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택시장이 바닥에 이른 것 아니냐는 언론 보도가 조금씩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주 목요일 필자가 패널로 참석했던 ‘100분토론의 주제도 '부동산, 바닥인가?'였던 것을 보면 부동산 바닥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주택시장의 사이클은 보통 10~20년 정도로 상당히 길며 현재 국면은 2000년대 잔뜩 부풀어올랐던 주택 가격의 대세하락 초기에 불과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또한 대세하락 초기에 일시적 기복이 나타날 수 있으나 결코 오래 지속될 수 없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더구나 사상 최저금리의 지속과 주택담보대출 만기 연장, 200조원이 넘는 토건-부동산 중심의 경기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반등이 7개월 정도에 머물렀다는 점에서 향후 몇 년 동안에는 지난해 정도의 반등도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평소 제 주장이야 기존 기고문들을 찾아보시면 잘 아실 수 있을 테니 여기에서 줄이겠습니다. 오늘은 최근 집값 바닥 쳤나라는 식의 일부 언론 보도가 얼마나 근거가 있는지 간략히 살펴보겠습니다.

 

최근 주택시장이 바닥에 이른 것 아니냐는 일부 언론보도의 첫째 근거는 9월 이사철을 중심으로 한 전세난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수도권 전세난 허와실 1010이라는 글에서 현재의 전세가 상승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없다는 점은 말씀드렸습니다. 못 읽어보신 분들은 꼭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전세가 상승에 이어 집값 바닥론의 단초를 제공한 것이 9월 아파트 거래량입니다. 저야 큰 그림을 보고 있어서 이 같은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 잘 알지만, 사정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은 이 같은 보도에 귀가 솔깃하기 쉽습니다. 정말 9월 아파트 거래량은 집값 바닥을 논할 만큼 충분한 변화가 일어난 것인지 확인해 봅시다.

 

, 아래 <도표1>을 보십시오. 지난주 <100분토론>에서도 소개한 도표입니다. 9월의 거래량이 전국, 서울, 수도권 별로 5.9~11.5%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왔습니다. 이를 두고 일부 성급한 언론들은 “9월 아파트 거래량 8.6%…8.29대책 약발?” “전세수요 매매로 돌아서나…9월 아파트 거래 증가라는 식의 제목을 뽑았습니다. 뭔가 주택시장에 상당한 변화가 일어나는 것처럼 뉴스 제목이 뽑힌 거지요.

<도표1>


㈜ 온나라부동산포털자료로부터 KSERI 작성

 

 

그런데 일부 언론들이 그런 보도를 한 9월 거래량의 실상은 어떨까요? 워낙 거래량이 바닥에 이르면 약간의 거래량 변화로도 비율로는 상당 폭의 거래량 증감이 나타나는 것처럼 비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도표1>을 보면 아파트 거래량이 구조적 거래 침체기에서 거의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겁니다. 거래량은 한두 달 정도의 추이로 판단할 수 없고, 구조적 추세를 보아야 합니다. 그런데 9월의 거래량 변화가 눈으로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미미해 그 구조적 추세가 전혀 변한 게 없다는 겁니다.

 

또 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국토부가 보도자료를 통해 보도하는 아파트 거래량과 달리 온나라부동산 포털을 통해 발표하는 거래량은 9월 거래량이 오히려 소폭이나마 줄었다는 점입니다. (역시 도표로 보면 잘 안 나타납니다만보통 온나라부동산포털의 거래량은 매매 거래 외에도 증여, 신탁 등의 사유로 발생한 거래량도 모두 포함하는 반면 국토부가 직접 발표하는 거래량은 국토부 공무원이 매매 거래량 가운데도 일정한 기준(국토부 담당자와 통화해봤으나 그 기준이 뭔지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합니다)을 적용해 발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 상태에서는 두 가지 거래량을 상호 보완적으로 살펴보는 게 현명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금까지 두 거래량의 증감 방향은 거의 항상 일치해왔습니다. 그런데 9월 아파트 거래량만큼은 국토부가 발표한 서울, 수도권 거래량이 미미하게 늘어난 반면 온나라포털의 거래량은 오히려 소폭이지만 줄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여러 의문이 들지만, 적어도 아파트 거래량이 구조적 침체 추세에서 벗어나 바닥을 쳤다는 근거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조심스럽게나마 이렇게 판단하려면 최소 2,3개월 정도 아파트 거래량이 상당 수준 더 늘어날 경우에나 가능합니다. 2006년 이전의 아파트 거래량을 추정한 결과를 최근까지 분기별로 나타난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을 <도표1>의 아래쪽 그래프를 보면,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은 2000년대 초반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3개월 단위의 분기별 그래프로 보면 지난해 3분기 이후 구조적 감소세가 더 선명하게 보일 것입니다.

 

이 같은 구조적 추세를 볼 줄 모르고 한 달 만의 거래량 추이만을 보고 일희일비하면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만약 한 달의 거래량이 조금 변한 걸 두고 바닥 쳤다고 생각한다면 오히려 지난해 말의 거래량 반등이 훨씬 더 커 보일 겁니다. 하지만 이후 주택가격은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지금도 일부 언론들이 일부의 지역에서 호가 위주로 일시적 반등이 일어났다는 것을 제목으로 뽑아 호들갑 떨지만, 부동산업계의 호가 위주 지수로도 서울, 수도권의 주택 가격은 계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어 집값 바닥론의 또 다른 근거로 거론되는 것이 전국 기준 미분양 물량의 감소입니다. <도표2>를 참고로 판단해보십시오. 지금 언론들이 미분양이 줄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지방을 포함한 전국 기준 미분양 물량입니다. 그렇게 줄어든 물량도 대부분 정부의 미분양 물량 매입 조치에 의해 줄어든 것입니다.

 

반면 수도권의 미분양 물량은 건설업체들이 자신들의 미분양 물량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연 초 2.6만호에 못 미치던 것이 가장 최근의 집계치인 8월에는 2.8만호까지 늘어났습니다. 더구나 악성 미분양이라고 할 수 있는 준공후 미분양 물량은 수도권에 급증하고 있습니다. 건설업계가 분양 실패를 두려워해 분양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인데도 이 정도입니다. 국내 주택시장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수도권 주택시장의 공급과잉이 전혀 해소되지 않고, 계속 악화되고 있는데 이를 근거로 집값 바닥을 논하니 어이가 없습니다.

 

<도표2>

   

 () 국토해양부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그렇다고 지방의 주택 가격 상승세가 수도권으로 옮겨 붙을 것이라는 일부의 주장도 말이 안 됩니다. 서울, 수도권의 투기세력이 지방 원정은 가도 지방의 얼마 안 되는 투기자가 수도권까지 와 집값을 끌어올리는 것은 불가항력입니다. 더구나 최근까지 지방 주택가격 상승세를 주도했던 부산의 경우에도 이미 <도표3>에서 보듯이 지난해 연말 이후 아파트 거래량이 빠르게 줄고 있습니다. 이미 제가 경고한 바 있듯이 부산의 경우 대규모 재개발 사업이 진퇴양난에 빠진 상태에서 일시적 수급 미스매치가 일어난 가운데 투기가 가세해 주택 가격이 올랐으나 부산경제의 취약한 구조 등을 고려할 때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아파트 거래량이 주택가격의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거래량 위축이 지속될 경우 부산의 주택가격도 고개를 떨구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도표3>



㈜ 온나라부동산포털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그리고 <도표4>에서 볼 수 있듯이 무엇보다 한국은행의 최신 발표치인 8월의 주택담보대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섰습니다. 현재 국내 주택시장의 이면에는 공식적으로만 350조원에 이르는 주택담보대출이 놓여 있습니다. 2000년대 주택투기거품이 막대한 주택담보대출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줄어들었다는 점은 그만큼 시장 위축이 심각하다는 점을 나타냅니다. 물론 부동산 정보업체 관계자들이나 부동산 담당 기자들은 이 같은 지표를 잘 보지도 않고 이해도 잘 못하지만 말입니다. 물론 9월 이후의 주택담보대출 추이가 어떻게 나타날지 예단할 수는 없지만, 과거 대세상승기에는 상상할 수도 없던 흐름이라는 것을 유념해서 보아야 합니다.

 

 

<도표4>

 

㈜ 한국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처럼 몇 가지 통계 수치만 간단히 살펴보더라도 최근의 집값 바닥론이 얼마나 빈약한 토대 위에 서 있는지를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9월의 아파트 거래량 변화나 전국 단위의 미분양 물량 감소 등을 근거로 집값 바닥운운하는 것은 부동산업계나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일부 언론들의 '기대 섞인 희망'일 뿐입니다.

 

앞에서도 말씀 드렸듯이 현재 주택시장의 거품은 주택담보대출의 위기 구조와 직결돼 있습니다. 주택담보대출, 더 나아가 가계부채 위기구조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택가격이 일시적인 반짝 상승은 몰라도 대세상승으로 접어든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만약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궁극적으로는 한국경제가 지금보다 훨씬 더 위태로운 상태로 치닫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부동산 문제에 강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사심 없는 상당수의 금융경제 전문가들은 한국 부동산시장과 주택담보대출 구조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세미나에서 한국금융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 한국은행의 연구원들이 이구동성으로 국내 주택담보대출 구조의 위험성을 경고한 사실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국내 부동산시장은 여전히 긴 흐름에서 볼 때 대세하락기의 전반부에 있습니다. 정부의 억지 부양책과 일부 부동산 찌라시들의 선동보도 때문에 이 같은 상황이 가려져 있을 뿐입니다. 주택시장 안팎의 구조적 흐름을 보시고, 일부의 선동보도에 휘둘리지 마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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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10. 26. 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