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납세자 행동수칙 10>
근본적인 조세재정구조개혁을 정부와 정치권에만 맡겨놓을 수는 없다. 조세재정 구조개혁을 위해 개인적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은 어떤 게 있을까. 우리가 직접 할 수 있는 일들 10가지를 정리해보았다. 물론 한 개인이 이렇게 한다고 해서 얼마나 바뀔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가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위대한 변화도 결국에는 먼저 각성한 한 사람, 한 사람의 변화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을 잊지 말자. 각자가 자신의 생활 영역에서 ‘변화의 나무’를 심는 사람들이 된다면 또 다른 세상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1. 시민단체를 후원하라
일상적 직업을 가진 각 개인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 세금 문제를 고민하고 예산 쓰임새를 감시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데 이를 직업적으로 하는 시민단체들이 있다. 경실련은 공공토건사업의 예산 낭비 구조를 폭로하고 제도적 개선책을 꾸준히 제시하고 있는 단체다. 참여연대는 조세개혁센터를 두고 조세정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좋은예산센터와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중앙과 지방의 불합리한 예산낭비 사례와 정책들을 모니터하고 있다. 2011년 초 ‘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 반대운동’을 펼쳐 주목받은 한국납세자연맹은 구조적 조세재정 문제보다는 미시적인 대응에 머무르는 한계가 있지만, 그래도 살펴볼만 하다. 직접 조세재정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기 어렵다면 이들 단체들을 후원하는 것도 방법이다. 지역에서도 유사한 활동을 하는 단체들을 찾아보라.
2. 토건족 정치인들에게 ‘노’라고 말하라
한국 사회에서 토건패러다임에 관한 한 단 한 번도 정권 교체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토건패러다임을 벗어나야 할 때다. 유권자로서 현명한 선택을 통해 이를 앞당겨야 한다. 민생 중심 예산을 편성하는 드라마 ‘시티홀’의 신미래 같은 사람에게 ‘예스’를, 각종 번지르르한 개발공약을 내세우는 토건족 정치인들에게 ‘노’를 분명히 투표로 말하라.
3. 지자체 예산 들여다보고 문제를 제기하라
국내 대다수 지자체는 여전히 관 주도로 예산을 짜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자체장이나 시군구 의회 의원, 관련 공무원이나 주변 토호세력들의 입김이 반영된 문제 예산들이 넘쳐난다. 자신이 사는 지역의 예산내역을 시나 시의회 등에서 구해 살펴보고 낭비성 예산들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직접 담당 공무원에게 항의할 수도 있고, 지자체 홈페이지에서 민원을 제기하거나 지역 정치인에게 문제 해결을 촉구할 수도 있다. 또한 지역 시민단체나 언론에 제보할 수도 있다. 또 관련 정부 부처에 민원을 제기할 수도 있다.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응할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4. 필요하다면 모임을 조직하라
지역별로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지역의 경우 문제를 제기하는 시민단체나 언론이 없거나 취약한 경우도 있다. 그럴 경우 자신들이 나서서 조그만 모임이라도 시작해보자. 아무래도 여럿이 함께 목소리를 내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5. 지자체장과 정치인들에게 항의 메일 보내기
우리가 낸 세금이 제대로 쓰이지 않다고 느낄 경우 지자체장이나 정치인들에게 항의하거나 시정을 요청하는 메일을 보내보자. 한 개인보다는 모임을 만들어 단체 명의로 메일을 보내면 더욱 효과적이다. 지자체장이나 정치인들이 뚜렷한 이해관계를 가진 이익집단들에 휘둘리는 것도 바로 다수의 표를 의식하기 때문이다.
6. 전시성 행사의 유치 또는 추진을 반대하라
각종 전시성 행사나 개발사업들을 유치 또는 추진하는 것을 반대하라. 물론 지역에 꼭 필욯나 경우라면 다르지만 정부나 지자체가 추진하는 사업들 가운데는 예산만 낭비하는 소모적 행사들이 적지 않다. 그런 행사들에 대해서는 서명활동 등을 통해 적극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해야 한다. 반면 지역 살림살이에 비해 도가 넘는 호화청사나 종합운동장을 짓는 대신 도서관이나 소규모 공원, 공공 놀이터 확충과 각종 시민들을 위한 문화, 교육 프로그램들을 요구해야 한다.
7. 인터넷에 관련 글과 정보 올려라
정부의 각종 언론 통제에도 불구하고 이제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수단을 갖게 됐다. 특히 최근에는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의 활성화로 한 개인일지라도 다른 이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메시지를 얼마든지 전파할 수 있다. 세금 납부의 형평성이나 주변에서 일어나는 예산 낭비 실태를 중심으로 관련 정보를 소개하거나 관련 기사들을 소개해보자. 트위터에서는 #세금혁명_ 이라는 해시태그를 사용해 조세재정문제에 대해 의견과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8. 최대한 현금 사용을 피하라
미국에서는 현금으로 지불하면 깎아준다고 해도 가능하면 신용카드를 사용해 지불하는 사람을 많이 만났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물건 값을 깎아주는 조건으로 현금으로 지불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일부 사람들의 경우 영세 자영업자들을 도와준다며 일부러 현금으로 계산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간접적으로 탈세행위를 돕는 것일 수도 있다. 영세자영업자들을 돕는 방식은 다른 정당한 방식을 통해 해야지 굳이 떳떳하지 못한 방법으로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9. 관행으로 포장된 탈세를 피하라
주택 거래를 한다거나 할 때 다운계약서나 업계약서를 쓰는 관행을 버려야 한다. ‘관행’이라고 표현하지만 명백한 탈세 행위다. 이를 범죄로 인식하고 강력히 처벌하는 제도와 분위기가 정착되지 않다 보니 그냥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넘어갈 뿐이다. 특히 1가구 1주택자의 경우 어차피 양도소득세를 물지 않는데도 거래 상대방 등의 요구로 이에 응하는 경우들이 적지 않다. 물론 쉽지 않지만, 가능하면 관행이라는 이름의 유혹에서 벗어나기를 권한다.
10. ‘프리라이더’와 '세금혁명'을 읽고 토론하라
실천하려면 먼저 문제점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아야 한다. 이 같은 문제점을 잘 알려주는 정보를 접하고 주위 사람들과 토론하는 것도 작은 실천이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정확히 그런 목적으로 쓴 책이기 때문이다. 필자의 책과 더불어 권하고 싶은 책은 ‘또 파? 눈먼 돈, 대한민국 예산’(정광모 지음, 시대의 창)이라는 책이다. 국회 보좌관 출신의 지은이가 여러 자료를 통해 예산 낭비 실태와 메커니즘을 잘 정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