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도권 주택시장의 침체가 가속화되고 주택시장의 대세하락세가 완연해지자, 이 같은 현실을 호도하는 각종 부동산 투기 선동가들의 궤변과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언론들의 ‘물타기 주장’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이들 주장 가운데 대표적인 주장 10가지를 골라 검증해 보겠습니다.

 

 

1. DTI규제 때문에 주택 거래 침체가 왔다?

 

아니다. 지나치게 높은 집값 때문이다. 현재 수준에서 빚을 내서 집을 살 수 있는 사람도 다 사버려 투기적 가수요마저 고갈됐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9 DTI규제 시행 두세 달 전부터 거래 침체는 시작되고 있었다.

 

지금 거래가 없는 것은 집값이 일반 가계의 소득 수준 대비 너무 높아 더 이상 집을 살 수 있는 여력이 거의 고갈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도요타 렉서스 자동차가 5000만원 하던 것이 1억원으로 뛰어버리면 수요가 확 줄어들고 공급은 늘어나듯이 지금의 주택시장도 그런 상황에 봉착해 있다. 지금 국내 주택시장에서는 빚을 내서라도 지금의 높은 집값을 떠받쳐줄 수 있는 수요가 거의 고갈됐다. 마지막 남아 있던 잠재 수요마저도 지난해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부양하면서 거의 다 소진해 버렸다.

 

그리고 세계 어느 나라나 부동산 버블의 정점기나 버블 붕괴의 초기에는 이렇게 집값은 높이 유지되는 반면 거래는 확 줄어드는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일어난다. 이처럼 주택 수요자가 고갈돼 있는데도 정부 부양책과 신문들의 선동책으로 잠재적 매도자들은 매도가 조정에 인색하다. 여전히 실거래가 하락을 부인하고 부동산 정보업체들의 호가 위주 시세에 세뇌돼 충분한 가격 조정을 하지 않는다. 또한 직간접적으로 수백조원의 부동산 및 건설 경기 부양책을 써서 살려준 건설업체들도 계속 과거처럼 투기심리를 불러일으켜 수요를 메울 수 있는 착각에 사로잡혀 여전히 고분양가를 고집하고 있다. 이런 높은 가격에서는 더 이상 기존 주택이든 신규 분양주택이든 집을 사줄 수 있는 수요는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지금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는 것은 이처럼 정부와 언론 등이 나서서 자산시장의 가격 조절 메커니즘을 교란시켜 잠재적 매도자와 매수자의 기대가격 간에 매우 큰 괴리가 생겨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부동산 버블 붕괴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나마 남아 있는 수요도 주택시장에 뛰어들지 않는 것이다.

 

결국 지금 단계에서는 가계 부채를 더 늘리고 국민 세금으로 건설업계를 더 도와주는 식의 임시 미봉책으로 주택 거래는 활성화되지 않는다. 단적으로 정부가 4.23미분양 해소 대책을 내놓았지만 전혀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오히려 일정한 수준까지 자산시장의 가격 조절 메커니즘에 맡겨서 지금 남아 있는 수요자들이 반응할 수 있을 때까지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도록 하는 것이 오히려 거래를 가장 빨리 활성화하는 방법이다. 자산시장의 가격 조절 메커니즘을 교란할수록 시장의 침체는 길어질 뿐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한국경제가 파탄나는 상황은 막아야 하겠지만, 세계 어느 나라가 금융권도 아닌 건설업체를 먹여 살리기 위해 온갖 재정력과 행정력을 거품이 해소되기도 전에 다 써버리는가?

 

2. 건설업계 위기는 한국경제 위기로 이어진다. 따라서 주택시장과 건설업계를 부양해야 한다?

 

아니다. 지금 가계 부채가 730조원을 넘어섰는데, 또 다시 건설업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가계 부채를 더 늘려야 하는가. 지금 한국경제 위기의 핵심은 가계부채 위기이지 건설업계의 위기가 아니다. 건설업계는 주택시장이 침체에 빠져 있는데도 정부의 막대한 부양책에 힘입어 지난해 경우 부도업체수가 사상 최저를 기록했고, 평균 수주액은 사상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3.5배 가량 늘어난 건설업체 수는 지금 현재도 거의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지금 사상 최저금리, 주택담보대출 만기 상환 연장, 미분양 물량 매입 등 각종 미분양 해소책, 종부세/양도세/상속세 등 부동산 세금 감면 혜택, 용적률 등 각종 재건축 규제 완화, 공공토건사업 예산 30조 이상 추가 등등 어디까지 풀어주고 떠받쳐 줘야 건설업계가 살아난다는 말인가. 지금은 규제를 더 풀어 건설업계를 부양해줘야 하는 시점이 아니라 너무 부풀어 오른 집값 거품을 빼나가야 하는 시기다.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며 가계 부채 다이어트를 유도할 시기이지 부채를 더 늘려야 할 시기가 아니다. 더구나 부동산 거품은 DTI규제를 푼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또 이런 부동산 부양책과 건설 부양책을 주장하는 이들은 부동산 시장의 버블을 부인한다. 이들 주장대로라면 현재의 주택시장 침체는 지극히 정상적인 시장 상황으로 위기로 치달을 가능성이 없는데 왜 부양책을 써야 하는가.

 

3. 전세가 상승은 주택 수요가 얼마든지 있다는 증거다. 일정한 시기가 지나면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아니다. 현재의 전세가 상승은 향후의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급감하면서 매매 포기자와 주택 매도 후 전세 전환자가 늘어나면서 일시적으로 생겨난 ‘병목현상’이다. 또한 이자 부담을 줄이려는 집 주인들과 언론의 선동보도의 결과물이다. 필자는 오히려 향후 집값 대세하락의 강력한 전조라고 경고했다. 과거 미국과 일본에서도 주택 가격 하락 직전과 본격 하락 초기에 임대료가 고공비행하는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서 임대료도 급락했다. 국내에서도 넘쳐나는 미분양과 미입주 물량을 감안하면 전세가 상승은 지속되기 어렵다. 이미 서울 지역에서도 더 이상 전세가 상승행진이 멈추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4. 2000년대 초반부터 집값 거품 붕괴를 경고한 연구기관이 있었지만, 이후 주택 가격은 계속 올랐다. 그러니 현재 경제연구소들의 경고와는 달리 앞으로도 주택 가격은 오른다?

 

2000년대 초반과 지금은 상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때는 주택 가격이 외환위기 시점의 바닥에서 출발해 기나긴 대세상승기로 접어드는 초기 단계였고, 지금은 주택 가격이 꼭지점을 찍고 대세하락기에 접어드는 초기 단계다. 2000년대 초반에는 금융기관의 대출 여력과 가계의 대출 여력이 충분했으나 이제는 더 이상 무분별한 대출을 하면 한국경제가 정말 경착륙하게 된다.

그리고 사실 당시에는 LG경제연구소 등 일부 연구소에서만 그 같은 주장을 했지, 지금처럼 다수의 경제연구소들이 이처럼 동시다발적으로 비슷한 주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부동산 문제에 이해관계를 가진 부동산 정보 업체 관계자나 건설업체 부설 연구소가 전망했던 내용이 현실과 심하게 어긋났던 점부터 지적해야 한다. 2008년 중반까지 집값 하락을 전혀 경고하지 않던 수많은 부동산 정보업체 관계자들이 2008년 하반기에 경기가 급락하자 뒤늦게 부랴부랴 "향후 한동안은 부동산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던 사람들이 정부의 막대한 부양책에 힘입어 부동산 시장이 20094, 5월 이후 일시 반등하자 "연말까지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 “대세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말을 바꾸었다. 그러던 사람들이 지난해 말 이후 주택시장 침체가 이어지는 올 초에는 ‘상저하고’, 즉 상반기에는 집값이 약세이다가 하반기에 올라간다고 선동하더니 최근에는 집값이 더 떨어지니 상당수가 대세하락을 인정하거나 긴 조정을 겪을 것이라고 태도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5. 거꾸로 김광수경제연구소를 비롯해 민간 경제연구소들의 부동산 버블 경고 때문에 사람들의 주택 구매 심리가 위축돼 집값이 가라앉고 있는 것 아닌가.

 

주택시장의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부동산 투기를 선동하던 사람들이 주택시장 침체가 가속화되니 자신들의 책임을 면피하기 위해 희생양을 찾는 매우 파렴치한 주장이다. 부동산 버블 붕괴론과 같은 주장이 나왔다고 해서 심리적으로 위축돼 집값이 떨어질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일부에서는 버블론 경고가 나온 3월 이후 실거래가가 떨어졌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하는데 이는 오비이락일 뿐,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 그런 버블 붕괴론 주장의 영향이 있었다면 이미 부동산시장의 체력이 바닥나있기에 그런 것일 뿐이다. 만약, 2005, 2006년과 같은 부동산 급등기에 그런 경고가 나왔다고 해서 부동산 시장이 이렇게 급격히 무너질 수 있을 것 같은가.

 

특히 지금 수도권에 생겨나고 있는 미분양, 미입주 사태가 폭넓게 확산되고 건설업체가 연쇄 부도 위기에 몰리며, 수많은 이들이 연체이자까지 물어가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입주하게 되는 사태가 당장 몇 달 사이에 나타난 현상인가. 이미 부동산 시장은 2007년 이후부터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그런 부동산 버블에 대한 경고가 없어서 집값이 꾸준히 올랐나. 전혀 그렇지 않다. 당장 지난해 집값이 일시 반등할 때 한국은행이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그리고 현대경제연구원이 비슷한 내용으로 버블을 경고했다. 그런데도 지난해 9월까지 집값은 올랐던 것이다.

그리고 이른바 대다수의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라고 쓰고 부동산 투기 선동가라고 읽습니다)라는 사람들은 지금의 하락이 일시적이며 올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에는 집값이 오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집값이 버블이어서 내린다는 주장보다 양적으로는 훨씬 더 많다. 그렇다면 그 사람들이 주장하듯이 지금이 집을 살 적기인데, 왜 일반 가계는 집을 살 생각을 하지 않는가.

 

또 우리 연구소를 비롯해서 그런 일부 연구기관의 발표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동산 부양책을 쓰고 있는 ‘강부자 정권’의 정책보다 더 강력하다는 말인가. 민간 연구기관들의 발표 내용이 심리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면, 그것은 그런 발표들을 설득력 있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부동산시장의 엄혹한 현실이 있기 때문입니다. 현실이 몸통이요, 심리는 꼬리일 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6. 주택시장 침체가 온 요즘이 집을 살 적기다?

 

주택거래 침체가 이어지면서 상당수 지역에서 집값이 급매물 위주로 급락하자 지금이 집을 살 적기인 것처럼 선동하는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은 주식시장과 달리 사이클이 매우 길다. 부동산 시장의 사이클은 보통 10~20년 정도의 장기 파동을 그린다. 지금 집값이 조금 떨어졌다고는 하나 현재의 집값은 고점 대비 여전히 어깨 정도 수준일 뿐이다. 일시적 기복은 있겠지만 장기간에 걸쳐 발바닥까지 내려갈 일이 남아 있다. 지금 집을 샀다가 1990년대 일본 버블 붕괴 초기에 집값이 싸다고 무리하게 빚을 내 덤벼들었다가 장기간에 걸쳐 자산 가치 하락을 경험하게 될 수도 있다

 

  

7. 주택유효 연령대 인구가 줄어도 1인가구 증가로 주택 수요는 계속 증가하니 집값은 오른다?

 

1인가구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1인가구의 대부분은 변변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 가운데 집값이 너무 높아 결혼하지 못하는 노처녀 노총각이거나 급속한 고령화로 배우자와 사별한 독거노인들이다. 1인가구의 평균 소득은 2인가구 이상 소득의 40%에 불과하고, 그들의 76%는 월 소득 200만원 이하다. 이른바 고소득 1인가구로 볼 수 있는 월 소득 300만원 이상은 8%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추가 주택 구매 유인이 없는 ‘기러기아빠’ 같은 부류가 다수다. 따라서 1인가구 대부분은 전월세 시장의 수요층이며 주거복지 대상이지 최소 3,4억 이상 되는 수도권 매매 아파트의 수요자가 아니다. 1인 가구 증가 때문에 집값이 오른다면 왜 1인 가구 비중이 30%를 상회했던 일본 도쿄에서 10여년 이상 집값이 떨어졌나?

 

최근에는 1인가구 증가로 인한 주택 가격 상승론이 더 이상 먹히지 않으니 남북통일을 통한 인구 유입과 외국인 이민 수요를 들먹이고 있다. 현 정부의 정책 기조를 볼 때 남북한 통일이나 대규모 인구 유입이 조만간 이뤄질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이지만, 설사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북한 인민동남아 노동자들이 수도권의 최소 3~4억대 이상 되는 집값을 감당할 경제력을 갖출 수 있겠는가. 유효수요는 단순히 사람 수뿐만 아니라 구매력이 동반돼야 한다는 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주장이다.

 

8. 오를 곳은 오른다?(‘지역적 차별화’ ‘지역적 양극화’도 같은 주장의 다른 표현이다.)

 

현재 주택시장의 압도적 현실을 눈속임하기 위한 하나 마나한 주장이다. 주식 폭등장에도 하한가를 치는 종목이 있고, 폭락장에도 상한가를 치는 종목이 있다. 그렇다고 폭락장이 폭등장으로 바뀌는가. 이미 ‘강남 불패’는 깨졌다. 과거 명품아파트, 강남불패의 상징이던 타워팰리스, 동부센트레빌 중대형 평형들이 모두 고점 대비 20~30% 낮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것을 물론이고 강남 재건축 단지들이 오히려 하락세를 주도하고 있다. 분당, 용인, 평촌 등 버블 세븐은 이미 ‘하락 세븐’으로 바뀌었다. ‘오를 곳은 오른다’는 주장을 뒤집어 보면 ‘내릴 곳은 내린다’인데 그 이면을 말하는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오르는 곳보다는 내리는 곳이 점점 더 많아지는 국면에서도 이들은 절대 ‘내린다’는 말은 절대 입에 담지 않습니다. 이는 절대 매도 의견 보고서를 내놓지 않는 국내 증권사 리포트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정확한 표현은 이렇다. 거품이 많이 낀 곳일수록 오를 때 많이 오르지만, 내릴 때 더 많이 내린다. 물론 절대 가격은 서울 강남이 다른 지역보다 더 비싸겠지만, 거품기 고점 대비 낙폭은 상대적으로 더 크다.

 

9. 토지보상금 40조원이 유입되면 금방이라도 주택가격은 치솟을 수 있다?

 

올 초 부동산 투기를 선동하기 위해 많이 나왔다가 지금은 많이 수그러들었지만 여전히 일부에서 이런 주장을 하고 있다. 2000년대 주택 가격 상승 패턴을 보면 주택 가격은 가계 부채가 급증할 때 상승했다. 주택 대출 증가율이 급감한 지금 과거 같은 주택 가격 상승은 불가능하다. 또한 토지보상금 40조원이 아니라 국토부 계획 상으로도 27조원에 불과하다. 더구나 통합한 토지주택공사가 자금난에 시달리며 사업대상지를 계속 줄이고 있다. 지방 각 공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실제 토지보상금은 27조원도 안 풀릴 가능성이 높다. 설사 27조원이 풀린다 해도 2007~2008년에도 25조원 가량 풀렸다. 그때 토지보상금 때문에 집값이 뛰었나? 또한 필자가 판교와 은마아파트 매입자 실태를 분석해본 결과 토지보상금을 받아 투자한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해당 지역에 살지 않으면서 차입액이 1억원 이하인 경우)는 불과2%에도 지나지 않았다. 집값이 계속 떨어지니 심리전 차원에서 집값을 떠받치려는 부동산 투기 선동가들의 새로운 선동술일 뿐이다.  

 

 

10. 노무현 정부가 올린 집값을 이명박 정부가 잡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해서는 우리 연구소가 이미 수도 없이 언급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건설족 관료들과 정치인들에게 마구 휘둘렸다. 또한 어떻게 해야 주택 투기를 잠재울 수 있는지 몰랐다. 무능했고, 무기력했고, 도덕적해이로 넘쳐났다.

 

이명박 정부가 집값을 잡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오비이락일 뿐이다. 이명박 정부 임기가 시작된 뒤 주택 시장 주택시장 침체가 오다 보니 일어나는 착시현상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현재의 주택시장 침체는 주택의 추가 수요 고갈로 일어나는 현상이며 시장 압력에 따라 대세하락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주택가격 하락이 현 정부의 각종 정책 때문이라는 것은 터무니없다. 오히려 현 정부는 내각의 상당수가 부동산 부자들이며, 자신들의 핵심 정치적 기반 또한 부동산 부자들이어서 부동산 거품 떠받치기에 사활을 건 정부다. 경제 위기 이후 투기 조장책과 대규모 토건 부양책, 부동산 감세 정책에서 이미 봐온 바다. 지금도 부동산 거품 붕괴를 최대한 막기 위해 향후 한국경제에 닥칠 부담을 뻔히 예상할 수 있는데도, 출구 전략을 지연시키기 위해 한국은행 총재까지 꼭두각시를 내세웠다. 요약하자면, 현재 집값은 이명박 정부 ‘ 때문에’ 잡히고 있는 것이 아니고, 이명박 정부의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자기 조절 기제 때문에 잡히고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보금자리 주택 공급 때문에 미분양이 늘고 주택 시장이 가라앉고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이 또한 보금자리 주택 공급 추진과 주택시장 침체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과정에서 생겨난 착시일 뿐이다. 미분양이 느는 것은 기본적으로 2000년대 내내 건설업체들이 여전히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분양가를 너무 높게 책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스스로 밝혔듯이 보금자리 주택과 민간 아파트는 청약 대상부터가 다르다. 또한 수도권 외곽의 민간 분양과 달리 상대적으로 주변 시세보다 싼 강남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수도권 보금자리 주택 청약률이 저조하거나 미분양이 발생하고 있다. 과거 같으면 강남권 보금자리 주택처럼 한두 군데 청약률이 좋다고 다른 대부분 아파트의 청약률이 낮아지는 현상이 있었나? 더구나 입주할 수 있는 보금자리 주택이 단 한 채도 공급되지 않은 사전예약 단계에서 무슨 시장 영향력을 발휘하는가? 그런 식이라면 분당에 비해 입지도 더 좋고 당초 분양가도 훨씬 저렴한 것으로 발표된 판교신도시 공급 때는 왜 집값이 잡히지 않고, 오히려 집값이 폭등했나? 보금자리 주택 도입 초기에 보금자리 로또로 주변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고 선동했던 건설업계와 부동산 정보업계, 그리고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언론들이 이제는 보금자리 때문에 집값이 떨어진다고 하니 이들의 표변은 종잡을 수가 없다.

 

참고로, 보금자리 주택은 절대 ‘반값 아파트’가 아니다. 오히려 ‘토지 조기 보상+턴키 입찰 시공’ 방식으로 진행되는 고비용 구조 아파트다. 다만 정부가 그린벨트 싼 땅을 풀어서 짓는데다 서울 강남 지역의 경우 주변 지역에 워낙 거품이 많이 끼어 상대적으로 싸 보일 뿐이다. 이미 사전예약 단계에서도 서울 강남 이외 지역에서는 분양가가 이미 주변 지역 시세애 육박하고 있다. 보금자리 주택 공급 구조로 볼 때 향후 분양가는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집값 거품이 계속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면 몇 년 후 입주 시점에는 보금자리 주택은 ‘반값 아파트’가 아니라 ‘시세 초과 아파트’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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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6. 7. 08: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