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는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유도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가계부채 문제가 터지지 않게 "관리"하겠다는 자세다. 주택대출규제를 완화한 것도 적어도 겉으로는 고금리 부채를 저금리 부채로 바꿔 관리하겠다는 자세에서 나온 것이다. 이후 주택대출이 급증했고, 잠재적 가계부채 부실 위험을 1금융권으로 이전한 측면이 강하다는 점에서 "관리"는커녕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안심전환대출도 같은 발상에서 나온 정책이다. 앞으로 금리가 오를 것에 대비해 위험 관리를 하겠다는 뜻으로 이 대출을 내놓았고, 같은 불안감을 가진 주택담보대출자들이 줄을 섰다. 거꾸로 보면 그만큼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것으로 관리가 되느냐 하는 것. 미국 서브프라임론 사태처럼 정작 위기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높은 고부채가구나 저소득가구는 대상자가 되기 어렵다. 대상이 200조원 규모라고 해도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원리금 또는 원금을 납입해야 하기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10년 이상의 만기 동안 꼬박꼬박 잘 갚아나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시장금리 수준에 맞지 않게 금리를 낮춘 탓에 금리가 높아질 경우 손실의 상당 부분을 주택금융공사와 은행들이 떠맡아야 한다. 주택금융공사는 이미 낙관적인 주택연금 설계로 최소 수천억원 규모의 잠재 부실을 갖고 있지만, 안심전환대출에서는 향후 훨씬 많은 잠재 부실을 떠안아야 할 수도 있다. 그 부실이 커질 경우에는 결국 국민 세금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또한 은행도 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하는 주택담보부증권(MBS)를 떠안아야 하므로 향후 금리가 높아지면 손실을 떠안아야 할 수도 있다. 가뜩이나 예대마진이 줄어 수익성이 바닥인 은행권으로서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경제 전체로 보면 이로 인한 소비 위축 현상도 나타날 것이다. 그 동안 이자만 갚던 가계들이 원리금을 함께 갚아야 하니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개별 가계 입장에서 보자면 안심전환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면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 이자 부담이 줄어드는 일이니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다. 다만, 신청하는 이들은 당장 낮아지는 이율만 보고 달려들지 말고, 만기 동안 자신의 상환능력을 잘 고려하길 바란다. 이자만 내다가 원리금을 함께 갚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 주택담보대출자의 70% 이상이 몇 년째 갈아타기를 하면서 이자만 내고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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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5. 3. 27. 09: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