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저희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의 <부동산문제>란에 Seattlelite님께서 띄워주신 글입니다. 좋은 글이라고 판단하여 아고라에도 소개합니다. 다만 제 의견이Seattlelite님의 견해와 동일한 것으로 읽지는 마십시오. 물론 많은 부분 공감하지만요.^^ 

 

 

최근 한국도 부동산 거래가 끊어지고 급매물이 나타나면서

부동산 대세 하락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이번 중간선거 결과, 한나라당 패배의 원인이 집값하락이라는 말도 안되는 주장은,

부동산에 의한 부동산을 위한 부동산 정부였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대목이다.

 

결국 그들이 주장하는 바는, 모든 규제를 다시 풀고,

다시 한번 신바람나게 집값 한번 폭등시켜 보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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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이 하락하고 있는 이유는 어쩌면 단순하다.

살사람은 없는데 팔사람은 많기 때문이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는 말이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으면 당연히 가격이 떨어져야 하는데,

부동산의 특성상 가격이 하락하는데는 다들 아시다시피 시간이 좀 걸린다.

 

바야흐로 한국도 이제는 전형적인 '바이어스 마켓(Buyer's Market)' 이다.

부동산 급락을 자극하는, 공급증가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가 '집을 빨리 팔아야할 이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느긋하게 다시 상승세가 올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부동산 하락기에 가장 큰 위기를 느끼는 개인은 '투자용(혹은 투기용) 집'을 가진 사람들이다.

하락초기에는 임대수요의 증가와 임대공급의 부족으로 인한, 렌트(월세) 상승으로 그나마 버틸만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시간은 임대인(집주인) 편이 아니라 세입자 편이 되어 간다.

 

미국의 경우, 부동산이 하락기에 접어들면서 임대주택 공급이 늘어난다.

실제 최근 몇년 동안 분양용 콘도들이 임대용 아파트로 바꾼 경우가 부지기 수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임대주택공급이 늘어나면, 렌트비는 다시 하락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투자용으로 집을 한채 두채 더 사둔 사람들이다.

하락초기, 쉽게 구한 세입자들이 계약기간이 끝나고 나가면서, 다시 다른 세입자를 쉽게 채울수가 없다는 것이다.

임대주택 공급이 늘어나면서 세입자들은 보다 싸고 깨끗한 임대주택을 선호하게 되는데

이때 버블 이전 아주 오래전에 투자용 주택을 사둔 사람들은 문제 없다.

렌트 가격을 대폭 내리면 그나마 세입자를 쉽게 구할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버블기간 중에 비싼 돈 주고 투자용 주택을 구입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렌트비 내리기가 너무 힘들다. 집을 구입하기 위해 융자낸 돈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한인들 중에는 직장에 짤려 모기지 낼돈이 없어 집을 차압당하는 경우보다,

투자로 산 주택이 세입자를 받을수가 없어 투자용 주택은 물론

자기가 사는 집까지 차압당한 사례가 더 많을 지경이다.

 

이렇게 집값은 벼랑 아래로 급격히 폭락하기 시작한다.

미국주택들은 차압, 숏세일 덕분에 꽤 빠른 속도로 급락하기 시작했다.

 

부동산 하락기에 라스베가스라던가 피닉스, 혹은 LA 외곽 지역의

부동산이 제일 빠르게 하락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러한 투기용 주택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라스베가스의 경우는 50% 이상 하락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계속 떨어지고 있으니

잘못된 부동산 투기 혹은 투자가 얼마나 큰 고통을 주는지 알수 있다.

 

우리가 부동산 버블에 대해 이야기 할때,

PIR(Price Income ratio) 와 PRR(Price Rent Ratio)를 자주 언급하곤 하는데

부동산 하락이 언제쯤 멈출것인가를 추정하는데는 PRR을 자주 인용한다.

 

투자용 주택의 가격이 안정을 찾으려면 PRR이 무척이나 중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집을 사서 렌트를 놓는 투자자 입장에서

그 집을 사서 들어가는 월 모기지 비용보다 세입자로 부터 받는 렌트비가 높아야 투자가치가 있을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집값이 폭등한다는 보장이 없을 때는 더더욱 그렇다.

 

집값이 하염없이 떨어지다 보면 PRR(집값대 렌트비율)이 매력적인 수치가 될때가 온다.

이 때가 되면 부동산 투자자자들이 서서히 집을 사기 시작한다.

LA  근교의 많은 새집들이 차압을 통해 다시 투자주택이 되어, 렌트소유(Renter-occupied)로 바뀐 곳이 부지기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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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우 버블당시 70% 가까이 되던 홈오너쉽(자가주택보유율)이 67%로 떨어졌다.

작년 2009년도 집을 새로 구입한 사람들의 절반이 퍼스트타임 홈바이어 (생애최초주택구입자) 라고 하니,

실제 집을 잃어 버린 사람들의 숫자는 엄청날 것이다.

버블 막바지에 무리해서 막차탄 사람들은 상당수가 집을 잃었다고 보아야한다.

또한 투자용 주택에 뒤늦게 투자한 어설픈 투기꾼들도 대부분이 고통속에 신음하고 있을 것이다.

 

67%가 홈오너이니 33%의 가구들이 렌트로 살고 있다는 말이다.

렌트 주택중 70%는 임대사업자들이 맡고 있다.

개인이 아니라 회사가 직접 대규모 임대사업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우리나라 처럼 개인이 투자주택을 구입하여 임대를 주는 경우는

렌트 가구의 30% 밖에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포럼에 올라온 글중 "바보야, 문제는 바로 집값이야" 라는 칼럼을 읽어보니

서울의 자가주택보유율이 55%이고, 전국으로는 70%에 육박한다고 하니

전국적으로는 미국의 자가주택보유율과 비슷하다고 보인다.

(아.. 미국은 최고점이 70% 가까이고 최근은 67%로 떨어졌으니, 한국이 더 높다.)

 

어쨋든 자가보유율은 비슷하다고 보고,

문제는 세입자가 입주해 살고 있는 주택의 소유자가 확연히 미국과는 다르다.

미국은 이 세입자 주택의 30%를 개인이 소유하는데 반해, 한국은 아마도 90% 이상을 개인이 소유하고 있을 것이다.

미국은 이 30%를 소유한 개인투자자들이 부동산 하락기에 무척 힘들었다.

아니 부동산 폭락을 주도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만약, 앞으로의 한국의 미래가 계속적으로 인구가 줄어들고

주택 구매를 원하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지속적으로 많을 가능성이 높다고 볼때,

향후 장기적으로 한국 부동산은 물가상승율 이상 상승할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이다.

 

모두들 그렇게 예측하고 그렇게 생각이 된다면,

아마도 '전세'라는 제도가 없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우리나라의 '전세'제도는 상당히 독특하다. 전세가가 매매가 보다 싸다면 외국인들은 다들 의아해 한다.

향후 부동산의 가치가 올라갈 가치가 없다면, 전세가는 매매가 보다 최소한 몇십퍼센트 높거나

외국처럼 월세로 갈수 밖에 없을 것이다.

 

내가 알기로 지금도 월세비율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바로 이 전세의 월세 전환에 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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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은 '소설'이라고 생각하시고 들어야 할것이다.

 

아무리 우리나라가 수치상 미국이나 타국가에 비해 LTV가 낮다고 말하지만

부동산 가격을 좌지우지하는 투자용주택의 경우는

전세금을 포함시키면 그 수치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임대수요자들은 융자없는 안전한 주택을 선호할것이고

위험부담을 더 줄이기 위해 아예 월세를 원하는 임대수요자도 늘 것이다.

이때 융자도 있고, 전세도 있는 한국의 평범한 투자자들이 곤란에 빠지게 된다.

 

내가 아는 한국의 지인들중 상당수는 2가구이상 주택자이다.

그들 대부분이 아주 잘사는 사람들이 아니라 흔히 볼수 있는 갑남을녀들이다.

미국이 7가구중 한가구가 평균 한채의 집을 더 갖고 있다면,

한국은 2가구중 한가구 이상이 평균 한채의 집을 더 갖고 있다고 봐야한다.

현실은 한가구가 더 많은 주택을 가지고 있겠지만, 단순 산술 평균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도 버블이전에 투자용주택을 사둔 사람은 비교적 안전했고, 지금도 다주택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도 융자도 없고, 자금의 여유가 있는 투자자는 별문제가 없을 것이다.

반면에 융자가 있거나 자금의 여유가 없어 월세로 돌릴수 없는 사람들은

심각한 자금 문제에 봉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들이 아파트 투매에 나설 것이고 부동산 급락은 더 가속페달을 밟을수 있다.

그렇게 하염없이 추락하다가

한국에서도 PRR의 개념이 정립될것이고

구매하는 것과 임대로 사는 것과의 금융비용을 따져보고 결정하는 시점이 도달했을때

버블 붕괴는 멈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미국에 비해 한국이 개인 투자자가 많기 때문에 급락의 속도는 더 빨라질 가능성이 보이고

전세위주의 한국 임대주택이 부동산 가격 하락을 막아주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 버블 붕괴의 심각한 '뇌관'이 될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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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6. 8. 0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