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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뉴스타파의 명단공개로 국내 재벌가와 고관대작들의 조세 도피와 역외 탈세에 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영국 조세정의네트워크가 추정한 바에 따르면 신흥개발국 가운데 한국의 해외 재재산 도피 규모가 러시아, 중국에 이어 3위에 이를 정도로 이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그런데 이처럼 조세 도피와 역외 탈세가 심각한 줄 한국정부가 그 동안 과연 몰랐을까? 특히 이명박정부가 과연 몰랐을까? 절대 그럴 리 없을 것이다. 최근 몇 년 새 수출입 등 실물거래의 증가 없이 이른바 조세도피처로 빠져나가는 국내 투자 규모가 급증했기 때문에 정부가 이 같은 흐름을 몰랐을 리 없다.
<그림1>을 보자. 선대인경제연구소가 국제적으로 ‘조세도피처’나 ‘조세정보 비협력국’으로 분류되는 42개국에 투자되는 투자금액 추이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 2005년까지 10억 달러에 미치지 못하던 이들 지역에 대한 투자금액이 2006년 이후 급증해 2007~2012년까지 50억~60억 달러 수준에 이르고 있다. 조세도피처로 향한 투자 규모가 5~6배나 급증한 것이다. 물론 2000년대 초에도 외환위기 직후의 혼란기에 헐값에 자산을 가로채거나 비자금을 조성해 해외로 빼돌린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2007년 이후의 조세도피처 투자 급증은 그와는 달리 재벌 3,4세 승계 등을 앞두고 해외 투자 형태로 자산을 외국에 빼돌리는 경우가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상당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듯이 당시 이명박정부의 실세 등이 대규모 비자금을 빼돌렸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주) 한국수출입은행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또한 법인별 투자규모를 비교해보면 조세도피처에 투자된 법인당 투자규모가 조세도피처를 제외한 국가들에 대한 법인당 투자규모보다 두 배 이상 크다. 대부분 조그만 섬나라인 곳에 투자하는데도 투자 규모는 오히려 일반적인 경우보다 두 배 이상 크다면 상식적으로 이해되는가. 또한 <그림2>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조세도피처에 대한 투자액은 이 지역들에 대한 수출액과 거의 상관관계 없이 움직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림에는 나타내지 않았지만 실제로 상관 분석을 해보면 상관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나 일반적으로 투자액과 수출액이 연동하는 일반적인 지역의 경우와 상당히 다른 흐름이다. 해당 지역에 대한 수출입과 거의 무관하게 투자액이 급증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림2>
주) 관세청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더구나 이처럼 정부에 신고하지 않은 채 불법으로 국내 재산을 빼돌린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 같은 불법 자금들은 정식 신고된 투자금과 뒤섞여 각종 은밀한 금융거래를 통해 은닉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 ‘뉴스타파’가 현재 발표하고 있는 사례들은 대부분 정부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경우들로 추정된다. 통계자료보다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국내 자금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으며, 이들 자금의 상당수가 비자금이나 탈세와 연관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특히 최근 재벌 3,4세 승계를 앞두고 해외 불법자금 도피가 기승을 부린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필자가 만난 한 외국계 투자은행 대표는 3년 전쯤 “요즘 재벌가들이 국내 재산을 해외로 엄청나게 빼돌리고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같은 실태를 정부가 몰랐을까. <그림>에서 나타낸 자료는 관세청과 수출입은행이 공개하고 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다. 이들이 이 같은 조세도피처에 대한 투자는 모두 정부에 신고한 뒤 투자된 금액인데, 이 같은 실태를 정부당국이 몰랐을 리 없다. 그런데도 이명박정부에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국회 박원석의원실에 따르면 국세청과 관세청, 금감원간 정보 공유도 이뤄지지 않았으며, 2010~2012년 50억 원 넘는 불법외환거래 38건에 대한 형사처벌은 전무했다. 어쩌면 국내에서 조성한 비자금을 해외로 빼돌리려 했던 이명박대통령이나 핵심 실세들과 재벌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조세도피처에 대한 투자액이 급증했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어쨌거나 중요한 점은 이것이다. 지금 뉴스타파가 발표하는 명단은 빙산의 일각 중의 일각일 가능성이 높다. 뉴스타파가 의존하는 명단은 겨우 두 개의 조세도피처 대행회사에서 나온 정보들을 확인한 것일 뿐이다. 또한 역외 탈세를 노린 재산 도피는 법인이 아닌 신탁(trust) 형태로 위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신탁의 형태로 된 것은 거의 드러나지 않고 있다. 실제로 발표되고 있는 금액도 몇 십억~몇 백억원 단위여서 최근 몇 년 동안 조세도피처로 빠져나간 자금 규모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접근하지 못했던 정보들을 탐사해 보도하고 있는 뉴스타파의 노력과 이들 문제에 대한 여론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공은 결코 폄하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우리 연구소 차원에서 뉴스타파를 후원하고 있으며, 결코 한국의 거대 언론들이 하지 못한 일을 '독립언론'인 뉴스타파가 해내고 있다고 믿는다.)
결국 열쇠는 정부가 갖고 있다. 정부당국은 훨씬 더 많은 관련 자료를 갖고 있으며, 미국 영국 등 공식적으로 국제공조를 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예를 들어, 뉴스타파가 발표한 명단이 정부에 신고된 투자인지, 아닌지는 관세청이나 금감원 등이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데도, 전혀 관련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다국적 기업이나 글로벌 수퍼리치들에 대한 글로벌 과세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가운데 글로벌 비밀 금융과 조세 체계를 활용한 역외 탈세 문제를 쉽게 추적하고 근절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국 정부당국은 할 수 있는 일조차 하지 않고 수수방관하고 있다. 이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결국 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건 일반 국민이자 납세자일 수밖에 없다. 국민이 눈을 부릅떠서 계속 감시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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