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님, 이 글을 쓰기 전 제 눈가에는 이슬이 잠깐 맺혔었습니다. EBS 지식채널e ‘공짜밥’ 편을 본 때문이었습니다. ‘공짜밥’은 저소득층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무상급식 지원을 받기 위해 얼마나 큰 마음의 상처를 입는지 생생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가 링크를 걸어드릴 테니 꼭 한 번 보시길 바랍니다.
http://www.ppomppu.co.kr/zboard/view.php?id=humor&no=68424
4분 50초도 되지 않는 짧은 동영상이지만 이마저도 바쁘셔서 잘 못 보실 수 있기에 그 동영상에 소개된 몇 구절을 소개 드리겠습니다.
"새 학년이 될 때마다 이런 게 무섭습니다. 담임 선생님의 말씀과 가정통신문을 볼 때마다 매우 떨립니다. 동사무소에 가서 한부모 가정 증명서라는 걸 떼어오라는데 그런 거 떼는 거 어떻게 말해야 해요? 저 진짜..바보같이 부끄러움이 많고…정말 바보같이…좀 알려주세요."
"오늘도 엄마한테 전화하면서 울었습니다. 너무 창피하다고. 선생님이칠판에 ‘급식지원신청서 제출’이라고 쓰시기에 가슴이 철렁했지요. 제 이름을 부르실까 봐요. 아이들이 눈치 채면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요? "
"진짜 급식 지원받으라고 교무실로 부르는 거 싫어요. 교무실에 가면 저랑 같이 급식 지원받는 애들도 있고 창피하거든요."
"공짜로 먹는데 많이 먹을 땐 다른 아이들에게 미안해요."
그 동영상을 보고 나면 그 아이들이 먹는 밥은 ‘공짜밥’이 아니라 ‘눈칫밥’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제 트위터 친구 한 분의 표현처럼 아이들이 돈 대신 자존심을 내고 먹는 밥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한 아이의 말이 자막으로 올라옵니다. "지금 저보다 더 어렵게 사는 친구들도 많잖아요. 나중에는 정부, 사회의 손이 안 미치는 그런 애들을 찾아서 돕고 싶어요." 그 아이들이 그런 기특한 생각을 한 게 자신들의 처지가 얼마나 마음에 맺혔으면 그럴까, 하는 생각을 하니 저도 모르게 눈시울을 붉히고 말았습니다.
오시장님도, 저도 인정하듯이 우리 아이들은 이 나라의 미래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빈부격차에 상관없이 눈치 보지 않도록 골고루 밥 좀 먹이자는 게 왜 그렇게 ‘망국적’인 것인지 저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눈치 보며 ‘공짜밥’을 먹는 그 아이들이 자라서 정부와 사회의 손이 안 미치는 아이들을 찾아서 돕기 전에 서울시가 지금 나서서 그 아이들이 더 떳떳하고 당당하게, 그리고 마음의 상처 없이 밝게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면 안 되는 겁니까? 우리가 아이들에게 빈부격차에 상관없이 의무교육을 하는 동안 그 일환으로서 모든 아이들에게 ‘의무급식’을 하면 안 되는 겁니까?
당신은 이 같은 방안에 대해 ‘무차별적 복지’ ‘부자급식’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가난한 서민들에게 지원해야 할 돈으로 부자들에게까지 지원해야 하니 실제로는 과도한 복지 정책이라는 겁니다. 그래서인지 오시장님은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하고 계십니다. 심지어는 이런 ‘무차별적 복지’를 시행하면 소득세와 법인세를 30%까지 더 걷어야 할 것이라고 일반 시민들을 겁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오시장님의 걱정이 제게는 잘 와 닿지 않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서울시 내년 예산 규모 20.6조원 안에서 재정 배분의 우선순위를 생각할 때 불요불급한 전시성 사업을 줄이면 얼마든지 의무급식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제 주요 논지로 삼아왔습니다. 서울시 예산의 0.8%밖에 안 되는 교육지원예산 안에서만 생각지 말고, 좀 더 통 크게 교육예산을 늘려 오시장님의 3무학교 사업도 하되 의무급식 예산도 함께 편성하라고 촉구해왔습니다. 그리고 친환경 식단으로 우리 아이들 건강을 지켜서 장기적으로 각종 성인병 예방해서 미래의 의료비용, 즉 복지비용 지출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의무급식을 지지해왔습니다. 의무급식을 잘 운용하면 오시장이 걱정하는 과도한 복지 지출을 오히려 중장기적으로는 줄일 수 있다고 본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동영상을 보면서 생각해보니 제가 본업의 울타리에 갇혀서 너무 재정 우선순위와 경제적 타당성, 즉 돈 문제만 따지고 있었구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됐습니다.
사실 우리 아이들이 받는 위화감과 ‘낙인 효과’로 표현되는 정서적 상처가 이 정도일 줄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가정형편 때문에 중고등학교 때 등록금 못 내 선생님께 매 타작을 받는 친구들을 보면서 자랐는데도 저소득층 아이들이 무상급식 과정에서 받는 정서적 상처가 그토록 큰 것인지는 미처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꼭 한 번 보십시오. 보고 나면 “요즘 밥 굶는 아이 없다”는 식의 말씀 그렇게 쉽게 내뱉지 못하실 겁니다.
물론 오시장님은 “주민센터를 통해 부모에게 직접 급식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 같은 정서적 상처를 줄일 수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정말 그게 그토록 잘 작동할지 저는 의문입니다. 그런 행정절차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학교와 주민센터간의 행정 협력이 필요하고, 오가는 서류가 분명히 있을 텐데 저소득층 아이들이 자신이 급식비를 지원받는다는 사실을 전혀 노출되지 않도록 할 수 있을까요? 그토록 잘 작동하는 것이었고, 서울시가 그토록 그런 문제에 관심이 있었다면 왜 지금까지 그걸 하지 않았는지, 아니 왜 못했는지 의문입니다. 그방법은 그런 ‘낙인효과’를 줄일 수는 있어도 없애기는 어려울 겁니다. 설사 그렇게 절차를 바꾼다 하더라도 동사무소에서 신고하는 과정조차 매우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갖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공짜밥’ 동영상은 보여주고 있습니다. ‘체면 문화’가 매우 강한 우리나라의 특성상 그것이 아이나 어른 모두에게 부담이 될 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이왕 글을 쓴 김에 심각한 논란에 휩싸인 서울시 광고 문제를 잠깐 거론하겠습니다. 서울시는 이례적으로 이틀에 걸쳐 4억원 가까운 돈을 들여 대부분 주요 일간지에 이른바 ‘부자무상급식’을 반대하는 광고를 게재했습니다. 저는 솔직히 그 광고를 보는 순간 속으로 경악했습니다. 민간기업도 아닌 서울시가 어떻게 벌거벗은 아이 모습을 이용해 서울시장 한 분의 주장을 그렇게 광고할 수 있는지... 그리고 한 나절이 더 지나자 아이의 얼굴과 몸을 합성한 사진을 모델 아이와 그 부모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게재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매우 착잡해졌습니다.
저는 오시장님 생각에 동의하지 않지만, 그래도 당신께서 저와는 다른 입장에서 우리 아이들을 아끼고, 서울시 예산도 아끼는 마음이 있을 거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무려 4억원을 들여 개인적 의견에 가까운 광고를, 그것도 아동 인권을 전혀 생각지 않는 그 광고를 보면서 저는 오시장님께서 실제로는 그 어느 쪽도 아끼지 않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더구나 서울시 내부 인사를 통해 오시장님께서 광고안을 직접 골라 집행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제가 서울시에서 오시장님을 보좌할 때 느낌으로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짐작은 했음에도 ‘설마…’하는 생각이 없지 않았는데, 그 사실을 확인한 순간 정말 참담한 기분이었습니다.
오시장님, 설사 당신의 생각이 아무리 옳다고 하더라도 당신은 1000만 서울시민의 수장입니다. 그런 중차대한 책무를 지닌 공직자가 아무리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시민들께 알리고 싶다고 하더라도 금도가 있는 법입니다. 그런데 초상권 침해 등 법적 시비 문제 이전에 어찌하여 우리 아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저버릴 수 있는 것인지요? 오시장님, 논쟁은 하더라도 사람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품성은 지키셔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외람되지만 세 가지 충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근시안적 권력욕을 버리십시오. 제가 보는 오시장님은 지금 매우 낯섭니다. 과거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할 때 마음을 텅 비운 듯 한 오세훈의 모습은 찾기 어렵습니다. 아니 그것은 말할 바도 없고, 상황에 맞는 미디어 활용 능력이 뛰어나서 이렇게 민심의 역풍을 자초하는 오세훈의 모습도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대권에 대한 의지 자체를 버리라는 게 아닙니다. 다만, 좀 더 크고 넓게 시민들의 마음을 읽고 그 뜻을 받아들이는 ‘광폭행보’를 보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 오시장님 모습은 너무 조급해 보입니다. 우리 아이들 골고루 밥 먹이는 문제에 700억원을 배정하느냐를 결정하는 문제를 두고 온갖 과도한 상상력을 발휘해 ‘복지 망국병’으로 가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 것처럼 말씀하시는 오시장님의 주장, 너무 과장돼 보입니다. 서울시보다 재정자립도가 훨씬 낮은 지자체도 다 하는 의무급식을 왜 서울시는 끝끝내 반대하는지 서울시민들이 선뜻 동의하지 못합니다. 당신의 그 조바심에는 박근혜 대항마로서 김문수와의 MB낙점 경쟁이 놓여 있는 것으로 읽힙니다. 물론 경쟁하셔야 겠지요. 하지만 아이들 밥 먹이는 문제로 그런 경쟁을 하는 것은 꼴불견입니다. 이번 건에 관한 한 그런 조바심을 떨쳐버리십시오. 거기에 과도하게 집착해 조급하게 서두르신다면 그만큼 자꾸 수렁으로 빠지게 됩니다. 총선 불출마 선언을 앞뒀을 때처럼 마음을 비우십시오. 그러면 오시장님께 새로운 길이 보이실 겁니다.
둘째, 오시장님, 정치적 타협과 시민들의 화합을 이끌어주십시오. 오시장님은 1000만 서울시민의 수장으로서 서울시 의회와 서로 견제하면서도 타협을 모색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서울시민들에게는 정중하게 시정을 설명하고 시민들의 화합을 도모해야 할 사람입니다. 그런데 지금 당신의 모습은 동떨어져 있습니다. 저는 오시장님께서 프레시안 인터뷰에서 토로하신 것처럼 ‘할 만큼 성의를 다했는데도 불구하고, 전투적인 민주당 시의회와 도저히 합리적 논의를 할 수 없었다’는 취지의 말씀이 어느 정도는 사실일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서울시 의회는 시장님의 꽉 막힌 태도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상식으로는 적어도 서울시 행정부 수장인 시장님의 책임이 적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할 겁니다. 같은 여소야대 상황인데도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경기도의회가 큰 잡음 없이 내년도 예산안을 합의로 통과시킨 것과 비교해봐도 그 차이는 두드러집니다. 서울시의회가 경기도의회보다 얼마나 더 전투적이고 과격하며 비타협적인지는 몰라도 오시장님 또한 적지 않은 책임을 떠안아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시민들 눈에 오시장님은 서울시의 미래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리더로 비쳐지기보다는선거 승리를 노리는 정치인이나 전쟁에 나선 장수로 비쳐집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의무급식 문제에 관해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습니다만, 오시장님처럼 생각하실 수는 있다고 봅니다. ‘망국적복지 포퓰리즘’과 같은 선동적이고, 이념적 대립으로 몰아가는 과격한 용어만 쓰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정치인으로서 당연히 자신의 가치와 비전을 이런 사안들을 통해 제시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러한 가치와 비전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대야 정치력을 발휘해 원만한 시정을 이끄는 한편 시민들에게 차분히 자신의 가치와 비전을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상대를 골라 TV토론을 하겠다는 자세나 특정 정파적 색채가 짙은 교육단체를 동원한 ‘부자무상급식’ 반대 선언, 많은 시민들에게 불쾌감을 던져준 광고 집행 등 일련의 대응들을 보면 도대체 시민들이 화합을 이끄는 진정한 리더의 모습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선거에서 상대편을 기어코 이기고 말겠다는, 적군을 무찌르겠다는 오기로 가득찬 모습만 자꾸 떠오릅니다.
그런 자세로 어떻게 시민들의 행복을 도모하고 화합을 이끌겠습니까. 오시장님께서는 총선 불출마 후 야인 시절 여러 학자들과 공동 집필한 <우리는 실패에서 희망을 본다>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갈등의 치유와 양보를 도출해 내는 힘은 궁극적으로 지도자의 역량과 의지에서 나온다. 그리고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지도자에 대한 신뢰와 존경이다."
그런데 오시장님은 지금 그 같은 역량과 의지를 보여주지도 못하고, 그를 추동할 수 있는 시민들의 신뢰와 존경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정책과 예산 배분상의 문제를 이념적 갈등 사안으로 만들어 오히려 분열의 골을 더욱 깊이 파고 있습니다. 제발 한 정치세력의 장수로서 상대편 적장과 군사들을 무찌르려는 모습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 화합을 추구하는 진정한 리더의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기원합니다.
셋째, 혹시나 집단사고에 빠져 있지 않은지 경계하시기 바랍니다. 지금 오시장님께 어떤 분들이 어떤 식으로 조언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일부에서는 오시장님 측근들이 일부 오시장님과 다른 의견도 내놓고 진언하는 것으로 들었습니다만, 전반적으로는 오시장님 충성파들이 진을 치고 있지 않은지 염려됩니다.
제가 이런 염려를 하는 이유는 최근 오시장님 측근 몇 명이 트위터 공간에서 자신들의 신분을 숨긴 채 곽노현 교육감과 최재천 전 의원 등 의무급식을 지지하는 몇 분에게 공격적인 글들을 날리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그 중 일부는 제게도 그런 글들을 남겼다가 결국 덜미를 잡혔습니다. 아마 오시장님은 이런 사정을 잘 모르실 것입니다. 하지만 이 분들은 트위터 공간에서 매우 열성적으로 오시장님을 옹호하는 반면 상대에게 매우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것이 결국 오시장님께 오히려 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또한 이들이 트위터 상에서 쏟아내는 글의 내용들은 오시장님의 발언을 정확히 복사한 듯한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측근들이 바로 시장님을 보좌하며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매우 큰 우려가 들었습니다.
역시 앞서 거론한 당신의 저서에서 시장님은 1961년 미국 케네디 행정부 시절 쿠바 피그만 침공 사건의 실패를 예로 들어 집단사고(group think)의 폐해를 경계하셨습니다. 그런데 오시장님 측근들이 트위터 공간에서 펼치는 행태들을 보면서 시장님께서 이들에게 둘러싸여 한 방향으로 밀어붙이는 집단사고의 함정에 빠져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었습니다. 사실 측근들의 행태뿐만 아니라 오시장님께서 최근 특정 성향의 교육단체와 연대 성명을 발표한다든지, 오시장님 입장에 찬성하는 학부모들만 모아놓고 간담회를 한다든지 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우려가 더욱 짙게 듭니다. 오시장님께서는 지난날 당신 스스로 경계했던 집단사고의 함정에 빠져 있지 않은지 다시 한 번 살펴보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번 문제와 관련하여 ‘내 편’뿐만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두루두루 들어보고 생각과 입장을 다시 한 번 차분히 정리해보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저의 이 글을 어떻게 읽어 주실지는 의문입니다. 다만 제가 뭔가 사심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억측은 삼가주십시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로서는 서울시 시절은 지금은 숨기고 싶은 과거입니다. 오시장님을 보좌했던 전력(?) 때문에 어느 쪽으로든 정치적으로 오해 받게 되는 상황을 저는 사실 부담스러워합니다. 더구나 지금처럼 오시장님이 망가져가는 상황에서 그 같은 사실을 알리게 되는 게 뭐가 자랑스럽겠습니까. 오시장님께서 이렇게 무리한 행동을 보이지 않으셨다면 저는 그 인연을 조용히 숨기려 했을 것입니다.
저는 당초부터 ‘오세훈 시장’에 충성할 생각은 없었고,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 충성하고 공익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에서 서울시에 들어간 것입니다. ‘오세훈 시장’과 공익이 일치할 때는 얼마든지 도울 생각이 있었지만, 그것이 부조화 상태일 때는 저는 당연히 ‘오세훈 시장’을 버립니다. 사실 부조화상태를 느낀 것이 서울시를 떠난 계기가 됐고, 그 부조화상태가 훨씬 더 커졌기에 이렇게까지 제 전력을 공개하며 당신을 비판하고 나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것이 한 때나마 상당한 인연을 맺었던 당신께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이라고 믿습니다. 리더가 올바른 길을 걷지 못할 때 방관자로 머물지 않고 그 리더가 다시 올바른 길로 돌아갈 수 있도록 따끔한 질책과 비판을 아끼지 않는 것이 진정한 팔로워(follower)의 책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이라도 당신이 사심을 버리고 1000만 서울시민의 수장이자 ‘제1시민’의 자리로 돌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만약 마음을 비우고 그렇게 돌아갈 수 있다면 저는 얼마든지 당신을 응원할 것입니다. 지금은 당시 모습이 연출된 것이 아니었나 다시 생각하게 되지만, 어쨌거나 당신이 총선불출마 때 주었던 청량감과 감동을 다시 시민들에게 준다면 저는 얼마든지 당신의 열렬한 지지자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당신이 길을 너무 많이 벗어난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오늘따라 총선 불출마 당시 ‘내 탓이오’를 외치던 그 오세훈이 그립습니다. 그 오세훈은 어디에 있는 겁니까.
제가 지난해 <위험한 경제학> 출간 이후 1년여만에 <프리라이더: 대한민국 세금의 비밀편>을 출간했습니다. 세금이라는 동창회비를 잘 내지도 않는 사람들이 동창회장과 총무를 맡아 자기들 멋대로 돈을 쓰는 행태를 비판한 책입니다. 두 권으로 나눠 내는 책의 첫 번째 책입니다. 특히 최근 의무급식 지원 논란과 예산안 날치기 통과 과정에서 '내가 낸 세금 제대로 쓰이고 있나?'라는 의구심이 드시는 분들께서는 꼭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