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등 인터넷 공간의 화제를 중심으로 보도하는 미디어인 위키트리가 29일 2010년 ‘10대 찌질뉴스’를 발표했다. ‘사퇴 압력에도 버티는 현병철 인권위원장’이 1위로 꼽힌데 이어 ‘아이들 밥그릇 뺏은 오세훈 시장’이 2위로 꼽혔다. 3위에는 ‘보온병 포탄 발언’을 YTN촬영기자 탓으로 떠넘긴 안상수 대표가 꼽혔다. 위키트리의 편집후기를 보면 오시장과 안대표가 식상해 현 위원장 뉴스를 1위로 꼽았다는 것으로 봐서 3위까지는 공동 1위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오시장 발언을 비판했던 필자도 찌질뉴스 확산에 기여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약간의 자괴감(?)도 없지 않다.


어쨌든 예산안 날치기 사건과 더불어 의무급식 논란은 세금이 어떻게 걷혀지고 쓰이는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증폭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서울시 의무급식 지원 예산 규모가 700억원, 전국적으로 확대해도 1조여원에 불과한 것을 두고 망국적이네 아니네 하는 논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은 참 서글프다. 우리가 다른 ‘정상적인 국가’들처럼 세금을 제대로 걷고 쓴다면 사실 의무급식 지원 문제는 이렇게 심각하게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다.  


본란에서 자세히 설명하긴 어렵지만 개발연대 때 구축된 시대착오적인 조세구조와 재정지출구조를 개혁한다면 양쪽에서 50조원씩, 약 100조원의 추가 재정 여력을 중장기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이른바 50/50전략이다.


우선, 부동산 등 자산경제에 대해 제대로 세금을 부과하고 탈루소득을 잡아내면 근로 직장인들의 세금을 더 늘리지 않고도 50조원의 세수는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주로 불로소득에 가까운 자산경제 부문에서 세금을 걷게 됨으로써 지금처럼 부동산이 아닌 생산경제로 돈이 몰리도록 해 경제의 활력을 높일 수 있다. 또한 비자금과 탈세로 빠져나가던 돈들을 세수로 확보함으로써 경제의 투명성과 효율성, 조세 형평성을 동시에 올릴 수 있다. 충분한 세수를 확보하면서도 오히려 생산적이고 건전한 경제활동을 자극하는 방안이다. 


또 무분별한 토목사업 등 세출 구조조정을 제대로 단행하고 시대적 소명을 다한 정부부처와 공공기관들의 사업을 정리하는 등의 방법으로 매년 50조원 정도의 낭비성 지출을 줄일 수 있다. 엉뚱하게 소수 건설업계와 재벌 기업들을 배불리며 시대적 소명을 다한 정책사업들을 지탱하고 관료들의 밥그릇을 키웠던 지출을 줄이는 것이다.


이렇게 확보한 재정을 납세자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면서 지식정보화 시대, 창의경제 시대에 부응하는 재정사업들에 쓸 수 있다.


예를 들면, 추가로 확보한 재정 100조원 가운데 연간 5조원의 예산만 추가로 쓰면 한국의 교육을 확 바꿀 수 있다. 초중고뿐만 아니라 대학과정까지 국공립에 자녀가 입학할 경우 등록금 한 푼 안내고 다닐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10조~15조원 정도면 지금보다 공교육 인프라를 더욱 확충해 북유럽식 전면 의무교육도 얼마든지 실시할 수 있다. 그렇게 하면 사교육비 부담도 대폭 줄일 수 있고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 등록금 부담에 허리가 휘던 가계 부담도 크게 줄일 수 있다. 물론 5조~15조원은 매우 큰돈이지만 이 나라의 미래가 미래세대의 교육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면 우리가 이 정도 투자를 할 재정적 여력은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초등학교 아이들 친환경 식단으로 밥 먹이는 정도의 문제를 가지고 티격태격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더구나 생산경제 위축과 복지부담 증가라는 ‘이중의 충격’을 불러올 저출산 고령화 충격이 본격화되는 시대를 앞두고 근본적인 조세구조개혁과 세출 구조조정은 절실히 필요하다. 새해에는 정치인들이 ‘찌질뉴스 메이커’(또는 ‘찌질 뉴스메이커’)가 되지 말고 좀 더 통 큰 논쟁을 벌일 수 있기를 갈구한다. 그것이 새해 새 희망을 바라는 시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제가 지난해 <위험한 경제학> 출간 이후 1년여만에 <프리라이더: 대한민국 세금의 비밀편>을 출간했습니다. 세금이라는 동창회비를 잘 내지도 않는 사람들이 동창회장과 총무를 맡아 자기들 멋대로 돈을 쓰는 행태를 비판한 책입니다. 두 권으로 나눠 내는 책의 첫 번째 책입니다. 특히 최근 의무급식 지원 논란과 예산안 날치기 통과 과정에서 '내가 낸 세금 제대로 쓰이고 있나?'라는 의구심이 드시는 분들께서는 꼭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by 선대인 2010. 12. 31. 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