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제가 강연을 하면서 즉석에서 물어보는 몇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그 단골 질문 가운데 하나는 "자신의 소득 수준에 비해 수도권 집값이 비싼가, 싼가, 적절한가?"입니다.
예를 들어, <위험한 경제학> 출간 기념 첫 강연회에 500분 정도가 참석하셨는데 그분들께 같은 질문을 던진 결과,
집값이 싸다고 한 응답자는 한 분도 없었고, 적정한 수준이라고 응답하신 분은 딱 한 분 계셨습니다.
그외 절대 다수의 분들은 비싸다고 답하셨습니다. (제가 절대 다수라고 표현한 것은 일부이지만 손을 안 드신 분들도 계셨을 것 같아서입니다.)
얼마 전 지역주민들에 대한 지식 봉사 차원에서 고양시 화정도서관에서 열었던 강연회에는
150분 정도가 참석했는데 싸다, 적정하다라는 응답은 단 한 분도 없었고, 비싸라고 응답한 분들이 절대 다수였습니다.
그래도 이 글을 읽는 분들 가운데 혹 의심많은 분들은 제 강연회 오신 분들이니 이미 '성향'이
정해져 있는 것 아니냐고 하실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다른 예를 들어드리면, 모 증권사 임원과 간부직원 30분을 대상으로 한 강연회의 경우
딱 두 분이 적정하다고 하셨고, 나머지 분들은 모두 비싸다고 하셨습니다.
소득이 상당히 높은 분들일텐데 답변이 일반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거의 절대 다수의 국민들이 지금의 집값이 비싸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어떤 재화의 가격이 너무 올라 대다수 잠재 수요자들이 그 재화의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할 지경이 되면
그 재화의 가격은 일정한 시간은 걸릴지언정 떨어지게 돼 있습니다.
도요타의 렉서스가 아무리 명품이라도 5000만원 하던 것이 1억원으로 치솟으면
더 이상 추가 수요가 없어서 거래가 줄어들면서 다시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원리와 마찬가지입니다.
이 같은 현상은 이미 2007년 이후 수도권 주택시장에서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현상입니다.
올해 정부의 막대한 투기 부양책으로 인해 마지막 남은 투기 가수요로 일시적으로 집값이
국지적으로 뛰는 현상이 나타났지만, 다시 거래가 끊어지면서 집값이 가라앉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요와 공급은 기본적으로 가격의 함수입니다.
지금의 높은 집값이 유지되는 한 현재 가계 소득 수준에서는 절대로 충분한 수요가 생기지 않습니다.
지금은 건설업체들이 정부의 부양책으로 버티며 고분양가로 바람몰이를 해보려 하지만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미지수지만 오래가지는 못할 것입니다.
올 봄에 집을 산 사람들도 일시적으로 집값이 오르면서 잠시 기분이 좋았겠지만,
자신들이 산 집값 수준에서 집을 사줄 사람들을 찾기가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이 분들도 아직은 부동산 투기 선동가들의 말을 믿으면서 "조금 더 지나면 오를 거야"라고
호가 거품을 유지해보려 하겠지만, 오래 더 버티기 힘들 것입니다.
거액의 빚을 내서 집을 산 사람들의 비중이 너무 높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국민경제나 일반가계의 평균 소득에 비해 너무 오른 집값은
어떤 식으로든 유지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동산 버블은 부풀어올랐다가 꺼지는 사이클을 그리게 되는 것입니다.
자본주의가 시작된 이래 과도한 버블이 어떤 식으로든 꺼지지 않은 적이 없었던 것은 그래서입니다.
그래서 저도 언론 인터뷰에서 가끔 "집값이 떨어지는 주된 이유"를 물어볼 때 가장
먼저 내놓는 답변이 "대부분 가계의 평균 소득 대비 집값이 너무 높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이밖에 공급 과잉이니, 주택 수요 인구층의 감소니 소득 기반 악화니 하는 것들은
'너무 높은 집값'을 설명하기 위한 부가적 설명이자 중장기적 관점의 설명일 뿐입니다.
그만큼 시장경제에서 가격은 모든 자원을 배분하는 핵심적인 메커니즘입니다.
집값이 끝없이 오르기만 한다는 것은 착각이고 환상일 뿐입니다.
집값이 끝없이 오르기만 한다면 시장경제는 아예 성립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한 국민경제의 모든 자원이 주택으로만 몰린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공장도 없어지고, 기업도 없어지고, 일자리도 없어지는데
아파트만 바벨탑처럼 솟아있는 경제는 불가능합니다.
그런 방향으로 경제가 계속 움직이다가는 결국은 붕괴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경제의 자원이 그런 방향으로 너무 과도하게 쏠리기 전에
자산경제와 생산경제가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은 이미 부동산 거품을 너무 키워왔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이라도 부동산 거품을 더 키우지 않고
해소해가는 것이 거품 붕괴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길입니다.
그것이 사실은 부동산 투기로 몰렸던 돈을 생산경제로 돌게 하고
일자리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경제구조를 만드는 첫 걸음입니다.
그것이 우리 부모님들의 노후 부담을 최소화하고
우리 아이들에게 빚을 물려주지 않는 방법입니다.
부동산 거품, 지금이라도 해소해가야 합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법입니다.
저희 연구소 김광수소장님 개인 명의의 첫 책 <경제학 3.0>이 출간됐습니다. 이번 책은 한국경제 전반에 대한 소장님의 통찰과 혜안을 대중적으로 널리 알리기 위해 기획한 책입니다. 12월 2일 열렸던 <2010년 경제전망> 공개세미나 동영상도 첨부돼 있어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시점에 선물로도 좋은 책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성원을 바랍니다.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