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과거 70년대에 구축된 조세체계를 근본적인 변화 없이 지금까지 땜질식 세목 변경으로 일관해왔다. 새로운 경제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조세체계의 재정비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미 한국경제는 과거 자본집약적 성장의 생산경제에서 90년대말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자산투기 중심의 자산경제로 급격히 옮겨가고 있다. 과거 생산경제 활동의 비중이 때에는 법인세나 소득세, 부가세 가계나 기업의 생산 활동에 대한 세금 비중이 수밖에 없었다.

 

재정부도 겉으로는 ‘선진 조세체계’를 구축한다고는 하고 있다. 하지만 고작 하는 것이 2008년말 종부세와 양도세, 상속세 등 대대적인 부동산 감세정책을 추진했다. 여기에서 한 술 더떠 최근에는 강만수 위원장이 극소수의 부자들만 내게 되는 상속세를 아예 폐지하자는 주장을 버젓이 내놓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정상화하기 전까지 한시적으로 내놓았던 양도세 중과제를 보유세를 무력화하면서도 동시에 무력화할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한 마디로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생산경제 비중이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언제까지 같은 체계를 그대로 가져갈 수는 없다. 생산경제 중심의 70년대 조세체계로는 더 이상 재정건전화와 조세 형평성을 기할 수 없게 되었다. 조세체계 역시 자산경제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명박정부는 한국 경제구조의 급격한 변화에 걸맞은 세입세출 구조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인식 자체가 없다. 나라가 어떻게 되든 말든 자식세대가 죽든 살든 상관없이 자리에 앉아 있을 때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기득권 챙기기에만 급급해 있는 것이다.

 

물론 자산경제로 이행해가고 있다고 해서 무턱대고 법인세나 소득세를 깎을 수도 없다. 아래 <도표>에서 이명박정부가 대규모로 감세를 추진하고 있는 법인세와 소득세의 세율을 국제적으로 비교해보면, 한국은 거의 최저 수준으로 더 이상의 감세를 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소득세의 경우 한국은 평균임금의 167%를 받는 고소득자에 대한 세율이 OECD 국가가운데 두 번째로 낮고, 평균임금 소득자의 경우 네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도표> OECD 국가별 소득세율 및 법인세율

(주) OECD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한국언론의 왜곡된 보도로 한국의 법인세 수준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상은 OECD 국가들 가운데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오히려 경제대국인 일본과 미국이 법인세율 1,2위를 다투고 있으며, 한국보다 경제수준이 높은 대부분 국가들이 한국보다 법인세율이 높다. 법인세가 높아서 한국 재벌대기업들의 투자가 일어나지 않는다거나 법인세를 낮춰야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는 것이다. 이명박정부의 감세정책은 현실의 경제문제를 구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시대착오적 이념에 젖어 재벌기업과 부동산부자 등 기득권층에 특혜를 주기 위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의 감세정책과 한국의 감세정책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한국은 성장잠재력 저하 등 경제활력을 잃고 있으며 고령화와 실업 증가등 재정소요가 계속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안정적인 세원을 어디에서든 확보하지 않으며 안 된다. 경제구조 변화에 대응하여 새로운 세원을 확보해야 한다. 부동산 등 자산과 자산의 시세차익 소득에 대한 과세 확대는 피해갈 수 없다.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의 보유세는 계속 높여갈 수밖에 없다. 양도세는 명목상 거래세이지만 한국의 경우에는 부동산투기 시세차익에 대한 과세에 해당한다. 양도세 감면을 위해서는 투기적 시세차익에 대한 과세장치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 또한 자산 임대소득이 크게 늘게 될 텐데, 그에 따른 과세도 확대 보완해야 한다. 피땀 흘려 일하는 근로소득에 대해서는 수백만, 수천만원의 세금을 부과하면서도 불로소득이나 마찬가지인 부동산 투기소득 및 임대소득에 대해 미미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민주주의 시장경제의 정의 면에서도 맞지 않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명박정부는 정반대로 치닫고 있다. 종부세를 무력화하고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한다는 등의 명목으로 양도세와 상속세를 크게 줄여 부동산 투기자들의 불로소득과 대물림까지 용인해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강만수 같은 이는 상속세를 폐지하자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황당한 일이다.

 

그런가 하면 한국은 국세에서 차지하는 간접세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직접세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 국세청이 발간하는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07년 기준으로 한국의 직접세 대 간접세 비율은 48.2 51.8로 간접세 비중이 더 높다. 그나마도 2000 40%선이던 직접세 비율을 많이 끌어올린 것으로 이후 감세 정책 등의 효과로 간접세 비중은 다시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일본(62.4 37.6), 미국 (92.7 7.3), 영국(59.1 38.9) 등 상당수 선진국들은 직접세 비중이 더 높다. 조세체계에서 간접세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으면 그만큼 세금의 역진성이 강화된다. 건희 회장이든 노숙자든 같은 금액의 세금을 내는 비율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것이다. 휘발유에 붙는 세금은 소비자들이 기름을 넣을 때마다 소득에 상관없이 똑같이 간접세 형태로 내게 되기 때문이다. 이명박정부가 대규모 감세를 단행하고 있는 종부세, 양도소득세, 종부세, 상속세, 소득세, 법인세 등이 모두 직접세다. 이처럼 직접세 비중이 줄어들면 결국 상대적으로 부가가치세 등 간접세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막 말로 없는 놈한테 뜯어서 있는 놈한테 몰아주기를 하는 꼴인 것이다.

 

결국 이명박정부의 무분별한 감세정책은 정부가 내세우는 경기부양 효과는 크지 않은 반면, 재정적자를 늘리고 빈익빈부익부 현상을 심화시키며 물가상승 등 문제점만 더 키우고 있다. 미국의 경우, 감세를 단행해 막대한 재정적자를 초래했던 레이건과 부시 행정부 때에 비해 증세를 통해 재정적자를 흑자로 반전한 클린턴 행정부의 경제 성적표가 훨씬 좋았던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향후 급속한 고령화나 경제성장률 추이 등을 감안할 때 향후 재정악화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그런 가운데 이명박정부는 무리한 감세정책과 대규모 토건사업 남발로 국가 재정을 위기에 빠트리고 있다. 나중에 벌어질 일은 생각하지 않고 자식세대가 써야 할 몫까지 당겨와서 자신들의 쌈짓돈인양 부유층과 재벌기업 등에 마구잡이로 퍼주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정부 감세정책의 문제점은 이미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그러면서도 부족한 세수를 보완한다는 명목으로 부가가치세와 에너지세 등 간접세 비중을 높이는 방침을 내비치거나 비과세 및 감면 조치를 축소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지나치게 남발된 비과세 및 감면 조치는 조세 형평성 측면에서 어느 정도 정리가 필요하지만, 부유층에 대한 대규모 감세와 재정지출을 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추진하는 것은 형평성 측면에서도 더 큰 문제를 낳게 된다. 심각한 경기침체 상황에서 서민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부유층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사태가 계속된다면 대규모 조세저항 운동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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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7. 6. 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