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의원의 부유세 도입 주장 보면서. 현실을 악화시키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체계적 인식이 없으면, 이를 체계적으로 극복할 근본적 개혁을 못합니다. 그러다 보면 단발식, 구호식 아이템을 내놓게 됩니다. 체계적 비전과 이를 구체화할 문제해결 역량 필요.

 

국내의 실효 법인세율, 소득세율이 세계에서 매우 낮은 편. 또 생산경제에 대해 매기는 세금보다 부동산 보유세 등 자산부문에 대해 매기는 세금 매우 취약해 불로소득 용인하고 투기 조장. 또한 고소득 자영자의 구조적 탈세 방치

 

김대중정부 때 자영자소득파악위원회를 만들고도 아직 자영자 소득도 제대로 파악 못하는등 소득 발생에 대해 제대로 된 과세체계도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부자감세등 역주행하고, 서민 부담 가중시키는 간접세 비중 더욱 늘리고 있음. 그러면 이처럼 시대착오적이고, 기득권 중심적 세제를 체계적으로 개혁할 방안을 내놓는 게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

 

이미 세제의 기본구조가 부자들 소득에 대해 제대로 과세하지 못하고 일반 서민 조세 부담이 높은 구조를 그대로 놔두면서 부유세 도입 주장은 단선적, 인기영합적 사고에서 나온 것. 그런 식으로는 왜곡된 세수구조 바로잡지도 못하고 노블리스 오블리제관념 희박한 부유층들로부터 반발만 불러일으키게 돼 있음. 또한 가뜩이나 누더기인 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게 됨

 

모든 개혁과 마찬가지로 세제 개혁도 한국의 사회경제적 조건에 맞도록 조정해야. 국내 빈부격차와 조세/재정의 매우 낮은 분배개선 효과 문제가 어디에서 발생하는지 진단하지 못하고 일부 북유럽 국가의 사회적 배경 속에서 실시하는 제도를 단발성 아이디어 차원에서 도입하는 것은 실효성도 낮고 전체 세제 측면에서 정합성이 떨어짐

 

사실 정동영 의원뿐만 아니라 상당수 정치인들이 이런 단발성, 구호성 접근이 많아. 지향 방향이 다를 뿐 4대강 사업, 경인운하, 한강르네상스, 용산개발사업 등 개발성장론자들이 굵직굵직한 토건사업으로 '한 방에 경제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대표적. 하지만 마찬가지로 부유세 같은 세금 한 방으로 빈부격차 해결하고 분배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것도 또 다른 방향으로 치닫는 환상

 

그런 연장선상에서 어떤 유명인사가 아이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자며 일부 저소득층 아이들을 어릴 때부터 선발해 집중 교육지원하자는 주장도 바로 그런 단선적 접근. 사학 난립과 부실한 공교육 체계로 인한 사교육 난립, 그리고 이에 따른 사교육 포커판의 판돈 많은 학부모와 자녀들의 승자독식 게임구조, 매우 열악한 교육재정과 이로 인한 세계 최고의 교육비 부담이 체계적으로 교육에서 불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 근본 원인. 이처럼 제대로 된 개혁은 현실의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이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올바른 정책과 제도의 틀을 갖춰 지속적으로 실행할 때 가능

 

또한 국내에서 난무하는 성장과 복지(또는 분배)라는 이분법적 구분 탈피해야. 성장과 분배는 경제의 순환구조 속에서 맞물려 돌아가는 것.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의 틀을 만들면 자연스럽게 가계들이 양질의 일자리와 소득 통해 자력으로 많은 문제 해결할 수 있고 그 같은 사회안전망과 복지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질 때 중장기적으로 일반가계와 기업들이 안정적인 경제활동에 나설 수 있음

 

물론 건전한 경제적 토대 위에서 꾸준히 국민의 삶의 질을 끌어올릴 복지 인프라를 충실히 갖춰가야 하는 것은 사실. 특히 한국의 경우 과도한 토건 투자(OECD 최고) 대비 복지 인프라 구축(OECD 평균의 3분의1 수준)이 매우 취약한 상태. 10년내 본격화될 고령화 충격 생각하면 전략적으로 복지체계 구축에 투자할 필요가 분명히 있음

 

그러나 부유세 도입하고 복지에 돈 많이 쓴다고 문제 해결된다는 것은 착각. 가계의 등허리를 휘어지게 만드는 집값 문제, 사교육 문제 해결하지 않고 저출산 문제 해결한답시고 각종 캠페인성, 다둥이 출산장려금 등 선심성 정책에 돈 쓰는 식의 넌센스.

 

다만, 무분별한 토건사업 등에 들어가는 세출 구조조정을 우선하고 복지, 사회안전망 투자에 대한 우선순위를 단계적으로 더 상향조정할 필요는 있음. 하지만 한 현 정부가 부동산 거품 떠받치는 과정에서 현 정부 들어 국공채 발행만 200조원이 늘어나는 등 공공부문 부채가 급증하는 상태에서 복지에 무작정 돈을 쓰기도 어려운 구조.

 

같은 돈을 쓰더라도 토지주택공사 등이 방만한 사업 구조를 그대로 둔 채 민간건설업체들이분양용, 매매용 주택 짓는데 수십조원의 돈 쓰는 것은 낭비. 이미 300조원 이상 쌓인 국민연금 등 공적 투자자의 돈을 끌어와 저렴하면서도 양질의 공공임대주택 대량 공급하는 것이 가능. 그런 주택인프라 갖추면 자연스럽게 노후 주거비용 줄이고, 저소득 1인가구의 삶을 지원할 수 있고, 고령화에 따르는 소비 위축 효과도 줄일 수 있음.

 

이처럼 복지 체계도 단순히 돈을 많이 걷어 많이 쓴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경제 전체의 가용자원을 효율적으로 결합해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정책조합(policy mix)들이 정교하게 맞물려 가는 체계를 만들어줘야 함. 단상으로 쓰겠다던 글이 길어졌는데, 구체적 내용들은 향후 계속 소개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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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9. 9. 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