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은행 주택대출 65%가 원금상환 없이 이자만 내
http://www.hani.co.kr/a…/economy/economy_general/673311.html
저는 수도 없이 지적해온 문제이지만, 한겨레신문 1면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를 다뤘네요. 정부와 은행권에서 7년째 대출 갈아타기를 해주는 바람에 이자만 내고 버티는 가계가 늘고, 매년 그 같은 가구의 주택담보대출액이 늘고 있는 거죠. 지금 당장은 이자만 내고 버티지만, 국내외의 경제적 충격으로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되면 국내 부동산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주게 되는 시한폭탄이 되는 겁니다. 제가 정부 정책에 대해 '폭탄 돌리기'라는 표현을 쓸 때 가장 중요한 근거가 바로 이겁니다. 그리고 이 같은 주택담보대출 구조의 문제가 어떤 식으로든 해결되지 않는 한 부동산시장의 대세 상승 반전은 불가능하다고 보는 이유이고요.
다음은 한겨레신문 내용 가운데 현황을 보여주는 부분을 소개합니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349조6000억원 가운데 일시상환 대출(101조1000억원)과 원금 상환을 시작하지 않고 거치중인 분할상환 대출(126조1000억원), 즉 이자만 내고 있는 대출 규모가 227조2000억원(전체의 65%)에 이른다.
특히 일시상환 대출 101조1000억원 가운데 내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은 83조3000억원(2014년 9월 말 현재)으로, 같은 기간 전체 주택담보대출 만기도래 규모(84조1000억원)의 99%를 차지한다. 지난해 10~12월 9조9000억원, 올해 49조1000억원, 내년에 24조3000억원의 대출 만기가 다가오는 것으로 금감원은 집계했다."
이 같은 현실이 구체적 사례에서는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 살펴볼까요. 저는 올해 초 뉴스타파 신년기획 '이것이 아파트 가격이다'에 출연하면서 뉴스타파가 조사한 경기도 성남시 판교신도시 원마을 아파트 877세대의 부채 실태자료를 살펴볼 기회가 있었는데요. 이들 가구의 60% 가량이 주택담보대출을 빌렸고, 이들의 평균 부채액은 3억 원이 넘더군요. 이들 아파트 소유자의 60% 이상이 전세 등을 끼고 집을 샀다는 것을 생각하면 집값의 대부분이 타인자본(주택대출액+전세자금)으로 구성된 경우도 40%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되더군요.
그런데 이런 부채 가구들이 얼마 정도의 이자를 내는지 추정해봤습니다. 연 4% 정도의 이율을 적용한 결과 월 150만원 이상 이자를 부담하는 가구는 111가구로 전체 부채가구의 20.9%였습니다. 이 정도면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죠.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 여파 등으로 한국의 금리도 현재보다 2%포인트 가량 더 올라 6%에 이를 경우를 상정해 이자부담 변화를 살펴보았습니다. 이 경우 월 이자 부담이 150만원 이상인 가구 비중은 228가구로 전체 부채가구의 절반을 넘는 43.0%에 이르며 300만원 이상 가구도 41가구로 늘어나더군요. 또 부채가구의 평균 이자 부담도 102만원에서 153만원 가량으로 껑충 뛰었습니다.
더구나 이 경우에는 이자만 내고 있는 경우를 상정한 것이다. 앞선 한겨레신문 보도에서 본 것처럼 지금 부채가구의 65% 가량이 금융권의 갈아타기 대출을 이용해 이자만 내고 있는 실정입니다. 만약 3억원을 빌린 가구가 더 이상 갈아타기를 하지 못하고 원리금을 함께 내야 할 경우 20년 분할상환을 하더라도 원금 상환금만 추가로 평균 125만원 가량을 더 내야 합니다. 또 이자율이 6%로 인상됐을 경우 이자 부담만 연간 1800만원(월 150만원)에 이르게 되고요. 이자부담이 늘어난 상태에서 경제적인 위기 상황 등이 발생해 거치기간을 더 이상 연장할 수 없게 될 경우 이들 부채가구들이 내야 할 원리금 상환부담은 초기에 월 275만원 정도에 이른다. 이 정도면 웬만한 고소득자가 아닌 한 아파트를 처분하지 않고 이 정도 거액의 원리금을 상환하며 상당 기간 버티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지금까지 본 것처럼 수도권의 대표적 중산층 아파트단지인 판교신도시 원마을의 부채 실태도 이런 상황입니다. 지금 당장은 사상 최저 금리와 지속되는 갈아타기 대출, 그리고 정부의 각종 부양책에 기대 억지로 버티고 있으나 국내외 경제상황이 컨트롤을 벗어나는 순간 매우 위험해지는 부채가구들이 전국에 널려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절대 이 같은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섣불리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사지 않도록 신중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