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페이스북 친구분들 가운데 쪽지로 여쭤보시는 분들이 계셔서 간략히 설명. "2004년 하반기부터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할 때 우리는 카드채 여파 등으로 금리 인상을 늦춰 단기적으로 금리 일시적으로 역전된 적이 있었다. 그런데도 단기적으로는 별 문제 없지 않았느냐"는 질문.
어떤 경제상황을 단선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다만, 그 때와 몇 가지 다른 것, 그리고 정말 괜찮았느냐라는 것을 생각해보자면.
-당시 외국인 단기투자자금(정확히는 포트폴리오 투자) 규모가 2000억 달러. 지금은 6000억 달러대로 세 배 이상 급증.
-당시는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각국 상품을 막대하게 수입해주던, '달러 수출'을 하던 때였고 앞으로는 과거처럼 왕성화게 수입을 해주지 않는 때.
-당시는 급성장하던 중국에 대한 수출이 급증하고, 엔고여서 최대 경합국인 일본에 비해 수출가격 경쟁력이 확보. 이에 따라 경상수지 흑자에 따른 달러 유입으로 금리차가 있어도 환율이 오히려 떨어지던 때.
-당시에 비해 이미 환율은 더 높은 상태이고, 금리는 더 낮은 상태에서 시작. 달리 말하면, 환율 인상이나 금리 인하 여력이 크지 않다는 뜻이기도.
-무엇보다 가장 큰 차이는 2004년 한국의 가계부채는 470조원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1086조원. 2004년에 비해 한국은 여러 면에서 매우 취약한 상태라는 점. 외환보유고가 당시에 비해 1500억 달러 정도 많다는 게 위안이라면 위안인데, 단순히 외환보유고 규모로는 완전히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은 러시아 사태에서도 볼 수 있는 것. (물론 한국이 러시아처럼 국제 유가에 좌우될 정도로 편중되고 취약한 정도는 아니지만)
-단기적 금리 역전이 일어났을 때 당장은 큰 문제가 없어 보였을지 모르나 결국 미국 금리 인상에 따라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시장금리가 먼저 반응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기준금리 대비 국채와 회사채 등의 시장금리간 금리 스프레드가 확대. 결국 1년 후부터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상.
주) 한국은행 및 FRB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미국 금리 인상하는데도 최대한 금리 인상을 자제해 수도권 중심으로 부동산 폭등 지속됐고, 시중은행들이 여전히 넘쳐나던 단기 외화자금 끌어와 부동산에 펌프질. 그것이 2008년 경제위기 때 한국경제가 큰 충격 입은 주요 원인.
-이처럼 2004년과 지금 상황은 판이하게 다름. 또한 시간 범위를 어떻게 보고,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당시 상황을 달리 해석할 여지는 있음. 더구나 양적완화가 미증유의 실험이었고, 양적완화 종료도 미증유의 상황이라 누구인들 100% 정확하게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미국이 약달러에서 강달러 전환할 때는 달러가 유입됐던 신흥국 등을 중심으로 이런저런 경제위기가 발생했다는 점. 2008년은 미국 경제 자체가 큰 충격을 받았던 사례이고.
-현 경제상황을 해석하고, 미래를 전망하는데 있어서 보통 금융시장에서 일하는 이들은 단기 투자자 관점에서 시장과 세상을 해석하는 것 같다. 반면 저처럼 공공정책을 공부한 사람은 국민경제 전체 관점에서 중장기적으로 보는데 더 익숙한 듯. 하지만, 경제의 원래 뜻이 '경세제민'임을 생각한다면, 저는 저처럼 보는 게 맞다고 생각.
*이번주 토요일(28일)에 제가 진행하는 <경제뉴스 속지 않고 활용하기> 강좌를 준비해야 해서 친절하게 쓰지 못해 죄송합니다. 당초 예상 인원보다 많은 분들이 신청해주셔서 준비에 부담이 좀 되네요.^^ 좋은 하루들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