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한전 부지 입찰액이 4조6700억원으로 확인됐네요. 이 정도면 감정가 수준과 여러 정황을 고려했을 때 어느 정도 합리적 수준으로 보이네요. 기사에서는 이를 삼성이 입찰에 소극적이었고, 이재용이 승계과정에서 입지를 확보한 증거라고 해석했는데요.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656420.html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656561.html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지금 삼성 사정상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삼성이 써낸 금액이 소극 입찰이라고 할 만큼 적은 액수도 아니고요. 삼성그룹의 주력인 삼성전자 영업실적이 급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은 기술혁신과 사업모델 혁신이 시급한 상태. 또한 그룹 승계 과정에서도 그룹 지배권 확보하기 위해 자금이 필요한 상태. 이런 시기에 부지 확보에 막대한 돈을 쓸 수는 없었던 거겠죠. 사실은 4조6700억원도 적은 돈은 아닌데, 그만큼 10조5500억원이라는 현대차의 베팅이 얼마나 무리한 수준인가를 보여주는 거죠. 

사실 현대차그룹도 상황이 녹록지 않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한전부지 입찰 비용뿐만 아니라 향후 각종 세금과 기부채납 및 초고층사옥 시공비까지 합치면 현대차그룹이 들여야 할 돈은 최소 15조원, 많을 경우 20조원에 육박할 겁니다. 이처럼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면 현대기아차의 ‘본업’인 자동차사업에 대한 투자는 위축될 수밖에 없죠. 최근 전세계는 기존의 자동차업체들뿐만 아니라 구글 등의 글로벌 인터넷기업까지 나서서 전기자동차나 무인자동차 개발 경쟁에 나서고 있습니다. 향후 자동차시장은 첨단 기술과 문화 컨텐츠가 융합되는 시장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큽니다. 최근 몇 년 동안 환율효과가 만들어낸 가격 경쟁력에 도취했던 현대기아차 그룹은 일본의 엔저 현상 등에 따라 지금도 고전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이런 판에 연구개발과 기술 혁신에 더 투자하기는커녕 부동산에 투자하기로 한 것입니다. 가뜩이나 판도가 급변하는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은 과연 바람직한 선택을 한 것일까요. 현대차의 미래는 자동차에 있지, 초고층 사옥에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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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4. 9. 24. 09: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