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얼마 전 조세정의를 바로세우고 재정구조개혁을 추진하는 풀뿌리 시민들의 모임인 이른바 ‘세금혁명당’ 추진을 제안했습니다.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제가 페이스북에 개설한 ‘세금혁명당’ 페이지의 가입자가 일주일 만에 3000명을 넘어섰습니다. 이런 류의 진지한 시도에 대해 일어나는 움직임으로는 매우 뜨거운 반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금혁명당 페이지에 남겨진 댓글들을 보면 조세 정의와 재정 구조 개혁에 대한 시민들의 갈증이 얼마나 간절한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복지혜택을 받는 자들은 감사해 하라는 김황식 국무총리 같은 의식을 가진 자들이 사라지는 날까지”

“탈세한 자가 국세청장이 되도록 내버려 두면 안 되겠죠.”

“세금, 내가 내는데 생색은 왜 니들이 내냐?”

“난 너희가 내 돈으로 지난 국회에서 한 일을 알고 있다.”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오고 바로 그 국민이 세금을 낸다. 세금은 주권이다.”

“우리가 지켜본다. 똑바로 써라”

“울 신랑 봄볕에 새까맣게 타가며 번 돈 세금으로 내서 힘든 우리 이웃,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 그리고 우리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위해 꼭 쓰여졌으면...”


세금혁명당의 온라인 출범(?)에 발맞추듯 (농담입니다. 그럴 리 없다는 건 저도 잘 압니다^^) 정부가 지난달 31일 ‘공정사회 구현을 위한 조세정의 실천방안’을 내놓았습니다. 이 방안에 대한 구체적 논평은 오늘 쓰는 글의 주제가 아니라 생략하니 양해를 바랍니다. 제가 이 글에서 묻고 싶은 것은 현 정부의 겉 다르고 속 다른 행태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세청에서 열린 제2회 공정사회추진회의를 주재하며 "성실한 납세가 바로 국가를 사랑하는 애국자"라고 말했습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도 "조세정의의 핵심가치는 공정과세와 성실납세"라고 말했습니다.


말은 좋습니다. 하지만 현 정부가 그동안 해온 것을 보면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습니다. 이대통령은 수백억원대 자산을 보유한 2000~2002년 동안 사실상 세금이라고 할 수 있는 건강보험료를 1,2만원만 냈던 분입니다. 또 특검 수사결과 밝혀진 비자금만 4조5000억원이 드러난 이건희 회장을 초고속 사면해주기도 했습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을 비롯해 현 정부의 상당수 각료나 낙마했지만 대통령이 장관 후보로 지명했던 사람들의 탈세나 재산과 소득 누락 의혹은 숱하게 드러난 바 있습니다.


더구나 이명박 정부의 기조는 ‘부자감세, 서민증세’ 아니었습니까. 현 정부 들어 국세 수입의 3대 축 가운데 법인세, 소득세수는 주는데 모든 국민이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내는 간접세인 부가가치세는 계속 증가했습니다. 부동산 보유세인 종합부동산세는 무력화됐고, 다주택 투기자와 건설업계 지원을 위해 취득세와 양도세 등도 대폭 감면됐습니다. 이 때문에 ‘서민경제 지원을 위한 세제 개편안'이라고 떠벌렸던 감세정책 이후 고소득층의 경상조세 부담은 확 준 반면 저소득층의 부담은 확연히 늘었습니다.


정직하고 성실한 납세자들만 '봉'이 되는 현실은 어떻습니까. 부동산, 주식에서 수천만원, 수억원 양도차익을 얻은 사람들도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 한 푼 안 내는데 연봉 수천만원인 근로소득자는 연간 수백만원의 세금을 원천 징수당합니다. 건강보험의 직장 가입자는 고소득자가 많지만, 지역가입자중 고소득자는 멸종위기종으로 보일 정도로 탈세가 만연해 있습니다. ‘함바집 비리’에서 고위급 인사들이 줄줄이 엮여 나오는 데서 볼 수 있듯이 부패와 각종 비자금의 온상인 건설업계에서는 매년 10조~20조원씩 비자금이 조성돼 수조원의 탈세가 횡행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구조적 현실을 고치지 않고서,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현 정부 위정자들의 개인적, 정책적 과오에 대한 통절한 반성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결코 조세정의는 이뤄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세금혁명당 페이지에서 이런 냉소적 반응이 나오는 것도 당연합니다.


“이xx 회장님이 '정직'의 새로운 정의를 내리시자 (이 대통령이) 경쟁의식이 발동하시사 '애국'을 새롭게 정의하시나 보네요.”


하지만 우리가 냉소만 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세금혁명당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제 책 <프리라이더>를 읽고 나서 대한민국의 현실을 알고서 열 받는다, 화 난다고 하신 분들 많았습니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지금의 정부와 정치권을 볼 때 이걸 바꿀 수 있겠느냐, 답답하다고 하신 분들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프리라이더 2권격인 <세금혁명>을 쓰면서 어떤 식으로든 실낱같은 희망의 계기라도 제공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세금혁명> 원고에 최대한 '희망'이라는 당의정을 바르려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특히 <세금혁명> 마지막 부분에서 일반 납세자 행동수칙 10계명을 쓰면서 ‘모임 만들어 조세현실에 문제를 제기하라’고 썼습니다. 그런데 일반인들이 신뢰할 만한 대중적 모임 만드는 게 쉽지 않겠다, 그리고 정작 스스로가 나서고 있지 못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시작해서라도 풀뿌리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그래서 시민들이 무기력감을 떨칠 수 있는 운동을 펼쳐야 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고민의 산물이 바로 세금혁명당입니다. 물론 이렇게 해봐야 큰 변화가 있을까 반신반의하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 법입니다. 하루에 3시간씩 걸으면 7년 후에는 지구를 한 바퀴 돌 수도 있다고 합니다(사무엘 존슨). 홍세화 선생님은 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오늘의 불성실의 핑계가 되지 않도록 하라"


저는 그 마음으로 꾸준히 가겠습니다. 이미 세금혁명당 준비위 모임을 매우 열띤 분위기 속에 지난주에 가졌고, 한두 달 안에 정식 발족식도 할 예정입니다. 이미 세금혁명당 페이지에서는 www.fb.com/taxre 매우 다양한 의견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그 글들을 보고 있노라면 감동이 밀려옵니다. 세금혁명당에는 감동뿐만 아니라 재미도 있습니다. 이미 세금혁명당의 슬로건과 캐릭터, 자동차와 자전거용 스티커를 만드는 작업도 많은 분들의 재능 기부와 여론 수렴을 통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소셜 이노베이션, 오픈 이노베이션입니다. 이처럼 많은 분들께서 열정을 보여주시는 이 모임이 건실하게 지속돼 큰 성과 남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께서도, 함께 힘 보태주시고 격려해주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세금혁명의 서문에 쓴 글의 일부로 이 글의 맺음을 대신하고자 합니다.


“저는 호소합니다. 지금부터라도 조세 정의를 바로 세우고 재정 구조개혁을 위한 한 그루 나무를 각자의 생활 영역 속에서 심어 가자고. 저는 지금 우리의 결의와 행동이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믿습니다. 지금처럼 반칙의 제왕들인 특권층 프리 라이더들이 자신들의 배를 불리는 데 세금을 쓰도록 놔둘 것이냐, 아니면 우리와 우리 아이들의 희망찬 미래를 만드는 데 쓸 것이냐 결정할 기로에 서 있습니다.”


세금혁명당 페이지 www.fb.com/taxre

세금혁명당 소개 기사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71863.html



by 선대인 2011. 4. 10. 0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