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PD수첩 <2011예산, 문제 없나>편 보셨는지요? 제가 보기에는 좀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어쨌든 좋은 프로그램이었네요. 사실 국회 예산심의 과정만 조명했지만, 정부의 예산 편성 과정의 문제도 매우 심각합니다. 국회 예산심의 과정은 그나마 공개라도 되지만 정부의 예산 편성 과정은 아무런 견제를 받지 않고 낡은 관료시스템이 좌우하게 되거든요. 

 

그리고 보완설명이 돼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지난해 예산안과 비교해 예산 부문별 증액 비교를 했던데 그렇게만 보여주면 착시현상 일으킵니다. 예를 들어, SOC예산은 경제위기 극복한답시고 2009 27% 가량 늘었던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줄인 것이어서 2008년 대비로 하면 여전히 크게 늘어 있는 상태라는 것입니다.

 

또한 정부의 부문별 예산 분류가 상당히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 많습니다. 일례로, 복지예산으로 분류된, 분양용 매매용 주택 위주의 보금자리 사업 예산은 성격상 토건예산이지 복지 예산으로 분류될 성질이 아닙니다. 또한 같은 국민주택기금에서 나오는 주택대출자금 예산은 국제적으로 복지예산으로 잡히지 않으며, 설사 그렇게 분류한다고 해도 그 이자분만큼이 실제 투입 예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만 약 16조원 가량이 복지 예산으로 부풀려지는 것이죠. 이명박 정부가 거의 복지국가 수준이라고 떠벌리는 것도 이런 식으로 복지를 많이 하고 있다는 것처럼 부풀리기 위한 정부의 분식회계에 기초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피디수첩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아직도 국내 예산안의 중심은 형님예산으로 상징되듯 개발연대 때부터 관행화된 토건개발사업들이 중심입니다. 특히 타당성도 없는 것으로 드러난 사업들을 무리하게 진행시키는 데 대해서는 형님의 힘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구나 그렇게 필요한 사업이라면 수십 년 동안 진행 안 되던 도로, 철도 사업이 왜 하필이면 이 정부 들어 갑자기 진행되고 있는지 형님과 그 꼬붕들은 설명을 못하더군요.

 

다만 이번에 한나라당의 폭력적 날치키 통과가 워낙 심각해서 비난의 소지가 매우 큽니다만, 과거 민주당도 토건개발예산 나눠먹기 매우 심각했습니다. 저는 그런 점에서 지금까지 토건 패러다임에 관한 한 한 번도 정권교체가 없었다고 봅니다.

 

이런 토건개발사업에는 수백억~수조원 편성하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면서 태안 주민들의 암 진단과 치료 지원 등을 위해서는 10억여원 예산 배정도 아까워하는 거죠. 기름 유출로 엄청난 사회적 폐해 끼친 삼성물산은 쥐꼬리만한 보상으로 빠져나가고, 이 때문에 심각한 건강 피해 입은 주민들을 정부는 방치하고 있는 거죠. 피디수첩에서 태안주민들이 과메기보다 못 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말이 이 같은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MB식 농담을 하자면 참, 불공정한 사회죠.

 

그런 점에서 예산 문제 차원뿐만 정부 시스템 개혁 차원에서도 국토해양부를 해체하거나 대규모 축소하고 산하 개발 공기업들 구조 개혁해야 합니다. 건설족 공무원들 밥그릇과 정치인들 검은 자금 원천으로서 각종 낭비성 토건사업 남발하고 온갖 대한민국 부패의 온상이 되고 있으니까요. 특히 주택정책은 공공주택청으로 독립해 보건복지부 소관으로 옮겨 지금처럼 건설업계 배 불려주는 분양용, 매매용 주택사업이 아니라 주거복지 차원에서 공공임대/전세주택을 획기적으로 늘리도록 해야 합니다. 지금은 국토부 주관으로 건설업체들 자금난 해소하면서 벌이고 있는 토건사업에 가깝죠. 사실상 토건 예산이면서도 복지예산으로 분류해 복지 예산 많은 듯 눈속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부인 예산에 대해서도 한마디 안 할 수 없네요. 굶주림과 아이들 비만 퇴치 위해 아이들 급식 지원 예산 여야 거의 만장일치로 45억 달러 증액 이끈 미국 미셀 오바마와 민간이 미국에서 이미 충분히 하고 있는 민간 식당사업을 국가 예산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영부인 예산, 참 비교되네요. 더구나 피디수첩 취재팀 인터뷰 내용 보면 한식세계화와 관련한 구체적 계획도 없이 기본 컨셉만 있는 상태더군요. 그런 상태에서 50억원을 배정받는다. , 대단한 안주인 예산이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최소한의 염치가 있어야지요.

 

그리고 또 하나 짚어야 할 것은 예결위 상임위화와 전문화는 매우 필수 개혁과제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처럼 온갖 지역구 개발사업 나눠먹기가 매년 되풀이되고 그 결과 유령공항, 차 안 다니는 도로들, 행사만 끝나면 텅 빈 운동장들이 넘쳐나게 됩니다. 예산심의 기간이 짧고 전문성 떨어진다는 이유로 예결위 상임위 전환이 10여년 전부터 해묵은 개혁과제로 제기됐는데, 아무런 제도적 변화가 없는 현실. 국민 혈세를 이렇게 겉핥기로 심의해도 되겠습니까?

 

 

******************************************************************

어제 PD수첩 보신 뒤 많은 분들 화난다, 답답하다, 못참겠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막하다 하시더군요. 현실을 바꾸려면 먼저 현실을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조국교수님, 김두식교수님, 이계안 전 의원, 노회찬 전 의원, 최재천 변호사 등 많은 분들 추천해주셨지만 <프리라이더: 대한민국 세금의 비밀편> 자추합니다. 우리가 낸 세금이 얼마나 불공평하게 걷히고 터무니없이 특권층들을 위해 쓰이는지를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납세자혁명'을 통한 개혁을 촉구하기 위해 쓴 책이니까요. 많은 분들 성원 바랍니다.

 

by 선대인 2011. 1. 5. 09: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