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 글은 저희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의 <부동산문제>란에 Lost in Seattle님께서 띄워주신 글입니다. 미국의 사례이지만, 최근 한국 부동산시장 상황에 대해 시사점을 주는 좋은 글이라고 판단하여 아고라에도 소개합니다.
2005년 봄, 30대 가장 팀(Tim)은 집 사는 것을 포기하고,
www.seattlebubble.com 이라는 블로그를 만들었다.
시애틀 지역은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의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의 냉각기를 맞았다.
그러다, 2003년이 되자 서서히
부동산 시장이 오르기 시작했다.
2004년을 거쳐, 2005년이 되면서는
본격적으로 주택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당시 2005년은 호가(Listing Price)에 몇만불을 더 붙여야만
겨우 자신이 원하는 집을 살수 있는
그야말로, 엄청난 공급자시장(Seller's Market)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다들 부동산에 미쳐 날뛰고 있을때
Tim은 단호히 집구입을 포기하고,
시애틀이 버블이라는 블로그를 개설했다.
2005년은 LA의 경우,
거품이 꺼질 조짐이 보일 시기였다.
(실제로 LA는 2006년 부터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다.)
Tim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캘리포니아의 거품은 물론, 시애틀의 거품도 꺼질것이라고
명쾌한 통계자료와 더불어
곧 닥쳐올 버블 붕괴를 경고했다.
2006년이 되고, 캘리포니아의 거품은 드디어 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애틀은 Tim의 예측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더욱더 상승했다.
부동산전문가들 블로그에서는 그를 비웃는 글들이 난무했다.
내가 Tim의 블로그를 처음 접한 것은
바로 2007년 봄이었다.
당시 나는 재계약하려는 아파트측에서
너무나 높은 렌트(월세)를 책정하는 바람에
이제는 정말 집을 사야겠다고 마음먹고
부동산 시장과 융자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디딜 때였다.
그의 블로그를 보면서
솔직히 반신반의 했다.
그가 그 블로그를 만든 시점은 바로 2005년 초반.
내가 그 블로그에 처음 들어간 때는, 2007년 초반.
그 2년동안 시애틀의 부동산은 엄청나게 올랐던 것이다.
(2005년, 2006년, 2007년은 시애틀의 부동산 상승율이 제일 높았던 시기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많은 자료를 찾아보고,
점차 그의 이론에 공감하면서
나는 집을 구입하는 것을 포기했다.
(그 당시 2007년도 엄청나게 집이 오르던 시기였다.)
그래도 나는 시애틀의 부동산 가격이
2005년 그 당시로 과연 돌아갈수 있을지 그때도 의심했었다.
2007년 당시, 내가 시애틀 부동산의 25% 하락을 주장했을때
많은 사람들이 입에 거품을 물고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말했다.
(30% 하락은 상승기의 50% 상승과 맞먹는 수치이다.)
2005년 이후 시애틀 부동산은 50% 이상 올랐다.
(미국에서는 정말 엄청난 수치이다.)
결국 2005년 이전으로 돌아가려면,
최하 25% 이상 하락해야, 상승기의 50%를 상쇄할수 있는 것이다.
도대체 Tim은 무슨 생각으로 그 당시 2005년에 집을 사지 않았단 말인가?
내가 2007년에 집을 사지 않은 것은 너무나 올랐기 때문에 그랬다고 치지만
그가 블로그를 개설한 2005년은, 2007년에서 바라 보기엔 너무나 싼,
도저히 돌아갈수 없는 가격대로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위 그래프는 시애틀의 2000년 부터 현재까지의 케이스쉴러 지수이다.
현재 이 수치는 정확히 2005년 봄시세와 동일하다.
드디어 Tim이 집사기를 포기했던 그 싯점의 시세로 내려앉은 것이다.
예상대로 2005년 이후 상승했던 50%의 상승을 상쇄시키는 25% 이상의 하락이 발생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Tim이 그 당시에 집을 사나,
지금 집을 사나 같은 가격인데,
뭐.. 별 볼일 없지 않느냐는 반문이 나올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양치기 소년 Tim은 세가지 측면에서 성공했다.
첫째, 2005년 당시에는 수리되지 않은, 업그레이드 되지 않은 집 조차도
엄청난 프리미엄을 주고서야 살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같은 가격을 주고 사는데도
최소 몇만불이상 업그레이드된 집을 마음껏 고를수가 있다.
(부동산 붐때 가장 돈많이 번 사업 중의 하나가 주택리모델링 사업이었다.)
실제는 더 높은 가치의 집을 같은 가격으로 살수 있다는 말이다.
둘째, 상승기에는 실제 통계보다 더 많은 돈을 주어야 살수있다.
하지만 하락기에는 실제 통계보다 더 낮은 가격에 살수가 있다.
실제로, 지금 시장에는 2004년 이전 가격, 심지어 2000년 가격에도
팔리는 물건들이 널려있다. (통계는 통계일 뿐이다.)
세째, 제일 중요한 것은 아직도 하락하고 있다는 말이다.
최근 오바마의 8천불 택스리턴으로 실수요가 증가하면서
가격은 답보상태를 보이지만, 이 플랜이 끝나는 연말부터
또다시 주택시세는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 일반적이다.
이렇게...
Tim은 부동산 상승론자들에게 공격받으면서도
2005년 2006년 2007년 폭등기를 꿋꿋하게 넘어왔고
결국 그는 성공했다.
그리고, 덤으로 나도 성공했다.
제가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에 이어 1년 만에 새로 쓴 책 '위험한 경제학1-부동산의 비밀편'이 얼마전 출간됐습니다.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기득권 언론들이 전하지 않는 진실을 담으려 밤을 지새워 가며 노력했습니다. 저는 아마 한동안 한국 부동산 시장의 양치기 소년 취급을 받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계속 경고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의 부동산 가격 반등이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오히려 오래지 않아 길고 긴 내리막길을 다시 걷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돈 많은 투기꾼들은 걱정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자기 책임하에 투자든 투기든 하면 됩니다. 나중에 집값 떨어질 때 무주택 서민들의 세금까지 포함된 돈으로 자신들의 집값을 부양해달라고 정부에 댕댕거리지만 않는다면 말입니다. 다만 저는 가족들이 오순도순 살아갈 집 한 채 마련하는 것이 목표인 일반 서민가계가 현재 부동산 시장의 위험 구조를 모르고 언론의 선동보도와 부동산 투기 선동가들의 요설에 휩쓸려 자칫 그릇된 판단을 하게 될까 걱정할 뿐입니다. 신중하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