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의 열망이 강했던 만큼 실망도 컸다. 며칠간은 나도 힘들었다. 하지만 지인이 보내준 문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멘붕도 사치다.’ 정말 하루하루가 힘든 서민들은 멘붕을 겪을 정신적 여유조차 없을 것이다. 당장 먹고사는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나 같은 사람이 이렇게 쳐져서는 안 된다. 과거 경험을 돌이켜봐도 실망스러운 결과를 놓고 계속 망연자실하면 더 힘들어진다. 특히 괴롭다고 술 마시는 건 금물. 숙취로 몸이 힘들면 마음은 더더욱 가라앉는다.

 

사실 선거결과가 어떻게 되든 2013년에 나는 잠수를 탈 생각이었다. 2012년 한 해 나는 거의 모든 것을 쏟아 부었고, 쉬어도 될 충분한 권리(?)를 갖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많은 이들이 멘붕에 빠진 상황을 보니 나 같은 사람이라도 꼼지락대는 걸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생각을 바꿨다. 우선 이번 선거의 승부를 가른 50대를 위한 쉬운 한국경제 해설서를 쓰기로 했다. 그들의 선택을 탓하기에 앞서 기득권 미디어가 왜곡한 한국경제의 진실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에서다. 경향신문과도 서민들의 작은 목소리를 전달할 기획시리즈를 추진해 보기로 했다. (가칭)국민방송 추진위 모임에도 참석했고, 뉴스타파의 경제뉴스를 강화하는데도 힘을 보탤 생각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여름 시작한 연구소를 키우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열심히 경제현실을 분석하고, 정책대안을 생산하고 제안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10년 후 삼성경제연구소를 대체할 연구소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다시 되새겨본다.

 

이 사회가 누군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일들은 이밖에도 많다. 더 많은 유권자들의 자각이 필요하다. 지금보다 시민들 열망을 더 잘 받아 안을 정치의 재구성이 필요하다. 외환위기 이후 고단해진 서민들의 삶을 개선할 더 좋은 정책들이 필요하다. 그런 정책을 생산하고 실행할 인력들도 키워야 한다. 여야 구분 없이 토호세력의 무대로 전락한 지방정치를 바꿀 생활정치인들도 양성해야 한다. ‘나꼼수를 넘어서 세대 구분 없이 전달될 수 있는 미디어도 필요하다. 그 일들을 열심히 하다보면 우리는 곧 새로운 희망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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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2. 12. 27. 1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