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문제에 대해 좋은 책을 소개해달라는 요청을 종종 받습니다. 제가 다루지 않은 주제에서 제가 아는 좋은 책이 있다면 아무런 고민 없이 소개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책으로 다룬 주제들일 경우에는 난감해집니다. 물론 해당 분야에 권할 책들이 많으면 좋은데, 안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동산시장 흐름에 대해 건설업체들이나 부동산업계 입장이 아닌 일반가계 관점에서 정직하고, 쉽게 쓴 책은 솔직히 거의 없습니다. 조세재정 문제도 제가 경제기득권들 입장을 강하게 비판하지만, 그렇다고 흔히 복지-증세론자들로 불리는 분들과는 생각이 꽤 다릅니다. 그렇다 보니 그런 주제들에 대해서는 딱 제 마음에 들게 권하고 싶은 책은 결국 제 책밖에 없습니다. 물론 그렇게 느꼈기에 사람들의 욕구를 제가 채운다는 생각으로 책을 쓴 거고요.

 

그런데 자기 책을 추천하는 게 스스로 면구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이런저런 오해를 받게 될까봐 꺼려지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게 스스로 너무 잘 난 척 한다, 그리고 책으로 돈벌이 하느냐, 이런 오해들 말입니다. 특히 트위터의 짧은 단문을 통할 때는 그런 오해가 더 자주 발생하는 듯 하고요. 그래서 그 오해들에 대해 짧게 한 번 설명드리고 갈까 합니다.

 

먼저 첫 번째 오해. 부동산문제도 그렇고, 세금문제도 그렇고 제가 보기에는 너무나 잘못된 정보들이 이 땅에 난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정보들을 정화하려고 메시지를 꾸준히 발신합니다. 단순히 메시지를 발신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책들을 무기로 삼아 사회적 이슈와 의제를 만들고, 부동산 기득권 세력이나 특권층 프리라이더들을 대상으로 분투했습니다.

 

나름대로는 신물이 나도록 떠들었다고 생각하는데도, 부동산문제 같은 데서 여전히 이해관계에 물든 기득권언론들의 정보에 휘둘리는 분들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무리하게 빚내 집 사서 하우스푸어로 전락하는 분들을 보면 사정이 안타깝고, 이런 상황을 보면서도 여전히 겁 없이 빚 내서 집 사려는 사람들 보면 안타까움을 넘어 답답하기도 합니다. 특히 최소 수천만원, 수억원이 왔다갔다 하는 선택을 하시는 분들이 제 책 한 권만 정독해 보셔도 좀 달리 생각할 여지가 있을 텐데, 왜 그런 비용과 노력도 들이지 않나 하는 안타까움이 듭니다.

 

물론 이런 마음 자체가 잘난 척 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내 말이 진리이니 내 말을 따르라, 이런 자세는 절대 아닙니다. 다만, 제가 생각하기엔 위험한 투자를 하려는 분들을 일일이 만나 설득할 수는 없으니 책으로 쓴 것이고, 그 책들을 못 읽어보신 분들께는 읽어보시라고 강하게 말씀드리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사실 며칠 전에도 집 살지 말지 물어보시는 트위터 친구분들 계셔서, 답답한 마음에 제발 제 책 좀 읽고 공부 좀 하라고 했다가 일부 트친께 욕 좀 먹었습니다. 분명 그날 제 화법에 문제가 있었지만, 140자 단문으로는 제 뜻이나 마음을 오롯이 전달하기 힘든 부분도 있더군요. 어쨌든 그런 뜻이었으니 양해 바랍니다.

 

두번째 오해. 제가 저자이기도 하니 책장사한다는 건 오해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제 생활비의 일정 부분을 책 인세로 충당하는 입장에서 제 책이 잘 팔리기를 바라는 건 당연합니다. 그래도 그런 식으로 제 목소리를 내는 게, 먹고 살려고 곡학아세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참고로, 지금 연구소도 일반인들의 정성어린 구독회비로 꾸리는 것도 바로 이런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경제적 고려를 떠나더라도 한편으로는 책이 잘 팔려야 제 메시지를 널리 알릴 수 있으니 저도 제 책이 잘 팔리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책 판매는 길어도 두 달 안에 대략 판가름납니다. 특히 제 책처럼 시사성이 강한 책들은 더욱 그렇습니다. 책을 열심히 만들어준 편집자들을 생각해서라도 이 기간에는 저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이 기간을 지나면 책 홍보한다고 책이 더 잘 팔리지도 않을 뿐더러 인세 수입에도 거의 도움이 안 됩니다. 책을 써보신 분들이나 출판업계에 계신 분들은 잘 아실 겁니다. 이런 기간에 추천하는 건 딴 뜻이 아니라 제 책이 정말 도움될 것 같다는 생각에 추천 드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습니다. 그러니 제가 제 책을 추천하더라도 너무 고깝게는 안 보셨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제 책을 꼭 사보실 필요도 없습니다. 도서관에서 빌려보셔도 좋고, 지인에게 빌려 보셔도 좋습니다. 무조건 제 책 많이 봐주시면 저야 감사한 일입니다. 그런 뜻에서 출판사와의 계약 문제가 없는 제 책 세금혁명 원고를 무료로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꼭 체계적으로 주제를 팔 생각이 아니면 제 블로그나 언론 인터뷰 등만 챙겨보셔도 좋습니다.  

 

제가 늘 만연체라 짧게 쓰겠다고 생각한 글이 또 길어졌네요. 이제 그만 줄이겠습니다. 다만, 마지막으로 <생활의 경제학> 특강 광고는 좀 하겠습니다^^ 지난 7월에 이 특강에 참석한 분들 반응이 너무 좋았고, 좀 더 많은 분들이 듣게 해달라는 요청이 많아 이번에 강연의 내실을 더 다져 판을 좀 키웠습니다. 먼저 들으신 분들이 가계경제를 꾸리는 데도, 인생을 설계하는데도 큰 도움이 됐다고 하더군요. 저도 정말 도움되는 강연이라 믿기에 자신 있게 추천(=광고ㅋㅋ)드리니 시간 되는 분들은 꼭 한 번 참석해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아래 링크 참조하세요!

 

http://www.sdinomics.com/community/bbs_view.html?bbs_id=notice&idx=49&pg=1

 

 

 

 

 

by 선대인 2013. 8. 12. 13:48

안녕하세요 선대인경제연구소입니다.

지난 7월 참석자들의 뜨거운 호평 속에 진행됐던 <생활의 경제학> 앵콜특강을 마련하였습니다. 그냥 앵콜강연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고민하는 문제들에 초첨을 맞춰 더욱 내실 있게 준비한 업그레이드 버전의 특강입니다. 사기성, 선동성 정보들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정직한 전문가들의 명강연으로 인생과 가계경제를 새롭게 설계해보는 시간 가져보세요.

이번 특강은 9월 28일 토요일 하루 동안 건국대학교 새천년관 국제회의장에서 진행됩니다. 자세한 모집 내용과 일정은 아래 광고 이미지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많은 분들의 참여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by 선대인 2013. 8. 12. 11:41

세금을 성실하게 내는 우리는 지금 이 땅에서 ‘봉’취급을 받을 뿐이다. 한 인터넷 포털의 지식검색에서 ‘납세의 의무를 잘 지켰을 때 이로운 점’을 묻는 질문에 “남들이 바보라고 부릅니다”라는 답이 올라오는 세태다. 하지만 그런 답을 읽는 우리는 왜 쉽게 부정하지 못하고 서글픈 웃음을 짓게 되는가. 세금을 잘 내는 사람이 왜 바보가 되는가. 그것은 누군가는 정직하고 성실히 내지만, 누군가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요금을 내지 않고 버스를 타는 특권층 무임승차자(free-rider)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08년 특검 과정에서 45000억원에 이르는 차명재산 보유 사실이 드러난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은 단 한 푼의 상속세도 내지 않았다. 정상적으로 냈다면 최소 2조원의 상속세를 내야 했지만,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단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삼성그룹의 후계자로 인식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수조원대의 재산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낸 세금은 달랑 증여세 16억 원이 전부다. 최근 CJ그룹에 대한 검찰수사에서 확인한 것처럼 각종 차명계좌를 통한 비자금 조성과 탈세 문제는 비단 삼성그룹만의 문제가 아니다.

 

뇌물수수와 군형법상 반란 등의 혐의로 2205억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은 어떤가. 미납한 추징금 1672억원을 안 내면 곱게 안 낼 것이지, 추징시효 만료를 몇 달 앞두고 300만원을 납부해 지켜보는 국민들을 우롱했다. 그런데 이렇게 추징금을 안 내도 지금까지 이 나라는 전직 대통령의 예우를 너무나도 훌륭히 해왔다. 이제 검찰이 칼을 빼들었지만, 지금까지 그걸 할 수 없어서 못했던 것일까.

 

이명박 전 대통령은 어떤가. 대선후보 시절부터 자신들의 자녀들과 자신 및 부인인 김윤옥씨의 운전기사까지 위장취업시켜 경비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탈세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서울 강남권에 여러 채의 빌딩 등을 포함해 모두 수백억원대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002002년 동안 사실상 세금이라고 할 수 있는 건강보험료를 월 1500023000원씩만 내기도 했다. 한 달 수입 100~200만원인 직장인이나 자영업자도 이 대통령보다는 더 많은 건강보험료를 낸다. 그 밖에도 늘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드러나듯이 고관대작들의 부동산 다운계약서를 통한 세금 포탈 의혹은 한두 번이 아니다.

 

일반 직장인들은 칼 같이 내야 하는 세금을 이들은 어떤 신출귀몰한 재주가 있기에 내지 않을 수 있을까. 심지어 그렇게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은 사실이 공개적으로 드러나도 제대로 된 처벌도, 세금 추징도 당하지 않고 넘어갈 수 있는 것일까. 동창회비를 제대로 내지도 않은 사람들이 동창회장이나 총무를 맡아 떵떵거리고 위세를 부리고 있는 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돈 많고 힘세다는 사람들부터 국민의 기본의무를 다하지 않으면서 무임승차를 하는데 원튼 원치 않든 꼬박꼬박 세금을 원천징수 당하는 ‘유리알 지갑’ 인생들은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더운 여름날 이런 유리알 지갑들을 또 한 번 열 받게 하는 세법개편안이 며칠 전 나왔다. 이번 발표에 대해 대부분 언론들이 봉급자가 봉’ ‘직장인들 분노라는 표현을 쓰며 직장인들 소득세 부담을 늘리는 이번 세제개편안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언론 보도들이 국내 조세현실의 근본적 문제점과 개혁 방향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정부 개편안에 대해 단편적 보도에 그치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상당수 기득권 신문들은 봉급생활자 편을 드는 척하면서도 증세와 복지 확대에 대한 분노와 거부감을 조장하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한국의 조세구조는 재벌대기업이나 자산 보유자 등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구조를 갖고 있는 데다 이명박정부 시절 감세 정책의 영향으로 조세 형평성이 더욱 악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세제개편안은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는커녕 큰 틀에서 조세 형평성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 측면이 강하다.

 

실제로 연구소 회원들을 위한 보고서를 쓰면서 살펴보니, 이번 세법개편안으로 세부담이 늘어나는 27%가 그 동안 근로소득세 95% 가량을 이미 내온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정부는 '상위 27%' 정도 부담만 늘어난다는 식으로 표현해 마치 고소득층 부담만 늘어나는 것처럼 포장했다. 조세 형평성에는 같은 세목에서 계층간 조세부담의 공평성을 달성하는 수직적 형평성과 세목간에 세부담의 균형을 맞추는 수평적 형평성 문제가 있는데, 이번 세법 개편안은 근로소득세 내의 수직적 형평성을 제고한다고 했지만, 수평적 형평성 문제는 더욱 악화시켰다. 한국의 경우 법인세와 부동산 보유세, 주식-부동산 양도차익 과세, 임대소득세 등 사실상 불로소득인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는 매우 부족하다. 그런데 복지 확충을 위해 십시일반을 하자면서, 이런 재벌대기업과 부동산 부자 등 부유층은 놔두고 근로소득자들만 볶아대고 있으니 봉급생활자들이 납득할 수 있겠는가.

정부는 법인세 세수 비중이 늘어난 것만을 두고 법인세 부담이 과중하며 오히려 소득세 비중을 높여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라고 궤변을 늘어놓는다. 물론 한국의 소득세 비중이 낮고 법인세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는 국내 소득세율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한국의 경우 지난 수십 년 동안 법인의 과세 소득은 급증한 반면 개인의 과세 소득이 크게 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같은 경향은 외환위기 이후 매우 심각해졌는데, 국민처분가능소득 가운데 법인 가처분소득은 기복이 있지만 외환위기 이후 20%도 넘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해가 한두 해가 아니지만 반면 개인가처분소득은 계속 5% 전후의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그렇게 해서2000년 대비해 2011년 법인가처분소득은 533% 늘었는데, 법인세 부담은 겨우 151%만 늘렸다. 반면 같은 시기 개인가처분소득은 86% 늘었는데, 소득세는 142%로 소득 비해 대폭 늘렸다. 한국에서 소득 증가와 세금 증가는 별개란 말인가?

<그림>

주)한국은행 및 국세통계연보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이명박정부 감세정책의 영향으로 3대 국세 가운데 부가세의 세수 비중은 지난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고소득자와 재벌대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감세정책으로 고소득층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소득세와 법인세 부담은 줄어들거나 제자리걸음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정부는 잘못된 감세정책을 되돌릴 생각은 없이 그 같은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부족해진 세수를 다시 근로소득세 부담 증가와 부가세 대상 확대로 메우겠다는 것이다. 특히 부가세는 대표적인 간접세로 소득 역진적인 성격이 강하고, 이명박정부에서 계속 그 비중이 늘어났는데도 이 비중을 계속 늘리겠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법인세율은 OECD국가들 가운데 상당히 낮은 편일 뿐만 아니라 법인과세소득 5000억원 이상 49개 대기업의 실효 법인세율은 500억 원 이하 중견기업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법인세율을 높여야 하며, 법인세율을 이명박정부가 감세정책을 실시하기 이전 수준으로만 되돌려도 연간 약 7조원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안을 통해 그 같은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역시 이명박정부 시기 동안 법인세를 중심으로 각종 비과세 감면 혜택이 급증했는데, 이를 시정하려는 노력도 거의 하지 않았다. 정부는 R&D 준비금제도를 폐지하고 연구소 직원이 아닌 직원의 유학비와 훈련비 등을 R&D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의 개편을 단행했다. 이런 식으로 대기업의 세부담이 약 1조원 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기획재정부는 추산했다. 하지만 이는 투자 및 고용 창출 측면에서 별다른 효과도 없이 대기업의 세금부담을 줄여주는 효과만 낸다는 지적을 받아온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 및 임시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외국인 투자기업 법인세 등 감면 등 법인세 비과세감면액의 2013년 추정치가 7.5조원에 이르는 것이나 이명박정부 5년 동안 법인세 비과세감면액이 55.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 것과 비교하면 생색내기 수준에 불과하다.

 

이와 함께 정부는 세법개정안에 경제민주화 핵심 법안중 하나인 일감몰아주기 과세를 완화하는 방안도 포함했다. 진통 끝에 여야가 합의해 통과시킨 법안을 정부가 시행 한 달여 만에 완화하는 방안을 포함한 것이다. 이 법안을 시행한 뒤 문제가 있다면 그 같은 구체적 문제점을 점검해 일정한 시점에 다시 개정안을 마련할 수는 있다. 하지만 사실상 이를 단 한 번도 적용해보지 않고, 기업들의 민원을 핑계로 정부가 개정안을 내겠다는 것은 국회의 입법권을 무시하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기타소득으로 간주해 매우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등의 문제점이 있지만, 종교인 과세를 처음으로 도입한 것이라든지 근로장려세제 확대와 자녀장려세제를 확대한 것 등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번 세제개편안의 가장 큰 부분이면서도 핵심적인 내용은 가뜩이나 OECD국가간 조세에 의한 소득 재분배와 불평등 효과가 최저인 국내의 조세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공산이 크다. 국내 조세현실을 제대로 진단하고, 재벌대기업 위주의 법인세 강화와 부유층 및 자산가의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조세개혁을 추진하지 않으면 사회경제적 양극화를 해소하고,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복지 확충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어렵다. 박근혜정부는 지금이라도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근본적인 조세개혁에 나서야 한다.

 

잘 알다시피 급속히 진행되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복지 재원 마련 등을 위해 세수를 어딘가에선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재벌대기업과 부유층, 자산가 등의 법인세, 자본이득 과세에는 손대지 않고 손쉽게 근로소득자만 손대는 정부는 정말 나쁜 정부라고 할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이 이번 세법개편안을 십시일반이라고 표현했는데, 진지한 십시일반을 원한다면 재벌대기업과 부유층부터 십시일반을 하게 하라. 지금까지 정부는 재벌, 부동산 부자 등을 제쳐두고 봉급생활자들에게 더 내게 하고, 싼 요금 펑펑 쓰는 산업용 전기요금 손 안 대고 가계보고 절전하라고 하고 있다. 십시일반 말은 좋은데, 왜 늘 서민들만 십시일반하고 가진자들은 특혜를 누리게 하나?

세원 투명성, 조세 형평성, 재정지출 건전성. 이 세 가지 전제조건을 확보하지 않은 채 세금 더 내라고 하면 조세저항은 언제든 일어난다. 나보다 돈 많은 부자들이 세금 안 내는 것 뻔히 보이고, 내가 내는 세금이 이 사회의 약자를 돕는데 쓰고 우리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데 쓰는 게 아니라 4대강 같은 곳에 돈 쏟아 붓는데 쓰이는 걸 보면서 흔쾌히 세금 낼 사람들은 없다.

 

 

 

 

 

저희 선대인경제연구소 주최로 이미 많은 분들의 호평을 얻은 <생활의 경제학> 특강을 9월 28일에 진행하니 참석해서 인생과 가계경제를 재설계하는 시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http://www.sdinomics.com/community/bbs_view.html?bbs_id=notice&idx=49&pg=1

by 선대인 2013. 8. 12. 11:23
|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