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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17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2%에서 2.25%로 0.25% 포인트 인상했다. 이미 본 시사경제에서도 주장했듯이 경기회복 속도나 생활물가 상승폭, 그리고 저금리의 장기화로 인한 예금가계와 부채가계의 경제적 형평성 문제 등을 감안할 때 뒤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스러운 조치라고 할 수 있다. 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조치는 부동산버블 붕괴의 시장 압력을 정부의 힘으로 떠받치기 힘들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잘 알다시피 16개월간 지속된 2.0%의 저금리는 2008년 말 경제위기 이후 경기 급락과 부동산버블 붕괴를 막기 위해 정부와 한국은행이 인위적으로 지탱해온 사상 최저 수준의 금리였다. 하지만 이 같은 저금리와 정부의 막대한 재정적자 그리고 미분양주택 매입 등 버블 떠받치기에 가까운 부동산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말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주택가격은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부동산대출 가계의 이자부담이 커질 것이고, 부동산 부자들을 핵심 지지 기반으로 하는 현정부 또한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더 이상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온 것이다.
이는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물가당국의 당연한 선택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6월까지 최근 3개월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월대비 2%대 후반으로 한은의 물가관리 목표치인 3~4% 이내를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은은 향후 경기호조가 지속될 것이며 물가상승 압력도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근거로 기준금리를 인상한다고 했다. 하반기에 예정된 각종 공공요금 인상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현 정부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현정부는 기획재정부를 통해 한은 금통위의 금리인상 시도를 계속 견제해왔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체감물가는 1,2년 전에 비해 수십%씩 오른 것으로 느껴질 정도로 오를 만큼 다 올라 버렸기 때문에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물가상승을 이유로 금리를 인상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현정부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을 허용한 이유는 두 가지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첫째는 한은 발표대로 하반기에도 경기호조가 지속되고 그로 인해 물가상승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하여 금리를 인상했을 수 있다. 물론 이는 부동산시장에 대한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다. 0.25% 포인트 정도 금리를 인상해도 당장에 부동산시장이 혼란에 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둘째는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다소 우려되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재정적자 급증 문제가 더 시급하다는 것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최근까지 정부 및 공기업을 포함하여 250조원에 가까운 공공부문 지출 증가로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급증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차례 설명한 바와 같다. 그런 가운데 현 정부는 내년에도 300조원이 넘는 예산편성을 벌써부터 예고하고 있다. 재정적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다. 이에 현정부는 재정적자 폭증을 줄이기 위해 하반기에 공공요금 인상을 통해 일반가계에 부담을 떠넘기려 하고 있다. 이는 현 정부 단독으로 결정한 문제라기보다는 지난 6월 캐나다에서 열린 G20정상회담에서 각국이 재정적자 감축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라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정부가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금리를 인상했다면 정책적 일관성이나 논리 면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황당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재정적자 감축이 필요하다면 정부의 불요불급한 사업이나 지출을 줄이면 된다. 인플레를 우려할 정도로 경기 호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왜 한편에서는 여전히 막대한 적자재정 확대로 정부지출을 끊임없이 늘리는가.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다. 또 정말로 재정적자 감축이 필요하다면 형편이 좋은 부자들의 감세 혜택을 줄이면 된다. 왜 공공요금 인상이라는 편법으로 돈 없는 일반서민들에게 전가하는 편법을 사용하는가 말이다. 정책이란 정도(正道)를 바탕으로 해야 하지 국민들을 속이는 기만책이어서는 결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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