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4대강 사업 등 민의를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폭주하던 현 정부에 상당한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결과다. 하지만 '북풍'과 '노풍'이라는 중앙정치 차원의 세몰이가 맞부딪치면서 지자체의 재원 사용에 관한 협치구조(governance)를 만드는 지방선거의 의미는 뒷전으로 밀렸다. 이제 차분하게 지역 살림을 어떻게 꾸릴 것인지에 대해 한 번 짚어보자.


지역 살림을 잘 하려면 지방재정 상황을 알아야 한다. 우선, 전국 지자체 총세입은 순계 기준으로 2008년 144.5조원에서 지난해에는 137.5조원으로 줄었다. 이는 경기침체 여파로 세외수입이 줄어든 탓도 있지만 중앙 정부 감세정책 등의 영향으로 지방교부세가 줄어든 탓이 크다. 지방교부세는 종합부동산세 등을 바탕으로 한 부동산 교부금 증가 등으로 2008년 30.7조원까지 증가했다가 2009년에는 26.5조원까지 줄었다. 이에 따라 전체 지방 세수 가운데 자체 지방세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지방세수는 향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지자체 세수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취등록세 수입이 부동산 대세하락 흐름이 지속되면 계속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미 2003년 전체 지방세수의 39.4%를 차지하던 취등록세 비중이 2008년에는 30.9%까지 줄었다. 불과 5년 만의 변화다.


이렇게 세수가 줄다 보니 지자체 재정이 급속히 악화되며 지자체 채무도 크게 늘고 있다. 지방정부의 지방채권 발행 및 차입금 잔액을 나타내는 자치단체 채무는 2008년 19조 486억원에서 2009년에는 25조8,700억원으로 늘어났다. 정부는 올해는 이보다 15% 더 늘어난 29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세수가 줄다 보니 지방채 발행을 통한 빚 끌어 쓰기도 급증하고 있는데 광역 지자체별로 지방채 발행액은 2007~2008년 연속 2.62조원이던 것이 2009년에는 4.73조원으로 급증했다.  이뿐만 아니다. 지자체가 지방 공기업을 통해 발행하는 지방공기업 채권 발행액은 2007년 이후 모두 16.17조원이다. 2007년 0.67조원이던 채권 발행액이 2008년 2.59조원, 2009년 12.39조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그런데 지자체의 세입(수입) 사정이 악화되고 있더라도 각 지자체가 세출(지출)을 줄여 적재적소에 실속 있게 쓴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상황은 정반대다. 이런 상황에서도 상당수 자치단체장들이 호화청사를 지어 올리는 등 무분별한 과시형 개발사업을 벌이며 세출 구조조정은 뒷전이다.


향후 저출산 고령화의 여파로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지방 세수도 줄어들 가능성에 대비해 사전에 주민들의 삶의 질을 끌리는데 적극 투자해야 한다. 실제로 주민들의 문화, 교육 및 복지 인프라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그런데 상당수 지자체장들은 당장 ‘뒷돈’을 마련하려고 건설업계 유착에만 골몰하고 있다. 이미 민선4기의 많은 지자체장들이 각종 뇌물 수수 등 비리에 휘말려 검찰 수사를 받거나 유죄 판결을 받은 사실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민선5기 지자체의 핵심 과제 중 하나는 토건삽질 행정을 끝내는 일이다. 무분별한 토건삽질 행정을 끝내고 문화, 교육, 복지 인프라 구축에 제대로 돈을 쓰지 않으면 시민들의 삶의 질은 올라가지 않는다.


다만, ‘유사 상품’으로 시민들의 눈을 속이려 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서울시의 경우 ‘문화시정’이라는 이름 아래 설계비만 수백억원을 들여 동대문디자인파크를 짓고 한강예술섬을 띄우고 홍대 앞을 정비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 사업은 문화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토건사업일 뿐이다. 시민들의 문화 향수 기회를 확대하기보다는 건설업체들 배 불리는데 주로 돈이 가는 사업들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한 전국 각 지자체장들의 초심과 환골탈태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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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6. 4. 09: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