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주지하듯이 2009년 초까지 폭락 조짐을 보였던 부동산 가격이 서울 강남 재건축 위주로 반등한 것은 부동산투기 부양에 ‘올인’한 현 정권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상당수 언론들도 현 정권 못지않게 망국적인 부동산 거품을 다시 키우는 역할을 했다. 이들의 투기 선동 보도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지만 부동산시장의 현실을 왜곡하는 정도가 올해에는 유난히 더 심했다. 부동산 시장 상황에 대한 냉철한 보도보다는 잠재적 수요자들의 불안감을 부추기기에 여념이 없었던 것이다.
우선, 부동산 시장의 현실에 대한 언론의 선동보도 내지는 왜곡보도 양상을 간략히 살펴보자.
예를 들어 상당수 언론에서는 급등, 폭등, 혹은 대세 상승 등의 표현을 남발했는데 이는 현실과 큰 괴리가 있다. 아래 <도표1>에서 몇몇 단지의 국토부 실거래가 추이를 살펴보면, 정말 ‘급등’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는 곳은 정부의 특혜성 부양책이 집중된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한 일부 지역에 국한된다. 반면 수도권의 대다수 다른 지역에서는 국토부 실거래가 기준으로 아직도 고점대비 집값이 -20%~-30% 이상 하락한 곳이 수두룩하다. ‘부동산 투기 1번지’라는 서울 강남구에서도 도곡 렉슬 등 일부 고급 아파트의 중대형 평형은 실거래가가 고점대비 -30% 수준까지 떨어져 있다. 버블세븐의 중심인 분당신도시 정자동의 분당파크뷰도 고점대인 25억 원까지 올라갔던 아파트가 16억 원대까지 떨어졌다가 겨우 17.4억원 선까지 올라온 정도다. 용인, 일산, 안양 등 경기도 주요 도시들과 인천 등 다른 수도권 대부분 지역도 마찬가지다. 전반적으로는 2008년 말~2009년 초 사이에 2006년 말 고점대비 -20%~-40%까지 떨어졌다가 지역별로 약간 반등한 정도에 불과하다.
<도표1> 서울 강남 및 경기도 주요 아파트 단지 실거래가 추이
(주) 온나라부동산포털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언론들은 거래량에 관해서도 제대로 된 사실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 대다수 언론들은 지난해 말~올 초 주택거래가 얼어붙다시피 했던 시기와 비교하
며 거래량이 ‘급증’한 것으로 보도했다. 물론 거래량이 저점이었던 시기와 비교할 경우 거래량이 조금 늘더라도 증가율은 매우 커지지만 이는 기저효과에 따른 착시현상이라고 봐야 한다. 하지만 대다수 언론들은 그 같은 측면을 전혀 언급하지 않고 거래량이 계속 늘고 있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예를 들어, 9월 15일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8월 신고분 아파트 거래량과 관련해 대부분 언론들이 “8월 아파트 거래량 32개월만에 최고”라는 식의 제목을 뽑아 보도했다. 하지만 상당수 언론들이 서울이나 수도권, 강남지역의 거래량이 정체 상태에 있음은 기사 내용에서도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도표2> 전국 및 수도권 각 지역별 아파트 거래량 추이
(주) 국토해양부 보도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실제로 국토부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아래 <도표2>를 보면서 이 같
은 보도의 문제점을 살펴보자. 그에 앞서 <도표2>는 국토부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2006년 11월과 2008년 8월 이후 올해 8월까지 아파트 거래량을 도표로 만든 것이다. 상기 도표에 의하면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올 7월에는 45,470호, 8월에는 50,045만호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국토부가 발표하는 전국 아파트 거래량 통계에 의하면 7월에 90,643호로 나타나고 있다. 국토부 자신부터 전혀 수치가 맞지 않는 통계를 자의적으로 남발하여 국민들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이들 수치가 어떻게 다른지 국토부 담당부서에 문의하면 자신은 이 업무를 맡은 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잘 모른다고 얼버무린다. 정부부처 공무원들의 아주 전형적이고 상투적인 대답이다. 이런 현상은 특히 현 정부 들어와서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일단 이 문제는 덮어두고, 실제 국토부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의 입장에서 데이터를 어떻게 파악하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보도자료상의 데이터를 도표화했다. 이 도표를 보면 분명 올 들어 전국의 아파트 거래량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좀 더 자세히 따져봐야 하겠지만, 전국 기준으로 거래량이 늘어난 것은 부동산 붐일 때 추진된 각종 주택 개발사업의 입주물량이 올 들어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데 그 영향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7월과 8월 연속으로 부산의 아파트 거래량은 크게 늘었는데 이 가운데 부산 강서구 지역의 아파트 거래량이 4,000건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부산 전체 거래량의 4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크게 는 것이다. 이는 강서구에 들어서는 '명지국제신도시' 건설사업의 배후 주택단지 18,569세대의 입주가 7월 이후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아파트 거래물량이 아니라 2,3년 전에 분양된 아파트들이 준공되어 신규입주 시점에서 거래로 잡히기 때문에 나타나는 착시현상이다. 실질적으로는 거래량이 늘어난 것으로 보기 어렵다. 명지신도시 지역의 신규입주 물량만 빼도 전국 아파트 거래량이 32개월 만에 사상 최고라는 사실이 무색해져 버리는 것이다. 오히려 이 같은 신규 입주로 인한 거래량 증가는 '거래 활성화'라는 측면보다는 입주물량 증가에 따른 공급과잉 여파가 커져 아파트가격 하락 압력이 커지는 것으로 읽어야 한다.
더구나 현재 부동산시장의 향배를 가름하는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 거래량을 보면 실상은 사뭇 다르다. 저점이었던 지난해 말에 비해 올해 4월까지 거래량이 급증한 것은 맞지만 5월 이후에는 거래량이 더 이상 늘지 못하고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 같은 거래량은 2006년 11월 거래량 6.3만호의 1/3 수준인 2.1만호 전후 수준으로 아파트 거래가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수도권 부동산시장의 핵심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과 5대 신도시의 아파트 거래량도 5월 이후 더 이상 늘지 못하고 있다. 이미 투기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언론, 건설업계가 투기 가수요를 최대한 끌어내려고 해도 더 이상 거래량이 증가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이번 집값 반등의 진원지인 강남지역 거래량은 4월 이후 더 이상 늘지 못하고 7월 이후로는 오히려 줄고 있다. 전통적으로 강남 지역에 비해 두세 달 정도의 시차를 두고 반응하는 강북지역의 경우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가고는 있으나 거래량은 2006년 말에 비해 약 1/4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처럼 거래량이 충분히 동반되지 못한 집값 상승은 일시적 투기에 의한 것이며 조그만 충격과 상황 변화에도 재급락할 수 있는 취약한 구조임을 뜻한다. 결코 지속되기 어려운 반등세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구조적 위험을 경고하는 언론은 거의 없다. 오히려 2006년처럼 집값이 폭등할 것처럼 불안감을 키우며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라는 사람들을 인용하며 “지금 집을 사지 않으면 영원히 집을 살 수 없을 것”이라고 선동하기에 바쁘다. 언론의 선동보도에 휘둘리지 말고 신중하기를 바란다.
*제가 쓴 책 '위험한 경제학1-부동산의 비밀편'이 얼마전 출간됐습니다.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기득권 언론들이 전하지 않는 진실을 담으려 밤을 지새워 가며 노력했습니다. 저는 가족들이 오순도순 살아갈 집 한 채 마련하는 것이 목표인 일반 서민가계가 현재 부동산 시장의 위험 구조를 모르고 언론의 선동보도와 부동산 투기 선동가들의 요설에 휩쓸려 자칫 그릇된 판단을 하게 될까 걱정할 뿐입니다. 신중하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참고로, 위험한 경제학의 내용들은 평소 제가 이 블로그에 써온 글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동일인이 쓴 글인데 그 형식이 바뀐다고 해서 달라지면 얼마나 달라지겠습니까? 물론 책 출간을 위해 별도로 쓴 원고들도 상당 부분 있지만, 제 블로그나 우리 연구소포럼에서 제 글을 꾸준히 읽어오신 분들은 굳이 사서 읽으실 필요 없습니다. 물론 아직 제 생각을 잘 모르는 분들이나, 전체적인 기획과 구성 아래 제 생각의 맥락을 좀더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분들께는 책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