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9대책’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주택의 매매가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는 반면 전세가는 계속 상승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자 일부이지만 “전세가 상승세가 매매가를 밀어 올릴 것”이라거나 아예 “이 참에 집 한 번 사볼까’하는 식의 제목을 단 선동보도들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레퍼토리는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세가가 상승할 때도 등장했으나 이후 매매가격이 하락세를 지속함에 따라 왜곡 선동보도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이 또 다시 무책임한 선동보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부 군소 경제신문들의 선동적 보도를 다음 등 인터넷포털이 ‘제목 장사’ 에 이용하는 바람에 이 같은 선동적 정보들이 많은 서민 가계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부동산정보업체의 호가 지수로도 수도권 대부분 지역의 매매가가 하락하는 가운데 한두 군데 일부 반등한 곳을 두고 “전세가가 매매가를 밀어 올렸다”는 식으로 근거 없는 선동을 펼치고 있다.

 

2008년 말 경제위기 전에는 소형주택이 강세를 나타냈으나 그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중형이 강세를 띠고 있고 전세가 상승 폭이 큰 지역이 멸실주택이 많이 발생한 지역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들어 공급 부족이 아닌 일시적 마찰적 미스매칭 현상에 불과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오히려 부동산 버블의 정점이나 버블 붕괴 초기에는 주택 매도 후 전세로 전환하거나 주택 매입을 포기하고 전세에 안주하는 수요가 일시적으로 늘어 전세가가 일시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고 지적했었다. 미국이나 일본 등도 버블 붕괴 초기에 일시적으로 월세가격 상승 현상이 발생하기도 있다. 최근 수도권에서 매매가가 하락하는 가운데 전세가가 상승하고 있는 것도 같은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주택공급 부족’ 때문에 집값이 오른다고 선동하던 상당수 언론들도 이후 펼쳐지는 주택시장의 흐름을 보면서 필자의 주장을 상당 부분 따라왔다.

 

하지만 최근 이사철을 맞아 수도권 전세가가 다시 큰 폭으로 뛰자 이런 상황을 빌미로 일반가계를 현혹하는 선동기사들이 다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최근 수도권 전세시장 상황을 10문 10답 형식으로 알아보았다. 다소 길더라도 끝까지 읽어보면 최근 전세시장 상황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1) 언론에서는 연일 ‘전세대란’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실제로 수도권 전세가가 2년 전에 비해 수천만원 오른 곳이 많은데, 수도권 전세가 얼마나 오른 것인가.

 

물론 전세가 상승세가 가을 이사철을 맞아 최근 한두 달 사이에 상당히 가파르게 오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의 전세가 상승세가 상당수 언론에서 보도하는 것처럼 ‘전세대란’이라고 단정지을 만한 상황인지는 의문이 남는다. <도표1>에서 서울의 전세가 변동률 추이를 보면 주택가격이 급등했던 198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는 전년동월대비 약 20~40% 정도로 전세가가 급격히 상승했다. 이 같은 전세가 상승세는 1980년대 후반이나 2000년대 초반의 주택가격 급등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하지만 2009년 이후 전세가 상승세는 상승폭이 6~10%선에 그치고 있어 1980년대 후반이나 2000년대 초반과 같은 급격한 전세가 상승세라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2000년대 이후 전세가격의 단위가 커져 상승률로 볼 경우 현실을 다소 과소평가하는 문제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전세가 폭등 시기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도표1> 서울과 전국 전세가 변동률 추이

 

다만 역전세난 등으로 전세가격이 떨어졌던 2008년 하반기로부터 2년이 지나 전세계약을 갱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최근의 전세가 상승폭이 세입자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훨씬 크게 느껴질 수 있다. 이른바 비교시점의 전세가격이 약세였기에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는 기저효과가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당장 2년 전에 비해 수천만원씩 전세금을 올려줘야 하는 상황에 놓인 세입자 입장에서는 매우 당혹스러울 것이며 필자도 서민들이 겪는 고통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이다.

 


2) 일부에서는 대략적으로 주택의 사용가치를 나타내는 전세가가 오르고 난 뒤 매매가가 올랐던 적이 많았기 때문에 현재의 전세가 상승세가 매매가 상승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는데.

 

대세상승기 때 나타났던 패턴에 익숙한 일부 부동산 정보업체 관계자들이 이런 의견을 제시하고 일부 언론이 받아쓰는데,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주택가격 대세 상승기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지금과 같은 대세 하락기에는 통하지 않는 얘기다.

 

<도표2> 서울 아파트 가격 사이클에 따른 전세가 추이

 


왜 그런지 1986년 이후 서울의 실질주택가격 추이로 본 주택 사이클과 전세가 추이를 나타낸 <도표2>를 참고로 살펴보자. 서울의 전세가는 <도표2> 아래쪽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외환위기가 닥친 1998년 급락했고, 노무현정부 초기의 투기 억제책으로 매매가 상승세가 주춤하던 2003~2004년 소폭 하락했으며, 2008년 하반기에 일시 급락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꾸준히 상승했다. 이는 전국 주택 및 아파트 매매가가 1986~1991년 초에 상승한 후 1998년까지 완만한 하락세를 보였고, 이어서 외환위기 이후에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는 등 기복을 보였던 것과는 다소 다른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1980년대 후반이나 2000년대 초반처럼 큰 폭의 전세가 상승률이 나타났던 시기는 대부분 대세 상승기의 초기로, 이 때에는 단기적으로 주택 수요에 비해 공급이 충분치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수급 불균형 영향이 적지 않게 작용했던 것이다. 이후 부동산 투기붐 등에 편승해 주택 공급이 단기간에 급증한 후에도 전세가가 비교적 꾸준히 상승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집주인들이 급상승한 매매가 수준에 맞춰 더 많은 전세보증금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세가지수를 매매가지수로 나눈 비율을 보면 전세금이 집값 상승분을 모두 충당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오르지 못해 이 비율이 2002년 이후 지난해 중반까지 계속 떨어지고 있다.

 

그러나 주택가격이 대세하락 흐름에 들어가면 상황은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잠재적인 주거 소비자에게 자가주택과 전세주택은 대체제 관계이다. 이들 잠재적 주택 수요자는 대세 상승기 때에는 전세 레버리지를 이용하여 집을 사려는 수요가 증가한다. 반면 대세 하락기에는 주택가격 상승 기대감이 줄면서 자가주택 수요는 줄고 전세주택 수요가 증가하게 된다. 전세전환 수요나 매매포기 수요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대세하락기 초기의 매매가가 떨어지는 시기에도 전세가는 일시적으로 오르는 현상을 보이게 된다.

 

이런 현상은 이미 과거에도 나타난 바 있다. 1991년 4월 이후 전국과 서울의 매매가가 대세하락기에 접어들면서 전세가는 1991~1997년 하반기까지 소폭이나마 지속적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주택가격 상승기에는 전세가와 매매가가 거의 동시에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주택가격 하락기에는 반대로 매매가 하락 속에 전세가가 완만하지만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현재 수도권 전세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매매가 하락-전세 상승도 바로 이런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올해 매매가 하락과 전세가 상승은 대세 하락기 초반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일부 부동산업계와 언론에서 현재의 전세가 강세 현상을 주택 매매가 상승의 전조로 읽는 것은 과거 대세 상승기와 최근 대세 하락기를 구분하지 못하는 오류를 범한 것이다. 대세 하락기에 나타나는 현상을 대세 상승기의 전조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3)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2006년 이후 가장 높아 집값을 밀어 올릴 전조라는 주장도 있는데.

 

앞서 설명한 것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대세상승기 때나 통하던 얘기다. 국민은행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1998년 이후에 작성돼 있어 이전의 패턴을 함께 살펴보기 위해 필자가 부득이하게 1986년 이후 전국과 서울의 전세가지수를 매매가지수로 나눈 비율 추이를 만들어 <도표3>으로 나타냈다.

 

<도표3>전세/매매 지수 비율 추이

 

1980년대 후반 가파르게 오르던 주택가격이 1991년 4월을 기점으로 하락하자 이 비율도 급락해 저점을 기록했다. 이후 주택가격이 하락하는 가운데 전세가는 계속 상승해 이 비율은 외환위기 전까지 상승했다. 그리고 이 비율은 외환위기 직후 급락했다가 2000년대 초반에 급상승했다. 하지만 전세가에 비해 매매가가 급등한 2002년 이후부터 이 비율은 가파르게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는 전세가에 비해 매매가가 그만큼 과도하게 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9년 5월 이후 전세가가 상대적으로 더욱 강세를 띠자 이 비율은 다시 상승하고 있다. 현재의 전세가격 상승은 1991년 4월 이후처럼 주택가격 하락이 지속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전세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인 것이다. 따라서 현재 상황에서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오르고 있는 것은 매매가의 추가 상승을 가리키기보다는 오히려 매매가의 추가 하락을 예고하는 징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이나 일본 등지에서도 부동산 버블의 정점이나 붕괴 초기에 이처럼 주택 매매가는 떨어지지만 임대료는 올라가는 상태가 한동안 지속되기도 했다. 또한 국내의 일부 지방에서도 이처럼 주택 가격이 하락하기 전에 이 비율이 오히려 올라가는 상황이 일어나기도 했다.

 

 

4) 2008년 이전에는 소형 아파트가 매매가든 전세가든 강세를 보였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 같은 흐름이 조금 다르게 나타나는 것 같은데, 면적별로 전세가 상승세가 어떻게 다른가.
 
<도표4>에서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3개 광역시도의 전세가격 추이를 면적형 별로 살펴보자. 3개 시도 모두 2008년 말 경제위기 이전에는 소형, 중형, 대형 순으로 올랐다. 하지만 2009년부터는 대체로 중형, 소형, 대형 순으로 오르고 있어 중형의 상승세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뉴타운, 재개발 지역 등에서 밀려난 세입자들의 이주수요는 주로 1억원 미만 전월세 수요라면 소형 위주로 올라야 하는데, 중형이 먼저 뛰고 있는 것이다. 이는 앞서 설명한 대로 절대적으로 집값이 높은 가운데 상대적으로 소득여력이 있는 가계의 주택 매입포기 수요 또는 매도후 전세전환 수요가 중형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또 지난해에는 2008년의 전세가 급락에 대한 기술적 반등 측면에서 급등했으나 올 상반기 들어 상승폭이 둔화되다가 9월 이사철을 맞아 전세가가 다시 뛰고 있다. 주택 유형별로 전세가 상승 추이를 보면, 뉴타운 재개발 등으로 멸실이 많은 단독이나 연립주택의 전세가 상승세가 상대적으로 약한 반면 아파트의 전세가 상승폭이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도표4> 수도권 3개 광역시도 전세가 추이

 

 

5) 상당수 언론에서는 연일 ‘전세대란’이라고 하는데, 정작 부동산중개업소를 가보면 ‘전세대란’이라고 할 정도로 그렇게 거래가 많은 것 같지는 않은데.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2006년 이후 집계가 되고 있으나, 전세 거래는 아직 집계되고 있지 않아 거래량 추이를 정확히 가늠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를 간접적으로 가늠할 수는 있는데 국민은행에서 회원 부동산중개업소들을 통해 집계하는 전세거래 동향을 보면 된다. <도표5>를 참고로 3개 광역시도의 전세거래 동향을 보면, 현재의 전세거래는 상당히 한산한 상태임을 알 수 있다. 언론보도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셈이다.

<도표5> 수도권 광역시도별 전세거래동향

 


전세거래는 일반적으로 이사철인 3월과 9월 전후에 거래가 비교적 활발해지는 뚜렷한 계절성을 보인다. 그런데 서울의 전세가가 급등했던 2006년 10월과 2008년 3월의 전세거래가 ‘한산하다’는 응답 비율은 각각 39.2%와 47.0%이지만 올해 9월 현재 같은 응답 비율은 61.4%인 점을 감안하면 대규모 거래를 동반한 ‘전세대란’이라고 보기 어렵다. 9월이 전통적인 이사철인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전세거래가 많지 않은 가운데 상대적으로 소수 거래의 전세가가 뛰는 양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주택공급 부족 등으로 전세가가 폭등하는 ‘전세대란’이라기보다는 전세 임대자의 일방적인 전세값 올리기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6) 시간이 갈수록 보증부월세나 순수월세 비중이 높아져 전세는 사라질 거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집값이 폭등할 때도 전세가는 비교적 덜 올라 그나마 다행이었는데, 전세가 사라지고 월세 비중이 높아지면 서민들은 더욱 고통스러워지는 것 아닌가.

 

주택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현재보다 큰 폭으로 빠진다면 길게 볼 때 그런 방향으로 갈 수도 있지만, 당장 수 년 안에 그런 방향으로 급격한 변동이 일어나기는 어렵다. 왜 그런지 보자. <도표6>에서 임대차 계약시 서울의 전세/보증부월세/순수월세의 비중 추이를 보면, 일시적 기복은 있지만 전세 비중이 60% 전후를 유지하고 있고 보증부월세 비중도 37% 전후 수준으로 큰 변화가 없음을 알 수 있다. 또 순수월세 비중도 2003~2004년 3~4%를 기록했으나, 2008년 이후로는 2% 이하로 오히려 비중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일부에서 주택 매매가가 하락해도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해 월세 수입으로 집을 안 팔고 버틴다거나 월세가 늘어나 전세가 사라진다는 주장은 현재까지는 설득력이 없다. 오랜 동안 유지되어 온 전세 선호를 당장 뒤흔들 정도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지는 않은 것이다.

 

<도표6> 서울 임대차계약 구성 비중 추이

 

물론 일부 지역에서 국지적으로 빚을 진 집주인들 가운데 일부가 이자부담을 줄이기 위해 월세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세입자들은 이자부담이 낮은 전세를 선호하기 때문에 월세의 거래 비중이 늘고 있지는 않은 것이다. 부동산업체 관계자들 얘기를 들어봐도 전세 매물은 곧바로 소진되는 반면, 월세(보증부월세 포함) 매물은 보통 두세 달 가량 거래가 없는 경우들이 많다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또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려면 기존 전세보증금 가운데 상당 부분을 일시에 마련해 기존 세입자에게 반환해야 하는데 가뜩이나 빚을 많이 지고 있는 집주인들은 이 같은 전환이 여의치 않다. 집주인들 입장에서도 단기간에 대규모로 전세를 월세로 돌리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단기간에 전세가 사라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일부이지만 월세로 전환하는 집주인들이 있고, 전세 수요는 증가한 상태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전세가 상승의 한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은 현실이라고 판단된다.

 

 

7) 2008년 이후 주택시장 침체기 이후 주택공급이 부족해 전세가가 뛰고 있다는 언론 보도도 심심찮게 나오는데.

 

<도표7>을 보면 국민은행이 회원 중개업소들 대상 조사를 통해 집계하는 서울의 전세수급 동향에서 2009년 후반부터 전세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비율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비율이 높아진 이유는 주택공급 부족 때문이 아니라 집값 하락에 따라 기존 전세시장 내에서 전세 수요자와 공급자간의 대응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기간에 수요와 공급 과부족이 큰 폭으로 급변동하는 것이다. 실제 주택공급은 분양부터 입주까지 3년 정도 걸리기 때문에 단기간에 공급 과부족이 몇 달 사이에 이처럼 급변동할 수는 없다. 실제 주택공급 변화와 수요자-공급자의 선택 변화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8.29대책 전까지 주택 공급 과잉으로 집값이 폭락한다고 외치던 상당수 언론들이 이제는 주택이 부족하니 전세가가 뛴다는 ‘널뛰기 보도’를 내놓고 있는 것이다.

 

<도표7> 서울 전세수급 동향

 

언론들이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고 하는 것은 건설사들의 분양 물량을 언급하는 것인데, 지금의 분양 물량은 건설사들이 팔고 싶어도 현재의 고분양가에 사줄 사람이 없어서 분양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분양 물량은 2~3년 후의 수급에는 영향을 일정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어도 당장의 전세 수급에 영향을 주는 물량은 아니다.

 

지금 주택공급은 절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심각한 공급 과잉 상태인 게 분명하다. 수도권 곳곳에 미분양, 미입주 물량이 쌓여 있는 것이 단적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현재 주택 공급에 영향을 미치는 입주 물량은 오히려 최근 몇 년 내 사상 최고 수준이다. 부동산 정보업체가 대단지 위주로 집계한 입주 물량만도 올 하반기에 수도권에서 10만 가구 이상이다. 인천 영종, 송도신도시와 김포, 파주, 고양, 용인, 화성, 남양주 등 경기도뿐만 아니라 심지어 서울시내 한복판에서도 미분양과 미입주 물량 등이 쌓여 있는 판에 전세가가 계속 오른다는 것은 넌센스에 가깝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공급 자체가 부족해 전세가가 뛴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다만 현재 수도권 주택시장 상황은 심각한 미스매치가 있다. 중대형 위주의 매매용, 투자용, 투기용 아파트는 공급 과잉으로 넘쳐나는데 반해 전세입자들이 주로 찾는 빚이 적어 전세보증금 확보에 불안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안전한 전세’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매매포기로 인한 전세전환 수요 및 전세안주수요가 증가했으니 단기적으로는 전세 공급이 부족한 것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단기적으로 ‘안전한 전세’ 공급은 부족한 상태이지만, 주택공급 자체가 부족한 상태는 결코 아니다. 수도권 곳곳의 입주 단지에는 헐값에 전세를 놓고 싶어도 전세를 놓지 못하는 입주 아파트들이 수두룩한 상태다.

 

 

8) 그러면 향후 전세가는 어떻게 움직일까.

 

<도표8>에서 전세자금 대출 추이를 보면, 서민 가계들은 오르는 전세가도 감당하기 벅차 전세자금 대출액을 늘리고 있다. 이런 판에 이런 사람들이 빚을 최소 1억~2억원씩 더 내서 주택 매입에 나서는 것은 힘들 것이다. 설사 있다 하더라도 그런 수요자들은 당초부터 주택 매입과 전세를 두고 저울질하던 극히 일부 수요자에 국한될 가능성이 높다.

 

<도표8> 전세자금 대출 추이

 

더구나 전세가가 오르면 상대적으로 어떤 형태로든 집주인들이 전세 공급을 늘리게 되는 반면 전세 수요자들은 좀더 광역적으로 전세를 물색하게 되는 등 가격 신호에 따라 수급이 조정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전세시장의 경우 매매시장보다 상대적으로 지역적 고착성이 강해 조정과정이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으나, 머지 않아 전세가가 조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구나 전세거래 동향이 활발하지 않다는 점을 볼 때 이번 이사철이 지나면 전세가 상승세는 누그러질 가능성도 있다. 뿐만 아니라 주택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어 외환위기나 2008년 하반기 때처럼 억지로 버티던 다주택 보유자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한계에 도달해 부채 청산을 위해 주택 매물을 쏟아내기 시작하면 전세가도 자연스럽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9)현재 전세가 상승과 관련해 정부는 일시적 현상으로 별도의 대책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택 매매가가 떨어질 때는 온갖 부양책을 다 내놓더니 전세가 대책에는 미온적이니 정부 태도가 바람직한 것인가.

 

현재 수도권 주택 가격은 소득이나 물가 상승수준, 전세가 대비로 매우 높다는 점은 거의 대부분 가계가 체감하고 있고 지표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지나치게 부풀어오른 ‘미친’ 주택 가격은 어떤 식으로든 정상적 수준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 같은 주택 가격이 조정되는 시장의 가격조절 메커니즘을 교란하며 DTI규제를 해제하는 등 온갖 부양책을 남발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약 250조원의 공공부문 부채를 늘려 직간접적으로 건설 및 부동산 부양에 쏟아부었다. 저금리 정책과 가계대출 상환 만기 연장, 재건축 규제 완화, 각종 부동산세 감세 등 온갖 제도적 부양책도 아끼지 않았다. 그에 비하면 진짜 서민들이 겪고 있는 전세난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하는 태도가 역력하다. 오히려 전세난을 방치하며, “서러우면 집을 사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황당하기 짝이 없다.

 

더구나 주택건설업체들의 부설 연구소나 상당수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언론들도 주택 매매가가 떨어질 때는 온갖 부양책을 내놓으라고 난리를 치더니 전세가 상승세에 대해서는 “시장에 맡겨라” “소형 주택 사는 것을 고려하라”는 식의 조언(?)이나 내놓고 있다. 8.29대책 이전까지 곧 공급 과잉으로 부동산시장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호들갑떨던 언론들이 이제는 표변해 공급 부족으로 금방이라도 전세가와 매매가가 뛸 것처럼 선동보도하고 있다. ‘전세대란’ 등의 용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해 세입자들의 불안감을 키우며 다주택 소유자들의 전세가 끌어올리기를 ‘엄호사격’하고 있는 꼴이다.

 

하지만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정부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부동산 부양책을 통해 다주택 소유자들이 계속 최대한 ‘버티기 모드’로 들어가 주택 처분을 미루며 버티게 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들의 대출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거나 전세가를 최대한 끌어올리게 방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전세시장조차 교란돼 전세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정부가 국민주택기금 등에서 전세 대출을 확대해 당장은 서민가계에 도움을 주는 것처럼 생색내고 있지만, 이는 길게 보면 서민가계를 더욱 힘들게 할 뿐이다. 전세가가 올라 서민주거 생계를 위협하면 전세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이 급선무이지 “돈을 더 빌려줄 테니 그 돈으로 오른 전세값을 내라”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배추값 만원 오른 것은 문제가 되며 전세값 수천만원 오른 것은 전혀 문제가 안 된다는 식의 황당한 생각인 셈이다. DTI 규제를 해제한 ‘8.29대책’에서 보듯이 정부가 주택가격이나 전세가를 적극적으로 낮추려고는 하지 않고, 가뜩이나 빚더미에 올라있는 서민들에게 빚을 더 내 거품이 잔뜩 낀 주택가격과 전세가격을 떠받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도표9> 공공임대 및 분양주택 공급 추이

 

주택가격이 본격적으로 하락하면 전세가도 떨어지게 돼 있다. 그 같은 자연스러운 시장의 가격조정을 정부가 나서서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주택시장의 침체는 길어지고, 서민들의 고통은 더욱 가중될 뿐이다. 서민들이 전세가 상승으로 고통 받고 있는 것은 한두 해가 아니다. OECD국가 수준이 10~35% 수준에 비해 형편없이 적은(4% 수준) 공공임대주택 비중을 시급히 늘려야 한다고 우리 연구소는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공공임대주택을 획기적으로 늘리면 이처럼 매년 이사철만 되면 많은 서민들이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오히려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줄이고 분양용, 매매용 주택을 대대적으로 짓는 보금자리정책을 펼치면서 ‘친서민’ 주택정책이라고 포장하고 있다. 2005년 이후 공공임대주택 공급량 변화(인허가 실적 기준)를 보면 10.3만(2005년) →10.6만(2006년)→13.3만(2007년)→10.8만(2008년)→7.7만(2009년)으로 현 정부 들어 가파르게 줄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예고편에 불과하다. 올해는 현재까지 2491가구만이 승인됐다. 연말에 인허가 실적이 많이 는다 해도 이것은 정말 심각한 수준이다. 반면 공공부문의 분양주택 공급은 2005년 4.1만호에서 지난해에는 9.9만호까지 두 배 이상 늘었다. 공공이 공공임대주택은 짓지 않고, 분양주택만 열심히 지어대고 있으니 역주행도 이런 심각한 역주행이 없다. 이것이 MB가 '친서민 주택정책'이라고 포장하고 있는 보금자리주택정책의 실체다.

 

물론 지금 임대주택 물량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주로 2007년 인허가된 공급물량이므로 사실 지금 주택 임대시장에서 공공임대 공급은 줄어든 것이 아니라 매우 늘어난 상태다. MB정부 들어 공공임대 물량 공급이 본격 줄어든 2009년 물량이 영향을 미치는 것은 2012년 이후다. 그때 쯤에는 지금의 전세시장 내의 마찰적 미스매치가 상당히 해소되고 매매가 하락세가 본격화돼 전세가가 많이 떨어진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전략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방향으로 주택정책 방향을 수정해야 함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10) 앞에서 부분적으로 설명은 했지만, 현재 전세가가 오르는 이유에 대해 종합적으로 정리해달라.

 

앞서 설명한대로 주택 가격 대세하락기에 접어들면서 주택 매도후 전세전환수요 및 매입포기수요 증가로 일시적으로 전세수요가 늘어난 측면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특히 주택가격이 가라앉으면서 전세 수요는 전세보증금 확보에 문제가 없는 ‘안전한 전세’ 수요로 집중되고 있다. 수도권 곳곳의 입주 단지에서 여전히 빚 많은 주택 소유자의 전세가 제대로 빠지지 않고 있는 것이 단적인 증거다.

 

거꾸로 전세 공급 측면에서는 가계 부채 부담으로 인한 ‘안전한 전세’ 공급의 부족과 일부 지역의 월세 전환 증가로 인한 전세물량의 상대적 부족, 빚 많은 다주택자들이 주택 처분을 위해 전세 를 내보내는 사례 증가, 수도권 입주 아파트에서 잔금을 치르지 못해 전세로 내놓지 못하는 입주 물량의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정부의 전세자금 지원으로 인한 전세시장 유동성 증가와 언론의 선동보도, 이에 차입비용을 줄이려는 주택소유자들의 전세가 끌어올리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마디로 주택시장이 대세하락기에 접어들면서 잠재적 주택매도자와 매수자간 힘겨루기가 전세시장을 배경으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 전세시장에서 마찰적인 수급 미스매치가 있지만, 수도권 주택시장 전반의 주택 공급은 매우 과잉된 상황이다. 또한 전세가가 상승하면 전세 공급이 일정한 시기가 지나면 자연스레 증가해 가격 안정화 역할을 하기 마련이다. 더구나 주택 가격이 본격적으로 하락하면 전세가도 본격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외환위기 때나 2008년 말에 그러했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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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10. 20. 1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