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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경우 과거 수십 년 동안 인구 및 가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비교적 빠른 경제성장과 가계의 소득증가가 이뤄졌고, 인구 증가와 가계 소득 증가에 기반한 주택수요가 지속적으로 창출됐다. 이 때문에 ‘집이나 땅을 사두면 언젠가는 오른다’는 50대 이상 부모세대의 경험칙이 사실상 가계재산 증식의 공식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2010년 대부터 국내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급속도로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부동산시장의 패러다임 변화가 불가피해질 것이다. 지금 국내 부동산시장은 이처럼 패러다임 전환기를 지나고 있는데도 이를 일시적 주택시장 사이클 상의 변화로만 이해한다면 개인이든, 기업이든, 정부든 크게 낭패 볼 가능성 높다.
물론 현재 국내 부동산시장의 대세하락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침체 지속과 중첩돼 있다. 이 때문에 정부든 기업이든 가계든 상당수가 여전히 국내외 경기가 회복되면 부동산시장도 과거처럼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 같은 경기 침체에 따른 일시적 부동산시장 침체의 성격을 넘어 국내 부동산시장의 패러다임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화는 구조적 전환이 강력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은 구조 전환은 저출산고령화와 생산인구 감소, 그리고 이에 따른 성장 기조의 장기적 하락, 가계소득의 정체와 가계부채의 누적에 따른 주택수요의 고갈 등 과거 부동산 대세상승기 때와는 정반대의 부동산시장 환경과 수급 구조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띄우기'에 몰빵한 박근혜정부가 주택대출규제를 풀고, 재건축 허용 연한을 완화하는 등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정부의 압박을 못 이긴 한국은행도 얼마 전 기준금리를 인하하며 보조를 맞추고 있다. 이에 따라 대다수 언론들은 또 다시 '집값 들썩' 등의 제목을 단 부동산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부동산 대세하락기에는 정부 부양책이나 초저금리도 약발이 듣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실 이명박정부 이례 수십 차례의 크고 작은 부양책도 듣지 않았고, 박근혜정부 들어서 나온 4.1부동산 대책 등을 비롯한 굵직굵직한 부양책들이 모두 몇 달 간의 효과밖에 내지 않았던 점을 생각하면 이제는 웬만하면 깨달을 때가 됐다. 그런데도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언론들의 선동보도 때문에 여전히 혼란스러워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같은 선동보도에 혹해 잠시잠깐 판단을 그르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대세하락기에는 정부 부양책이나 초저금리 상태에서도 집을 사는 가계가 거의 사라진다. 보통 경기침체가 발생하면 정부는 적극적인 재정 부양책을 써서 경기를 부양하게 된다. 특히 건설업의 비중이 크고 입김에 센 한국의 경우 경기 부양책의 핵심은 부동산 부양책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일시적인 부동산 침체기라면 이 같은 경기 부양책은 일정하게 효력을 발휘하게 되고 부동산시장은 점진적으로 회복의 길을 걷게 된다. 실제로 외환위기 직후 들어선 김대중정부는 당시 외환위기 직후 극심한 침체를 보이던 부동산시장을 살리기 위해 양도세 면제 등 부동산 부양책을 대대적으로 전개했다. 물론 세계적인 경기 회복과 IT주를 중심으로 한 주가 거품이 작용했지만, 1~2년 후 부동산시장은 살아나 오히려 금방 활황기로 치달았다. 외환위기가 부동산시장과는 직접적 상관없는 경제 문제로 부동산시장이 동반 침체한 데다 가계소득 및 가계부채, 주택수급 등의 측면에서 대세하락이 아닌 외환위기 충격에 따른 일시적 침체를 겪고 있었기에 부양책으로 금방 살아난 것이다.
글로벌 경제위기 직후 이명박정부도 각종 부동산 세금을 완화하고 DTI규제를 풀고 토건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이는 등 대규모 부양책을 썼고, 2009년 주택 가격이 급반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양상은 외환위기 직후와는 달랐다. 주택 가격은 글로벌 경제위기 직전 수준 정도에서 더 이상 상승하지 못하고 이후 큰 흐름에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알다시피 이명박정부에서 27차례의 크고 작은 부동산 관련 대책이 나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주택가격의 반등폭과 지속 기간 측면에서 약발이 약화됐다.
금리 정책도 마찬가지다. IMF외환위기가 어느 정도 가라앉은 다음 외환위기 이전 10%를 넘든 가계대출 금리가 정부의 기준금리 인하 등에 따라 6~7%대로 내려오자 부동산시장은 활황세를 나타냈다. 또한 노무현정부 초기이던 2003~2004년 부동산시장이 일시적 침체 양상을 보였으나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003년 초 4.25%에서 3.25%까지 내려 가계대출 금리가 5% 수준까지 떨어지자 2005년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해서 부동산 2차 폭등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는 기준금리를 5.25%에서 2.0%로 내린 뒤 2.0~3.25% 수준의 사실상 초저금리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가계대출 금리가 5% 아래로 떨어졌는데도 부동산 시장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모습들은 지금 국내 부동산시장이 부동산 부양책이나 초저금리 정책에서도 부동산 거래가 늘지 않을 정도로 주택시장 수요가 고갈돼 장기간의 구조적 침체단계에 진입해 있음을 시사한다. '최경환노믹스'라는 이름 아래 내놓은 '부동산 띄우기' 정책의 결말도 정해져 있다. 이런 시대에 일반 가계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는 아래 그림을 참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