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3.22 부동산 대책’을 보면 국내 부동산 거품을 키워온 주범이 실은 정부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이번 대책 내용은 크게 당초 예정됐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부활과 주택 취득세 절반 감면, 분양가 상환제 폐지 등으로 압축할 수 있다. 3.22 부동산 대책에 대한 구체적인 논평은 생략하겠다. 다만, 이 가운데 취득세 감면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취득세 전쟁에 대해서만 살펴보기로 하자.

 

사실 중앙정부의 취득세 감면 정책 자체부터가 어처구니가 없다. 이미 87조원 규모의 ‘부자감세’와 4대강사업 등 무리한 토건부양책 때문에 정부와 공공기관의 공적 채무가 2009년 이후 410조원 이상 늘어난 상태다더구나 기획재정부 주장대로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거래세에 해당하는 취득세를 낮추는 게 기본원칙이라면 부동산 보유세를 함께 올리는 것이 기본원칙이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종합부동산세는 거의 무용지물이 됐고, 재산세도 미국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으로 빈약하기 짝이 없다. 집없는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다주택 투기자와 건설업계를 지원해주는 대책일 뿐이다.

 

이런 가운데 중앙정부의 취득세 감면 방침을 둘러싸고 지자체가 강렬히 반발하고 있다. 전국 시도지사협의회가 24일 공동성명서를 발표하며 정부의 취득세 감면 철회를 요구했다. 사실 지금도 지자체 재정난이 심각한 상태다. 이런 판에 중앙정부가 지자체와 협의도 없이 지방세수의 약 30% 가량을 차지하는 부동산 취득세를 절반으로 줄여주겠다고 한 것이다. 그러니 지자체들이 강력히 반발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우선, <도표1>을 참고로 국내 지자체들의 전반적인 세입 구조부터 보자. 전국 지자체의 총세입은 순계 기준으로 2000 65.1조원이던 것이 갈수록 급증해 2008년에는 144.5조원까지 이르렀으나 2009년에는 137.5조원으로 상승세가 꺾였다. 이는 전반적인 경기침체 여파로 세외수입이 줄어드는 한편 감세정책 등의 영향으로 지방교부세가 줄어들고 국고보조금 증가도 주춤해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전국 지자체 총세입을 항목별로 살펴보면 이 같은 사실을 있다. 2000 이후 지방세 수입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세외수입이 늘어나다가 2007년과 2009년에는 각각 전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양여금은 2004년까지 지급되다 2005년부터 지방교부세로 통합돼 지급되 고 있는데, 지방교부세는 지방교부세법에 따라 내국세의 19.24%를 배정받은 것과 종합부동산세 세수 전액인 부동산교부금을 포함한 액수다. 이 같은 지방교부세는 2005년부터 꾸준히 늘다가 부동산교부금 등의 증가로 2008년에는 전년대비 9.2조원 가량 급증한 30.7조원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2009년에는 다시 26.5조원으로 다시 4.2조원 가량 줄어들었는데 이는 이명박정부의 감세 정책에 따른 내국세 세수 감소와 종합부동산세 감면에 따른 부동산교부금 감소 때문으로 추정된다. 또한 계속 늘어나던 보조금도 2009년에는 미미한 증가에 그쳤는데 이 또한 감세 정책과 중앙정부 지출 급증에 따른 대규모 적자재정의 영향으로 보인다.

 

<도표1> 지자체 총세입 및 지방세수입 내역별 현황

 

() 행정안전부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에 따라 전국 지자체 총세입에서 지방세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 30.9%에서 상승세를 보이다가 2008 31.2% 떨어졌으나 2009년에는 34.2% 급증하고 있다. 지자체의 세외수입과 지방교부세 보조금 중앙정부 지원이 줄면서 지자체의 재정 규모도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무리한 감세정책이 지방 재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도표2> 지방세 세목별 세수 현황 및 전국 아파트 거래량 추이

 ()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처럼 지자체 총세입 가운데 지방세 비중은 커지고 있으나 향후 지방세 수입은 계속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를 <도표2>에서 광역시도에서 걷는 지방세 총액의 세목별 세수 추이를 통해 설명해보자. 참고로 지방세수는 광역지자체 세입과 기초지자체 세입으로 나눠 잡히는데 광역지자체 세입이 매년 전체 지방세수의 8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광역지자체 지방세수를 세목별로 보면 취득세와 등록세(현재는 취득세로 통합)가 매년 전체 광역지자체 지방세수의 4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지방교육세와 주민세, 재산세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그런데 취득세는 주택 등 부동산 거래가 일어날 때마다 부과되는 세금인데 이미 부동산가격이 대세하락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부동산 거래 또한 장기간 위축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실제로 취득세는 부동산 거래가 급증했던 2006년 이후 2007년부터 2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취득세와 등록세가 전체 지방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3년 각각 16.6%, 22.8%였으나 2008년에는 15.2%, 15.7%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다. 불과 5년 만에 두 세금의 합계 비중이 39.4%에서 30.9% 8.5%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2009년에는 현 정부의 인위적인 부동산 부양책으로 거래가 다소 증가했지만 2008 7월 대구시부터 시작되어 전국 각 지자체로 확산되고 있는 취득세 한시 감면(50% 감면) 혜택 시행으로 취득세 수입은 더욱 감소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이미 장기 대세하락 흐름에 접어들어 아파트 거래량은 2006년 말 이후 장기간 구조적인 침체 양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처럼 지방 재정난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 정부는 지난해 말까지 한시 감면했던 취득세를 지자체와 협의도 없이 ‘3.22 부동산 대책에서 다시 부활키로 했다. 이런 상태에서 가뜩이나 재정난을 겪고 있는 지자체들이 반발하고 나설 수밖에 없다. 사실 중앙정부가 재정 보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중앙정부의 재정적자도 심각한 상태에서 재정 보전 대책 마련이 여의치 않을 것임은 굳이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정작 더 분노해야 하는 것은 정직하고 성실한 일반 납세자라고 할 수 있다.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경제 규모는 7500조원, GDP로 대표되는 생산경제 규모는 1064조원에 이른다. 자산경제 규모가 생산경제보다 7배 크지만, 부과되는 세금은 생산경제 쪽이 4배 이상 많다. 근로소득에 불로소득보다 30배 이상 과중한 세금을 매기는 셈이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특검에서 밝혀진 것만 450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지만 세금 한 푼 안 냈고, 한화 태광 등 비자금 통한 탈세 소식은 계속 불거지고 있다. 부동산, 주식에서 수천 수억원 양도차익을 얻은 사람들도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 한 푼 안 내는데, 연봉 수천만원인 근로소득자는 연간 수백만원의 세금을 원천징수당한다. 간이과세제를 배경으로 세금계산서 없는 거래를 통해 자영자들의 탈세도 매우 심각하다. 건강보험의 직장 가입자는 고소득자가 많지만, 지역가입자중 고소득자는 멸종위기종으로 보일 정도로 탈세가 만연해 있다. 더구나 부패와 각종 비자금의 온상 건설업계에서는 매년 10~20조원씩 비자금이 조성돼 수조원의 탈세가 횡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명박 정부는 부자감세정책으로 오히려 전속력으로 역주행했다. 국세 수입의 3대 축 가운데 법인세, 소득세수는 주는데 모든 국민이 소득수준 상관 없이 내는 세금인 부가가치세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서민경제 지원을 위한 세제 개편안'이라고 떠벌렸던 감세정책 이후 고소득의 경상조세 부담은 확 준 반면 저소득층의 부담은 확연히 늘고 있다이런 가운데 3.22 부동산 대책은 또 다시 성실한 납세자의 호주머니에서 세금을 걷어 부동산 다주택 투기자들에게 지원해주는 꼴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성실한 납세자들에게 을 뜯고 저소득층의 세금 부담을 늘리면서 ‘친서민’이니 ‘공정사회’라는 립서비스만 요란한 정부를 언제까지 용인할 것인가. 정직하고 성실한 납세자들만 ''이 되는 현실을 근본적으로 개혁할 때다. 이 땅에 진정한 조세재정구조개혁, 즉 세금혁명이 지금 필요한 이유다.

 

 

프리라이더 1권에 이어 프리라이더 2권 <세금혁명: 세상을 바꾸는 최선의 돈>이 출간됐습니다. 또한 제가 조세재정구조개혁을 추진하는 시민들의 모임인 가칭 '세금혁명당'을 추진하려 합니다. 이에 대해 관심 잇는 분들은 트위터에서 저(@kennedian3)를 팔로우하시거나 #세금혁명_ 주제어로 검색해 보시기 바랍니다.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by 선대인 2011. 3. 25. 10:04

 

지금 20대 청년세대의 사회경제적 조건은 매우 열악하다. 이 때문에 나는 이들 세대를 6무세대라고 부른다. 왜 6무세대인가? 원래 나는 이들 세대를 5무세대라고 불렀다. 2000년대 내내 부동산 거품이 부풀어오르다 보니 생산경제에 돈이 돌지 않고, 그러다 보니 일자리가 생겨나지 않고 내수는 계속 위축됐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20대 청년세대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질 수 없고, 변변한 소득을 올릴 수 없었다. 그런 가운데 집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올라 자기의 집은커녕 좋은 방 한 칸 가지는 것이 어려운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처럼 일자리와 소득, 집이 없다 보니 자연스레 연애도, 결혼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들 젊은 세대들이 연애도, 결혼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다 보니 아기를 가지는 것이 너무나도 버거운 세대가 돼버렸다. 부동산 거품 때문에 우리 젊은이들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사랑 욕구, 번식 욕구조차 제대로 충족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세계 188개국 가운데 출산율이 186위일 정도로 기괴한 현실에 직면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처럼 일자리, 소득, 집, 사랑과 결혼, 아기 등 다섯 가지를 가질 수 없는 세대라는 뜻으로 처음에는 5무세대라고 불렀던 것이다.

 

이 내용을 트위터에 올렸더니 한 젊은 트친이 답글을 보내주었다. “우리는 6무세대입니다. 희망조차 가질 수 없는 세대이니까요.” 그 댓글을 보는 순간 수천 개의 표창이 한꺼번에 날아와 내 가슴에 박힌 듯 마음이 아파왔다. 희망조차 가질 수 없다니. 하지만 정말 그랬다. 우리의 부모세대나 외환위기 이전 사회에 진출한 90년대 학번 이전 세대가 자라온 물질적 환경이 평균적으로 지금의 20대나 그 이후 세대보다 더 나빴다고 할 수 없다. 특히 우리의 부모세대는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고성장의 발판을 만들었던 세대이고, 386세대는 엄혹한 군부독재 치하에서도 민주화의 기틀을 닦았던 세대이다. 그들은 오늘은 힘들어도 더 밝은 내일을 꿈꿀 수 있었고, 당장 자신은 힘들어도 자신들의 자식들은 더 좋은 나라에서 살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꿈꿀 수 있었던 세대이다.

 

그런데 지금의 20대 이하 세대는 그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양극화의 편차가 매우 극심하기는 하지만 적어도 평균적으로는 물질적 풍요함이 극에 이른 시대에 이들 세대가 집단적 좌절감을 느낀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일부에서는 이들 세대들에 대해 “왜 너희들은 짱돌을 들지 못하느냐” 또는 “왜 486세대처럼 정치적 행동에 나서지 못하느냐”라고 질타하거나, 심지어 “너희들이 투표 안 한 탓이다”는 식의 힐난을 퍼붓기도 한다.

 

나는 이들 세대에게 그런 식으로 윽박지르거나 비난하는 태도는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의 젊은 세대가 처해 있는 사회경제적 조건을 생각한다면 이들에게 과거와 같은 전투적 정치행동을 손쉽게 요구하는 것은 ‘꼰대스러운’ 기성세대의 표현일 뿐이다. 이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힘차게 약진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조건을 만들어주지 못한 데 대한 일말의 반성이나 부끄러움도 없이 청년세대에게 ‘눈높이를 낮추라’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이명박 대통령이나 이재오 특임장관, 그리고 다수의 당국자들이 가진 태도와 거의 다름없다. 홍익대 청소용역노동자 문제와 관련해 홍익대 학생들이 학습권을 내세우며 이들의 파업을 비판한 것에 대해 나는 정말 안타까운 마음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홍대 학생들의 대응이 결코 옳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4년 동안 열심히 데모하고도 졸업할 때 다양한 취직 기회를 가졌던 486세대의 대학생들이 가졌던 사회 연대의식을 이들에게 요구하기 쉽지 않다. 이들을 질타하기 전에 이들이 얼마나 각박한 사회경제적 상황에 처해 있는가를 함께 읽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엄기호 지음)가 지적하듯이 고려대 학생이던 김예슬씨가 ‘대학 없는 대학’을 자퇴한다고 선언했지만, 그런 선언조차 할 여유가 없는 ‘보통대’ 또는 ‘지잡대’ 학생들이 대부분인 현실도 이해해야 한다고 본다.

 

그렇다고 현재의 20대의 잠재적 역량을 비관적으로 보는 것만은 아니다. ‘6무세대’라는 표현은 지금의 젊은 세대가 처한 사회경제적 조건, 즉 외적 조건에 대한 설명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런 부정적 현실에 압도당한 20대의 한계와 무기력감을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젊은 세대의 주체적 역량을 살펴보면 매우 밝은 부분이 드러난다. 나는 이런 측면에서 같은 젊은 세대들을 ‘C~G(creative, digital, educated, fashionable & fun, global)세대’라고 규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젊은 세대는 부모세대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창의적이며(creative), 디지털과 인터넷 환경이 공기처럼 편안한 디지털(digital)세대이며, 그것이 상당히 획일적인 입시 위주의 교육이라고 할지라도 역대 어떤 세대보다 평균적인 교육수준이 높은 교육받은(educated) 세대이다. 이들은 또한 시대적 유행에 민감하고 이를 즐거운 놀이로 승화할 수 있는 (fashionable & fun) 세대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들은 무엇보다 지금의 어떤 세대들보다 글로벌(global) 시대의 감수성과 경험을 가진 세대이며 글로벌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진아건축 부상훈 대표도 이들 세대의 잠재력을 매우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젊은 친구들을 가르쳐보면 대단하다. 그렇게 획일적인 교육을 받아왔는데도 조금만 자극과 영감을 던져주면 정말 놀라운 결과물들을 내놓곤 한다. 이들의 잠재력을 꽃 피울 수 있는 환경만 만들어주면 한국을 몰라보게 바꿀 수 있는 세대다.”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도 ‘단군이래 최대의 스펙을 가진 세대’라고 표현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름을 밝히기 어려운 한 중진 정치인도 “젊은 친구들의 역량을 보면 국제무대 어디에 내놓아도 통할만한 잠재력을 가진 친구들이 많다”며 “이들이 정말 제대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한국이란 나라가 너무 잘 될까봐 걱정”이라고 꽤 진지한 농담(?)을 내게 던진 적이 있다.

 

사실 한 중진 정치인의 걱정 아닌 걱정이 정말 터무니없지 않음을 보여주는 예가 2010년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한 ‘파 이스트 무브먼트(Far East Movement)’ 그룹의 한국계 멤버 J 스플리프(정재원)과 프로그레스(노지환) 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잘 알려져 있듯이 2010년 중국계와 일본계 멤버와 팀을 이뤄 ‘Like a G6'라는 곡으로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올랐다. 이들의 표현을 빌자면, “주 8일, 하루 25시간을 자유로이 즐기며” “한식, 한국 술 등 우리 모두가 이야기하고 즐기는 것들을 그냥 음악으로 표현”한 것이 미국 대중음악계를 놀라게 한 것이다. 물론 이들은 각각 8개월과 7살 때 미국에 건너가 미국에서 성장한 사람들이기는 하다. 하지만 교육열이 높은 한국 부모 밑에서 자란 한국계 음악인들이라는 점 또한 분명하다. 우리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끼를 마음껏 발휘하고 기를 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면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물론 이런 소수의 사례를 가지고 일반화할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이들이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열악한 현실 때문에 우리 젊은 세대의 잠재력이 폄하되고 있지만, 이들의 잠재력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점만큼은 분명히 강조하고 싶다. 지금 한국이 해야 할 선택은 시대착오적인 토건개발경제를 끝내고 이들이 마음껏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지식정보화 시대, 창의경제 시대에 걸맞은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다. 4대강사업과 같은 콘크리트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말랑말랑한 두뇌에 투자하는 것이다. 필자가 여러번 주장한 바와 같이 고교 및 대학 의무교육 확대 방안이 대표적인 방법이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C~G세대’가 가진 잠재력을 억압하고 ‘6무세대’로 머물러 있게 하는 기득권 구조를 바꾸는 작업이다. 그것이 이들의 부모이자 선배로서 기성세대가 해야 할 일이다.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by 선대인 2011. 3. 15. 10:28

 

세금: 다른 세상을 만드는 최선의 돈, 우리 이웃의 목숨을 살리는 돈


지난해 8월1일 동작대교에서 19세 소녀가 투신했다. “고시원비도 밀리고 너무 힘들다”는 문자메시지를 남긴 뒤였다. 이혼한 부모와 헤어져 혼자 살던 소녀는 고교 졸업 후 식당일을 했다. 소녀가 투신한 지 한 달여 지난 9월6일엔 여의도 공원에서 50대 남성이 나무에 목을 맸다. 그 자리엔 빈 소주병 하나, 그리고 유서 넉 장이 있었다. 한동안 날품을 팔지 못한 그는 유서에 자신이 죽으면 장애아들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적었다. 그로부터 엿새째 되던 날 창원 마창대교에서 40대 남성이 난간을 붙잡고 버티던 11살짜리 아들을 떠밀었다. 곧 그도 뛰어내렸다. 아내를 위암으로 잃고, 대리운전으로 살아온 날의 끝이었다. 다시 한 달쯤 지난 10월19일 전주의 한 주택에서 30대 주부와 두 아이가 살해됐다. 남편은 집 가까운 곳에 목을 맨 채 발견됐다. 그는 2개월 전 실직했고 월세와 아이들의 학원비가 밀려 있었다.


해가 바뀌고 나흘째 되는 날 서울 하월곡동 지하방. 60대 부부가 기초생활수급비 43만원으로 생활할 수 없다며 연탄을 피워 자살했다. 그로부터 아흐레 뒤 평택 주택가 차안에서 30대 남성이 자살했다. 쌍용차 구조조정 때 희망퇴직했던 이다. 안산·거제를 전전했지만 일거리를 찾지 못했고 아내는 떠났다. 그에겐 어린 두 아이가 남았다. 그리고 지난달 29일 안양의 한 월셋방. 가스가 끊겼고 수건이 얼어붙어 있었다. 음식을 해 먹은 흔적은 없었다. 그곳에 젊은 여성의 주검이 있었다. “저 쌀이나 김치를 조금만 더 얻을 수 없을까요”라는 쪽지를 이웃집에 붙여 놓은 지 며칠 지난 뒤의 일이다. 다시 열흘이 흘러 강릉의 한 원룸. 대학생이 번개탄을 피워 놓고 죽었다. 방에는 즉석복권 여러 장과 학자금 대출 서류가 있었다.


(중략)


먹는 밥의 한 숟가락, 하루 중 단 몇 분, 번 돈과 노동의 일부라도 세상을 바꾸는 데 쓰지 않으면 죽음의 행진을 막을 수 없다. 내가 돈과 시간을 내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도 못한다. 내가 그렇게 못할 사정이 있다면, 다른 사람도 사정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도 할 수 있다. 그래도 하지 않겠다면 죽음의 공포가 연탄가스처럼 스며드는 이 조용한 사회에서 당신은 죽을 각오로 살아가야 한다. 그렇게 해서 당신만이라도 살아남는다면 다행일 것이다.



(경향신문 2월 17일자, ‘[이대근칼럼]우리는 조용히 죽어가고 있다’ 중에서)


외환위기 전 5000명 수준이던 자살자 수가 2009년에는 1만 5413명까지 늘어났습니다. 급증하는 자살자 수는 한국사회가 얼마나 심각한 중병에 걸려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인용한 칼럼에서 거론된 이웃들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세상을 우리는 만들 수 없는 걸까요? 2025년경 조세재정구조개혁과 그와 연관된 사회경제적 개혁이 이뤄진 ‘다른 세상’ 대한민국이었더라면 이 분들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이 분들이 그런 세상에 살아있다면 자신의 삶을 어떻게 다르게 느낄지 한 번 상상해봅시다.


19세 소녀

저는 부모님 없이 혼자 살지만 제 힘으로 어느 정도 자립할 수 있답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부모님과 헤어져 살았는데, 저 같은 학생은 생활보조금으로 매월 기본적으로 약 30만원을 받습니다. 저는 부모님과 헤어져 살고 변변한 소득도 없어서 또래 친구들보다 15만원을 더 받아 매월 45만원을 받습니다. 또한 매월 30만 원 가량의 주택보조금을 지급받고 있습니다. 지금 네일아트 학원에 다니는데 정부의 청소년 직업훈련지원 혜택을 받아 월 10만원 정도의 저렴한 비용으로 학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부모님과 헤어질 때 고심을 많이 했지만 2~3년 열심히 일하고 나면 저도 얼마든지 네일아트 전문가로 독립할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어요.  


여의도 50대 남성

정부의 기초생활 수급비가 월 60만원 정도 됩니다. 또 제가 데리고 있는 장애아 두 명에 대해 한 명당 아동수당이 매월 20만원씩, 장애수당이 20만원씩 나옵니다. 그리고 제가 매월 날품을 팔아서 100만원 정도는 벌 수 있죠. 빠듯하지만 240만원으로 세 가족이 그럭저럭 생활을 꾸릴 수 있습니다. 더구나 정부가 제공하는 장애인용 공공임대주택에서 월 20만 원 정도로 살 수 있고, 아이들은 장애아를 위한 별도의 특수교육을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자살요? 그런 거 생각도 안 합니다. 어려운 여건이지만, 이렇게 저와 아이들의 미래를 꾸려갈 수 있는데 그런 생각을 왜합니까?


창원 40대 남성

몇 년 전 아내가 위암에 걸려 세상을 먼저 떠나는 바람에 실의에 잠겼고, 홀로 남은 아이 걱정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암 치료를 하면서도 중병질환 보험료 상한선인 400만원까지만 내면 돼 가계 생활이 크게 어려워지지는 않았습니다. 아마 10여 년 전이었으면 아내 치료비만으로 억대의 돈이 들어갔을지도 모릅니다. 그랬다면 지금쯤 경제적으로 매우 고통스러운 시기를 보내고 있었겠죠. 하지만 지금은 기초생활수급비에 아이 아동수당 등으로 기본적인 생활은 할 수 있습니다. 몇 년 전까지 하던 대리운전 일을 접고 늘어난 노인요양기관에서 노인요양사로 일하며 비교적 안정적인 수입을 얻고 있습니다.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를 생각하며 노인 분들이 여생을 편히 보내는 것을 돕는다는 자부심으로 살고 있는 거죠.


전주의 30대 가족

저는 두 달 전 다니던 회사에서 퇴직했습니다. 다니던 회사의 경영이 어려워진 탓에 저 말고도 인력의 20% 정도가 함께 퇴직했습니다. 하지만 퇴직 6개월 전부터 회사로부터 제가 하던 일을 살려 전직할 수 있는 직장 정보를 제공해 주었고, 정부의 연계된 전직훈련 프로그램도 무료로 다닐 수 있었습니다. 또한 퇴직하더라도 6개월 동안은 취업 당시의 약 80%, 그 후 추가 12개월 동안은 60%의 생활유지수당을 받기 때문에 크게 불안한 마음은 없습니다. 오히려 새로운 미래를 향해 재충전하는 기간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미 전직훈련 과정에서 몇 군데 관련 회사로부터 연락을 받아 아마도 6개월 이내에 재취업할 수 있을 겁니다. 공공임대주택에서 살고 있고, 아이 아동수당도 있으니 당장 생활에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아이는 학교에서 친환경식단으로 의무급식을 하고 피아노와 미술, 음악, 로봇교실, 태권도, 수영, 인라인, 축구, 야구 등과 같은 방과후 프로그램도 무상으로 제공하니 따로 돈 들일이 크게 없습니다. 영어와 수학의 경우 학교 교사들이 방과 후에 뒤떨어진 아이들을 위해 양질의 보충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서 학원에 따로 다니는 아이들은 요즘 드뭅니다. 제가 하루 빨리 새로운 직장을 찾는 일만 남아 있는 셈이지요. 힘을 내야겠어요.


60대 부부

사실 빠듯하기는 하지만 기초생활수급수당 80만원으로 어느 정도 생활할 수는 있습니다.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에서 사는데다 정부의 저소득층 주거비 지원이 나오니 주거비 부담은 사실상 거의 없습니다. 줄어든 주거비 부담 덕에 모을 수 있었던 몇 천만원의 저축을 헐어 조금씩 쓰기도 합니다. 겨울 3개월 동안에는 에너지 수당이 30만원씩 별도로 나오니 난방비 부담도 크게 줄어듭니다. 저희 부부는 당뇨병과 고혈압으로 고생하고 있지만, 노인질환에 대한 의료 보장성 강화와 저희 같은 저소득 계층에 대한 의료비 지원 혜택 덕분으로 의료비도 큰 부담이 되지 않습니다. 각종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하는 것은 기본이고, 각종 국공립 문화시설도 무료로 이용하며 여가생활을 보냅니다. 가끔 거동이 불편할 때는 가사도우미를 신청해 무료로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2018년 단행된 국민연금 개혁으로 이전에 은퇴한 노후세대만큼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는 게 아쉽기는 합니다. 하지만 우리 자식세대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 정도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강릉의 대학생

저는 국립대학인 ‘한국3대학’을 등록금 한 푼 안 내고 다니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저소득층 학생생활보조금으로 매월 30만원을 받을 수 있고, 한 학기 30만원 정도면 정부가 건립을 지원한 학교기숙사에서 지낼 수 있습니다. 등록금 부담 때문에 학생들이 막다른 선택을 하거나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는 사태는 옛날 얘기가 돼버렸습니다. 당연히 등록금 부담 때문에 졸업과 동시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거나 하는 학생들도 거의 사라졌고요. 대신 학생들은 과거에 비해 더 열심히 학업에 전념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저는 대학을 졸업하면 우리 대학 동문들이 지역에 설립한 바이오벤처 회사에 취직할 예정입니다. 저희 대학을 졸업한 동문들이 5년 전 설립한 그 회사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어 직원들 채용이 늘고 있거든요. 정부의 지원으로 산학연 혁신클러스터가 활발히 추진돼 저희 학교를 중심으로 많은 지역 벤처기업들이 생겨나서 활발한 경제생태계가 꾸려져 있습니다. 당연히 ‘이태백’이나 ‘청년실신’ ‘알부자족’ 같은 말은 이제 옛말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아득한 상상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이런 상태에 이른 나라들이 이 지구상에 존재합니다. 한국전쟁의 폐허에서 일어나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온 나라가 이런 꿈을 현실로 만들 저력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정부가 ‘특권층 프리라이더’들을 위해 국민 세금을 허튼 곳에 쓰지 않고, 세금을 제대로 걷고 제대로 쓰면 얼마든지 다른 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세상을 바꾸면 사람들의 삶도 달라집니다. 그것은 안타깝게 이 세상을 떠나가는 우리 이웃의 목숨을 살리는 일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함께 행복하게 살아남는 사회구조를 만들 것인가, 잘못된 구조 속에서 각기 혼자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칠 것인가, 우리에게 남겨진 선택입니다.







by 선대인 2011. 3. 9. 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