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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14에 해당되는 글 2건
- 2009.01.14 건설경기 부양책 효과, 20년 전과 현재 비교 52
- 2009.01.14 전직 신문기자로서 정리해보는 한국 신문의 여론조작법2 29
부동산 거품 붕괴가 본격화하고 이에 따른 미분양 물량 급증으로 인한 부실 건설업체들의 도산을 막으려는 정부의 건설 경기 부양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 부동산 대책인 8.21대책부터 시작해서 10년간 500만 호 주택공급을 천명한 9.19대책, 가계 주거부담완화 및 건설부문 유동성 지원 구조조정 방안을 담은 10.21대책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인 11.03대책, 지난 6일의 이른바 ‘녹색뉴딜’ 방안에 이르기까지 직접적인 건설경기 부양대책만 4차례나 쏟아져 나왔다. 또한 올해 예산액 가운데 건설SOC사업 예산이 24.7조원 가량으로 전년 대비 약 26%나 급증했다. 이밖에 직접적인 건설부양 정책으로 포장하지는 않았어도 내용을 뜯어보면 사실상 건설경기 부양대책인 경우도 많다. 예컨대 정부가 향후 5년간 56조원을 투입하는 ‘광역경제권 선도 프로젝트’ 사업이 대표적이다. 56조원 사업 가운데 53조원 가량이 이미 포화상태인 항만과 공항, 산업단지, 도로 건설 등에 들어가게 된다. 이 같은 대규모 건설경기 부양책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이명박정부와 여당인 한나라당이 내세우는 명분은 ‘경기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이다.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자해 경제도 살리면서 결국 그것이 국가경쟁력도 살리는 쪽으로 가야 한다. 국토균형발전 측면에서 지역의 대규모 SOC사업을 앞당겨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 10월 30일)
“아파트가 아닌 지방 SOC 사업같은 경기 활성화 효과가 큰 사업을 할 것이다. 재정지출에서 경기활성화 효과가 제일 큰 것은 역시 건설사업이다.”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간 교통과 물류시설 등에 투자할 것이다" (강만수기획재정부장관, 11월 3일)
그런데 대통령과 고위 당국자들의 이 같은 주장은 현실에 비춰볼 때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 7,80년대 개발경제 시대에는
‘경기침체가 오면 건설경기 부양으로 대응한다’는 게 거의 공식화돼 있었다. 당시 이 같은 대응은 두 가지 측면에서 합리성을 가졌다. 우선, 당시에는 이렇다 할 산업이 없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건설산업의 GDP 비중이 높았고 산업연관효과와 고용 효과도 높았다. 그래서 건설업의 경기부양 효과도 그만큼 컸다고 할 수 있다. 건설업에 투자하면 건설업계 자체뿐만 아니라 관련된 자재 생산 및 공급업체 등 연관 산업 전반에서 매출과 고용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또한 당시에는 각종 사회간접자본(SOC)이 아직 부족한 상태였기 때문에 건설경기 부양을 통해 취약한 SOC를 확충하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었다. 도로, 항만, 공항 등 SOC 확충은 물류 수송의 확대와 물류 시간 및 비용 절감 등의 형태로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 확충에 기여했다.
하지만 지금은 2,30년 전의 개발시대 때와 확연히 달라졌다. 지금은 건설업 말고도 수많은 새로운 산업들이 발전했다. 그로 인해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건설업의 비중도 크게 낮아졌고, 산업연관효과도 줄어들었다. 또 입지별로 다르겠지만, 웬만한 SOC 투자는 이미 이뤄져 전국에서 이용률이나 가동률이 낮은 도로, 공항, 산업단지 등이 급증하는 데서 볼 수 있는 것처럼 SOC 확충 필요성도 크게 낮아졌다. 더구나 개발연대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대형 건설업체들의 조직 구조와 고용 구조가 변화하면서 정부가 내세우는 ‘경기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효과도 크게 떨어졌다. 왜 그런지 아래 <도표1>을 참고로 해서 설명해보자.
우선, 건설업체들은 87년 민주화 이후 노조가 빠른 속도로 조직화되고 노조원들의 임금이 급상승하자 비용절감 명목으로 덤프트럭 운전자들과 중장비 인력들을 개인사업자 형태로 분리시켰다. 또한 시공인력들도 아웃소싱 명목으로 점차 하청업체에 떠넘겨 본사 인력을 줄여나갔다. 이 같은 추세는 90년대 말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더욱 심화됐다. 외환위기 이후 대형 건설업체에는 최소한의 관리 및 영업인력만 남았고, 그나마 남아 있는 인력의 상당수도 비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그런 가운데 개인사업자가 된 덤프트럭과 중장비 사업자들의 시장진입이 자유롭게 개방되면서 경쟁이 치열해져 트럭운임 및 중장비 단가는 계속 하락했다. 하청업체의 사정도 갈수록 열악해졌고, 시공인력들의 노임 단가도 불법 외국체류자들의 유입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이 때문에 90년대 이전에 비해 외환위기 이후 덤프 및 레미콘, 중장비기사와 하청업체 시공인력 등 소위 현장 노동자들에게 돌아오는 몫은 실질가격으로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는 것이 많은 건설현장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도표1> 한국 대형 건설업체들의 조직 및 고용 구조 변화
이런 구조에서 정부가 경기부양 명목으로 예전처럼 추경편성 등을 통해 건설사업 재정확대를 하면 어떻게 될까? 답은 뻔하다. 경기부양 명목의 건설사업 예산의 대부분은 공사를 수주한 대형 원도급자가 차지해 버리고 밑바닥으로는 거의 내려가지 않는다.
왜 그런지를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2002년 발주해 2004년까지 진행된 경기도 성남~
<도표2> 건설경기부양 재정사업의 경기부양 효과 실태
간접공사비와 자재비 등의 명목으로 챙긴 이익만이 883억 원(=2,853억-1,970억)이고, 이에 더해 직접공사비 하청 과정에서 780억 원(=1,970억-1,190억)을 추가로 챙긴 것이다.
A사 등은 간접공사비와 자재비만으로 처음부터 총공사비에서 30.9%가량을 챙긴 다음 직접공사비 하청 과정에서 추가로 27.3%가량을 챙긴다. 총공사비의 58.2% 가량이 A사 등 대형 원도급업체의 이익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런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데 대해 대형 건설업체들은 직원을 투입해 공사 전반을 관리하는 비용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각종 관리비용은 이미 간접공사비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단순히 공사물량을 넘겨주는 브로커 역할을 하는 하청발주 과정에서 다시 엄청난 차익을 챙기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결국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투입이 대형 건설업체들의 금고로 그대로 들어가버려 경기부양 효과와는 무관하게 퇴장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위의 예에서 건설경기부양 재정사업의 경기부양 효과를 살펴보기로 하자. 건설경기부양 예산 2,853억 원의 58.2%가 자재비/인건비 883억 원과 마진 780억 원의 형태로 대형 원도급업체에게 돌아간다. 원도급업체가 차지하는 이 돈은 사업관리 및 영업직원들의 월급과 음성적인 로비자금까지 포함된 활동비, 자재비 등으로 나가지만 대부분이 이익으로 사내유보 된다. 사내에 유보된 자금들의 상당 부분은 대형 건설업체의 향후 주택사업 등을 위해 택지매입 비용 등에 들어가 땅값을 부추길 뿐 당장에 경기부양에 기여할 수 있는 고용을 늘리거나 산업연관효과 확대를 통하여 연관산업의 소득을 늘리는 데 사용되지는 않는다.
특히 지금처럼 건설업체들이 무리한 차입과 분양사업 전개로 미분양이 급증하여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는 상황에서는 정부 경기부양 예산이 이들 업체들의 부채 상환에 사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명박정부가 경기부양책을 통해 실제로 노리는 것도 다소 과장되게 들릴지는 모르지만 건설업체들에 대한 유동성 지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적어도 현 정부가 건설경기부양책 실시를 위해 겉으로 내세우는 경기활성화와 일자리 창출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도급업체에 지급되는 1,190억 원(41.8%)도 3차, 4차, 5차 다단계 하도급 과정을 통해 중간마진 형태로 상당 부분이 사라지고 최종 시공인력과 덤프트럭 및 중장비 기사 등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당초 건설경기부양 예산의 30%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건설경기부양 명목으로 아무리 돈을 풀어도 건설사업 현장에는 돈 구경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더구나 시공인력 가운데 30~40%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임금의 상당 부분을 본국에 송금하므로 이들을 통한 국내소비 진작효과는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위의 사례에서 원도급자가 챙기는 마진이 큰 이유는 여기서 자세히 설명하기 힘들지만, 상위 대형건설업체들이 가격담합을 통해 폭리를 취할 수 있는 턴키입찰 (설계시공 일괄입찰) 방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균 낙찰가가 가장 낮은 최저가낙찰제의 경우에도 원도급자는 20~30% 이상 남기는 게 보통이다. 결국 외환위기 이후 급변한 건설업계의 사업구조 및 고용 구조 때문에 건설토목 사업을 통한 고용창출 및 내수진작 효과는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건설경기부양을 한다고 해서 건설 및 토목사업을 통해 얼마나 많은 고용이 창출되고 소득증대 효과가 생기겠는가?
더 많은 토론과 정보 공유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 주십시오.
“시장이 가장 효과적인 검열이 될 수 있다. (The "market" can be a most effective censor.)”
미국의 저명한 언론학자인 로버트 맥체즈니 교수의 책 ‘The Problem of the Media' 225쪽에 나오는 표현입니다. 광고주로서 기업의 힘이 얼마나 막강하고 무서운지를 보여주는 표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시장 대신 자본이라고 표현하면 더 적절할 것 같습니다만.) 위 문장에서 맥체즈니 교수는 일리노이 대학(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의 미디어 정치경제학 전공 교수로 상아탑에만 머무르지 않고 활발한 사회활동을 통해 미디어 정책을 비판하는 한편 직접 일리노이주의 지역 시사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는 특히 신문방송의 교차 소유를 확대하려는 2003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조치에 대한 대중적 반란을 주도한 단체인 ‘Free Press’의 창립자이자 회장입니다.
그는 탈규제를 통해 생겨난 거대 독과점 미디어그룹들이 ‘국민에 앞서서 이익(Profit over People)'을 챙기기 위해 사회적 의제를 제한하고, 사실을 조작하며 본질을 왜곡해 민주주의의 기본적 토대인 언론 자유를 극도로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이같은 독과점 미디어그룹은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이 아니라 미 연방정부가 미디어자본의 압력 아래 미디어그룹들이 최대한의 이익을 챙길 수 있는 독과점 구조를 만들어준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이 같은 독과점 구조를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 미디어들은 미디어정책에 대한 논의를 독점하고 소수 정치가와 기득권 위주의 미디어 방송을 실현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특히, 그는 9.11테러와 이어진 미국의 침략전쟁에 관한 미국 미디어의 보도 태도는 한 마디로 '정치적 선전선동(propaganda)'에 불과했다고 힐난할 정도입니다.
글의 첫 머리에 그의 활동과 주장을 소개한 이유는 그가 비판하는 상황이 한국의 미디어 상황을 이해하는데도 크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물론 그가 비판하는 미국 사회의 미디어 현실은 주로 방송을 장악한 거대 미디어그룹들에 관한 것이고, 제가 볼 때 미국사회의 언론 자유와 보도의 품질, 그리고 시청자와 독자들의 선택권 및 다양성은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상태인데도 말입니다. 저는 그가 비판하는 내용을 한국의 경우 신문들, 특히 기득권 신문들에서 훨씬 더 잘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민주화 이후 한국 신문들은 광고주의 압력을 매우 심각하게 느낄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난 번 글에서 이미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왜 그런지를 신문사의 수익 구조와 연관해 다시 한 번 살펴봅시다. 구독료 수입이나 각종 부대사업과 광고수입이 거의 반반씩 균형을 이루고 있는 ‘뉴욕타임스’ 등 선진국 신문과 달리 국내 신문은 수입의 거의 대부분을 광고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각종 경품 등을 통해 구독자를 유치하는 관행에 젖어 있는 국내 신문들의 경우 구독료 수입은 거의 그대로 신문지국 지원 및 ‘확장 비용’ 등으로 나가므로 사실상 100% 광고수입에 의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원천적으로 신문사 경영이 광고주의 압력에 심각하게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입니다.
이렇게 광고수입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다 보니 각 신문들, 특히 기득권 메이저 신문들은 서울 강남의 부동산 부자들을 중심으로 소위 ‘구매력 있는 독자층’을 확보하는 데 혈안이 돼 있습니다. 구매력 있는 독자들이 신문을 봐야 기업이 비싼 단가의 광고를 싣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신문사에 있으면서 이 같은 주문들을 귀가 따갑도록 들었습니다. ‘강남 독자층을 공략해야 하니, 구매력 있는 독자들이 관심 가질 만한 기사를 발굴하라’는 지시는 매우 점잖은 주문입니다. ‘잘 사는 사람들이 아침 밥상머리에서 지체장애인 이야기는 보고 싶어하지 않으니 빼’ ‘외국계 명품 브랜드 광고 유치하기 위해 고급 패션과 외국계 화장품 기사를쓰라’는 식의 주문이 계속 이어집니다. 나중에는 정말 이런 주문들이 무감각해지는 수준까지, 그래서 기자들이 스스로 ‘자기검열’과 ‘동화’를 통해 적극적으로 그런 기사들을 생산하게 되는 수준까지 가게 됩니다. 재산세 문제나 종부세 문제를 과장하거나 왜곡하고, 정부의 투기 억제대책을 ‘강남 때려잡기’라고 비판하는 것도 소위 구매력 있는 독자층에 영합하는 방향임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결국 기득권 지향적 보도--->구매력 있는 독자층 확보--->고가 기업광고 유치--->기득권 지향적 보도로 이어지는 왜곡된 순환구조가 국내 기득권 신문들의 보도태도를 오도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 같은 신문들의 보도태도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방송과 인터넷 뉴스포털, 무가지 등 경쟁매체들이 상승세를 타는 반면, 이들 신문들의 구독률과 열독률은 꾸준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어 광고유치에 갈수록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문제점이 신문에서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이슈가 부동산 문제입니다. 신문들의 영업 이익이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부동산 광고는 신문사 경영 측면에서는 구세주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부동산 광고는 부동산 붐이 일기 시작한 2001년 이후 학습지 광고, 유통(백화점) 광고 등을 제치고 신문 광고 매출 기여도 1위를 차지했습니다. 메이저신문에서 부동산 광고의 매출 기여도는 더 높습니다. 메이저신문사들의 경우 지난 6~7년 동안 부동산 광고가 신문사 광고 매출의 35% 전후를 차지해 사실상 부동산 광고가 신문사들을 먹여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아파트 분양 정보나 가격대 등의 정보는 고지성이나 시의성 측면에서 신문이 가장 적절한 매체로 평가받습니다. 이 때문에 각 신문사들은 부동산 광고를 유치하기 위해 여름 휴가철 등 비수기를 빼고는 매월 부동산 광고 특집면을 별도로 제작할 정도였습니다. 부동산광고가 신문 광고매출의 3분의 1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은 신문들이 부동산 투기 붐에 편승할 수밖에 없는 강한 유인을 가졌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대표적인 반시장, 반소비자적인 제도로 꼽히는 선분양제 대신 후분양제를 신문들이 달가워할 수 없는 사정도 부동산 광고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이저 신문사의 한 광고국 직원은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건설업체 스스로의 자금력으로 70%이상 시공한 뒤 광고를 할 수 있게 돼 있어 광고 물량이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신문사 입장에서는 최대한 도입을 막고 싶은 제도가 후분양제”라고 말할 정도니까요.
한 전직 건설업체 직원의 증언을 통해서도 언론과 건설업체와의 유착구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합니다.
“부동산 가격이 전반적으로 올라갈수록 건설업체는 분양가를 높인다. 부동산 값이 뛸수록 분양가를 높이는데도 유리하니 부동산 값을 띄우기 위한 여론 조작도 한다. 고도의 전략인데 업체가 땅을 산 지역에 대해 ‘유망개발정보’ 등의 형식으로 언론, 특히 신문에서 보도되게 한다. 건교부의 중장기 전략을 분석하는 자료를 내고 화성 동탄과 행정수도 부지 등이 터지면 얼마나 오르고 식의 정보를 계속 제공하는 거다. 이렇게 언론과의 유착관계를 만든다. 홍보팀에서 출입기자들을 만나 접대하면서 애로 있다, 도와달라고 호소하거나, 현금을 쥐어주면서 어떤 기사 나갈 때 우리 회사 부각시켜달라 이런 식으로 부탁도 한다. 물론 부탁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지만 접대가 통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특히 대형업체들은 홍보팀을 통해 관련 기자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분양가를 산정할 때 광고비를 간접비의 1~2% 정도로 산정한다. 광고비는 써도 되고 안 써도 된다. 특히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는 반드시 광고를 내는 게 관행처럼 돼 있다. 안 해도 분양되는데 웬만하면 전면광고한다. 분양 끝난 뒤에도 사례광고를 한다. 메이저 신문은 기본이고 경제신문에도 대부분 광고한다. 언론에는 괜히 밉보이면 안 되니 광고하는 거다. 공사 프로젝트 관련해서 주위 민원도 있고 산업재해도 발생하고 회사 비리도 드러날 수 있으니 급할 때를 대비해 광고를 통해 언론사와 미리 유착 관계를 만들어 놓는 것이다.”
광고 유치뿐만 아니라 언론사의 주택 및 부동산 개발사업 참여, 그리고 다량의 부동산을 보유한 언론사 사주들의 이해관계도 객관적인 보도를 힘들게 하는 요인입니다. 세계일보, 한국일보, 심지어 언필칭 진보언론이라는 경향신문까지 현재 상당수 언론사들이 직접 주택 개발 사업 등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기자들 경우에는 “조선일보가 정말 떼돈 버는 방법은 방송 참여가 아니라 코리아나 호텔과 주변 조선일보 건물들을 한데 묶어 용도를 변경한 뒤 거대한 주상복합단지를 만드는 것”이라고 할 정도입니다. 그 뿐인가요? 상암DMC의 첨담 업무 용지의 경우 땅값에서만 몇 배의 차익을 남길 수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각 언론사의 치열한 로비전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일부 언론은 그 업무용지를 분양받기 전 상암DMC사업과 그 사업을 벌이는 서울시를 거의 ‘찬양’하는 수준의 기사를 잇따라 연재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식의 과정을 거쳐서 족벌 언론사들은 대부분 상암DMC의 노른자위 땅을 분양받았습니다. 왜 청계천 사업으로 자사 사옥의 부동산 가치가 껑충 뛴 일부 신문들이 대선 전 ‘청계천찬가’와 ‘이명박 찬가’를 그토록 열심히 불러댔는지도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부동산 문제에 대해 이처럼 강한 이해관계를 가진 언론사들이 객관적으로 보도할 수 있을까요? 더구나 족벌 언론사들의 사주들은 모두 엄청난 ‘부동산 재벌’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 종부세가 오르면 언론사주들의 부담은 매우 커집니다. 이들 언론사주들이 보유한 부동산 가액은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청납니다. 일일이 소개하기는 어려우나 그 일단이 김대중 정부 시절 언론사 세무조사 과정에서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사회부 초년병 시절 수도권을 담당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지방 주재 선배가 사주집안의 부동산과 관련된 민원들을 처리하느라 많은 시간을 뺏기는 것을 지켜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볼 때 소위 기득권 신문들의 종부세 비판 기사들은 고가 부동산 소유주인 구매력 있는 독자층에 영합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주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이기도 합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지금은 미분양과 미입주 물량이 엄청나게 쌓이고 있지만, 언론사들은 몇 년전까지 ‘공급 부족론’이라는 건설업체들의 주장을 그대로 옮기며 건설물량 확대를 정부에 줄기차게 요구했습니다. 또 집값 거품을 더 커지기 전에 꺼뜨려야 할 시기에도 정부에 끊임없이 각종 주택 사업 및 은행 대출 관련 규제완화를 주장해 집값 거품을 키우는 데 일조해왔습니다. 집값 하락세가 완연해지고 있는 2008년 상반기 이후에도 이런 식의 보도는 약간의 변화를 거쳐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집값 거품이 붕괴하면 서민들이 더 큰 피해를 본다”는 이유로 사실상의 집값 부양을 요구한다거나 집값 하락 소식을 전하면서도 집값의 급격한 붕괴를 막기 위해 정부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식입니다. 또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주택 공급이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시장 반응임에도 불구하고 “이대로 가면 2~3년 후 공급이 줄어 집값이 폭등한다”며 정부가 나서서라도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같은 주장이 공급 과잉 해소를 지연시켜 오히려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장기화하고 결국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모르고 발 등의 불 끄기에 급한 것입니다. 한마디로 이들 기득권 언론들은 건설업체들을 살려야 한국경제가 산다는 식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절대 건설업체들이 살아야 (광고수입이 늘어나) 자신들이 산다고는 절대 말하지 않습니다.
이러다 보니 많은 신문들은 줄기차게 ‘집을 사라’고 하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오르면 오르는 대로, 내리면 내리는 대로 집을 사라는 식으로 유도하는 기사를 자주 냅니다. 물론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들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측면이 있으므로, 이들의 목소리를 여과 없이 증폭시키기도 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는 공생관계가 형성돼 있는 셈입니다. 또 광고주인 건설사들을 위해 ‘잘 고르면 알짜배기’라는 식의 미분양 물량 해소에 도움 되는 기사를 쓰기도 하는 것입니다.
아직 쓸 말은 많지만 글이 길어지니 이 정도에서 줄일까 합니다. 이번 주제는 다음 글에서 제 개인적인 경험들을 중심으로 다시 이어가겠습니다. 이번 글을 마무리하면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지금 한국의 언론들, 특히 일부 기득권 신문들은 절대 사회적 공기(公器)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중요한 고비마다 일반 국민들의 이익을 철저히 희생하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측면이 너무 강합니다. 앞서 소개한 맥체즈니 교수 등 세 명의 미디어학자가 편집한 ‘The Future of Media'라는 책의 서문을 쓴 빌 모이어스의 말을 소개하는 것으로 끝을 맺을까 합니다. 번역은 제가 한 것입니다. “특수 이익집단이 법을 무시하고 일반대중들의 복지를 훼손하면 사회적으로 부채가 생겨난다. 그런데 그 부채는 우리 모두가 지불해야 하는 부채다. 그리고 그 부채의 총합은 바로 우리의 시민권적 자유를 박탈당하는 것이다.” (중략) 이런 거대 미디어 기업집단들(conglomerates)이 우리가 보고, 읽고, 듣는 것에 대한 통제력을 확대하면서도 그들은 자신들이 거대 사업체로서 자신들의 이익과 권력-정치적 과정에 대한 그들의 영향력을 포함해서-을 증대하기 위해 매체력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좀처럼 보도하지 않는다. (중략) 상업적인 표현(commercial speech)만이 유일하게 미국에서 표현의 자유를 누려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