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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가 자산매입 규모 감축(850억 달러--->750억 달러) 형태로 드디어 시작됐다. 이에 대해 정부나 기득권 언론들,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별 걱정을 안 해도 되는 것일까? 이미 2013년 5월 이후 미국 FRB의 벤 버냉키 전 의장 발언만으로 주식시장이 흔들리고 환율이 뛰며 채권금리가 상승한 경험을 갖고 있다. 양적완화라는 ‘돈의 힘’으로 금리를 낮추고 경기를 떠받쳐온 상황에서 돈의 힘이 사라진다는 것은 상당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특히 2008년 세계경제위기 이후 한국 증시에 막대하게 유입된 외국계 자금들이 일시에 빠져나갈 경우 상당한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 2008년 이후 한국 증시에 유입된 외국계 자금만 3300억 달러(=환율 달러당 1060원 기준 약 350조원)에 이르는데, 이 가운데 일부만 빠져나가도 주가와 채권 금리가 크게 요동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인도와 브라질 등 신흥국들이 ‘버냉키 쇼크’ 이후 금융불안에 시달렸던 것도 비슷한 이유다. 신흥국에서 빠져나온 외국계 자금들이 상대적으로 단기 불안요인이 작은 한국으로 몰리면서 일시적으로는 주가가 뛰는 현상도 생겨났다. 하지만 이는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 일시적으로 지역별 투자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면서 생겨난 흐름일 뿐으로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 오히려 출구전략 본격화에 따라 자금이 미국이나 유럽 등지로 환류할 경우 주가 급락-환율 급등-시장금리 급등이라는 3중 악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 같은 충격이 발생할 때 한국경제 구조는 매우 취약하다. 가계부채와 더불어 대외채무가 매 분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국내 증시에 잔뜩 들어와 있는 외국계 단기 자금의 규모가 너무나 크다. 그런데도 정부는 별 문제 아니라는 식의 반응이다. 예를 들어, 크게 늘어난 외환보유고와 낮은 단기외채 비중을 근거로 매 분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대외채무가 큰 문제가 아니라는 식으로 주장한다. 2013년 2분기 기준 한국은행의 외환보유액 3,297억 달러 제외하면 정부와 공기업, 민간기업, 시중은행 등 모든 부문의 대외채무가 대외채권을 크게 초과하고 있다. 한국은행을 제외한 다른 부문 전체의 순대외채권을 모두 합하면 마이너스 1,800억 달러를 넘는다. 유사시 외국 자본이 급격히 빠져나갈 경우 환율이 폭등하면서 대외채무 위기에 시달릴 경제 주체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 경우 통화당국이 외환보유고로 2008년 말처럼 다른 경제주체들의 대외채무를 막아주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물론 이런 위기 요인을 근거로 곧바로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할 것으로 직결시키셔서도 안 되지만 절대 안이하게 볼 수 없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에도 약 2,642억 달러의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쌓아두고도 환율 폭등 사태를 피해가지 못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무엇보다 출구전략이 시행되면 시기와 정도의 문제일 뿐 시장금리 상승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가계든, 기업이든, 공공이든 빚더미인데 과연 영향이 제한적일까? 증권시장에 잔뜩 들어와 있는 단기성 자금들이 400조원이 넘고, 미 국채 금리가 오르는데 그 돈들이 계속 국내 증시에 머물러 있기를 쉽게 기대하기 어렵다. 그들 자금이 빠져나가는 순간 주가는 떨어지고, 채권금리는 더 오르고, 환율은 뛰게 돼 있다. 급격한 유출이 안 일어나기를 바라지만 그러라는 법만 있을까? 더구나 부동산 거품이 본격적으로 추락하는 시기와 겹친다면?
미국 경기 회복으로 한국 수출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고 언론들은 보도한다. 하지만 한국의 수출업체들은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인위적 고환율 효과에 기대 수출을 크게 늘린 뒤 2011년 중반 이후로는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큰 수출 증대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이미 환율 상승에 따른 가격 경쟁력의 효과가 이미 소진되기 시작한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 3년 동안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미국과 일본 등 대부분 자동차 업체들 판매대수 증가했는데, 현대기아차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현대기아차 같은 수출기업들의 실적이 향후에 계속 확대일로를 걸을 수 있을까?
정부든 기득권 언론이든 무조건 '괜찮다' '펀드멘털이 양호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부동산시장은 6년째 거치기간을 연장해주며 폭탄돌리기를 하고 있는 위험한 국면인데, ‘빚 내서 집 사라’는 말뿐이다. 그들 말 대로라면 외환위기도, 2008년 경제위기도 없어야 했다. 2009년 이후 수도권 부동산을 중심으로 집값도 가라앉지 않아야 했다. 그런데 과연 그랬나? 정부는 그렇다 쳐도 어느 언론이든 한두 군데는 제대로 경고를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많은 분들 성원으로 <선대인,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가 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아직도 정부의 '빚 내서 집 사라' 대책이나 언론의 '집값 바닥론'에 혹하시는 주위 분들께 이 책을 권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