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전세 가격이 오르자 상당수 언론에서는 이 또한 주택 공급이 부족해 전세 가격이 오르는 것으로 호도하고 있다. 물론 뉴타운이나 재개발 재건축 사업 등이 진행되면서 기존주택이 철거되고 이주민이 발생해 국지적으로 전월세 수요가 늘어나는 현상은 실제로 발생하고 있다. 또한 상대적으로 2009년 상반기 입주 물량이 2008년 상반기나 하반기에 비해 줄어들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특히 서울 강남권의 경우 2008년 하반기 송파구 잠실 재건축 단지들이 대규모로 입주한 뒤 전세 물량이 상당 부분 소진되면서 전세가가 상승한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이 같은 수급 상황이 전세가가 오르고 있는 근원인 것처럼 설명하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다
 

아래 <도표1>을 보더라도 최근의 전세 가격 상승세가 주택 수급의 영향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는 것이 무리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뉴타운 사업으로 인한 멸실주택 수는 20071.7만호, 20083.23만호, 20092.74만호로 추정되고 있다. 주택경기 침체로 뉴타운 사업이 당초보다 지연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2009년의 멸실주택 추정치가 이보다 더 많지는 않을 것이다. 이처럼 2009년의 멸실주택 추정치는 2008년 멸실주택 수보다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2008년 전세가가 떨어졌다가 2009 년 들어 전세가가 오른 것이 단순히 멸실 주택의 증가 때문이라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도표1> 서울 및 수도권 주택수급 현황

 

()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물론 2009년 상반기 서울의 주택 입주물량은 예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2009년 상반기 수도권 입주물량은 5.5만호로 2008년 상반기 6.4만호보다 줄어들기는 했지만, 현재의 전세가 상승을 불러올 만큼 대폭적인 감소세라고 보기는 어렵다. 더구나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1년 동안에만 약 19.5만호 가량의 신규 입주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연간 주택공급 규모가 줄고 있다는 주장도 매우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는 좀더 구체적으로 서울 권역별로 전세가격 변화를 살펴보도록 하자. <도표2>에 따르면 2008년 대비 2009년에 멸실 주택 수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남권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절대적인 수치로 볼 경우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동북권과 서북권의 주택멸실 수가 가장 많다. 주택 철거가 일어나면 약 70% 가량의 원주민들이 해당 구나 인접 구로 이주하기 때문에 주택 철거에 따른 주택공급 부족과 이주수요 증가로 인한 전세가격 상승은 서남권 및 동북궈, 서북권의 전세 가격이 더 뚜렷하게 나타나야 한다.

하지만 서울의 권역별 전세가격을 대표하는 4개 구의 전세가격 변화 그래프를 보여주는 <도표2>를 살펴보면 이 같은 흐름을 찾아보기 어렵다. 각 권역을 대표하는 4개 구의 전세가격을 도표로 나타냈는데, 올 들어 전반적인 권역별 추이는 이들 4개구의 전세가 추이와 비슷하다. 이를 보면 주택 멸실이 가장 많이 늘어난 서남권의 구로구 전세가는 거의 오르지 않았다. 또 뉴타운 사업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동북권의 도봉구나 서북권의 은평구 전세가도 미미한 오름세에 그치고 있다. 반면 강동구를 포함한 강남 4구를 대표하는 서초구의 전세가가 다소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을 뿐이다.

 

<도표2> 서울 권역별 대표 지역의 전세가 추이


 

() 국민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사실 이 같은 전세가 추이는 서울 각 구별 아파트 매매가 추이와 거의 비슷한 모양새를 나타내고 있다. 한 마디로 전세가격이 매매가에 연동돼 같이 움직이고 있는 것일 뿐 주택 수급 때문에 변동하는 것이 아님을 시사하고 있다.

 

서울의 매매가는 2008 12월까지 소형, 중형, 대형 순으로 올랐고, 올 들어서도 마찬가지 순으로 반등하고 있다. 2006년까지 주택 가격이 폭등한 뒤 가계 소득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중대형 평형보다는 소형 평형 위주로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있으며, 올 들어서도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소형 위주로 집값이 반등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서울의 전세가도 2008 12월까지는 소형, 중형, 대형 순으로 올랐다. 그런데 2009 1월부터는 서울의 전세가가 중형, 대형, 소형 순으로 오르고 있다. 이는 주택 구매와 전세 거래의 기로에서 주택 구매를 포기하거나 주택을 매도한 사람들이 전세를 살되 집 살 돈으로 차라리 전세를 넓혀가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런 흐름을 고려할 때 최근의 전세가격 상승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당연시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지금까지 본 것처럼 최근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는 전세 가격의 상승이 뉴타운 사업 본격화에 따른 멸실주택 증가와 신규 주택 공급 부족 때문이며, 이 때문에 향후 집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식의 선동보도를 일삼는 것은 엉터리 언론과 부동산 투기 선동가들이 만들어낸 기만일 뿐 현실과는 큰 괴리가 있다.

 
*제가 지난 몇 달 동안 밤잠을 설쳐가며 집필해온 ‘위험한 경제학 1권-부동산의 비밀편’이 드디어(?) 출간됐습니다.  ‘위험한 경제학2-서민경제의 미래(가제)편’은 9월 20일경에 출간될 예정입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성원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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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9. 9. 2. 11:12