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다음탑화면에 노출된 기사 가운제 하나가 "이명박 정부가 집값 잡았다"라는 제목의 글이다. 얼마 전 미디어오늘 인터뷰를 통해서도 같은 주장이 나왔는데, 이 인터뷰를 보면서도 그 전도된 인식 때문에 무척 곤혹스럽다.


우선, 오해를 피하기 위해 설명하자면,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해서는 필자가 이미 수도 없이 언급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건설족 관료들과 정치인들에게 마구 휘둘렸다. 또한 어떻게 해야 주택 투기를 잠재울 수 있는지 몰랐다. 무능했고, 무기력했고, 도덕적해이로 넘쳐났다. 노무현 정부의 정책 실패는 현재 부동산 시장의 상황이 이미 입증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시기적으로 어찌하다 보니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 되다 보니 "이명박 정부가 집값을 잡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모양인데, 이는 전혀 설득력이 없다. 


이명박 정부가 집값을 잡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오비이락일 뿐이다. 이명박 정부 임기가 시작된 뒤 주택 시장 주택시장 침체가 오다 보니 일어나는 착시현상이다. 이는 주택시장의 구조적 흐름을 모르는 데서 오는 착각의 소치다. 필자가 여러 차례 설명했듯이 현재의 주택시장 침체는 주택의 추가 수요 고갈로 일어나는 현상이며 시장 압력에 따라 대세하락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주태가격 하락이 현 정부의 각종 정책 때문이라는 것은 터무니없다.

 

오히려 현 정부는 내각의 상당수가 부동산 부자들이며, 자신들의 핵심 정치적 기반 또한 부동산 부자들이어서 부동산 거품 떠받치기에 사활을 건 정부다. 경제 위기 이후 투기 조장책과 대규모 토건 부양책, 부동산 감세 정책에서 이미 봐온 바다. 지금도 부동산 거품 붕괴를 최대한 막기 위해 향후 한국경제에 닥칠 부담을 뻔히 예상할 수 있는데도, 출구 전략을 지연시키기 위해 한국은행 총재까지 꼭두각시를 내세웠다. 요약하자면, 현재 집값은 이명박 정부 ‘ 때문에’ 잡히고 있는 것이 아니고, 이명박 정부의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자기 조절 기제 때문에 잡히고 있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연관해서 바로잡을  궤변은 보금자리 주택 공급 추진 때문에 미분양이 늘고 있다는 부동산 업계의 주장이다. 이 또한 보금자리 주택 공급 추진과 주택시장 침체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과정에서 생겨난 착시일 뿐이다. 미분양이 느는 것은 기본적으로 2000년대 내내 건설업체들이 여전히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분양가를 너무 높게 책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너무 높은 집값 수준에서는 분양을 받을 수 있는 가계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건설업계는 요구하는데, 분양가 상한제를 풀어도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이다. 지금도 일반 가계의 ‘고분양가 거부증’이 심각한데, 분양가를 더 높이고 싶으면 더 높여보라. 경제위기에서 막대한 국민 세금으로 살려놓았더니 고분양가로 화답하는 건설업체들은 더 이상 동정의 대상이 아니다.


한편 수도권 외곽의 민간 분양과 달리 상대적으로 입지가 좋고, 언론들과 합작한 ‘반값아파트’ 여론 조작 때문에 보금자리 주택의 청약률은 대체로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국토해양부가 밝혔듯이 보금자리 주택과 민간 분양 주택의 청약 대상은 엄연히 다르다. 또한 과거 같으면 한두 군데 청약률이 좋다고 대부분의 청약률이 낮아지는 현상이 있었나? 더구나 입주할 수 있는 보금자리 주택이 단 한 채도 공급되지 않은 사전예약 단계에서 무슨 시장 영향력을 발휘하는가? 그런 식이라면 왜 판교신도시 공급 때는 집값이 잡히지 않고, 오히려 집값이 폭등했나? 이 또한 일반 가계들을 무차별적으로 선동하던 건설업계와 부동산 정보업계, 그리고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언론들이 자신들의 선동 주장이 무색해지니 보금자리를 제물로 삼아 면피하려는 것일 뿐이다.


참고로, 보금자리 주택은 절대 ‘반값 아파트’가 아니다. 필자가 예전에 설명한 바 있듯이 ‘토지 조기 보상+턴키 입찰 시공’은 고비용 구조 아파트다. 다만 정부가 그린벨트 싼 땅을 풀어서 짓는데다 서울 강남 지역의 경우 주변 지역에 워낙 거품이 많이 끼어 상대적으로 싸 보일 뿐이다. 이미 사전예약 단계에서 서울 강남 지역 이외의 경우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80~90%에 육박하고 있다. 보금자리 주택 공급 구조로 볼 때 향후 분양가는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집값 거품이 계속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면 몇 년 후 입주 시점에는 보금자리 주택은 ‘반값 아파트’가 아니라 ‘시세 초과 아파트’가 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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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4. 19. 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