인식 수준(그것이 정말 무식해서 그렇든, 이해관계에 젖어 자연스레 왜곡된 인식이 생긴 때문이든)을 대표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의원 개인의 주장이 아니라 정의원이 대변하는 '폭넓게 퍼진 몰상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판된다. 구체적으로 한 번 따져보자. 주택가격을 안정시키려면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얘기는 원론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장기적이고 총량적인 측면에서 볼 때 수급 구조가 가격을 결정한다는 것은 중학교 교과서에도 나오는 상식이다.
그러나 투기 심리가 한껏 부풀어 시기의 부동산시장 문제를 중학교 수준의 경제학만으로 풀 수는 없는 노릇이다. 주택은 공장에서 버튼만 누르면 바로바로 찍어낼 수 있는 통조림이 아니다. 대부분의 시장 재화는 시장의 시그널을 받아 공급이 이뤄지기까지 시간지체(time lag)가 발생하는데, 주택의 경우는 그 정도가 매우 심하기 때문이다. 아파트의 경우 시공기간만 2~3년씩 걸린다. 지금 수도권에 미분양 물량이 넘쳐나는데도 건설업체들이 올해만 10만여가구를 추가로 공급하게 되는 것도 이미 수 년 전에 분양해 올해 공급이 이뤄지는 물량들 때문이다. 또 주택이라는 재화는 공간적, 환경적으로 공급이 극도로 제약되는 특성을 지닌다. 서울 강남에 집이 부족하다고 해서 도시 기반시설의 부하를 넘어 강남 아파트를 50, 60층씩 마구잡이로 빽빽이 지어댈 순 없다. 또 지방에 미분양 물량이 넘친다고 해서 강남으로 갖고 올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반면 몇 년 전까지 청약대란이 일었던 수도권의 상당수 신도시 아파트들에는 지금 불 꺼진 집들이 수두룩하다.
반면 수요는 어떤가. 투기 심리가 팽배할 때는 전국에서 몰려드는 게 수요다. 지난해 초 집값이 들썩이는 강북의 경우에도 강남 등 타 지역 주민들이 거래한 물건이 태반이었다. 몇 년 전 판교신도시에 몰려드는 투기 수요 또한 마찬가지였다. 전국에서 몰려드는 투기 수요를 막지 않고 국지적으로 물량공급 계획을 세운다고 당장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건교부 관료들에게 포획돼 헤어나지 못했던 지난 정권이 신도시를 건설해 주택공급물량을 늘리겠다고 발표할 때마다 왜 집값이 더 뛰었는지를 생각해보라.
서울시의 주택보급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아직 100%를 넘지는 않았다. 따라서 꾸준히 질서정연하게 공급을 계속해야 하는 것은 맞다. 재개발, 재건축 수요 등을 감안할 때 미국, 일본 등 선진국도 주택 보급률이 110~120%에 이를 때까지는 꾸준히 주택공급을 늘렸다. 하지만 공급한 주택이 실수요자가 아닌 투자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나 기획부동산과 같은 투기세력에게 돌아가 집값 거품을 키운다면 서민들의 주거 상황을 더욱 열악하게 만들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뉴타운 지역에 몰려드는 수요는 실수요보다는 투자수요 또는 투기수요가 대부분이었다는 것은 대부분 사람들이 아는 얘기다.
더구나 뉴타운 사업은 주택 공급이 아닌 주거 공급 확대라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효과가 부정적인 사업이다. 뉴타운 사업은 신도시 개발과 같이 새로 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이 아니라 기반시설이 부족하거나 노후 주택이 밀집한 지역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따라서 소유권을 기준으로 한 주택공급 호수는 상당히 늘어나지만 실제 수용할 수 있는 가구수는 종전에 비해 줄어드는 것이 현실이다. 뉴타운 사업 과정에서 서민들이 주로 사는 다가구 주택과 소형 주택이 줄고 중대형 평수 위주의 아파트들이 들어서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신길뉴타운과 휘경-이문 뉴타운 지역의 경우 주택 호수는 4만5803호에서 7만5428호로 늘어난다. 하지만 실제로 그 지역에 거주하게 될 가구수는 8만5765가구에서 7만5428가구로 12%가량 줄어든다. 이는 뉴타운 지역에서 줄어든 가구수를 다른 지역에 채워넣어야 한다는 의미다. 뉴타운 두 곳만 해도 이런데, 이를 전체 35개 뉴타운 지역으로 확대해보면 이 같은 주택 수요 창출 효과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짐작할 만하다. 뉴타운 사업은 공급을 늘리기보다는 오히려 주택 및 전세 수요만 계속 늘리는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정몽준 의원의 수급논리에 따른다면 뉴타운은 추가 지정을 할 게 아니라 기존 사업도 취소해야 할 판이다.
이처럼 뉴타운 사업에 대한 정치인의 주장에는 허점이 많다. 많은 정치인이 뉴타운 사업을 단순히 주택공급 확대나 지역개발 촉진사업 정도로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어떤 주택이 사라지고, 어떤 사람들이 쫓겨나며, 누가 이익을 보고 누가 피해를 보는지엔 관심이 없다. 그들에게는 뉴타운 사업 추진이 자신이 표를 얻는데 도움이 될 것인지 말 것인지로만 판단한다. 그러는 가운데 집값은 뛰고, 서민들은 쫓겨나며 건설사들은 폭리를 챙기고 투기꾼들은 투기차익으로 희희낙락한다. 이 모든 부조리에도 불구하고 뉴타운 바람으로 당선된 정치인들은 이 같은 뉴타운의 부조리를 확대재생산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부동산 거품이 빠르게 붕괴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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