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연구소가 주최한 <경제마스터클래스> 1탄이 4일 저의 강의(언론에 속지 않고 경제흐름 읽는 법)를 끝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간단한 설문조사 결과 수강하신 분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아 많이 고무됐습니다. 이번 특강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더욱 좋은 경제특강 시리즈를 준비하겠습니다. 이번에 수강하지 못하신 분들께서는 다음 기회에는 꼭 수강해 보시기 바랍니다.

각설하고, 아래 소개하는 글들은 이번 특강에서 제가 소개한 내용의 일부입니다.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1990년과 2008년(사실은 외환위기 이후부터)의 동아일보는 전혀 다른 신문이 돼버렸습니다. 1990년 대학에 입학한 저는 대학시절 내내 한겨레신문을 주로 봤지만 동아일보도 적지 않게 참고했습니다. 그리고 1996년에 동아일보에 입사했습니다. 그리고...자본권력에 굴종하고, 이 사회의 기득권에 아부하는 신문의 변질을 생생히 경험했습니다.

1991년 당시 김중배 동아일보 편집국장(이후 문화방송 사장도 역임)이 "언론은 이제 권력과의 싸움에서 보다 원천적 제약 세력인 자본과의 힘겨운 싸움을 벌이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했었는데, 그 계시적 발언이 현실화되는 것을 생생히 체험한 셈입니다.

물론 동아일보만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1990년대 초반까지 가장 영향력 있던 신문, 그리고 제 생각에 조선, 중앙과는 달리 한국사회의 정론이자 수준 높은 공론장이 될 수 있었던 동아일보의 변질과 추락은 한국언론사에서 매우 아쉬운 대목입니다.

저에게 동아일보는 애증의 대상입니다. 한편으로는 6년간을 함께 보낸 선후배동료들이 여전히 남아있는 신문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1% 기득권의 또 다른 대변지가 된 신문...지금이라도 저는 동아일보가 조선, 중앙과는 달리 한국 사회 여론의 균형추 같은 역할로 돌아와 주길 바라지만 이미 기대 난망인 것 같습니다.

1990년대 초 동아일보가 가졌던 위상과 브랜드도 이제 모두 사라졌고, 신문의 품질도, 엄정한 비판의 목소리도 사라졌으니 말입니다. 10년 전까지 (적어도 사석에서는) 멀쩡한 생각을 가졌던 선배나 동료들이 이상한(?) 칼럼을 쓰는 것을 보고 있자니 서글퍼지기도 합니다. 자회사인 종편 채널A는 '5.18에 북한군이 침투했다'는 방송을 편성하고, 편성 책임자인 과거 동아일보 선배는 "북한군이 침투하지 않았다는 증거는 어디 있느냐"고 할 정도이니 말입니다.

1990년과 2013년의 동아일보, 그리고 저와 선후배동료들 사이에 같은 세월이 흘렀는데 간극은 왜 이렇게 천지차이로 벌어진 걸까요? 그 사이 재벌 등 부패한 자본권력의 무한 증식과 대한민국 여론지향의 변화가 자리잡고 있겠죠. 어쨌든 저는 1990년의 동아일보가 지향했던 정신, 그리고 제가 걸오온 길이 옳은 방향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참고로, 아래 인용한 1990년의 사설은 '주저앉은 나그네'님의 다음 아고라 글에서 제가 퍼온 것입니다. )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25&articleId=16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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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3. 6. 7. 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