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에 이어 현대경제연구원, 산은경제연구소에 이어 하나은행 경제연구소에서 부동산 버블에 대한 경고와 대세하락 가능성을 잇따라 언급하면서 이들 경고가 최근 자주 기사화되고 있다. 사실 이미 여러 차례 설명한 바 있지만, 대세하락은 전망이 아니라 이미 현실이다. 수도권 핵심지역의 경우 2006년말, 외곽 지역의 경우 2008년 상반기가 고점이었다. 지난해 정부의 대대적 부양책에 힘입어 일시적 반등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착각하고 있지만, 이미 큰 흐름에서 보면 대세하락기에 들어가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많은 이들이 향후 집값이 하락한다면 어떤 식으로 하락할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한국의 부동산 버블이 얼마나 과도하며 향후 어떤 식으로 꺼질 것인지를 아래 <도표1>을 참고로 추정해보도록 하자. <도표1>은 한미일 3국의 물가지수와 명목 주택가격 추이, 그리고 두 지수의 차이를 도표로 나타낸 것이다. 미국의 주택가격 지수(케이스-쉴러지수)는 한국의 서울이나 수도권에 대응하는 미국 10대 도시 가격지수를 사용했으며, 일본 역시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3대 도시의 주택가격지수를 사용했다.

이 도표를 통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듯이 역사적으로 한 경제 내에서 주택 가격이 물가 수준을 지속적으로 뛰어넘어 무한히 상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부동산 버블이 발생할 때 상당 기간에 걸쳐 물가 수준을 뛰어넘어 버블 주택가격이 유지되기도 하지만 긴 흐름에서 보면 결국 물가 수준으로 수렴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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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표1> 한미일 3국 물가 및 주택가격 추이


                      ㈜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우선, 일본을 보면 1986년부터 주택가격이 급격히 상승해 1991년 정점을 기록했다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2003년경에야 물가지수 수준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이미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듯이 버블 붕괴 시기에 부실채권 정리 및 건설, 금융업 등의 구조조정 지연, 급속한 고령화와 인구감소 추세, 부동산 거품 붕괴 여파 등이 맞물리며 소비자물가지수 이하 수준에서도 상당 기간 주택 가격이 머무르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도 1980년대 후반에 주택 가격이 물가지수 수준을 약간 상회하여 상승했으나, 이후 1990년대 내내 물가지수 수준을 밑돌았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주택가격이 급상승하면서 2006년 6월에 정점을 찍고 이후부터 서브프라임론 사태가 본격화되면서 빠른 속도로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있다. 

현재 미국 10대 도시의 주택가격은 고점 대비 약 30% 가량 하락했는데, 케이스-쉴러 지수의 창안자 가운데 한 사람인 쉴러 교수를 비롯한 상당수의 전문가들이 향후 기복이 있겠지만 10~15% 정도의 주택가격 추가 하락을 전망하고 있다. 각 전문가들의 그 같은 전망이 위 도표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현재 미국 주택가격이 물가지수 수준과 보이는 격차와 비슷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또한 일본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 또한 부동산 버블이 해소된 뒤에도 상당한 기간 동안 주택가격이 회복하지 못하고 바닥권에서 최소 수 년 동안 머무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부터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는 초기단계에 진입하고 있으며 아직 부동산 거품이 거의 해소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울의 경우 아파트 가격과 소비자물가지수와의 갭은 부동산 버블 정점기의 일본이나 미국에 비해 결코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의 주택 가격도 어떤 식으로든 미국이나 일본처럼 부동산 거품이 상당한 기간에 걸쳐서 빠질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상당한 충격이 동반되는 것 또한 불가피하다.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현재의 과도한 주택가격 수준이나 주택가격이 상승해온 기간 그리고 향후 전개될 한국 사회경제의 상황을 고려할 때 매우 위태로운 상황임은 분명하다. 


많은 이들이 부동산 거품이 언제, 어떤 식으로 꺼질지 궁금해 한다. 필자도  신이 아닌 이상 정확한 답을 줄 수는 없다. 하지만 과거 국내외 부동산 거품 붕괴의 사례들을 통해 유추해볼 수는 있다.


아래 <도표2>에서 필자가 일본형 폭락 후 장기침체, 미국식 폭락, 1990년대 (이하 1차 버블기로 약칭) 부동산 가격 하락 패턴을 대입해보았다. 일단 현재까지 한국에서는 일본과 미국에서와 같은 초기 폭락 양상은 뚜렷하지 않다. 2008년 하반기부터 2009년 초까지 폭락 양상으로 이어질 조짐을 보였으나, 현 정부의 부동산 부양 총력전으로 집값 폭락은 일단 저지됐다. 하지만, 이것은 집값 폭락의 가능성이 사라졌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미분양 물량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고, 정부 재정을 통한 건설경기 부양이 한계에 이르는 가운데 경기가 조기 회복되지 않으면서 전세계적 출구전략에 발맞춰 기준금리 등을 인상해야 할 경우에는 집값 폭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도표2> 집값 거품 붕괴의 3가지 시나리오

 

 

물론 LTV 및 DTI 규제 등으로 금융시스템, 특히 제1금융권에 대한 보호막을 쳐놓은 결과 미국, 일본과 같은 집값 폭락 양상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 국내의 1990년대 초반과 비슷한 패턴을 따른다 해도 집값의 장기침체는 피할 수 없다. 서울 지역을 기준으로, 1차 버블기 때는 주택 가격이 물가지수 수준을 넘어서 2년 10개월 상승한 다음 물가지수 수준까지 다시 내려가는데 4년3개월가량 걸렸다. 2000년대의 2차 버블기 때는 주택 가격이 물가지수 수준 이상에서 상승한 기간이 7년 8개월이었다. 또한 물가지수와 주택가격간의 갭도 1차 버블기 정점인 1991년 4월에는 75 수준이었는데, 2차 버블기 정점인 2008년 6월에는 206.7까지 벌어졌다. 2차 버블기의 상승 기간과 물가지수와의 갭 크기가 1차 때에 비해 각각 2.7배가량에 이르는 셈이다. 만약 현재의 부동산 거품이 1990년대 초반처럼 해소된다고 하면 버블 정점기인 2008년 6월을 기준으로 약 11년6개월가량 지나야 주택가격이 물가지수 수준에 수렴된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식이 됐든 국내 주택시장이 장기침체를 겪을 가능성은 상당히 높은 것이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1차 버블기 때 집값이 횡보했다고 기억하는데, 사실 1차 버블기 때도 초기에는 상당한 수준으로 집값이 급락했다. 1차 버블기 때 집값은 약 13~1·4개월간 20%가량 하락한 뒤 명목가격 지수로 평탄기에 들어갔다. 만약 이번에도 이런 패턴을 따른다면 이번 버블 붕괴 때는 약 3년간에 걸쳐 20%가량, 즉 명목지수로 고점(479.4) 대비 약 100가량 빠진 378 전후에서 급락세가 멈춘 뒤 평탄기에 접어들게 된다.


물론 필자는 이번 부동산 버블 붕괴가 1차 때의 패턴을 따른다는 게 아니다. 부동산 시장 안팎의 상황이 그때와는 상당히 다르기 때문이다. 굳이 현 상태에서 전망해본다면 이번 버블 붕괴는 일본과 미국 정도의 폭락세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순간 상당한 급락 양상을 보인 뒤 하락세가 완만해지는 추세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부동산 버블의 규모나 악성 정도, 2010년대 주택시장을 둘러싼 사회경제적 환경 등을 고려할 때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필자도 신이 아닌 이상 부동산 버블 붕괴가 구체적으로 언제, 어떤 형태로 진행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현재까지 전개된 상황을 근거로 과거의 버블 붕괴 패턴을 참고로 예시를 보이는 수준일 뿐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한국의 부동산 버블은 매우 심각하고, 따라서 집값은 향후 상당히 장기간에 걸쳐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집값이 물가지수에 수렴된 시점에서 보면 집값 하락 폭은 2008년 고점 대비 엄청날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2010년대 집값은 ‘꾸준하고 지속적인 장기 대하락’으로 사후에 규정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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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4. 7. 0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