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이신 최재천 전 의원이 제가 출간한 신간 <프리라이더>에 대해 정성들여 서평을 써주셨네요.

한 번 참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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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책갈피]세금 공평하게 거둬 제대로 쓰고 있을까

2011 01/04위클리경향 907호



“권력에 대응하여 주권의 개념과 능력을 끊임없이 확장시켜 나가야 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역사라면, 새해야말로 한국판 ‘납세자 혁명’이 필요한 때다.”





프리 라이더·선대인·더팩트 펴냄

2011년 정부예산 기준, 세금에다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기여금을 합한 금액은 총 277조원. 같은 해 인구는 4898만여 명으로 추정된다. 예산을 인구로 나누면 시민 1인당 세금 부담은 566만원. 현 시점에서 평균수명을 80세 정도로 계산해보자. “계산의 편의상 80년 동안 매년 평균 현재 가치로 566만원 정도의 세금을 낸다고 가정해보자. 평생 당신이 내는 세금은 4억 5280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도 많은 이들은 세금을 ‘눈먼 돈’이나 ‘공돈’으로 생각한다. 2009년 기준, 우리나라의 국민부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다섯째로 낮다. 국민부담률은 한 해 국내총생산(GDP) 규모와 비교해 국민들이 낸 세금에다 사회보장기여금을 합친 비중. 우리의 부담률은 25.6%로 OECD 33개국 평균 33.7%보다 8.1%포인트나 낮았다. 그런데도 ‘세금 폭탄’이니 ‘징벌적 세금’이니 ‘복지병’이니 하는 이들이 있다.

2010년 한해 ‘무상(의무)급식’과 ‘4대강 예산’, ‘예산안 날치기’가 세금과 재정에 대한 시민의 무관심에 죽비를 내리쳤다. 시민주권을 직접선거로 한정해온 이들을 깨웠다. 정치와 정책과 재정과 세금이 결코 분리될 수 없는 시민주권의 본성임을 일깨웠다. 권력에 대응하여 주권의 개념과 능력을 끊임없이 확장시켜 나가야 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역사라면, 새해야말로 한국판 ‘납세자 혁명’이 필요한 때.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세금을 깎아달라는 형태의 요구여서는 안된다. 물론 부담을 줄일 수 있으면야 좋겠지만, 국내 재정 지출 형편은 그렇지 못하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부동산과 국가재정정책 분야 등에 대해 선도적으로 우리 사회의 의제를 이끌어온 저자 선대인은 ‘50/50 전략’을 제안한다. 조세 구조개혁과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각각 50조원씩, 100조원의 추가 재정 여력을 10~20년 정도에 걸쳐 중장기적으로 확보해가는 방안이다. 먼저 조세 구조개혁 측면. 자산경제에 대해 제대로 세금을 부과하고 탈루소득을 잡아내면 근로 직장인들의 세금을 더 늘리지 않고도 50조원의 세수는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GDP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생산경제는 연간 1000조원 정도이고, 주식과 부동산으로 대표되는 자산경제는 7500조원 수준이다. 그런데 자산경제에 대한 세금은 전체 세수의 17.8%에 불과하다. 자산경제의 규모가 생산경제에 비해 7배나 큰데도 여기에서 걷는 세금은 생산경제의 4분의 1도 되지 않는 셈이다. 증권거래세를 제외하고, 주식으로 아무리 큰돈을 벌어도 단 한 푼의 세금도 낼 필요가 없다. 부동산 보유세 부담액은 전체 부동산 자산가치의 0.09%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부문에서 세금을 제대로 걷자는 것이다. 다음으로 세출 구조조정 측면. 한마디로 ‘건설업체 퍼주기’로 일관하는 무분별한 토목사업 등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시대적 소명을 다한 정부부처와 공공 기관들의 사업을 정리하는 등의 방법을 동원해서 매년 50조원 정도의 낭비성 지출을 줄이자는 것이다.

문제의식을 프레임화하자면, <프리라이더(free-rider)>다. 공공재에 대한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거나, 정당한 몫 이상의 공공재를 소비하는 경우다. 

세금이나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은 사람이 각종 국방과 교육, 건강보험 등 공공 서비스 혜택을 누리고 있다. 과연 우리 정부는 시민의 호주머니에서 공평하게 돈을 거둬가는 것일까, 그리고 그렇게 거둔 시민의 돈을 정말 제대로 쓰고 있을까. 이런 비밀에 대한 ‘위키리크스’가 <프리라이더>다.
 
최재천<변호사> cjc4u@naver.com

by 선대인 2010. 12. 30. 1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