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지내다 보면 종종 뒤늦게 그림이 꿰맞춰지는 경우가 있죠. 사실 한 달 전쯤 읽었던 월간조선의 기사가 그랬습니다. (조선 계열, 그 중에서도 극우 월간조선은 매우 싫어하기에 찾아 읽은 건 아니고, 페북링크를 읽은 겁니다. 별로 내키진 않지만 관련 기사는 이것뿐이라 참고삼아 링크합니다.)
[심층추적] 아파트 지을 땅 안 사는 삼성 래미안, 왜?
이 기사를 읽어봐도 아파트 지을 땅을 안 사는 삼성물산의 행태가 정말 이해가 안 됐습니다. 건설업체들 생리가 뻔해서 물량폭탄으로 나중에 소비자가 피해를 입든 말든 일단은 재개발재건축 등 수주해서 돈 버는데 혈안이 되는 게 정상인데 합리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상황이었죠. 그 때는 뭔가 있겠거니 라고만 생각했는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건이 터지고 그와 관련한 보고서를 쓰다 보니 이제야 이해가 됩니다. 이재용 부회장에게 그룹 지배권을 유리하게 승계하기 위해 삼성물산 주식가치를 최대로 떨어뜨려야 했던 거죠. 이와 관련해 오늘 한겨레신문에 의문을 제기하는 기사가 실렸는데, 의문만 제기할 뿐 구체적 사례는 적시하지 못했네요. 삼성물산의 아파트 건설 기피 행태가 의도적인 실적 낮추기의 분명한 사례라고 생각되네요. 이 기사에 따르면 "수주 실적 부진으로 올해 1~2월 삼성물산의 국내 건설 수주시장 점유율은 1%로, 지난해(5%)나 2013년(6%) 수준을 크게 밑돌았고, 국외 수주 점유율도 2013년(20%), 2014년(12%)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5%까지 떨어졌다"는군요. 이게 말이 될까요. 수주 점유율이 단기간에 이렇게 5%에서 1%로 떨어질 수 있을까요. 이건 삼성경영진에 의한 의도적인 "수주 사보타주"로밖에 보이지 않는군요.
건설업종 지수 급등했는데 삼성물산 주가는 ‘뚝’…증권사들도 ‘갸웃’
그렇게 의도적으로 수주를 기피하고, 실적을 적게 내서 합병시 산정가치를 떨어뜨린 거죠. 반면 제일모직은 이른바 "승계주 프리미엄"으로 주가를 부풀리고요. 그렇게 해서 결국 삼성물산 주식 한 주를 제일모직 한 주의 3분의 1 정도 가치를 인정받도록 합병비율을 산정하지요. 자산 및 자본 규모가 2.5배가 넘는 삼성물산이 그런 대접을 받은 겁니다. 그렇게 해서 이재용의 지분을 최대한 늘리는 방식으로 합병을 추진합니다. 삼성물산 주주의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해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과 이익을 늘리는 데 사용한 셈이죠.
사실 말이 안 되는 상황이고, 여기에 대해 누군가는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데 한국 언론 대다수가 침묵했죠. 그런데 안타깝게도 헤지펀드 가운데 하나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소송을 제기하면서 겨우 이 문제가 부각되는 상황입니다. 물론 엘리엇은 이런 약점을 이용해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또 다른 속셈이지 삼성의 지배구조를 바로잡고, 주주의 이익을 대변하려는 게 목적은 아니겠죠. 그렇다고 엘리엇에 "먹튀자본론"을 제기하며 "삼성의 이익=대한민국의 이익"이라는 식으로 이분법적으로 삼성을 옹호하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어찌 보면 이렇게 말도 안 되는 행태가 재벌 승계 과정에서 벌어지는데도 정부든 언론이든 제대로 견제하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한국 사회, 이게 정말 문제가 아닐까요. 이미 약 20년 전부터 가동된 삼성그룹의 세습 프로젝트에 따라 이건희에서 이재용으로 그룹 지배권이 넘어갈 가능성이 높겠지요. 하지만, 이래서는 "삼성공화국"의 모습은 달라지지 않을 것 같군요. 그런 가운데 이 나라는 점점 질식하고 서민들의 삶은 고단해지겠죠. 그런 사태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이재용 그룹 승계를 위해 "조작된 합병"에 대해 관련 당국과 언론들은 이제라도 다시 한 번 살펴보기를 바랍니다. 쉽게 바라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재용부회장도 승계의 과정이 정당해야 이후 경영에 대한 신뢰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삼성물산 주주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 것도 모자라 KCC에 자사주를 비싼 값에 매각해 KCC주주들에게 또 다시 피해를 입히는 행태, 사주의 이해를 위해 주주의 정당한 이익을 멋대로 훼손하는 행태가 "정도경영"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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