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건강증진을 위해 담뱃값을 올린다는 정부의 발상은 전형적인 (부모가 아직 판단력이 미숙한 자식을 돌보듯이 하는) 간섭주의(paternalism)라고 할 수 있다. 개인이 건강 증진을 위해 올바른 판단을 못하니 정부가 개입해서 금연을 촉진하겠다는 식이다. 이 같은 발상과 조치에 동의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정부가 정말 자식같은 국민들의 건강 증진을 생각해서 부모 같은 마음에서 담뱃값을 올리는 게 진심이라면 말이다.

그런데 대다수 국민들이 의심하듯이 국민건강 증진은 명분일 뿐, 속내는 펑크난 세수를 담배세를 올려 채우겠다는 것이 속내로 보인다는 점이다. 근거는 많다. 정말 국민 건강 증진이 정부의 주관심사라면 왜 담뱃값을 8000원이나 1만원으로 올리지 않고, 세수가 가장 늘어날 가격인 4500원으로 인상하느냐 하는 것이다. 또 담뱃값을 올리는 것보다 효과가 나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까지 나온 담뱃갑 경고그림 게재는 왜 아직까지 추진하지 않는가. 그토록 국민 건강 증진에 관심 있는 정부가 왜 지금까지 거둔 국민건강증진기금 가운데 1%만을 금연사업에 써왔는가. 

지금까지 정부가 해온 이런 행태를 보면 결국 정부의 명분과는 달리 속내는 펑크난 세수 메우는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경우 누구한테 세금 부담이 돌아가는가.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대다수가 서민들이다. 당연히 서민들의 세금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른바 "서민증세"다. 가뜩이나 이명박정부의 감세정책 이래로 법인세, 소득세, 종부세 등 대기업과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직접세 부담은 줄거나 증가율이 낮은 반면 부가가치세와 유류세 등 간접세 세수 비중은 크게 증가했다. 이런 판에 또 다시 담배세를 올려 약 2조 7000억원의 간접세를 더 거두면 소득의 역진적 성격은 더욱 강해진다. 

한국은 조세정책을 통한 불평등 감소 효과가 그렇지 않아도 OECD 국가들 가운데 꼴찌다. 그리고 오늘자 기사를 보면 상위 1%와 상위 10% 고소득층의 소득 집중도가 비교 가능한 19개국 가운데 세번째, 두번째 수준이다. 감세정책은 그대로 지속하면서 간접세 부담을 늘리는 정책, 담배회사의 수익이 줄어드는 "흡연경고" 그림 게재는 피하면서 담배세를 올리는 식의 정책 결정이 누적되면서 빚어진 우리 나라의 슬픈 자화상이다. 언제까지 서민들을 쥐어짜서 국가를 경영할 생각인가. 서민들이 다 무너지면서 국가가 존립할 수나 있나.

개인적으로는 담배를 피지 않아서인지 몰라도 담뱃값을 1만원 정도로 올려서라도 담배 피는 인구를 줄일 수 있기를 바란다. 물론 담뱃값 인상뿐만 아니라 혐오스러울 정도의 "흡연경고" 그림 게재와 광고, 대대적인 금연 캠페인이 동반돼야 한다. 정말 정부가 그렇게 한다면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정부의 진심을 믿을 수 있겠다. 그러나 부자감세로 축난 세수 구멍을 서민증세로 메우려는 이번 담뱃값 인상 꼼수는 흔쾌히 동의하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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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4. 9. 12. 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