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경남은행에서 수천억원 규모의 부동산 PF대출 사고가 발생하면서 언론 보도가 요란하다. 물론 이번 PF대출 사고는 저축은행이 아닌 시중은행권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언론들이 이를 ‘PF대란’ 등의 제목을 달며 곧바로 공적자금을 투입하라는 식의 부양책을 주문하는 것은 정도가 지나친 요구다. 꼭 이 때문만은 아니지만 국토해양부가 건설업계와 부동산시장 전문가를 만나 현재 주택시장 상황에 대해 청취하고 부양책에 대한 건의를 들었다고 한다. 도대체 왜 이들은 주택정책을 마련할 때 이해관계가 명백한 업계의 이야기만 듣는지, 그리고 버블이 아니라면서 왜 조금만 주택시장이 가라앉으면 부양책을 쓰려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어쨌든 이 글에서는 PF대출 위기를 거론하며 가계 부채를 더 일으켜서라도 주택시장을 부양하라는 주장에 대해서 검토해보자.
우선, 일부 언론이 걱정하는 시나리오 대로 건설업계의 연쇄도산으로 PF대출이 부실화될 경우 금융권에 미칠 파장은 얼마나 클까. 도표에서 보는 것처럼 금융권 PF대출 잔고는 2009년 말 현재 82.4조원에 이르며 이 가운데 은행권이 51.0조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저축은행 11.8조원, 보험사 5.7조원, 증권사 2.7조원 등이다. 이들 PF대출의 연체율을 보면 금융권 전체로 3.58%에서 6.37%로 계속 증가하고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PF대출의 부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금융권별로 세분화해 살펴보면, 증권사 연체율이 2008년 6월 6.57%에서 30.28%로 급등했고, 보험사는 2.37%에서 4.55%로 증가했다. 하지만 보험사와 증권사의 PF대출 비중이 8.4조원 정도로 크지 않고 보험사와 증권사의 자본금 및 자산 규모 등을 감안할 때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또 PF대출의 60% 가량을 차지하는 은행권의 경우 연체율이 2008년 6월에 비해서는 올랐으나 1.67% 정도로 비교적 낮을 뿐만 아니라 2009년 6월에 비해 떨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건설업체 자금난의 직접적 타격을 받을 것으로 집중 거론되고 있는 저축은행의 경우 연체율이 2009년 말 10.6%로 2009년 6월말에 비해서는 소폭 상승했으나 2008년 6월 14.28%보다는 낮아졌다. 물론 이 같은 연체율이 저축은행 실태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저축은행들이 PF대출 부실이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 부실 PF대출을 회수하지 않고, 추가 대출 등을 통해 연체율을 낮추고 있고 자산관리공사가 저축은행 전체 PF대출의 15%가량에 해당하는 1.7조원 가량의 부실 PF대출 자산을 매입해준 점 등을 감안하면 실제 PF대출 부실율은 이보다 훨씬 더 높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주택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PF대출 부실과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가계대출 연체 증가가 현실화할 경우 상당수 저축은행 또한 도산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저축은행 PF대출 규모와 연체율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도 이것이 금융시스템 전반에 큰 충격을 줄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그 동안 부동산 버블에 기대 무분별하게 난립하며 PF대출과 주택대출을 늘려온 저축은행 또한 부동산 버블이 꺼지는 과정에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현재의 저축은행 위기는 업계 안에서 구조조정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순리다.
<도표> 비은행예금취급기관 및 저축은행 대출 현황
(주)한국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번에는 저축은행이 전체 금융권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저축은행이 건설업에 대출한 대출금의 비중을 <도표>를 통해 살펴보자. 저축은행의
이어 비은행금융기관 전체의 분야별 대출비중 추이를 보면, 산업대출이 2008년 이후 57.4%에서 54.1%로 점점 줄어드는 반면 가계대출 비중은 42.6%에서 45.9%로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산업대출 가운데 건설업의 대출액은 16조~20조원 정도로 전체 산업대출의 10~12% 정도에 불과하다. 전체 가계대출의 1/4 정도에 불과한 정도로 결코 큰 비중이라고 볼 수 없다. 부동산업에 대한 대출 비중을 추가한다고 해도 전체 산업대출의 22~25% 정도에 불과해 상황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물론 저축은행의 PF대출 등 건설업 관련 대출 비중은 상대적으로 더 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전체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대출 비중보다 두 배 가량 높다고 하더라도 결코 금융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고 할 수 없다. 저축은행의 총대출 추이를 보면 2004년 9월 총 여신(말잔 기준) 28.3조원에서 2010년 2월 65.6조원으로 가파르게 늘어나기는 했다. 하지만 저축은행 대출이 전체 예금취급기관 총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4.9~5.8% 정도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저축은행의 PF대출 잔액 11.8조원은 저축은행 전체 대출의 18.2% 정도다. 예금취급기관 전체 대출 가운데 PF대출 잔액 비중은 1%도 되지 않아 언론의 ‘PF대출발 금융위기’라는 시나리오가 얼마나 현재 상황을 침소봉대하는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현재 일부 언론이 주택시장 침체 및 이로 인한 PF대출 부실 위험성을 거론하면서 저축은행발 금융위기가 올 것처럼 선동하면서 추가적인 건설 및 부동산 부양책을 요구하는 것은 사태를 호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건설업계와 저축은행의 부실을 막기 위해 DTI규제 완화 등 한국경제 위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가계부채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물불 가리지 않는 매우 위험한 요구라고 할 수 있다. 현재 한국경제 위기의 핵심은 가계부채 위기이지, 건설업계 위기나 PF대출 위기가 아니다. 오히려 지금은 이미 너무나 지연된 건설업계 구조조정을 서둘고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유도해야 할 때다. 그런데도 국민의 혈세를 동원해 건설 및 부동산 부양책에 나선다면 더 이상 정부 행세를 하지 말아야 한다. 건설업계와 부동산 투기자들을 위해 대다수 국민들을 희생하는 정부는 필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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