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초박빙의 접전 끝에 서울시장 선거가 오세훈 시장의 승리로 막을 내리는 것 같습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 더 나아가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에 대해 할 말이 많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하고 싶은 말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 결과는 시대착오적인 법령이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왜곡한 대표적 사례에 속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공직 선거법상의 여론조사 결과 공표 금지 조항은 매우 시대착오적인 조항입니다. 왜곡된 여론조사 결과 등으로 국민들의 정치적 의사를 왜곡할 가능성을 방지하겠다고 도입한 조항이지만, 이는 득보다는 실이 훨씬 큰 법조항입니다. 이번 선거 결과에서 본 것처럼 투표일 전 6일 동안 여론조사 결과 공표를 금지한 탓에 오히려 상당수의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판세에 대해 잘못된 상황 인식을 갖고 투표에 임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오히려 6일간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됨으로써 공표 금지 전 현 정부의 정략적인 '북풍' 바람몰이에 의한 여론조사 결과가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왜곡한 꼴이 됐습니다.
더구나 이 조항은 더 큰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유권자들이 선거에서 충분히 정보를 접한 상태에서 내리는 결정, 즉 informed decision을 할 여지를 확연히 줄여버립니다. 미국 등의 선진국처럼 여론조사 결과 공표 금지 조항이 아예 없거나 2일 정도로 매우 짧았다면 상당수의 서울시민들이 전략적 투표를 했을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진보신당의 노회찬 후보가 전략적 사퇴를 진지하게 고민했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만약 여론조사 결과가 끝까지 공표됐다면 서울시민들의 전략적 투표 행위로 인해 한명숙 후보가 당선됐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선거는 한명숙 후보와 그의 지지자들에게는 억울하게 승리를 빼앗긴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또한 그런 점에서 선거 막판까지 노회찬 후보가 후보를 사퇴하지 않은 것을 비난할 일도 아니라고 봅니다. 따라서 이번 선거가 끝난 뒤 이런 시대착오적이고, 국민의 참정권과 알권리를 빼앗는 법령은 폐지해야 마땅하다고 봅니다. 이에 관한 정치권의 논의가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잘못된 게임 규칙에 따라 어쨌든 운 좋게 재선된 오세훈 후보는 이번 재선 성공이 서울시민 전체의 뜻으로 이뤄진 게 아니라는 점을 깨닫고 민심을 충분히 헤아려 시정을 펼치기 바랍니다. 오세훈 당선자를 비롯해 이번 지방선거 당선자들 모두에게 영화 '스파이더맨'에 나오는 명대사를 인용하면서 짧은 글을 맺을까 합니다.
"Great power comes with great responsibility. 막중한 권한에는 막중한 책임감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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