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15.7% 대 65.2%. 일반국민과 전문가들이 각각 6개월 전과 비교해 경제가 좋아졌다고 응답한 비율이다. 반대로 같은 시기 경제가 나빠졌다고 응답한 비율은 각각 46.7% 대 14.1%로 나타났다. 24일 정부가 발표한 ‘201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과 과제’ 자료에 실린 설문조사 결과다.
당혹스럽다. 일반국민과 전문가 그룹의 평가가 어쩌면 이토록 상반될 수 있을까. 정부 발표 내용만 봐서는 전문가 그룹의 인식이 맞는 것 같다. 정부 발표내용은 “OECD국가 중 가장 빠른 경제 회복세” “위기극복의 모범사례” “물가 및 부동산시장 안정적 관리” “국제 논의의 ‘중심국가’로 도약” 등의 표현으로 넘쳐났다. 지표를 봐도 전년 동기 대비 올해 1분기 GDP성장률이 8.1%였고, 소비자 및 기업심리가 기준치 100을 지속적으로 웃돌고 있다고 하니 정부가 너스레를 떨 만하다 싶다.
그러면 국민들이 ‘집단 염세주의 증후군’에라도 걸렸단 말인가. 그렇지 않다. 사실 국민들의 현실 인식이 더 정확할 가능성이 높다. 적어도 그런 평가 자체는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왜냐하면 경제발전의 궁극적 목표는 일반가계의 일자리와 소득 증가를 통한 삶의 질 향상이기 때문이다. 그 일반가계들이 경제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고 판단한다면 그 같은 경제 성장은 의미 없거나 해롭기까지 하다.
왜 이런 상황이 나타날까. 우선, 통계지표들이 현실과 따로 놀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국내 실업률은 2000년대 거의 내내 3%대를 유지했다. 당장 5월 실업률만 해도 사실상 완전 고용 상태에 가까운 3.2%였다. 하지만 같은 기간 사실상 실업 상태인 비경제활동인구가 급증하고 ‘전 노동력의 알바화’ 등으로 불완전 취업자 수는 치솟았다. 이 때문에 우리 연구소가 분석한 체감 실업률은 2003년 8~9%대이던 것이 최근에는 13~15% 수준까지 상승했다. 사상 최악의 실업난을 겪고 있는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정부 당국이 숫자놀음을 통해 실업률을 3~4% 수준에 맞추고 있지만 실제 고용사정은 매우 참담한 수준인 것이다. 이뿐 아니라 일반 가계가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 수준은 소비자물가 지수보다 훨씬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경제 회복의 과실이 재벌 등 소수에만 돌아가는 구조도 문제다. 경제위기 전에 비해 30% 가량 오른 원달러 환율은 일반가계들의 구매력은 확 떨어뜨렸지만, 수출 대기업들의 원화 표시 매출액은 대폭 늘려 주었다. 어찌 보면 일반 가계들이 성금을 걷어 수출 대기업들에게 막대한 보조금을 준 셈이다. 정부의 토건부양책도 비슷한 효과를 발휘한다. 지난해 현 정부는 노무현 정부 당시에 비해 약 30조원 늘어난 51조원의 공공토건사업을 발주했다. 하지만 다단계 하청구조 때문에 이 돈들의 대부분은 중간에서 녹아날 뿐 밑바닥까지 내려오지 않는다. 이런 식의 구조 때문에 외환위기 이후 경제 성장을 해도 가계 부문의 몫은 계속 주는 반면 기업과 정부부문의 몫은 커지고 있다.
겉으로 호조를 보이는 경제지표조차도 사실은 빚잔치로 만들어낸 것이라는 점이 더욱 문제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올해 예정된 것까지 정부와 공기업 등 공공부문 총지출은 노무현 정부 말인 2007년 대비 약 230조원이나 늘었다. 이는 GDP의 약 23%에 해당하는 액수다. 바꿔 말하면 공공부문 지출만으로도 3년간 누계로 GDP가 23%는 성장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3년간 경제 성적표는 어떤가.
지금 현 정부는 세계 최고 속도의 경기회복을 자화자찬하고 있다. 하지만 현 정부가 자랑하는 경기 회복이라는 요리는 온갖 빚잔치와 통계놀음, 극단화된 양극화 경제라는 불량 재료로 만들어낸 것이다. 언제까지 이런 불량식품을 국민에게 먹일 것인가. 이미 국민들은 불량식품을 너무 많이 먹어 심한 복통을 호소하며 절규하고 있다. 고마해라, 마이 뭇다 아이가.
트위터를 하시는 분들은 http://twitter.com/kennedian3로 저를 팔로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트위터를 지난해 하반기부터 개설했지만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3주 전부터입니다. 향후 제가 아고라와 제 블로그(다음뷰), 오마이뉴스, 네이버 부동산, 한겨레신문 등에 연재하는 글뿐만 아니라 각종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합해서 매일 소개할 생각입니다. 참고바랍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