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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삼성전자 4분기 실적이 3분기 실적보다 개선된 것을 두고 '삼성전자 실적이 바닥을 쳤다'고 주장하는 국내 증권사와 언론 보도가 많았다. 회원들 대상 보고서 쓰면서 따져보니 그렇게 보기에는 너무 시기상조다.
이번 삼성전자 실적이 겉보기에 개선된 것처럼 나온 주된 이유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등 연말 특수, 그리고 환율 상승(전분기 대비 60.96원 상승)에 따른 원화 환산 실적 증가 효과 두 가지다. 이 두 가지 효과가 미친 영향을 제외하면 삼성전자 실적은 거의 제자리걸음 상태였다. 더구나 두 가지 모두 일시적 요인이 강해 삼성전자 영업실적이 구조적으로 개선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물론 연말특수는 매년 주기적으로 있고, 환율도 미국 경기 회복의 지속과예고된 금리 인상 등에 따른 강달러 현상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내려갈 가능성보다 더 높은 것은 사실이다. 또한그렇게 발생하는 현상적인 영업실적 개선도 분명히 현실은 현실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삼성전자 매출액과 영업이익의 60% 이상을 차지했던스마트폰 시장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고 이를 대체할 만한 제품을 발굴하지 못한 삼성전자의 구조적 위기는 전혀 해소된 것이 없다.
실제로 전분기 대비가 아니라 계절성이 대체로 사라지는 전년 동기 대비로 살펴보면 삼성전자는 여전히 -30% 수준의 실적 악화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같은 방식으로 비교했을 때 10%대 플러스 성장율을 유지하고 있는 애플과 대조적이다.
이처럼 지속될지 여부를 확실히 알 수 없는 요인들 때문에 일시적으로 실적이 늘어난 것을 근거로 삼성전자 실적이 바닥을 쳤다고 속단하는 것은 무리다. 이는 삼성의 실적을 보도하는 한국언론과 외신의 태도에서도 잘 나타나는데, 한국에서는 주로 전 분기 대비 실적 개선을 헤드라인에 내세운 반면 외신에서는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37% 하락한 것을 헤드라인으로 뽑은 기사가 많았다.
그 동안 한국 언론들은 삼성을 위시한 재벌 대기업에 관해서 균형 있는 정보를 알려주기보다는 늘 긍정적인 정보를 과장하고 부정적인 정보는 축소 또는 은폐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언론 기사를 통해서 경제 정보를 받아들일 때, 특히 삼성을 위시한 재벌 대기업들에 관한 기사를 볼 때에는 요란한 헤드라인 이면에 숨어 있는 감춰진 정보들을 더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