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연구소는 국토교통위 소속 새정연 이미경 의원실의 요청으로 서울지역전세 및 보증부월세의 보증금 실태 분석 작업을 도와주었다. 이 분석작업에 사용된 자료는 2013년 3월부터 2015년 2월까지 2년 동안 임차인이 전세 및 보증부 월세 계약을 한 뒤 확정일자를 받기 위해 행정기관에 신고한 내역이다. 


이 자료를 분석해본 결과 전세난의 원인에 대해 정부와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이 떠들어온 주장이 얼마나 황당무궤한 거짓인지 드러났다. 이들은 전세가 상승의 배경으로 주택시장 침체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없어져서 전세난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주장의 연장선상에서 전세난을 완화하기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켜서라도 전세 수요를 매매 수요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정부는 2013년 ‘8.28전월세대책’ 등의 발표자료에서 ‘전세수요의 매매전환 유도’라는 표현을 여러 차례 사용했다. 


정부 주장 대로라면 집값이 오르는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전세난이 완화돼야 옳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였다. 전세가가 급상승하는 시기는 오히려 정부 부양책이 나온 시기와 겹쳤다.  즉, 집값이 오를 때 전세가가 따라오르는 현상이 나타났다. 반면 부동산 부양책의 약발이 소진될 때는 오히려 전세가가 떨어졌다.  


아래 <그림1>을 참고로 시기별로 나눠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박근혜정부 초기 전방위적인 부동산 부양책을 망라했던 ‘4.1부동산종합대책’이 나온 뒤에 그 전까지 약세를 보이던 전세보증금은 오히려 상승했다. 반면 그 해 6월까지 일시적인 취득세 감면 종료와 함께 4.1대책의 약발이 다하면서 서울 집값이 다시 가라앉자 전세보증금 역시 일시적으로 떨어졌다. 이에 정부는 공공주택개발사업 물량을 조정하는 ‘7.24후속대책’에 이어 1%대 수익공유형 또는 손익공유형 모기지대출 등을 포함한 ‘8.28전월세대책’을 내놓았다. 제목과는 달리 사실상 ‘빚 내서 집 사라’고 유인하는 대책이었다. 이 대책이 나오고 나서 다시 집값이 반등하기 시작했고, 전세가도 다시 이듬해 2월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다.


<그림1>

 


 

주) 이미경의원실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분석, 작성



‘8.28대책’의 약발 또한 오래가지 못할 듯 하자 정부는 그 해 12월 정책모기지를 통합하는 등 ‘12.3보완대책’을 내놓아 집값 상승세를 더욱 부추겼다. 이에 이듬해 2월 무렵까지 호가 위주로 집값이 오르고 섣부른 ‘집값 바닥론’까지 기승을 부렸다. 하지만 2014년 전월세 과세방안을 담은 ‘2.26전월세 정상화대책’이 발표되는 한편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식으면서 3월부터 서울 집값이 주춤하자 전세보증금은 그 해 7월까지 가파르게 떨어졌다. 


하지만 2014년 8월부터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취임하면서 한국은행을 압박해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집값 상승세가 이어졌다. 그런데 이런 정책기조가 강화된 지난해 8월부터 평균 전세가도 매우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 같은 흐름을 보면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이 시행돼 집값이 상승하면 전세난이 완화되기는커녕 오히려 심해졌음을 뚜렷이 확인할 수 있다.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은 장기적으로 부동산 거품을 키울뿐만 아니라 전월세 세입자의 전세난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았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전세난을 가중시키고, 전월세의 주거 부담을 높이며 최악의 경우 ‘깡통전세’까지 양산할 수 있는 잘못된 정책 기조를 수정해야 한다. 하지만 온 국민이 빚을 내게 해서라도 집값을 떠받치는데 혈안이 된 정부가 그 같은 기조를 수정할 것 같지 않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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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5. 6. 1. 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