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9대책’에도 불구하고 매매가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전세가가 계속 상승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그러자 일부이지만 “전세가 상승세가 매매가를 밀어 올릴 것”이라거나 아예 “이 참에 집 한 번 사볼까’하는 식의 제목을 단 선동보도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같은 레파토리는 이미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전세가가 상승할 때 속출했고, 이미 이후 지속적인 매매가 하락세로 왜곡된 선동보도로 드러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이 부끄러움도 모르고 또 다시 그 같은 무책임한 선동보도에 나서고 있습니다.

 

필자는 2008년 말 경제위기 전 소형이 강세를 나타냈던 것과 달리 중형이 강세를 띠고 있고, 전세가 상승 폭이 큰 지역이 멸실주택이 많이 발생한 지역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들어 큰 틀에서 볼 때 공급 부족으로 전세가 상승세가 나타나는 게 아니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오히려 부동산 버블의 정점이나 버블 붕괴 초기에는 주택 매도 후 전세로 전환하거나 주택 매입을 포기하는 수요가 일시적으로 늘어 전세가 상승세가 일정 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같은 현상은 실제로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 버블 붕괴 초기에 발생했던 현상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이후 주택시장 상황을 보면 매매가가 하락하는 가운데 전세가가 상승하고 있어 이 같은 주장이 설득력이 있음을 방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이런 상황을 빌미로 일반 가계를 현혹하는 선동기사들이 다시 나오고 있어 최근 전세시장 상황에 대해 다시 한 번 점검해 보겠습니다. 참고로, 여기에서 인용하는 자료들은 국민은행의 전세시장 조사자료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제가 여러 차례 말씀드렸 듯이 현재 국민은행의 주택가격 지수는 호가 위주의 조사로 상당히 많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공인통계이고, 전세가와 관련한 별다른 통계가 없기에 국민은행 가격자료를 활용하는 것이 불가피함을 전제하고자 합니다.

 

먼저, <도표1>에서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3개 광역시도의 전세가격 추이를 면적형 별로 살펴봅시다. 3개 시도 모두 2008년 말 경제위기 이전에는 소형, 중형, 대형 순으로 올랐습니다. 하지만 2009년부터는 대체로 중형, 소형, 대형 순으로 오르고 있어 중형의 상승세가 상대적으로 가팔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뉴타운, 재개발 지역 등에서 밀려난 세입자들의 이주수요라면 소형 위주로 올라야 하는데, 중형이 먼저 뛰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말씀드린 대로 여전히 집값이 높은 가운데 상대적으로 소득 여력이 있는 가계의 주택 매입 포기 수요 또는 매도 후 전세 전환 수요가 중형으로 몰리고 있는 영향이 큰 것으로 추정됩니다.

 

<도표1> 수도권 3개 광역시도 전세가 추이

 

또한 전세가의 상승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해의 경우 경제위기 당시의 전세가 급락 등에 대한 기술적 반등 측면에서 급등했으나 최근으로 오면서 상승세가 전반적으로는 완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향후 추이를 더 지켜볼 필요는 있겠으나 지난해와 같은 전세가 급등 현상이 다시 재현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한편 주택 유형별로 전세가 상승 추이를 보면, 뉴타운 재개발 등으로 멸실이 많은 단독이나 연립주택의 전세가 상승세가 상대적으로 약한 반면 아파트의 전세가 상승폭이 크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최근으로 올수록 그 상승세가 약해지고 있는 양상입니다.

 

이어 <도표2>를 통해 3개 광역시도의 전세거래동향을 보면, 현재의 전세거래가 매우 한산한 상태임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2006년 말 집값 폭등기 이후로는 전세거래가 한산하다는 중개업소의 비중이 기복이 있지만 증가하는 추세임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의 전세시장이 대규모 거래를 동반하면서 급등하는 현상을 의미하는 ‘전세대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 보입니다.

 

<도표2> 수도권 3개 광역시도 전세거래동향 추이

 

이어 <도표3>에서 임대차 계약시 서울과 수도권의 전세/보증부월세 비중 추이를 보면, 일시적 기복은 있지만 전세 비중이 60% 전후를 유지하고 있고 보증부월세 비중도 큰 변화가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일부에서 주택 매매가가 하락해도 집주인들이 월세 비중을 늘려 집을 안 팔고 버틴다는 주장은 현재까지는 설득력 없는 주장임을 알 수 있습니다. 국지적으로 일부에서 그런 주장이 나타난다고 해도 국내 주택시장에서 오랜 전세 선호를 뒤흔들만한 움직임은 아직 나타나고 있지 않습니다.

 

굳이 월세 비중이 늘어난다면, 집주인들이 주도해서라기보다는 전세보증금 확보에 불안을 느끼는 세입자의 주도에 의해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 통계가 2001년 8월 이후 작성돼 외환위기 직후 상황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지만, 2001년 8월부터 2003년 초까지 월세 비중이 줄고 전세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것에서 추론할 수 있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매매가가 급락하면서 보증금 확보에 불안을 느낀 세입자들이 월세로 전환했다가 매매가 상승세가 지속되자 기회비용 측면에서 유리한 전세로 전환한 것입니다. 이는 경제적으로 매우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 비해 미약하지만 2008년 말 일시적으로 전세 거래 비중이 줄어든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도표3> 서울 및 수도권 전월세 계약 비중


따라서 현재 전세 제도가 단기간에 사라질 가능성도 없지만, 설사 전세 비중이 줄고 월세가 는다고 해서 그것이 주택 가격을 떠받쳐줄 것이라는 믿음은 오산입니다. 오히려 만약 그런 현상이 생겨난다면, 그것은 세입자들이 전세금 확보도 불안할 정도로 주택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음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실 최근의 전세가 상승세는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소유하고 있는 ‘하우스푸어’ 들이 금융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세가를 올리는 측면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합니다. 집주인들이 이렇게 할 수 있는 데는 상당수 언론들의 선동보도도 한몫하고 있음은 물론입니다. 하지만 더욱 근본적으로는 적어도 과거처럼 집값이 오르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사람들이 주택 매수를 포기하고 전세로 눌러앉거나 주택을 매도한 뒤 전세를 넓혀가는 현상 때문으로 판단됩니다. 이들 매수포기 수요 또는 매도 후 전세전환 수요는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있는 사람들로 중대형 아파트 위주의 전세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최근의 전세가 상승이 과거와 달리 중대형 아파트 위주로 뛰고 있다는 점을 설명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할 때 최근 서울의 전세가 상승세가 집값을 밀어 올릴 가능성은 극히 낮으며 오히려 과거와 같은 집값 상승을 전망하는 가계가 급감하고 있는 징표라는 점에서 오히려 집값 하락이 지속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인천 영종, 송도신도시와 김포, 파주, 고양, 용인, 화성, 남양주 등 경기도뿐만 아니라 심지어 서울시내 한복판에서도 미분양과 미입주 물량 등이 잔뜩 쌓여 있는 판에 전세가가 계속 오른다는 것은 넌센스에 가깝습니다. ‘8.29대책’ 등 정부의 억지 부양책 등에 기대 억지로 버텨왔던 다주택 투기자들이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시점에 이르러 매물이 쏟아지면 전세가도 자연스럽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현 국면에서 전세가가 올라서 매매가를 밀어 올릴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필자가 누누이 설명했듯이 현재 주택 가격 수준에서 집을 사줄 수 있는 수요는 사실상 거의 바닥나 주택 가격이 상승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소득 기반이 부족하고 집을 사기 위해 빚을 많이 내야 하는 가계 입장에서 누가 무리해서 집을 사겠습니까.

 

전세 보증금을 더 올려주고 전세를 연장할지, 또는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살지를 선택해야 하는 가계의 입장을 한 번 생각해 봅시다. 전세 보증금 인상분이 3000만원이고, 이를 조달하는 금리가 계산의 편의상 평균 5%라고 가정하면 이 가계는 2년간 300만원의 이자를 부담해야 합니다. 반면, 이 가계가 집을 사기 위해 2억 원의 부채를 내야 한다고 가정하면 2년간 이자만 2000만원을 내야 합니다.

 

더구나 전세금은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금을 보장받습니다. 하지만 주택 가격은 향후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하면 가계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손실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구나 2000만원의 이자부담까지 지면서 집값이 떨어지는 것을 평온한 마음으로 지켜볼 수 있는 가계는 많지 않스니다. 2006년 이후 부동산 정보업체나 부동산 선동 언론에 휘둘려 오판한 결과 ‘하우스푸어’로 전락해 고통받고 있는 분들이 이미 너무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지역에서 전세가가 오른다고 섣불리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살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부동산 거품이 가라앉고 있는 부동산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선량한 가계를 제물로 삼아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려는 일부 언론만이 그렇게 희망할 뿐입니다. 일반 가계들은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일부 언론들의 억지 선동보도에 휘둘리지 않도록 신중하시기 바랍니다.


by 선대인 2010. 9. 14. 08:46

정동영 의원의 부유세 도입 주장 보면서. 현실을 악화시키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체계적 인식이 없으면, 이를 체계적으로 극복할 근본적 개혁을 못합니다. 그러다 보면 단발식, 구호식 아이템을 내놓게 됩니다. 체계적 비전과 이를 구체화할 문제해결 역량 필요.

 

국내의 실효 법인세율, 소득세율이 세계에서 매우 낮은 편. 또 생산경제에 대해 매기는 세금보다 부동산 보유세 등 자산부문에 대해 매기는 세금 매우 취약해 불로소득 용인하고 투기 조장. 또한 고소득 자영자의 구조적 탈세 방치

 

김대중정부 때 자영자소득파악위원회를 만들고도 아직 자영자 소득도 제대로 파악 못하는등 소득 발생에 대해 제대로 된 과세체계도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부자감세등 역주행하고, 서민 부담 가중시키는 간접세 비중 더욱 늘리고 있음. 그러면 이처럼 시대착오적이고, 기득권 중심적 세제를 체계적으로 개혁할 방안을 내놓는 게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

 

이미 세제의 기본구조가 부자들 소득에 대해 제대로 과세하지 못하고 일반 서민 조세 부담이 높은 구조를 그대로 놔두면서 부유세 도입 주장은 단선적, 인기영합적 사고에서 나온 것. 그런 식으로는 왜곡된 세수구조 바로잡지도 못하고 노블리스 오블리제관념 희박한 부유층들로부터 반발만 불러일으키게 돼 있음. 또한 가뜩이나 누더기인 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게 됨

 

모든 개혁과 마찬가지로 세제 개혁도 한국의 사회경제적 조건에 맞도록 조정해야. 국내 빈부격차와 조세/재정의 매우 낮은 분배개선 효과 문제가 어디에서 발생하는지 진단하지 못하고 일부 북유럽 국가의 사회적 배경 속에서 실시하는 제도를 단발성 아이디어 차원에서 도입하는 것은 실효성도 낮고 전체 세제 측면에서 정합성이 떨어짐

 

사실 정동영 의원뿐만 아니라 상당수 정치인들이 이런 단발성, 구호성 접근이 많아. 지향 방향이 다를 뿐 4대강 사업, 경인운하, 한강르네상스, 용산개발사업 등 개발성장론자들이 굵직굵직한 토건사업으로 '한 방에 경제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대표적. 하지만 마찬가지로 부유세 같은 세금 한 방으로 빈부격차 해결하고 분배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것도 또 다른 방향으로 치닫는 환상

 

그런 연장선상에서 어떤 유명인사가 아이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자며 일부 저소득층 아이들을 어릴 때부터 선발해 집중 교육지원하자는 주장도 바로 그런 단선적 접근. 사학 난립과 부실한 공교육 체계로 인한 사교육 난립, 그리고 이에 따른 사교육 포커판의 판돈 많은 학부모와 자녀들의 승자독식 게임구조, 매우 열악한 교육재정과 이로 인한 세계 최고의 교육비 부담이 체계적으로 교육에서 불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 근본 원인. 이처럼 제대로 된 개혁은 현실의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이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올바른 정책과 제도의 틀을 갖춰 지속적으로 실행할 때 가능

 

또한 국내에서 난무하는 성장과 복지(또는 분배)라는 이분법적 구분 탈피해야. 성장과 분배는 경제의 순환구조 속에서 맞물려 돌아가는 것.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의 틀을 만들면 자연스럽게 가계들이 양질의 일자리와 소득 통해 자력으로 많은 문제 해결할 수 있고 그 같은 사회안전망과 복지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질 때 중장기적으로 일반가계와 기업들이 안정적인 경제활동에 나설 수 있음

 

물론 건전한 경제적 토대 위에서 꾸준히 국민의 삶의 질을 끌어올릴 복지 인프라를 충실히 갖춰가야 하는 것은 사실. 특히 한국의 경우 과도한 토건 투자(OECD 최고) 대비 복지 인프라 구축(OECD 평균의 3분의1 수준)이 매우 취약한 상태. 10년내 본격화될 고령화 충격 생각하면 전략적으로 복지체계 구축에 투자할 필요가 분명히 있음

 

그러나 부유세 도입하고 복지에 돈 많이 쓴다고 문제 해결된다는 것은 착각. 가계의 등허리를 휘어지게 만드는 집값 문제, 사교육 문제 해결하지 않고 저출산 문제 해결한답시고 각종 캠페인성, 다둥이 출산장려금 등 선심성 정책에 돈 쓰는 식의 넌센스.

 

다만, 무분별한 토건사업 등에 들어가는 세출 구조조정을 우선하고 복지, 사회안전망 투자에 대한 우선순위를 단계적으로 더 상향조정할 필요는 있음. 하지만 한 현 정부가 부동산 거품 떠받치는 과정에서 현 정부 들어 국공채 발행만 200조원이 늘어나는 등 공공부문 부채가 급증하는 상태에서 복지에 무작정 돈을 쓰기도 어려운 구조.

 

같은 돈을 쓰더라도 토지주택공사 등이 방만한 사업 구조를 그대로 둔 채 민간건설업체들이분양용, 매매용 주택 짓는데 수십조원의 돈 쓰는 것은 낭비. 이미 300조원 이상 쌓인 국민연금 등 공적 투자자의 돈을 끌어와 저렴하면서도 양질의 공공임대주택 대량 공급하는 것이 가능. 그런 주택인프라 갖추면 자연스럽게 노후 주거비용 줄이고, 저소득 1인가구의 삶을 지원할 수 있고, 고령화에 따르는 소비 위축 효과도 줄일 수 있음.

 

이처럼 복지 체계도 단순히 돈을 많이 걷어 많이 쓴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경제 전체의 가용자원을 효율적으로 결합해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정책조합(policy mix)들이 정교하게 맞물려 가는 체계를 만들어줘야 함. 단상으로 쓰겠다던 글이 길어졌는데, 구체적 내용들은 향후 계속 소개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선대인 트위터 http://twitter.com/kennedian3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by 선대인 2010. 9. 9. 10:23
 

정부정치권과 대다수 언론은 여전히 근시안적인 부동산 부양책에 매몰돼 있을 뿐 중장기적으로 국내 부동산 시장의 투기거품을 빼고 건전하고 지속 가능한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는 조건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 국가의 책임 있는 제도화된 권력과 올바른 여론 조성의 책임자들이 그 일을 하지 않는다면 저라도, 저희 연구소라도 그런 노력을 계속하겠습니다. 그 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부동산 시장 정상화의 조건>이라는 기획을 여덟 차례에 걸쳐 연재하겠습니다. 오늘은 그 세번째 순서입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을 바랍니다.

 

<글 싣는 순서>(*실제 글 제목과 연재 순서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1.       금리 본격 인상 전 가계부채 다이어트 유도

2.       정치적 탐욕에 따른 부동산 막개발 줄이고 기존 무리한 사업 정리

3.       시장퇴출이 실제로 일어나는 건설업체와 저축은행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

4.       부동산 거품의 진폭을 키우고 투기를 부추겼던 선분양제 폐지하고 후분양제로 전환

5.       3년 거치 일시 상환식 대출구조 근본적 개혁해야

6.       투기에 강한 내성을 가지는 부동산 보유세제 강화 등 부동산 세제 정비

7.       공공임대주택 공급 획기적 증대

8.       수도권 과밀해소-국토 균형 발전 

  

 

 

 

-건설업계, 시장퇴출 일어나는 과감한 시장 청소 필요하다.

 

한 제조업체가 호황기 때 무리한 경영판단에 따라 생산한 제품이 경기가 식으면서 대규모 재고로 남게 됐다. 그렇다고 정부가 이들 기업의 재고를 대량으로 사줘야 할까. 말도 안 되는 질문 같지만 현 정부는 올해 ‘4.23 대책’과 ‘8.29대책을 통해 이 같은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적어도 건설업계에 한해서는 말이다. 물론 실수요자와 국민경제를 걱정하는 척했지만, ‘강부자 정권’이 일반가계들을 제물로 삼아 자신들의 ‘스폰서’인 부동산 부자들과 건설업계에 준 당근이라는 점은 쉽게 알 수 있다.

 

 우선, 지금 건설업계 지원이 필요한 때인가. 그렇지 않다. <도표1>에서 볼 수 있듯이 건설업계의 대표적인 이익단체인 대한건설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외환위기 당시인 1998 4270개이던 종합건설업체 수는 2001년 이후 13000개 수준으로 세 배 이상 늘어난 상태를 현재까지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1998 522개 업체가 부도났고, 2000년대 부동산 호황기에도 매년 150개 전후가 부도로 쓰러졌다. 그런데 주택시장이 침체하고 외환위기 이후 사상 최대의 경제위기를 맞은 지난해에 부도업체 수는 87개에 불과했다. 이들 건설업체들의 평균수주액도 부동산 호황기였던 2003 78.8억원이었으나 주택시장 침체가 본격화된 2008년과 지난해에는 정부의 대대적인 토건 부양책 등으로 95.4억원, 96.4억원으로 늘어났다.

 

<도표1> 건설업체 현황 :대한건설협회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물론 우리 연구소가 여러 차례 지적한 바와 같이 이 같은 지표 이면에 건설업체들 가운데 상당수는 골병이 들어 있고, 빠른 속도로 ‘좀비기업’들도 늘고 있다. 성원건설과 남양건설뿐만 아니라 중견건설사들의 부도위기설이 잇따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같은 지표들이 명확히 보여주는 것은 정부의 막대한 건설 및 부동산 부양책과 구조조정 회피로 한계선상에 이른 건설업체들의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는 선뜻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백보를 양보해 2008년 말~2009년 초에는 워낙 경제적 위기감이 증폭돼 있었기에 일정한 건설 및 부동산 부양책이 필요했다고 하자.

 

 하지만 정부 주장대로 지표상으로 경기 회복세가 완연한 이제 건설업계에 대한 추가적인 지원책으로 구조조정을 지체해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언제까지 온 국민이 공공부문에서는 대규모 토건사업으로, 민간부문에서는 고분양가 아파트 사재기로 외환위기 이후 세 배 이상 늘어난 건설업체들을 모두 먹여 살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또 다시 건설업체들을 먹여 살리는 일을 택했다.

 

그러면 일부 언론이 걱정하는 시나리오 대로 건설업계의 연쇄도산으로 PF대출이 부실화될 경우 금융권에 미칠 파장은 얼마나 클까. 금융권 PF대출 잔고는 2009년 말 현재 82.4조원에 이르며 이 가운데 은행권이 51.0조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저축은행 11.8조원, 보험사 5.7조원, 증권사 2.7조원 등이다. 이들 PF대출의 연체율을 보면 금융권 전체로 3.58%에서 6.37%로 계속 증가하고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PF대출의 부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금융권별로 세분화해 살펴보면, 증권사 연체율이 2008 6 6.57%에서 30.28%로 급등했고, 보험사는 2.37%에서 4.55%로 증가했다. 하지만 보험사와 증권사의 PF대출 비중이 8.4조원 정도로 크지 않고 보험사와 증권사의 자본금 및 자산 규모 등을 감안할 때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PF대출의 60% 가량을 차지하는 은행권의 경우 연체율이 2008 6월에 비해서는 올랐으나 1.67% 정도로 비교적 낮을 뿐만 아니라 2009 6월에 비해 떨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건설업체 자금난의 직접적 타격을 받을 것으로 집중 거론되고 있는 저축은행의 경우 연체율이 2009년 말 10.6% 2009 6월말에 비해서는 소폭 상승했으나 2008 6 14.28%보다는 낮아졌다. 물론 이 같은 연체율이 저축은행 실태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저축은행들이 PF대출 부실이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 부실 PF대출을 회수하지 않고, 추가 대출 등을 통해 연체율을 낮추고 있고 자산관리공사가 저축은행 전체 PF대출의 15%가량에 해당하는 1.7조원 가량의 부실 PF대출 자산을 매입해준 점 등을 감안하면 실제 PF대출 부실율은 이보다 훨씬 더 높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주택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PF대출 부실과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가계대출 연체 증가가 현실화할 경우 상당수 저축은행 또한 도산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저축은행 PF대출 규모와 연체율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도 이것이 금융시스템 전반에 큰 충격을 줄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그 동안 부동산 버블에 기대 무분별하게 난립하며 PF대출과 주택대출을 늘려온 저축은행 또한 부동산 버블이 꺼지는 과정에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현재의 저축은행 위기는 업계 안에서 구조조정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순리다.

 

 상황이 이런데도 현 정부는 특정계층과 업계의 이해관계에 사로잡혀 현재 한국경제 위기에 대해 전도된 인식을 보이고 있다. ‘8.29대책만 하더라도 정부는 DTI규제를 상당 부분 풀었다. 지금 한국경제 위기의 핵심은 800조원을 넘나드는 가계부채의 위기이지 건설업계의 위기가 아니다. 상당수 신문들이 금방이라도 금융시스템 마비를 불러올 것처럼 침소봉대하는 저축은행의 PF대출 규모는 11.2조원이다. 전체 예금취급기관 대출액의 1%, 가계부채의 1.4% 정도 규모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유도하기는커녕 가계가 빚을 더 내서라도 건설업계를 떠받쳐야 한다는 식이다. 이는 현 정부가 건설업계를 부양한다는 명목으로 얼마나 국민경제의 위험성을 높이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 정부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런 식으로 정부는 허황된 ‘건설업계 대마불사’ 논리를 제어하기는커녕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 지금 우리보다 경제상황이 나쁜 미국과 유럽도 금융업계의 대마불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우리보다 훨씬 더 경제상황이 나쁜 미국과 유럽의 경우 금융업계의 대마불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규제를 다시 강화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금융시스템의 한 축도 아닌 특정 업계를 살린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 심지어 재벌급 건설업체들인 10대 건설업체들 가운데 단 하나라도 무너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말이다. 특히 건설업계와 저축은행의 부실을 막기 위해 DTI규제 완화 등 한국경제 위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가계부채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물불 가리지 않는 매우 위험한 요구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이 같은 건설업 구조조정을 지연하면 할수록 오히려 현 정부가 우려하는 일본식 장기침체를 초래할 가능성을 높인다. 왜 그럴까. 건설업계를 제때 구조조정하지 않으면 살아남은 건설업체들이 이미 고갈된 수요 이상의 공급물량을 쏟아내게 된다. 이미 공급 과잉인 상태에서도 수급 조정이 지연되는 것이다. 또한 좀비처럼 살아남은 건설업체들이 지속적으로 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부실 채권이 계속 늘어나게 된다. 이런 현상이 현재 건설업계 및 부동산업계 및 이들의 대변지격인 기득권 언론들이 주문한 결과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이처럼 정부가 개입해 부동산 시장을 교란하고 구조조정과 부실 정리를 지연시킨 탓에 일본의 주택시장이 자연스러운 복원력을 잃어버린 것이었다. 부동산 버블 붕괴의 충격이 컸던 탓도 있지만, 초기에 각종 토건부양책으로 재정을 탕진하고, 살아남은 건설업체들이 수요 대비 과도한 주택 공급을 지속해 부동산 시장이 복원력을 잃어버린 가운데 주택수요 연령대 인구가 급감하고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돼 잃어버린 10년을 넘어 20년까지 치닫게 된 것이다. 또한 1980년대와 1990년대초 미국에서 저축대부조합(S&L) 사태가 계속 부실 규모를 키웠던 이유도 초기에 재빠른 구조조정을 통한 시장 청소를 미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지금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건설 및 부동산 부양책이 아니라 시장퇴출이 실제로 일어나는 건설업계와 저축은행의 과감한 구조조정이다.  부동산 거품에 취해 희희낙락했던 건설업계와 금융업계, 그리고 아파트 분양 광고에 목을 맨 언론들에게 돌아갈 단기적 충격을 줄이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 전체에 돌아올 충격을 키우는 우를 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선대인 트위터 http://twitter.com/kennedian3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by 선대인 2010. 9. 7. 0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